아 바빠서 오래 읽었다

개꿀잼 달달쓰 크...

극적인 사건은 없었지만, 활자로만 펼쳐낼 수 있는 캐릭터의 내면을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정연하게 묘사했다는 생각이 드는 에피소드였음

이제껏 읽은 늑향 중 가장 문학적인 내용이었다

호로와의 이별을 정말 목전에 두고, 머리로는 이별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마음만은 그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로렌스의 내면 묘사가 이야기 전반에 깔려있는데

이것이 핵심이 되어 로렌스를 한 층 더 깊은 캐릭터로 만들고, 문체에서 아련함을 느끼게 해주면서, 이야기에는 감성과 의미를 더해주었음

물론 이전에도 로렌스의 고민과 선택에 대한 묘사는 많이 나오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상인의 객기였고, 타협의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탈출구였음

그런데 이번 에피소드에서 로렌스가 했던 고민과 선택은 타협 없는 극복에 가까움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면서, 대안 없는 현실을 극복해보려는 고뇌...

이게 문학이 아니라면 무엇을 문학이라 불러야 할까?

솔직히 금서의 구매를 비롯한 환어음 트릭 부분은 관심도 없고 잘 이해도 안갔음

코믹스에서 읽었던 이미지로 대충 떼워넘겼지

그런데 작 중 인물들의 대화 만큼은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음

특히 하이라이트는 로렌스와 엘사의 대화 장면

나는 이 장면이 문학이 펼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탐구 방식이라고 생각함

물론 퀄리티 자체는 평범하기에, 늑향을.. 늑향의 이 장면을 보고 문학의 반열에 드는 작품... 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작 중 인물의 고민과 그들이 숨기고 있는 것, 그들이 표현해내지 못하는 것을 대화를 통해 이끌어내는.. 변증법과도 같은 이 대화가

로렌스로 하여금,

그동안 바닥에 구를 각오만 가지고 객기나 부리는 일개 행상인에서, 현실까지 극복해버릴 수 있는 영웅의 모습으로 변모하는 변곡점이 되었던 것임

독자들은 아무래도 경제 지식이 없고, 특히 늑향은 중세의 경제를 다루는 작품이기에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작가의 지식에 감탄이 나오기는 했음

이렇게 생각하니까 이런 방식의 문제 해결을 로렌스의 영웅적 측면과 엮어 쓴 게 작가놈 진짜 재능충이네

암튼 너무너무 조았고

마지막에 호로랑 네가 좋니 내가 좋니 하는 거 진짜 너무 달아서 코피 쏟을 뻔함

"하지만, 이렇게 멍청한 당신이 난... 참 좋아."

그 순간 - 키센도, 요이츠도, 뮤리도, 콜도, 모든 것이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었다.

그저 그 한 마디를 들은 것만으로도 성전의 모든 글귀가 무의미해졌다.

거창하게 서명해 호로에게 내민 백지 계약서.

로네스가 원했던 것은, 그 위에 또렷이 새겨진 호로의 대답이었다.

- 305p

내가 내민 백지 계약서에 상대가 좋아한다고 사인을 해?

모든 것이 아무래도 상관없지... 모든 남자들은 그걸 원하는 거지... 그지.. 맞지.. 씨발.. 

어떻게 남자의 마음을 이렇게 콕 찝어서 표현해주냐...

이러니 늑향을 못 끊지 씨발...

여기 읽으면서 진짜 코피 쏟을 뻔함

극한의 순애물 최고다...최고다 호로쨩!

그 와중에 로렌스 야외 플레이 씹 ㅋㅋㅋ

나였음 그렇게 뺨따구 맞고도 웃음이 안떠나서 고생했을 듯

메뉴가 장어인거 보면 작가놈 노렸다 이거

암튼 개꿀잼쓰 달달쓰였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