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늑향 16권 후기

미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7.29 01:21:48
조회 369 추천 7 댓글 2
														

원작 1권을 읽기 시작한 지 반년, 드디어 마지막 에피소드를 읽었음



열여섯권 동안 참 다사다난했던 여정을 보내왔지만 

16권은 특히나 로렌스가 가진 본연의 가치가 가감없이, 가장 날 것의 모습으로 드러났던 에피소드였던 거 같음


호로도 곁에 없고, 거래를 할 수도 없고, 심지어 짐마차까지 버려야 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말그대로 아무것도 없었음

데바우 상회의 야망을 보면서, 상인의 꿈을 드높이고, 상인의 시대를 꿈꾸었지만, 혹독한 현실 앞에 로렌스는 그저 한낱 상인이었던거지

다 죽어가는 토끼의 모습으로도 뮤리 용병단의 진로를 바꿔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려는 데바우 상회에게 대항할 수 있었던 힐데에 비하자면

루바우, 밀리케 같은 내노라하는 리더들에 비하자면.. 로렌스는 정말로 별 볼일 없는 인간이었던 것임..


사실 중반까지는 그냥 쫒기고 있으니 누가 뭘 어떻게 하겠어 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스베르넬에 도착한 뒤로는 말그대로 능력에 있어서 로렌스는 이들에게 자리를 내줄 수 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정도였음 

레노스에서 암여우련이랑 키런한테 휘둘리던 건 입장 문제도 있었지만, 최소한 그들에게 대항할 배짱과 능력은 있었음



그런데 여기선 아님


이 상황에서 로렌스는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주변인일 뿐이었음

로렌스가 가진 능력이란 고작 그런 것이었고, 신도, 늑대도, 용병도, 심지어 원대한 꿈을 가진 대상인 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돈의 힘 앞에서 

한낱 행상인의 가치는 추락할 수 밖에 없었던거지


로렌스가 상인으로서 가져왔던 것을 포기하고, 꿈꾸던 것 마저 무너졌으며,

소중하게 여기던 것 마저 손에서 멀어진 상태로 애처롭게 발버둥 치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음.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낱 행상인이기에 매일매일 마주 해야 했던 상인으로서의 일상이 그의 가치를 다시 드높여줄 줄 누가 알았을까?


서로 엎치락 뒤치락 하는 상전의 한가운데서 그 이야기를 끝까지 지켜본 끝에,

숭고하고 현명한 지혜가 추악한 폭력 앞에서 무너질 때,

로렌스는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 사기와 빚이라는 상인들의 일상 속 논리로 이기적인 본성이라는 절반짜리 진실 위에 또 하나의 진실을 덮어씌워버림


사람들은 그렇게 아둔하지도, 영리하지도 않는 다는 그 말은 그들의 추악한 본성 만큼이나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던 것이고,

나머지 절반의 진실, 추악한 본성에 굴복하지 않는 선한 의지가 결국 데바우 상회를 물러나게 해주었던 것임


이 마지막 연설은

로렌스가 상인으로서 가지고 있었던 지극히 일상적인 관점이 지독한 현실과 원대한 이상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게 되는 장면이었고,

데바우 상회의 자본 권력을, 군중의 어리석음을, 힐데와 용병들의 날개에서 녹아내린 밀랍을 뚫고 핵심을 꿰뚫어버린 진짜 명장면이었음




로렌스의 가치는 암여우련이나 힐데처럼 극한의 상인으로서 발휘하는 능력이 아니라,

호로 곁에서, 성실하지만 또 바보같이 모험심 넘치는 장사를 해나가는 일상에서 드러났던 거지


어찌보면 로렌스의 마지막 절규는 그런 일상을 송두리 채 부정하는 데바우 씹새들에게 날리는 분노이고,

로렌스의 마지막 연설은 그런 일상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자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증명하는 대답이라고 볼 수도 있음



다시 예전 에피소드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로렌스한테 매력을 느꼈던 상황도 이런 부분에 국한됨


나는 로렌스가 소소한 장사에서 머리를 굴려 이익을 얻고, 기쁨을 찾고, 욕심을 부리고, 

호로를 위해 용기를 내고, 호로를 위해 이익을 포기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꼈었지

원대한 꿈을 꾸며 대범하고 철두철미한 책략을 생각해낸 모습에서 매력을 느끼지 않았음



그리고 진심이 담긴 꿈에는 감동하는 법이라 그랬지?


작가 후기에서 쇼펜하우어를 언급하며 "계속 행복할 수 있는 이야기는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내리려고 했다고 썼음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성실한, 그러나 바보같이 모험심 넘치는 일상을 보내자" 라는 답을 내린 게 아닌가 싶음


아마 레노스 이후부터 명확해진 것 같은데 

로렌스가 진심으로 쌓아오던 꿈은 가게를 차리는 것 뿐 아니라, 호로와 함께 느긋하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었겠지


어느 새 그게 작가의 꿈이기도 했을 거고..


요즘 들어 원대한 꿈이라는 게 어쩌면 무척 작은 허상일 수 있고,

소중한 일상이 무척 큰 실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마침 좋은 시기에 이런 에피소드를, 이런 결말을 보게 되서 참 좋았음



이번 권은 특히 작가가 밀당을 극한까지 당겨놔서 더 임팩트가 컸음



아니 시바 안그래도 젤 두꺼운 에피소드인데 절반 읽을 동안 호로가 안나와 ㅋㅋㅋㅋ


호로 없어서 시무룩 쭈구리 된 로렌스 보는데 내가 다 외로웠음 진짜

나중에 호로 등장하자마자 눈물팡팡 몸통박치기 하는데 진짜 로렌스 부러워 죽을 거 같더라


마지막 하이라이트까지 로렌스가 정말 아~무것도 못하다가 거기서 호로랑 함께 빵 터트리는 것도 감동이 장난 아니었음

아무래도 로망과 꿈을 펼치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와서 유독 좋은 대사들도 많았고, 호로 복귀 후부터는 분위기부터가 다시 활기차져서 재밌었음





아 늑향 진짜 재밌었다



이제 에필로그 읽고 스프링 로그 읽고 느긋하고 평온한 일상을 찬찬히 즐겨야징





추천 비추천

7

고정닉 6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2870 이슈 [디시人터뷰] 웃는 모습이 예쁜 누나, 아나운서 김나정 운영자 24/06/11 - -
28387 창작 호로가 깎아주는 사과 [3] ㅎ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07 613 16
28369 일반 나도 호로가 [12] ㅇㅇ(14.52) 23.05.04 531 16
28368 일반 호로가 [3] ㅇㅇ(220.127) 23.05.04 340 10
28343 일반 슬며시 돌려보는 행복회로 [4] 뇨히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4.27 343 7
28321 일반 늑향 뽕이 자꾸 안빠진다 [2] 응ㅇ애(113.199) 23.04.22 508 7
28320 일반 거의 다 완?성댐 [5] BlasterDinra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4.22 455 9
28316 일반 서명하시오! 늑붕단! [3] ㅇㅇ(61.82) 23.04.21 536 15
28280 일반 늑향 신작에 관한 아주 작은 떡밥 [7] 뇨히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4.13 1044 23
28266 일반 호로가 좋아하는 냄새 [4] 뇨히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4.10 625 9
28259 일반 뮤리 다먹고싳다 1500일차 [10] ㅇㅇ(222.118) 23.04.07 434 36
28233 일반 이쁘지 [2] ㅇㅇ(222.101) 23.04.02 428 8
28226 일반 뮤리 안먹고싳다 1494일차 [6] ㅇㅇ(222.118) 23.04.01 242 8
28197 일반 애니화 발표난지 얼마나 지나났다고 왤케 호들갑임? [5] ㅇㅇ(117.111) 23.03.26 698 8
28158 정보 늑향 후드티랑 바람막이 [1] ㅁㅁ(14.52) 23.03.18 560 5
28141 일반 어쩔 세로로긴이미지~ [3] Snowyegre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12 539 12
28124 일반 다먹이한테 고맙다 [1] ㅇㅇ(118.235) 23.03.09 318 12
28120 일반 굿즈가 도착했어용 [4] 엑소데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3.08 357 7
28080 일반 신작 발표 1주년에 대한 작가의 코멘트 [5] 뇨히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5 799 12
28065 일반 작가의 이세계물 신작 감상 후기 [1] 뇨히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1 669 11
28029 일반 [1보]늑대와 향신료 애니메이션 제작비 사기 당해… [2] ㅇㅇ(104.28) 23.02.15 788 5
27963 일반 자랑스러운 늑붕이.jpg [15] ㅇㅇ(118.235) 23.01.28 817 11
27950 일반 늑대와 향신료의 주인공 로렌스가 매력있는 이유 [3] ㅇㅇ(180.66) 23.01.24 787 16
27937 일반 뮤리따먹지마라 [2] ho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20 784 13
27922 일반 늑향 18권 후기 [4] 미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16 241 5
27921 일반 마법사의 신부<<<혹시 이거 아는 늑붕이 있음? [12] ho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16 584 8
27918 일반 독일여행왔는데 기차밖 풍경이 딱 늑향 [7] 히라사와우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15 652 13
27912 일반 목판화 왔음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14 446 17
27881 정보 본편 24권 전체 일러스트 [4] 한우임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07 964 10
27828 일반 뮤리 다먹고싳다 1400일차 [5] ㅇㅇ(211.246) 22.12.27 343 18
27816 일반 또 인생 나락갈 뻔한 로렌스.. [4] 민트더후레쉬메이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2.24 972 10
27791 일반 정전갤에 낙서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2.18 310 5
27726 일반 늑향 신작소식떴냐??? [6] ㅇㅇ(211.224) 22.12.04 1010 19
27704 일반 호로 카드 [4] ㅇㅇ(222.101) 22.11.28 548 15
27692 일반 호로 그려왔어요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6 396 21
27669 일반 현랑 호로 그려왔어 [7] 료우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1 559 17
27663 일반 마누라의 애교 [4] 뇨히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0 884 17
27649 일반 늑향 [4] ㅇㅇ(218.148) 22.11.15 570 13
27642 일반 커여운 호로 [2] ㅇㅇ(210.178) 22.11.13 570 19
27593 일반 책이랑 화보집 배송 왔다ㅏㅏㅏ [3] 박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01 545 9
27583 일반 속보)10월 31일 늑대와 향신료 신규 애니메이션 [9] ㅇㅇ(122.37) 22.10.30 984 12
27548 일반 나...만든다...호로...ai로... [4] ㅇㅇ(1.233) 22.10.21 629 11
27484 일반 AI로 연성한 치어리더 호로쟝 [2] ㅇㅇ(223.38) 22.10.09 410 5
27479 일반 AI로 연성한 90년대 스타일 호로 [2] ㅇㅇ(223.38) 22.10.08 399 5
27398 일반 늑향 케이스 주문제작한거 왔다 [5] NekoNOE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9.18 581 9
27393 일반 뮤리 다먹고싳다 1300일차 [5] ㅇㅇ(211.246) 22.09.17 342 12
27323 일반 여행을 떠난지 500일 기념 장기가출 [5] 미야조노카오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9.02 540 9
27309 일반 퇴근하고 택배깡 [3] 윾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30 401 6
27307 일반 군붕이 호로그림 [4] ㅇㅇ(106.102) 22.08.30 389 6
27306 일반 나도 태피깠어 [3] 초록색양서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30 415 6
27303 일반 늑붕이 맥주잔 구했어 [10] 윾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30 498 7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