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갤은 근근히 힘들 때 마다 나와 비슷한 친구들을 보며 위안 삼던 곳이라 글을 남겨 본다.

아토피가 갑자기 사라졌다. 쥐도새도 모르게 흉터 따위와 같은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진지 한 달은 지난 것 같다. 어느날은 하루종일 긁지도 않는다. 긁었던 부위를 호기심 삼아 긁어봐도 예전과 같은 금단의 시원함은 커녕 생살을 긁는 고통만이 느껴진다. 기적과도 같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되짚어 보려면 우선
내 병력을 말해줘야할 것 같다.

처음 아토피에 대해 인식을 한 것은 7살 무렵 쯤이었다.
전에도 오금이나 목 같은 부위가 간간히 가려웠던 적은 있었던 것 같지만 어느날 가족 휴가로 계곡을 다녀온 뒤부터 시뻘겋게 진물이 날 정도로 긁어대고 잠을 못 이루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후로는 환절기마다 알러지처럼 올라오는 아토피 때문에 어머니와 함께 이곳 저곳 피부과란 피부과는 다 가보았으나 그때도 마찬가지로 미용 시술만 하는 피부과 전문의 조무사나 다름 없는 미용시술사들이 판을 쳤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려웠다.

그렇게 아토피가 삶의 한 부분으로서 자리를 잡고 고등학교 무렵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아토피가 심해졌다.

이전엔 흔히 아는 아토피와 같이 오금이나 목 접히는 부분만 가려웠다면 고등학생때에는 얼굴 전반을 비롯해 가슴, 등, 두피, 사타구니, 엉덩이 등에 극심한 가려움증을 느꼈고 쉴새 없이 긁어대는 탓에 늘 진물과 피가 흘러  자고 일어나면 배갯잎과 얼굴 피부가 진물로 인해 달라붙는 일도 많았다.

이때부터 대학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항 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 크림을 바르면서 식사도 통제하여 섭취하기 시작했으며 알러지 반응 검사도 했고 결과는 집먼지진드기 알러지로 나왔다.

친했던 친구들은 내 사정을 알아 나의 끔찍한 모습에도 이해를 해주었지만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내 얼굴을 보고 화상 입은 것이냐, 징그럽다, 더럽다, 잘 좀 씻고 다녀라 등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었고 그로 인해 스스로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셀 수 없이 많이 했었다.

하지만 잘 견뎌내어 고등학교 졸업후 대학병원에서의 치료는 느리지만 차도가 있어 얼굴은 이마를 빼고는 아토피가 흉터만 남은채로 사라졌었다.

그러나 22살까지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만 되고 기적적인 차도가 없었기에 지역 맘카페를 수소문해 아토피로 유명한 의원을 방문했다.

대학병원과는 달리 나 하나만을 15분 이상 진료를 봐주는 원장님의 진정성에 감동 받았고 또 처방으로는 달맞이꽃종자유, 항히스타민제,타크로라는 비스테로이드성 연고제를 처방받았다.

놀랍게도 이것이 나한테 효과가 아주 커 사타구니와 가슴 그리고 겨드랑이 얼굴로는 눈썹 위랑 목 주름 일부분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아토피가 사라졌었다.

흔히 아토피갤에서 경도 취급 받는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에 아토피였다.

이후로는 그래서는 안 됐지만 식단도 전혀 관리 안 하고 술도 자주 마시었으며 군대에 가서는 담배도 배워와 아토피에 좋지 않다는 것을 다 하고 지냈지만 그 피부과를 가기만 하면 나아진다 라는 믿음에 몸 관리를 대충 했었다.

그러다가 작년 즉 내가 28살 때 아토피가 결절성양진 형태로 올라왔고 겨드랑이와 허벅지 가슴이 도돌도돌하게 닭살 올라오듯이 올라왔다.

이때는 평상시보다 심한 가려움을 느끼긴 했으나 아직까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생각되어 다 떨어진 타크로와 히스타민제를 처방 받으러 병원에 가지 않았고 (이때는 본가가 아닌 먼 지방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다니던 병원에 내원하기 어려웠음) 달맞이꽃종자유 영양제만 쿠팡으로 구매하여 챙겨먹었으나 크게 차도가 있진 않았다.

그런데 작년 12월 들어 갑자기 긁지 않고 편안하게 잠드는 날들이 많아졌으며 타이트한 옷을 입고 벗었음에도 가렵지 않았고 자다 일어나니 손톱에 피가 굳어있는 날들도 없어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최근엔 아예 긁지도 않고 피부에 올라오는 것도 없는 상태이다.

이를 깨닫게 된 이후로 내 삶의 무엇이 바뀌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는데 이러한 경험을 아토피 갤러들에게 나누고자 글을 쓰고 싶었다.

서론이 길었는데 아토피갤 친구들은 알겠지만 아토피가 QOL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기 때문에 그간에 설움을 친구들에게 털어놓고 싶었어서 그러니 양해를 바란다.

우선 첫번째로 걷기
공원 등 수목이 풍부한 곳을 주로 걸었고 하루 만 보 이상 걸었다.
땀이 나면 바로 샤워로 몸을 씻어주었다.

두번째로는 수건
늘 평범한 수건으로 닦다보면 톡톡 닦는 것이 아니라면 자극이 크게 느껴졌었는데 수건이 오래되어 우연한 경로로 극세사 스포츠 타월로 바꿨는데 굉장히 닦아내는 것이 뻑뻑한 느낌이라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피부에 대한 자극은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는 보습제
나는 항상 전신에 보습제를 발라왔었는데 작년 11월 말부터 보습제가 아닌 대용량 에센스 토너를 보습제 대용으로 발랐었다. 얼굴은 아직도 보습제를 바르지만 이 이후로는 몸은 토너만을 바른다.

나의 아토피가 위와 같은 세가지 이유로 사라진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오늘 샤워를 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속에 비친 몸을 보니 흉터같은 흔적은 남아있을지언정 발진은 하나 없어 깨끗해진 몸을 보고 문득 아토피갤 친구들이 생각났고  이또한 아토피갤 친구들에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단 생각에 글을 남겨본다.

긴 글 끝까지 읽어줘서 고맙고 모두가 아토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날을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