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무궁화 공원으로 삼각김밥 쿰척쿰척하며 갔습니다

기다리다가 봉고를 탔습니다
완전 새차더라고요 새차냄새 머리아팠습니다

가는 길이 왠지 낯설더라구요
논현에서 출발하는거랑 삼성에서 출발하는거랑 길이 좀 다른가봅니다

영아원에 도착해 파트너를 만났습니다
ㄱㅇ이는 걷지 못하고 휠체어로 이동하는 아이였습니다
아마도 오늘 아이들중에 제일 컨트롤하기 힘든 아이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ㄱㅇ이는 액체와 상성이 안맞는 아이였습니다
물을 마시고 싶다고 물을 주면
자기가 마시겠다고 제 손을 뿌리치고
혼자 마시다 쏟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쏟고나서 헤헤 웃는게 예뻐서 봐줬습니다

ㄱㅇ이는 뮤지컬을 주의깊게 보지도 않았습니다
저의 격한 호응에도 눈길을 주지 않고
ㅍㅌㅍ님의 품으로 가 잠을 잤습니다
하지만 자는게 예뻐서 봐줬습니다

ㄱㅇ이는 밥 먹이기도 힘들었습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손가락 화살표로
식판 어딘가를 가리키는 ㄱㅇ이의 눈빛을 파악해
ㄱㅇ이가 원하는 반찬을 예측해 먹여주어야했습니다
가끔 포크를 물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확 빼내면 이빨을 다쳐 놓을때까지 기다려야합니다
근데 포크를 물고 고개를 젖혀 웃으면서 절 바라보는데
웃는게 너무 귀여워서 봐줬습니다

ㄱㅇ이는 아이스크림도 많이 흘렸습니다
물과 같은 패턴으로 흘렸는데
중간에 제쪽으로 아이스크림을 든 팔을 뻗으며
뜨뜨 떠 라고 하더군요
무슨 뜻인지 종국에 와서야 파악했는데
나한입 너한입 비슷한 의미인 것 같습니다
제 새옷에 아이스크림이 묻긴 했지만
나눠먹자고 하는 마음이 예뻐서 봐줬습니다

ㄱㅇ이는 컨트롤하긴 제일 힘들었지만
웃는게 제일로 이뻐서 상쇄됩니다
ㄱㅇ아 또보자 나는 아마 다음에 집중케어실 가겠지만ㅠ

지금은 다들 좋은날 가시고 저는 먼저 집가는 중입니다
다음에 또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