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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 리(理)란 무엇인가?

섹무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3.24 16: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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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이 흔히 성리학의 리(理)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는 것은 바로, 성리학의 리(理)를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현상을 초월한 어떤 절대적인 일자로 이해하는 것이다.



성리학에서 말하는 절대/보편/불변은 플라톤 계보에서 말하는 절대/보편/불변과 작용하는 맥락이 전혀 다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세계관에서는 절대성|상대성, 보편성|특수성, 불변성|가변성 이 독립적이고 상반된 무언가로 정의하는 것에 비해, 성리학 세계관에서는 상대성~절대성, 특수성~보편성, 가변성~불변성 이 연속된 스펙트럼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리학에서는 오히려 ‘상대적이기에 절대적’이며, ‘특수적이기에 보편적’이며, ‘끊임없이 변하기에 불변하다’고 정의한다.



성리학은 플라톤 계보의 철학과 달리, 절대성이라는 개념을 ‘변하지 않는 무언가’로부터 논증하지 않고, ‘변화와 차이성’으로부터 논증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선불교와 도가와 다른점이, 바로 개체성을 긍정한다는 것이다.



도가는 왕필의 본무론도 그렇고, 선불교도 ‘개체성, 자기성’이라는 개념을 ‘변하지 않는 무언가’에서 기반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개체성 자체를 일종의 희론이자 고통의 근원이라고 보며, 무상이 곧 무아로 이어지는 것에 반해,



성리학은 ‘개체성, 자기성’이라는 개념을 ‘변화와 차이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무상이 곧 자아로 이어진다.






이는 이정유서와 이정외서에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https://ctext.org/wiki.pl?if=gb&chapter=671440 12번째 줄


"學禪者曰草木鳥獸之生亦皆是幻,曰子以為生息於春夏及至秋冬便卻變壊,便以為幻。故亦以人生為幻。何不付與他物生死成壊,自有此理何者為幻?"


선(禪)불교를 공부하는 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풀, 나무, 새, 동물의 삶 또한 모두 환상이다." 나는 말한다. "그대는 봄, 여름에는 번성하고 가을, 겨울에는 쇠퇴하여 변하기 때문에 환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왜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는가? 사물이 태어나 죽고 번성하고 쇠퇴하는 것은 그 자체로 리(理)가 있다. 무엇이 환상이겠는가?"




https://ctext.org/wiki.pl?if=gb&chapter=525046 18번째 줄


"有生者,必有死;有始者,必有終;此所以為常也。為釋氏者,以成壞為無常,是獨不知無常乃所以為常也。"


삶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음이 있고 시작이 있는 것은 반드시 끝이 있다. 이것은 영원함을 가지기 때문이다. 붓다는 번성과 쇠퇴를 무상의 근거로 이해한다. 이는 ‘영원하지 않음’이 ‘영원함의 근거’라는 점을 모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선불교를 비롯한 불교에서 ‘상대성’은 사물이 홀로는 존재할 수 없으며, 외부의 조건에 의해서만 나타날 수 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게 불교에서는 어떤 사건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을 것으로 보는 인과법으로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모든 사물은 인과에 의해 생겨나고 소멸하는 현상적 존재들로, 자기 스스로 어떤 개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체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언어에서 '주어'로 지칭되는 모든 것이 실제적으로 제거되어야 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령 물이 의해 압력에 대한 인과에 의해 수증기로 변한다는 말에는 ‘물’과 ‘수증기’라는 고정적 실체에 대한 어떠한 정의가 선행하고 그 이후에 변화를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물이나 수증기 같은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무 '것'도 변하지 않고 단지 적멸할 뿐이라는 것. 이것이 불교의 입장이다.



도가 사상에서의 왕필의 본무론도 “상대적이고 유한한 사물은 다른 존재를 필연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라고 한다는 점에서 불교의 이런 입장과 같이 한다.



근데 성리학은 아예 다르게도 상대성이라는 개념은 비개체성의 근거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근거하는 원리로 비춰지고 있다.



성리학에서는 상대성이라는 개념이 꼭 외부의 요인을 전제로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본다. 한마디로 상대성이 곧 자성, 즉 무언가는 '스스로'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이게 성리학의 리(理) 개념이 플라톤의 이데아가 아니라, ‘사물의 영원하지 않음 자체가 하나의 영원한 법칙’이라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성리학에서 변화라는 개념은, ‘단순한 무수한 사건들의 집합’이 아니라 ‘이러한 사건들을 포괄할 수 있는 일정한 패턴들과 그 끊임없는 패턴의 반복 속에서 변화한다는 것’이며



‘그 끊임없이 변하는 하나의 영원한 법칙’이 리(理)의 정의인 것이다.





그래서 선불교와 도가와는 달리 성리학에서 상대성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개체성의 근거’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명도는 말한다. "상대적이라고 명명한 것은 곧 리(理)가 스스로 그러한 것이다. 만약 외부에 의해서 정해진 것이라면, 어떤 리가 있단 말인가?".



그렇기에 성리학은, ‘불변하여 존재하는 자아’를 긍정하지 않으면서도, ‘자아를 긍정하는 결론’으로 도달한다.




이게 불교나 플라톤처럼 ‘개체성’이란 ‘X가 불변적으로 존재한다’에 기반이 되는 입장에서는 불변하는 존재성의 유무에 따라 관점에 따라 ‘개체성 부정’이나 ‘개체성 긍정’으로 입장이 나뉘는 것에 비해.





성리학에서는 개체성의 정의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X의 존재성 유무에 상관없는 개체성 정의가 가능하게 된다.



그래서 불변하는 자아는 있든. 없든. 상관없이 ‘변화 그 자체가 개체성의 근거’라는 결론을 내게 된다.





정리하자면, 성리학의 리(理)는 플라톤의 이데아하고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거리가 먼 정도가 아니라 맥락 자체가 다르다.



플라톤 계보의 이데아가 현실의 불완전함을 근거로하는 완전성의 원칙인 것에 비해, 성리학에서 리란 필멸성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성리학의 리(理)는 딱 정의하자면 '모든 게 변한다는 것 외엔 변하는 것은 없다'의 '모든 게 변한다' 라는 원칙이다.



X가 실재하는 영원한 진리를 찾지 못한다면 그 완전히 파악될 수 없는 X의 개체성이 바로 리인 것임.



성리학의 리(理)를 이걸 굳이 현대철학에서 찾는다면 플라톤의 이데아보다는 포스트모던 철학자 퀭탱 메이야수의 ‘우연성의 필연성(Necessity of Contingency)’에 가까울 것이다.





본문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함.



최윤미, ‘리’ 이해하기 - 서양철학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https://s-space.snu.ac.kr/handle/10371/75640



이현선, 장재(張載)와 이정(二程)의 철학 - 이정의 장재 비판을 중심으로


https://s-space.snu.ac.kr/handle/10371/64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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