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가 소개될 때 결핍, 힐링, 치유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었다. 잔잔한 감성의 드라마는 대부분 힐링을
표방해왔기에 사실 드라마를 소개하는 식상한 레토릭쯤으로
치부했었다. 힐링과 치유라는것도 뭐 딱히 해결되는 것은
없더라도 마음에 위안을 받는 정도를 뜻하는 말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4회까지 본 시점에서 이 드라마는 좀더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아픔과 결핍을 마주하고 힐링과 치유를
얘기하려하는구나 느끼고 있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 죽음이라는 이별이 준비없이 갑작스럽게
닥치는 경우 남은 사람의  마음은.. 온전할 수가 없다.
삶과 죽음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어쩔수 없이 순응할뿐..
그 상실의 마음이 쉬이 채워질수는 없다. 마음의 일부를
떼어놓고 살아갈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의 달은 보름달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준비없는 이별을 겪은 사람들이 온전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치유의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원은 지수의 죽음 후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흔적을 쫓는다.
지수가 갔던 곳, 지수의 마지막 대화, 지수가  바라본
시선과 풍경, 지수의 목소리까지..
서우는 '소름 끼치는 짓'이라고 하지만, 하원에게는
그 모든게 지수를 그리워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지수와
갑작스럽게 이별한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슬픔과 고통은 직접 마주할 때 벗어날수 있다고 했던가?
하원은 지수의 부재에  지수를 더욱 그리워하고
생각한다.(스토킹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
사실 하원은 예의 그 슬픈 얼굴과 엄마를 갑작스럽게
잃었다는것 때문에 가장 상처가 큰 인물로 보이지만
산불을 겪은 후 위치추적 프로그램을 만들고
정신과 치료용 D프로그램까지 만드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치유에 나서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밤마다 지수의 마지막 목소리로 고통받던 서우는
지수D를 통해 지수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대화한다.
그리고 웃기 시작한다.
아마도 하원과 서우는 상처의 원인을 마주함으로써
상처를, 고통을 극복해낼 것이다. 그리고 아문 상처 위에서
서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하원 서우와 대조적이었던 인물이 이.정.은 배우가 연기한
김민정이라는 인물이었다. 딸의 죽음을 겪은 이 인물은
겉으로는 너무 멀쩡하다. 정신과 상담에서조차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무심해보이는 반달로 마음의
결핍을 드러낸다. 딸의 죽음 이후 이별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싶었다. 앞으로 이 인물이 어떻게
결핍과 상처를 치유해나갈지 관전포인트이다.  

단순히 Device의 D를 딴 'D프로그램' 정도로 생각했던
하원의 프로그램이 결핍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반달의 'D프로그램'으로 의미가 부여되면서
이 드라마의 주제는 더욱 명확해졌다.
결핍과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사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독특하다.
지수만을 생각하는 하원, 자신의 얼굴 사진에 반창고를
붙인 서우, 과거의 기억으로 고통받는 인욱, 할머니와
같은 성을 가진 순호(인물소개에는 친할머니로 나와있지만)
그리고 김민정을 비롯해 은주하숙의 인물들도..
35세의 나이에 모든 이의 엄마를 자처하고, 남친에게조차
엄마같다는 소리를 듣는 은주. 여친을 엄마처럼 따르는 창섭까지..

이들의 독특함은 어떤 마음의 상처와 결핍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들이 어떻게 보름달을 찾아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