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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신시) 거룩한 밤의 기적(11) [외전] — 지켜봐주세요앱에서 작성

ㅇㅇ(210.57) 2024.01.04 15:58:18
조회 824 추천 12 댓글 5
														




원작이 23년 8월 말~9월 말 한 달 동안 연재됐었는데, 지난 12월 31일에 후일담 느낌으로 한 편이 더 올라왔던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늦게나마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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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싹

날카로운 소리가 실내에 울려퍼졌다.
번뜩이는 섬광처럼,
어머니의 손바닥이 날아들었다.

(아얏…!!)
그 충격으로, 통증이 찾아오는 것이 몇 박자 늦었다.
그러나 있는 힘껏 얻어맞은 것이기 때문에 역시 아프긴 아프다.

"………유키코씨!!!"

고개를 숙인 내 앞으로 시호가 뛰쳐나올 기미가 보이자 살짝 말렸다. 그녀를 등 뒤에 감춘 뒤 고개를 들어 마주본 정면에는, 눈동자에 고요한 분노가 어려있는.....나의 어머니 '쿠도 유키코'.
그 옆에는, 나의 아버지 '쿠도 유사쿠'.

"…시호쨩은…잠깐, 빠져 있으렴."
"시호....됐어...괜찮아."

시호를 부드럽게 제지하고 어머니 앞에 섰다.

부모님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탐정사무소를 개업했고, 그로부터 4년.
탐정사무소를 개업할 때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때 마련해주신 돈은 이미 전부 되갚았지만, 매일매일 불확실하고 위험한 삶을 살면서 걱정을 계속 끼치고 있던 것은 여전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결혼'과 '첫 손주'에 대해서 보고하게 된 것이다.

명절에도 제대로 얼굴을 보이지 않던 아들(부모님은 해외 생활이라 나로서도 찾아뵙기 어렵다)의 보고 내용이 당황스러운 것은 당연지사.

'물론, 탐정사무소를 개업한 건 '미야노 시호'를 찾으려는 이유 때문이라고 전하긴 했지만...'

당연히, 그에 수반된 여러가지 일들이 뒤죽박죽 순서가 뒤섞인 채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우리 부모님이 덮어놓고 '축하한다'라며 기뻐해주실 거라고 예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이는 박사님 집에 두고 왔다.

"지금껏...아무런 상의도 없이....갑작스럽게 말해서 미안해. 전화로도 얘기했듯이… 나, 새로운 '가족'이 생겼어. '아버지'가 된 거야. 그리고, 이녀석의....시호의 '남편'이 됐어."
"신이치...군."


어쨌든 우리는 일들의 순서가 뒤죽박죽 뒤섞인 채로, 결혼했다.
물론, 거기에는 나와 시호의…어쩔 도리 없는 여러 사정이 있었다는 점은 부모님도 이해하고 있다.
이해하고 있다곤 하지만, 어머니는 조용히 분노와 당혹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 부모 마음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의 애정과 책임.
그리고 '자식'이 가진 애정과 각오를 확인하는 일.


그 마음이 아플 정도로 와닿아서, 어머니의 손찌검을 달게 받아들였다.


"신이치…… 그 '자식'이 생겼을 때. 너, 아직 10대였지? 그런 철없는 풋내기가....책임질 수도 없던 주제에...그런 어설픈 짓을, 무책임한 짓을...."
".........응…"


그 격한 꾸짖음에 대해 변명은 하지 않는다.
물론 어설픈 마음으로 시호를 안은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엄마의 지적도 당연하다.

'어린 시절의 실수'.
그런 말로 넘어갈 일이 아니니까.

나는, 철없는 풋내기였던 주제에 그녀를 안았고, 그녀를 임신시켰고, 그녀가 홀몸으로 아이를 낳게 만들었다.

'나는…이녀석을…내가 이녀석을……'

입술을 꾹 깨문 채, 스스로의 과오를 부끄러워한다.
나도 모르게 움켜쥐고 있던 주먹에 손톱이 박혀 아플 지경이었다.


"'부모'가 되고, '가족'이 된다는 건...그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응......"

어깨를 들썩이는 어머니의 어깨 끝을 바라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결혼했다.
그때 어머니는 아직 스무살이었다.

젊은 나이에 결혼한 부모님은, 아직 아들에게는 말해주지 않은 여러 가지 고생과 갈등을 겪어왔을 것이다.

어머니의 어깨를 아버지가 살짝 껴안고, 달래듯 쓰다듬었다. 어머니의 어깨를 감싸안은 아버지의 손에서 애정이 느껴진다.
그렇게 보이는 것도, 나 역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얻었기에 그런 걸까...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들이 눈동자에 아로새겨진다.


"신이치, 엄마 마음은 잘 알고 있겠지?"

침묵을 지키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가슴을 울리는 듯한 중저음이, '나'를 묻는다.

'쿠도 신이치'를 묻는다.


쿠도 신이치의 '사랑'과 '각오'를.



신이치는 유사쿠의 물음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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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등 뒤에서 숨죽이고 있는 시호의 존재를 느낀다.
이 세상에서 가장, 둘도 없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존재가, 나의 셔츠를 살짝 잡는다.

그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그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안다.
아마 또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그만'이라든가 '전부 내 잘못'이라든가.....그러고 있을 게 뻔하다.

뒤쪽으로 한 손을 뻗어 차가운 손가락 끝을 잡고 꽉 움켜쥔다.
조금 전까지 꽉 쥐고 있던 주먹을 풀어 시호의 손을 잡아주었더니, 뜻밖에도 내 마음이 진정되었다.


시호의 온기에 내 기분이 둥실 떠오른다.
사랑스러운 온기.
이 온기를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고 맹세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너에게는, 내가 있어.'

"시호...괜찮아."
"신이치군…..."

'그리고......나에겐, 네가 있어.'


'어린 시절의 실수'.
아니, 그렇지 않아.
애당초 '실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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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치는 깊게 심호흡하고 어깨의 힘을 뺐다.
그리고 존경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했다.
거기에는, 유사쿠와 유키코 두 사람이 이제껏 본 적 없는, 그저 어리다고, 풋내기라고, 애송이라고 생각했던 아들의.....'남자'로서의 얼굴이 있었다. 지켜야 할 것을 찾은 '남자'의 얼굴이 있었다.


"아빠, 엄마. 나, 시호와의 모든 일들에 대해서, 전부 내 책임이라고 반성하고 있어. 그러니까, 나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혼내도, 비난해줘도 좋아..…"
"아니야!! 당신은 아무 잘못도!!"

없어,라는 시호의 비통한 목소리가 채 끝마쳐지기도 전에, 유사쿠가 끼어들었다.

"시호야…우리는, 너희들을 탓하고 싶지 않단다. 그러니까...아내가 아들을 때린 건 '생각 없는 바보 아들'에 대한 질타, 격려 같은 것이니 신경 쓰지 말렴."

쿠도 신이치를 연상시키는 상냥한 눈동자에 그대로 제압된 시호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다시 신이치가 입을 연다.

"다만, 나.....요즘에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거든..."

침착한 어조였다.
그 파란색 눈동자가 전보다 더 투명해졌다고 유사쿠는 생각한다.

"아빠랑 엄마한테,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그 말에 유키코가 눈을 크게 부릅떴다.
그 눈동자에는 아들의 얼굴이 비쳤다.


"신이치........"

아직도 애다, 어리다…고 생각하고 있던 아들의 다부지고 씩씩한 얼굴은, 어느새 남자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신이치는 자신의 등 뒤에 숨기고 있던 시호를 곁에 나란히 세우고 그녀의 어깨를 꼭 껴안았다.

"아빠랑, 엄마가 있어서, 두 분이 만났기 때문에, 내가 태어날 수 있었어. 그 덕분에 내가 이녀석을 만날 수 있던 거야. 그러니까……"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신이치는 부모님께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신이치..."   "신쨩..."


"뭐, 두 분도 아시다시피...우리 둘 첫만남은 좀 최악이었지만..."

거기서 문득 쓴웃음을 지은 신이치가 문득 두 사람의 처음 알게 된 계기 같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화의 방향성에 시호가 슬쩍 눈짓을 한다.

'당신, 지금 무슨...?'   '괜찮아...!'

그런 시선만 주고받는 침묵의 대화가 젊은 두 사람에게서 들린다.
그 모습이 마치 황혼부부 같다고 유사쿠도 유키코도 생각했지만, 아들의 이야기에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신이치는 다시 부모에게 시선을 돌렸다.

"최악의 첫만남을 넘기고, 둘이서 많은 일을 겪으면서 나는 하이바라 아이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어. 여러가지로 도움도 받았고. 그래서 나도...반드시 얘를 지키기로 결심했었지. 그런데 반대로 얘가 나를 지켜주고, 나를 구해줬어. 그래서 난 내가 쿠도 신이치로 돌아가더라도, 미야노 시호가…내 인생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어. 이녀석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신쨩....좋은 얼굴을 하게 됐구나...'

마치, 유사쿠처럼… 하고 유키코는 독백했다.
'너무 어리다' '네가 아깝다' '그것도 한때일 뿐이다' '어차피 오래 못 갈 것이다' 같이 주위에서 극구 반대했는데, 그런 반대를 뿌리치고 결혼에 골인했을 때 남편은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구에게서 어떤 말을 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시원시원한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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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이 마주하고 있는 쿠도 저택은 넓다.
그러나 넓은 실내에 가득 찼던 긴장감은 이제 확실히 편안하게 풀어져, 그들을 감싸고 있다.


"아버지...어머니..."


유아화된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몸을 섞었다.
그 선택이 미숙했던 것.
그래서 결과적으로 시호와 아이에게 외롭게 만든 것.
그것은 평생에 걸쳐 갚아나갈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사랑한 것.
그녀가 나를 사랑해준 것.
그래서, 둘 사이에... 아이가 찾아와준 것.


그건, 그것만은.
'실수' 따위가, 아니다.



"저희, 지금부터 '가족'이 되려고 합니다."

"'지금부터'예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많이...많이 싸우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벽에 부딪히거나 길을 잃기도 할 테죠....그래도."


"저, 이녀석과 함께라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나도 시호로 인해 행복해지고 싶어요."

"그리고, 이미 '아이'라고 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을 만났어요."

우리는 행복(幸せ)해진다.
우리는 '仕合わせ'니까.

'仕'와 '合わせ'는 운명, 만남을 의미한다.
しあわせ는, '행복'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仕合わせ라는 건, 만남이라는 사건, 그 자체를 말한다.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다 이루어지고 만나게 되는 것.

우리는... 셋이서.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까, 부디.
아버지, 어머니.

아무쪼록.
부디, 그 모습을…….

제발, 그런 우리를.



"지켜봐주세요."

신이치는 고개를 숙였다.
시호도 따라서 깊이 고개를 숙였다.


부모님에 대한, 두 손 가득 채워도 모자랄 사랑과 감사를 가슴에 품은 채.
지금 곁에 서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감사로 가슴을 가득 채운 채.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딸에 대한 사랑과 감사로 떨리는 가슴을 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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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언! 바보 아들 같으니!!"


고개 숙인 내 머리를, 어머니가 울먹이며 움켜쥐었다.
그리곤 "'부모'가 '자식'을 지켜봐주는 건, 당연하잖니!!!"라고 외치면서, 내 몸을 회전시켜, 시호를 향하게 하고 내 고개를 수그러뜨리면서, 곁에서 어머니도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도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깊이, 깊이.
이번에는 부모자식 셋이서 고개를 숙였다.

"시호…우리 아들의 잘못으로 너와 너희 딸아이를…지금까지 계속 힘들게 했구나. 사과해도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단다. 그래도 사과하게 해주렴. 정말 미안하다."
"아니에요! 그건 제가..."
"시호쨩!! 그만!!"

그건, 말하지 마, 그런 말을 하게 하려는 게 아니란다...하고 어머니가 고개를 흔든다.
그리고 어머니는 시호의 두 뺨을 덥석 감쌌다.
시호는 눈을 깜박인다.

"......유키코,씨?"

그리고 어머니는 시호의 뺨을 세게 누르며 문질렀다.
마치 혼내는 것처럼.
어머니가 자식에게 벌을 주는 것처럼.

"이건, 아무 말 없이 사라져버렸던…...아이쨩에게, 시호쨩에게 주는 벌!......하지만, 그 또한 우리 바보 아들 탓이었으니까......."

어머니의 눈에는 이미 눈동자 가득 눈물이 담겨 있었고,
큰 눈에서 흘러넘치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주르르 흘러내렸다고 생각한 순간, 어머니는 시호를 끌어안았다.

"...........!!"
"시호쨩, 저희 아들을......신이치를 잘 부탁드립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점도 많지만....그렇지만..."

자랑스러운 아들이에요, 하고 눈을 감는 어머니의 말에 내 가슴도 뜨거워진다. 시호는 그런 어머니의 팔에 살짝 손을 얹고 마찬가지로 울먹였다.

".......네."

그리고 이번에는 그런 어머니와 시호 양쪽의 등에 아버지가 양 팔을 둘렀다.
두 사람을 감싸안는 아버지의 팔은 단단했다.

"시호...나도 신이치를 잘 부탁한다. 매번 상처가 나을 틈도 없이 또 다쳐서 오는 우리 아들 같은 남자에게는, 너 같은 연상 아내가 잘 어울릴 것 같구나. 요녀석 고삐 좀 단단히 잡아주렴."

그치? 하고 윙크를 이쪽으로 보낸 아버지는, 다음으로 팔 안의 시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긴 시간의 침묵 후에 아버지의 입술이 호를 그렸다.

"기쁘구나. 딸이 생기는 게 꿈이었는데."

오늘부터, 네가 우리 '딸'이구나.
하고 아버지가 정말 기쁜 듯이 웃었다.


그 말에 시호는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솔직히, 나도 조금은...눈물샘이 느슨해졌다.
정말로 요즘 우리는, 너무 눈물이 많아졌다니까.


"행복해지는 거야."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이 콧노래가 되어 부드럽게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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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나랑 유사쿠는...그, 도대체 언제쯤 만날 수 있는 걸까나?"
"..........?"

부모님과의 이야기가 끝나고, 어깨를 쓸어내릴 즈음에 어머니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손에 든 뜨거운 레몬티가 담긴 찻잔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어수선한 모습이다. 한편, 부모님께 인정받았다는 안심감이 밀려온 우리는 소파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었다. 사실 나도 시호도 어젯밤부터 긴장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던 것이다. 그리고 나보다 훨씬 긴장하고 있던 시호는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약간 울먹이고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말의 의미를 곧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 마크를 머리 위에 떠올렸다.

"정말!! 신쨩, 심술궂어!! 아까 한 대 때린 거 때문에 그래?"
"아니, 아니....그게 아니라...무슨 뜻인데?"

어머니는 고개를 홱 돌렸다.
어머니의 그런 유치한 행동에 아버지는 쓴웃음을 짓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의 말을 알아들은 것 같았다.

"뭐냐고...엄마, 이제 나이도 지긋하신 양반이 왜 아직도 애처럼 굴어?"
"그래, 내 나이 지긋하지!! 왜냐면, 나 이제 '할머니'잖아. 그러니까, 그 '할머니'를 만나게 해줘야 하는 '손주'도 있다는 뜻 아니겠냐고~!!"
"아...!"

그제서야 비로소 나와 시호는 눈을 마주쳤다.

'그렇...구나. 아빠랑 엄마한테도....보여드려야지.'

라기보단, 보여드리고 싶다.
보셨으면 좋겠다.

부모님의...이른바,


"우리 '첫 손주'를 만나게 해주련?"


부모님은 아직 만나지 못한 첫 손주를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나와 시호는 옆집 아가사 저택에서 집을 지키고 있는 사랑스런 딸을 떠올리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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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 가서 데리고 올게. 근데 두 사람 다 기가 죽어버릴 정도로 너무너무 귀여울걸?"

그리고, 얘랑 꼭 닮았다며 시호를 가리킨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시호가 하이바라 아이였을 때를 알고 있기 때문에, 둘 다 그 모습을 머리에 떠올린 것 같았다.
순간 어머니가 '후와아' 같은 뜻없는 감탄사를 내질렀다. 그리곤 양손을 고양된 뺨에 대고,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며, 점점 텐션을 올리고 있다.
덩달아 내 텐션도 올라간다.
결국, 우리도 모전자전이라는 거다.....

"그럼, 엄청 귀엽겠다~~!! 천사 아냐?"
"응! 틀림없는 천사지!! 세상 제일 귀여우니까"
"하하! 꽤나 딸바보 같은 발언이로구나…라고 하고 싶지만, 시호를 꼭 닮은 여자아이라면, 그건 정말로 사랑스럽겠지."
"응. 정말 시호 미니어처 같다니까~ 진짜 귀엽다고. 기대하고 있으셔!!"
"넵!!! 빨리 만나고 싶다!! 신쨩, 뜸들이지 말고 얼른 데려와~~!!"

나는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한 어머니에게 엄지척을 해준 뒤, 쿠도 저택을 나섰다.

어서, 부모님에게 아이를 보여주고 싶어 죽겠다.

시호는 어쩐지 불편한 듯 뺨을 물들인 채 시선을 방황하고 있었지만, 좌우지간 우리 '딸'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를 두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
만나게 해주고 싶다.

함께 아이를 데리러 간다는 아내를 다정하게 제지하고, 빠른 걸음으로 옆집과 우리집을 왕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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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노...가 아니라!!... 쿠도, 아이임니다!! 세 살이고요!! 버꼿유치원 보쑹아반임니다!!"

입고 있던 치맛자락을 꽉 잡고,
평소보다 조금 더듬거리는 말투로.
아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향해 입을 크게 벌리고 열심히 자기소개를 했다.

그 모습을 보았을 때부터 작게 떨기 시작하던 어머니는, 아이의 자기소개가 막 끝나려는 무렵에 "아아, 더는 무리!!"라며 입을 틀어막고, 힘차게 손녀를 껴안았다.

갑작스런 포옹에 아이는 눈을 깜박거렸다.

"어...." 
"아이쨩...유키코야. 내 이름은 유 키 코."
"유키코...씨?"

아이를 끌어안은 어머니 곁에 쭈그리고 앉아, 아버지도 자기소개를 이어간다.

"내 이름은 유사쿠야, 아이쨩."
"유사쿠...씨."

아이는 시선만 움직여 아버지를 바라본다.
아버지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우리가 네 '할아버지'랑 '할머니'란다."
"아이에...하부지랑...하무니."

아이는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두리번두리번 실내를 둘러보며 엄마를 찾는다.
눈만 보고도 딸의 당혹감을 눈치챘는지, 시호가 아이에게 얼른 달려가서 박사님과는 다른 할아버지라고 아버지를 소개했다.

'아, 과연...'

"둘, 이써? 하부지, 아이하테?"
"응,  두 분 계셔."
"하무니도 이써? 아이하테?"
"그럼. 아이의 멋진 할아버지랑 할머니셔."

그렇게 말하고, 시호가 어머니의 얼굴로 웃었다.
그것만으로, 아이가 안심한 것을 알 수 있다.

"하무니..."   "앗...아이쨩!! 그래그래, 할머니야!"
"하부지."   "맞아, 아이쨩."

상황을 이해한 아이는, 어머니의 팔에 작은 손을 뻗어서, 포옹에 화답하듯 옷을 꼭 쥐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반응.
그 반응에 아버지도 어머니도 눈동자가 풀어진다.

"어때!! 엄청......귀엽지? 귀엽지?"

참지 못하고 나도 끼어든다.
우리 딸의 귀여움을 공감해주셨으면 해서.
응? 그치? 하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두 사람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말하자면...약간 울 것 같은?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신이치...아까 너 한 대 때린 거, 엄마, 조금 반성하고 있어."
"뭐? 아, 아니...그건, 이젠 괜찮은데..."

뭐야 갑자기? 또 그 얘기야? 하고 미간을 찡그렸다.
하지만 어머니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 뒤에 이어지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아이를 꽉 안고 있었다.
그대로, 아이에게 뺨을 비비며 말했다.

"...고마워..."
"?"
"신이치, 시호쨩....고마워."


"나를 '할머니'로 만들어줘서, 고맙구나..."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한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면서, 아이에게 뺨을 비볐다.
그런 어머니의 뺨은 뜨거운 눈물로 젖어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지켜보는 아버지의 눈동자도 부드럽고 촉촉했다.


이토록 귀한 존재가,
이 세상에 있었구나,를 이제서야 깨달은 듯한.
그런 두 사람의 등이었다.


'아…'


역시 아이는 모두의 희망이고,
역시 아이는 모두의 빛이었다.

그 손가락이 슬며시 어머니의 뺨을 쓰다듬는다.


"하무니...울지 마...?"
"흑...후후...응! 그래...아이쨩이 너무 귀여워서 그만 울어버렸네...?"

헤헤, 하고 수줍게 웃는 엄마.
그 미소를 보고 아이도 에헤헤 웃는다.
둘이서 얼굴을 마주보고, 서로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할머니...구나."
나직이 중얼거렸다.

"잠깐! 신쨩!! 방금은 자기소개니까 편의상 '할머니'라고 자칭했지만, 나 아직 현역이거든? 아이가 유키코쨩이라고 불러주면...!"
"안 돼, 돌아가. '할머니'."
"유키코쟝!!"
"나는 유우군."
"유우군~!!"
"안, 된, 다, 고! 아빠도 장난 그만해!"
"신쨩 치사해!! 어차피 시호한테 허락받을 거니까, 괜찮아~신쨩 허락같은 건 필요없어~"
"아, 그...저는 딱히...어떤 호칭이든..."
"야!! 너 언제까지 양의 탈을 쓸 건데!! 엄마 편들어줄 필요 없다고!"
"뭐? 양의 탈 같은 거 안 썼어."
"메에메에에에"





오늘은 섣달 그믐.
나와 시호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결혼 보고와 아이 소개를 마쳤다.

"이렇게 시끌벅적한 해넘이는 처음이네."
미소 띤 아내가 딸에게 말을 건넨다.

"응!!! 엄마랑만 이찌 아나!!"
"그래...모두랑 함께야."
"응! 모두랑 하께 이써~!!!"


시끌벅적한.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해넘이.


그것이 가능해진 것에, 마음속으로 손을 모은다.


내년은, 반드시.
올해보다, 훨씬.
행복한 해가 될 거야.



우리 가족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자.



쿠도 저택에 울려 퍼지는 소란에, 토시코시소바를 지참한 박사님의 목소리가 더해져, 또 한 번 시끌벅적한 밤이 꽃피었다.
[* 年越しそば=일본에서는 섣달 그믐날 '토시코시소바'라고 하여 지나간 한 해의 액운을 끊고 새해의 행운을 비는 의미로 소바를 먹는 풍습이 있다.]


Fin.






덧.





(※다소 17금스러운 묘사 있음)





"응? 괜찮잖아! 한번만!!"
아마도 금방 끝낼 테니까, 하고 매달린다.
밤 11시를 넘긴 시각.
해넘이까지 버티지 못한 아이는 깊은 잠에 빠졌다.
지금은 어머니 품에서 새근거리며 꿈나라에 가 있다.
"평생이라도 안아줄 수 있어!"라며 어머니가 아이를 놓아주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그럼 침대 정리를..."하며, 시호가 내 방으로 와서 지금의 상황.

즉, 2층의 내 방에 나와 시호(신혼부부).
1층에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이(조부모와 손녀).

그래서, 지금 "한번만!"이라며 부탁하는 중이다.

"바보야! 당연히 안 되지!"
"왜!?"
불만을 표시하며, 아내를 내 방 벽에 밀어붙인다.

'엄마가 아이를 봐주는 지금이 기회 아냐?'
라고 생각한다.

"왜냐면...아래층에...당신.."
"아빠랑 엄마? 괜찮다구! 금방 끝내고 시치미 떼면 눈치 못 채."
"시치미라니..."
"아, 그리고 방음처리 잘 돼 있다니까, 이 방."

"그러니까, 응?"하며 얼굴을 맞대자, 입맞춤에는 응해 준다.
각도를 바꾸어, 몇 번이고 탐하듯이 쪼아대니 드디어 참을 수 없게 된다. 참지 못하고 슬그머니 하체를 문질렀다.
내 젊은 몸은 언제나 임전 태세가 된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흐...읏! 안, 된다니까!! 참아!!"
"'참을' 수 없으니까, 이럴 때를 노리는 거라고! 너, 집에서도 안 해주면서! 만지기만 해도 화내잖아!"
"그, 그건...왜냐하면 당신, 아이 앞에서도 만지려고 하니까..."
"조금은 괜찮잖아! 부부끼리 스킨십인데!"
"가끔은 스킨십 수준이 아니라…흐읏! 잠깐..."

아아, 이렇게 입씨름하는 1분 1초가 아깝다.
일단, 평소에 만지지 못하게 하는 부분에 불순하게 손을 갖다 대면서 대화를 이어간다.
만지니, 만져진 만큼 얼굴을 붉히고 눈동자가 촉촉해진 시호를 눈앞에 두고도 이 이상 참을 수는 없다.


"앗...아...그만..."
"우와...대박...너 벌써...이렇게나..."

시호의 젊은 몸도, 아무래도 곧 임전 태세가 되는 것 같은데, 그게 참을 수 없이 기뻐서 무심코 능글맞게 미소를 지었다. 당사자는 그곳이 젖어든 걸 지적받아서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그 부끄러워하는 모습에도 자극을 받는다.


"흣"
"하아..."





연말을 '마무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신혼부부는 근소한 틈을 뚫고서 무사히 '마무리'를 해냈다.

"신쨩이랑 시호쨩, 2층에 올라가더니 돌아오질 않네."
"둘은 한창 때인데, 눈치껏 내버려 둬야지."



후후, 웃으며 어깨를 기댄 황혼부부는, 손녀의 감긴 눈꺼풀을 바라보며 멀리서 들리는 제야의 종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진짜로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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