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 2경기 7블로킹 24득점 깜짝 활약

[오마이뉴스양형석 기자]

도로공사가 첫 경기 역전패의 충격을 씻고 KOVO컵 첫 승을 올렸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16일 천안 유관순 체육관에서 열린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7-25,25-17,25-16)으로 승리했다. 첫 경기에서 두 세트를 따낸 후 두 번째 경기에서 무실세트 승리를 거둔 도로공사는 1승1패로 조별리그 일정을 마치며 준결승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외국인 선수 이바나 네소비치가 서브득점 2개와 블로킹 4개를 포함해 22득점을 올리며 도로공사의 공격을 이끌었고 임명옥 리베로는 77.78%의 높은 서브리시브 성공률과 함께 17개의 디그를 기록하는 탄탄한 수비를 선보였다. 하지만 역시 이번 KOVO컵에서 도로공사가 건진 최고의 수확은 주전 센터로 활약하며 두 경기에서 24득점을 올린 정선아의 발견이다.

🔼  데뷔 시즌 V리그에서 단 1득점도 없었던 정선아는 KOVO컵 두 경기에서 무려 24득점을 올렸다.

ⓒ 한국배구연맹

데뷔 시즌에 단 1득점도 올리지 못한 전체 1순위 지명 선수

2015-2016 시즌 5위에 머물며 봄배구 진출에 실패한 도로공사는 시즌이 끝난 후 FA시장에서 '최대어' 배유나를 영입했다. 한일전산여고(현 수원전산여고) 시절부터 성인 대표팀에 선발되며 일찌감치 '천재소녀'로 이름을 날리던 배유나는 날개 공격수부터 센터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만능 선수였다. 물론 도로공사에서는 배유나를 은퇴한 장소연의 자리를 메울 센터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FA 시장에서 배유나라는 '거물'을 영입한 도로공사는 작년 가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차지하는 행운을 누렸다. 당시 여고 최대어로 꼽히던 선수는 단연 선명여고의 지민경(KGC인삼공사)이었다. 184cm의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윙스파이커 지민경은 80년대 여자배구 최고의 거포 지경희의 조카로 무한한 잠재력과 스타성을 두루 겸비한 여자배구 최고의 유망주였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유력한 1순위 후보로 꼽히던 지민경 대신 목포여상에서 라이트와 센터를 겸하던 정선아를 지명했다. 도로공사는 이미 날개 공격수 자리에 문정원, 고예림(IBK기업은행 알토스), 전새얀, 하혜진 등 90년대 태생의 유망주들을 대거 보유한 만큼 은퇴 시기가 가까워오는 노장센터 정대영의 후계자로 정선아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첫 시즌의 결과만 놓고 보면 도로공사의 정선아 지명은 대실패였다. 2순위로 인삼공사에 입단한 지민경이 프로 첫 시즌부터 29경기에 출전해 176득점을 올리며 신인왕에 오른 반면에 도로공사가 선택한 정선아는 5경기에 교체 선수로 출전해 단 1득점도 올리지 못했다. 지민경은 당연히 2016-2017 시즌 신인왕에 올랐고 정선아는 역대 최악의 1순위 지명 선수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다.

2016-2017 시즌 최하위로 추락한 도로공사는 더욱 확실한 토종 공격수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번에도 FA 시장에서 국가대표 토종거포 박정아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반면에 백업센터로 활약하던 장혜진이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돼 팀을 떠나면서 도로공사의 센터진은 더욱 약해졌다. 물론 경쟁자가 한 명 줄어들며 출전 기회를 늘릴 수 있게 된 점은 정선아에게 다행스런 부분이었다.

배유나 부상으로 얻은 주전 기회, 2경기 24득점 맹활약

대표팀 선수들이 월드그랑프리 대회를 준비하던 지난 6월 도로공사 센터진에 커다란 변수가 생겼다. 대표팀에 선발된 주전 센터 배유나가 무릎 부상 때문에 대표팀에서 이탈하게 된 것이다. 오프시즌에 이렇다 할 센터보강을 하지 못한 도로공사로서는 KOVO컵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아직 프로 데뷔 후 첫 득점도 올리지 못한 정선아를 붙박이 주전으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정선아는 지난 14일 GS칼텍스 KIXX와의 경기를 통해 프로 무대에서 실질적인 주전 데뷔전을 가졌다. 비록 팀은 1,2세트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2-3으로 대역전패를 당했지만 정선아는 풀타임을 소화한 첫 경기에서 무려 14득점을 올리며 지난 시즌 무득점에 그친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서브득점 4개와 블로킹3개를 기록하며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과시했다.

그리고 정선아는 팀이 첫 승리를 거둔 16일 기업은행전에서 첫 경기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노장 정대영과 짝을 이뤄 도로공사의 주전 센터로 나선 정선아는 블로킹 4개를 포함해 10득점을 올리며 두 경기 연속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비록 서브득점은 없었지만 공격 성공률이 60%에 달했을 정도로 노장 이효희 세터와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물론 현재 부상으로 빠져 있는 배유나가 돌아온다면 정선아는 다시 벤치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막 프로무대 적응을 시작한 정선아가 현시점에서 국가대표 센터 배유나와 경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로공사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 센터 정대영과 런던 올림픽 이후 붙박이 대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배유나가 있다. 이런 쟁쟁한 대선배들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배우기만 해도 정선아의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도로공사 입장에서도 장혜진의 임의탈퇴로 백업 센터진이 매우 약해진 상황에서 1순위 출신 유망주 정선아의 성장은 대단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도로공사는 훗날 정선아가 정대영의 자리를 물려 받으며 센터진의 자연스런 세대교체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KOVO컵에서 보여주고 있는 정선아의 성장 속도를 보면 그 시기가 조금 더 앞당겨 질지도 모른다.

http://sports.news.naver.com/volleyball/news/read.nhn?oid=047&aid=0002162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