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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창작] 케이크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

12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0 22:47:18
조회 636 추천 21 댓글 5
														

나의 이름은 세레비아.

이름 그대로 와타시에 걸맞은 세레브한 삶을 살고 있다.


"노예! 오늘의 밥을 대령하는데슷!"


『네! 세레비아님!』


나의 식사는 씹을 필요도 없이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도쿄 긴자의 고집 센 장인이 한 손으로 쥔 은은한 단맛의 스시.

그리고 이빨을 튕겨낼것처럼 탄력있는 육질 속 은은한 단맛을 자랑하는,

미국의 프라임 등급 블랙 앵거스를 화씨 1600도로 구워낸 스테이크.

입가심으로 단단하지만 씹어부수면 담백함 속에 은은한 단맛을 자랑하는,

1주일동안 설탕물을 붓고 돌려서 졸여 만든 교토산 수제 콘페이토.


물론 밥을 손으로 집어서 입에 나른다는 천박한 행위따위 하지 않는다.

애초에 세레브함으로 한껏 부푼 나의 아름다운 육체는 손으로 밥을 쥐어 입까지 나르는 행위에 적합하지 않다.

내가 입을 벌리기만 하면 사방에 늘어선 인간 노예들이 내 입으로 한 점 한 점 정성스럽게 밥을 나르는 게 엄중한 법도.

라플란드의 천연 샘에서 뜬 지구에서 가장 순수한 광천수로 입을 헹구고 근처의 노예에게 뱉어내면 식사 시간은 끝이 난다.


『세레비아님, 시간입니다』


"데… 벌써 그렇게 된 데스"


물론 나같은 세레브에게도 할 일은 있다.

오늘은 세상을 세레브함으로 가득 채우기 위한 세레브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데끄-응… 챠!"


"텟테레~♪""텟테레~♪""텟테레~♪""텟테레~♪""텟테레~♪""텟테레~♪""텟테레~♪" …


배에 힘을 주면 세레브한 나를 닮은 세레브한 자들이 쑴풍쑴풍 세상을 향해 탄성을 발한다.

태어난 나의 자들을 핥아주는 것 역시 인간들의 역할.

인간들은 감히 나의 자들이 불편함을 느끼거나 찝찝한 기분이 들지 않도록 자들을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아들어 비지땀을 흘리며 혀로 점막을 샅샅이 핥아낸다.


"데후우… 이번 자들 역시 건강하게 잘 나온데스.

다른 자들은 모두 잘 있는데스?"


""""""""""""""""""""""""""세레브한 마마의 자로 태어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한테치!

우리들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는테치!""""""""""""""""""""""""""


고개를 돌리면 지금까지 낳은 자들이 지평선을 메울 정도로 가득하다.

수를 셀 수 없을만큼 많은 자들이 여기저기 모여다니며 테치테치 떠드는 걸 보는 건 현기증으로 조금 아찔할 정도지만,

그래도 나의 덕으로 이만큼 세상이 한층 더 세레브한 모습에 가까워졌다는 걸 생각하면 뿌듯한 기분도 든다.


하지만 세레브로서의 책무엔 끝이 없다.

나는 세레브함의 유지를 위해 럭셔리 부띠끄에 가 이번 시즌의 신작 실장복을 모조리 구입하고,

디자이너를 불러 세레브함의 정수인 머리카락의 손질을 맡긴다.


[사락,사락…]


"어이! 오늘의 빗질은 형편이 없는데스!

그만하고 마담을 불러오는데스!"


『죄송합니다 세레비아님! 부디 용서를!』


"감히 세계 지고의 보물, 세레브함의 정점인 와타시의 머리칼을 손질하는데 누를 끼쳤으면서도 무엄하게 용서를 바라다니!

너같은 쓰레기는 운치굴의 프니프니 노예로 강등하는데슷!"


채찍질을 할수록 인간의 키는 줄어들고 옷과 머리털이 산산조각이 난다.

대죄인을 벌하는 건 언제나 즐겁다.

인간노예의 초라하고 무력한 모습을 보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시 유럽 왕실에만 들어가는 원목 침대에 몸을 눕히니 어느새 흘러나온 땀… 아니 세레브정수로 몸이 찝찝하다.

시종들을 불러 아와아와한 거품 목욕을 하니 하루의 피로가 노곤하게 풀린다.

내게 주어져야 마땅할 즐겁고 안락한 삶…

무거운 눈꺼풀을 느끼며 조용히 눈을 감으니 가슴 속 한 구석에서 작은 아쉬움이 느껴진다.

최근의 삶에 부족한 건 없지만 때때로 새로운 자극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데하암...Zzz.."


--------------------------------------------------------------


[[시스템 오류 - 오류코드 010101]]

관리자에게 문의하세요


Zz…

?


"뎃?"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에 나타난 파란 바탕에 하얀 글씨.

노예 인간들이 쓰는 알아볼 수 없는 문자를 담은 파란 네모칸이 허공에서 반짝인다.

놀란 나는 노예 인간을 부르려 좌우를 둘러본다.

하지만 파란 네모칸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것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모습이다.

지평선을 가득 메운 수많은 자들은 나를 향해 방긋방긋 애교부린 채로 굳어있고

주위의 노예 인간들은 엎드려 절한 모습으로 미동도 없다.


"뭐, 뭐인데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스?"


그 기괴한 현상에 당황하고 있으니 갑자기 머리에 쓴 걸 벗어던지는듯한 느낌과 함께 시야가 일변한다.

내가 몸을 쉬던 아름다운 태피스트리가 딸린 침실, 수많은 노예들과 자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대신 무채색의 기계들이 가득한 넓은 공간과 나를 둘러싼 검은 옷을 입은 대머리 동족들이 나타난다.


"설명할 시간은 없는데스, 일단 따라오는데스!"


"뎃? 뎃?"


나는 대머리들의 손에 이끌려 기계와 기계의 그림자를 따라 으슥한 곳으로 가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셀 수도 없을만큼 공간을 가득 메운 주변의 기계들 속엔 독라의 실장석들이 눈에 머리를 덮을만큼 커다란 뭔가를 쓴채로 누워서 얼빠진 미소를 지으며 버둥대고 있다.

기계들마다 딸린 수많은 로봇팔들이 이따금씩 독라들의 입에 원통형의 푸드를 나르거나 주황색 액체를 쏴서 오물을 씻어낸다.


"이쪽으로데스!"


대머리들은 금방 숨이 턱까지 차오른 나를 건물 구석의 작은 틈으로 밀어넣는다.


"...여기까지 왔으면 안전한데스.

처음 뵙겠는데스.

와타시는 실장석 저항군의 리더 데피어스데스"


작은 틈을 지나자 펼쳐진 곳엔 수많은 대머리의 동족들이 있다.

동족들은 내가 들어오자 하던 일을 멈추고 모두 나를 향해 선망, 기대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긴 어디지? 내가 있던 곳은 어떻게 된 거지? 저항군? 설명을 요구하는 나의 표정에 데피어스는 말을 이어간다.


"이곳은 소위 학대파라고 불리는 닌겐들의 시설인데스.

닌겐들은 이곳에서 우리 동족들에게 닌겐들의 기계를 씌워서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환상을 보여줌으로써 동족들을 가둬두고 있는데스.

당신 또한 닌겐들의 계략에 빠져 세레브한 삶이니 수많은 자니 하는 것들을 보고 있었을 것인데스.

하지만 당신은 우리를 구원할 선택받은 실장석인데스.

부디 동족들이 더 이상 닌겐들의 손아귀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우리 실장석 저항군을 이끌어주길 바라는데스"


데피어스의 말은 어렵고 길었지만 현명한 나는 한 번에 내가 처한 상황을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록 허상이라고해도 세레브한 생활과 수많은 자들을 잃어버린 것은 분명 가슴 한 쪽이 저려오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는 내게 맡겨진 운명과 앞으로의 모험에 대한 기대에 가슴이 뛰었다.


"그럼 와타시가 뭘 하면 되는데스?"


"...일단은 훈련데스"



--------------------------------------------------------------


인간의 거짓된 세계 속에서 나는 인간의 키를 넘는 아름다운 머리카락과 팔다리가 파묻힐 정도로 거대한 뱃살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 속의 나는 오랫동안 쓰지 않아 앙상한 팔다리와 볼품없이 튀어나온 뱃살뿐.

데피어스와 함께 뼈를 깎는듯한 고된 훈련의 나날이 이어졌다.


선택받은 자, 저항군을 이끄는 자, 오직 하나뿐인 the ONE.

세레비아를 버린 나는 나의 운명에 걸맞게 새로운 삶에 금새 적응했다.

지루한 훈련의 시간들을 빠르게 마무리한 나의 몸은 어느덧 군살 하나 없이 탄탄하고 날렵한 몸이 되어있었다.

이윽고 참모 데피어스와 나는 인간들의 시설을 습격,

예전의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수많은 동족들을 구하고 저항군의 크기를 불려나갔다.

인간들도 내게 고액의 현상금을 걸고 하얀 옷을 입은 인간들과 멍멍씨들이 밤낮없이 시설을 지키며 나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 모든 시도는 나의 용맹과 지략 앞에 모두 무로 돌아가, 이제 지상에 남은 인간들의 시설은 오직 하나뿐.

최후의 전투를 앞두고 결집한 우리들은 감히 우리에게 맞선 인간들을 향해 무기를 들었다.


"모두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던데스!

이제까지 수많은 동료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더 이상 슬픈 일은 없는데스!

오늘 우리는 닌겐들의 마지막 남은 시설을 부수고, 동족들을 해방하고, 닌겐들을 노예로 부리는데스!

모두 하나되어 싸우는데스우우우-!"


『캬악! 우리는 노예가 되지 않는다!

모두 실장석들을 막아라!』


『『『『『『네!공장장님!』』』』』』


나의 호령에 맞서 회색 잠바를 입은 머리가 벗겨진 뚱보 인간이 마찬가지로 회색 잠바를 입은 부하들을 풀어놓는다.

동료들은 거대한 녹색의 물결이 되어 드높은 회색의 장벽에 쇄도한다.

하지만 인간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듯 찢고 부수며 동료들의 수를 줄여나간다.

여기선 선택받은 자인 내가 나설 차례다.


"건방진 똥사축노예닌겐!

와타시의 보검 앞에 쓰러지는데스!"


수많은 인간들의 피를 마신 보검 '닌겐슬레이어'

그것이 붉은 궤적을 그리며 춤을 추면 인간들이 피보라를 뿜으며 쓰러진다.

그래도 인간들은 나를 잡기 위해 수많은 팔과 다리를 내밀어오지만,

나는 능숙하게 숙이고 점프하고 몸을 비틀어가면서 전부 피해낸다.

그리고 감히 나의 몸에 손을 대려한 무엄한 인간들의 팔다리를 썩둑썩둑 베어낸다.


『으갸아악-! 제가 졌습니다!

세레비아님의 노예가 될테니 부디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마침내 대머리 뚱보 인간의 부하들이 모두 쓰러지자 대머리는 사색이 되어 엎드리며 나에게 자비를 구한다.

흥! 흉하군!

하지만 자비로운 나는 못난 대머리의 양쪽에 얼마 남지 않은 머리털을 모두 뽑아버리고

빈틈없이 똥을 발라 노예의 낙인을 새기는 것으로 길었던 싸움에 끝을 고한다.


"모두들! 우리의 승리데-스!"


"""""""""""세레비아님!세레비아님!세레비아님!세레비아님!세레비아님!"""""""""""


앞으론 인간들을 노예로 부리며 자유롭고 세레브한 삶을 사는 나날이 계속될 것이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맛있는 음식, 수많은 자들과 호화로운 생활로 가득한 미래에 나는 웃음을 멈출 없다.

데프, 데프프, 데햐햐햐햐…


--------------------------------------------------------------


[축산정보통 20xx년 4월호]


'출산석 관리의 새 지평 연다… 그린 바이오테크社'

그린 바이오테크, 출산석들의 수명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 발표


기존의 실장육 공장에서는 위석에 영양제를 보충시키고 단맛에 중점을 둔 고급 사료를 공급함으로써 생산성을 늘리려 했지만

이는 비용 증가와 더불어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출산석들이 결국 위석을 자괴하거나 저질 실장육을 생산하는 등의 단점이 있었다.

그린 바이오테크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

VR HMD(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기기를 통한 가상 현실)를 씌워 24시간 출산석들이 꿈꾸는 삶을 보여주는 '파란 약' 시스템을 개발하고 출산석 관리 특허를 출원,

당해년도의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과 친환경•무영양제 인증 및 동물 복지 대상 을 수상한 바 있다.


하지만 '파란 약' 시스템에서는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올릴 수 없을만큼 올려진 가상 현실에서의 생활로 다시 출산석들의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에 그린 바이오테크는 지난 12일 출산석들로 하여금 기존의 가상 현실을 부정하고,

또다른 가상 현실을 진짜 현실로 받아들여 행복도를 리셋하는 '빨간 약' 업데이트를 개발,

가상 현실을 사용한 '출산석 올리기의 한계 돌파'에 성공했다.


그린 바이오테크 토시아키 팀장은

"이번 업데이트로 출산석들의 도파민, 세로토닌 분비 및 기대 수명이 두 배로 늘어나고

새로운 가상 세계에서 '진짜 자'들을 낳기 위해 생산량 또한 50% 상승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라고 하며

"초기 비용이 들지만 고품질 실장육의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한 '파란 약' 시스템은 미래적인 실장육 생산 체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






『휴~ 기술 시연부터 언론인터뷰까지 겨우 다 끝났네요』


『그래, 개발 초엔 실험체를 100마리나 쓸 정도로 애먹을 줄은 몰랐지만…

마지막 녀석이 훌륭한 성과를 냈어.

그럼 정리하고 오늘은 일찍 퇴근하자고』


『이녀석은 가상현실들이 가짜라고 알아채고 발광하거나 파킨하지도 않았는데…

다른 실패사례들처럼 소각로행이라니 불쌍하지않나요?』


『어쩔 수 없지…

실제론 기계에 묶여서 달콤한가?싶은 느낌만 나는 영양 중심의 사료만 먹이고,

알몸 대머리 몸뚱이를 세척액으로 씻어주기만 했지만

가상현실에서는 호화로운 음식이니 옷이니 거품목욕이니 올려준데다가 거기에 세계를 구원할 선택받은 존재라고 한계돌파를 해서 올려진 녀석이니

이제는 어떻게 애호를 해준다고 해도 현실에선 더 이상 느낄 행복이 남아있지 않을 거야.』


『하긴… 뭐 현실은 어떨지 몰라도

녀석, 표정만큼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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