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개가 많습니다. 마지막에 쓰려고 한 부분만 딱 쓰겠습니다.
*
1. 초상기인, 이광과의 결착.
"질리도록 몰려왔구만····!"
나는 열받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왜냐하면 현재 내 앞에는 세피로트의 대천사는 물론, 그 휘하의 천사들이 대량으로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저들의 힘을 다 합친다면 황제의 만신전에도 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 이상인가? 황제가 아무리 이 우주에서 군림하고 있어도 통일된 체계를 가지지 않은 것에 반해서 세피로트는 메타트론을 필두로 완벽히 하나의 우주로 정립이 되었으니까. 그런 내 앞에 한 무리가 자리잡았다.
"헤헤, 먼저 가십쇼, 창조주님."
"류하, 류오!"
"여기는 저희가 막겠습니다."
초상기인과 뇌신류 일파가 나를 보호하듯 앞에 나타났다. 류하는 언제나처럼 실실 웃는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빡대가리 황제님. 저희들을 잊어주지 않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기억이."
"처음부터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조금씩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을 뿐입니다~!"
류하의 말을 류오가 받았다.
"대웅제국의 황제여. 저희의 창조주시여. 저희들은 명대로 인간들을 관찰했습니다."
"·····."
"그들은 어리석었습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는 자들도 있었고, 남을 당연하게 등처먹으려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인간은 혼돈의 존재답게 악한 자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러냐."
"하지만 악한 자들만 있던 건 아닙니다. 그 중에는 선한 이들도,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버리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류오가 말했다.
"창조주의 명대로 저희들은 인간들을 봤습니다. 그들의 장점도 단점도,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올바른 점도 올바르지 못한 점도, 저희들은 볼 수 있었습니다."
류오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창조주님의 명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인간들과 함께 살아간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자, 그러면 합체입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류하의 말에 투덜거리던 류오가 이내 류하와 합쳐졌다.
"내 이름은 류진. 초상기인들의 왕. 우리의 창조주를 위해서 이 전장에 서겠다."
그 자리에 당당히 나타난 것은 28회차 당시에 모습을 내보인 류진. 단지 그 당시에만 하더라도 궁극의 초상기인이라고 불려 이상하지 않던 류진이, 당시보다 수백 배는 강해진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의 류진은 설령 삼황오제라고 해도 좌시할 수 없으리라. 류진의 밑에는 수많은 초상기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저들 개개인이 가볍게 대라신선을 넘어서고, 그 중에는 옛 지배자에 버금가는 초상기인들도 있으리라. 숫자는 적지만 말 그대로 최상위 군대와 맞먹는다고 할 수 있었다.
"일시적으로 이별이군요."
"레비아탄."
"가십시요, 주인님. 당신은 이런 곳에서 힘을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이내 레비아탄이 본체를 현현하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용의 모습으로 돌아간 레비아탄은 초상기인들과 함께 싸울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 뒤를 따라서 뇌신류 일파가 움직였다.
"당신은 당신의 전장으로 가시오, 백웅."
"하지만 진소청!"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의 전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상대는 외우주의 모든 전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도저히 이겨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우리들은 죽어도 상관없소. 왜냐하면 당신이라는 희망이 있으니까. 당신이 없다면 이런 희망조차도 가질 수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과한 복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나는 네가 전생자라는 것은 잘 모른다. 하지만 그 인세의 지옥에서 날 꺼내준 것, 이청운 종사를 되살려준 것, 뇌신류를 부흥시켜준 것은 잊지 않는다. 무인으로써 그 은혜를 갚겠다."
"뇌신류 검술의 종사여. 지금 그 은혜를 갚겠구나."
진소청과 청월, 독고성은 이미 각오를 다진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나는 그 이상의 말을 할 수 없었다. 각오를 다진 무사한테 각오를 묻는 것 자체가 모욕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말을 잇지 못하고 침묵하자 옆에서 또 다른 한 기척이 나타났다.
"이광."
"······."
이광은 내 중얼거림을 들었지만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마치 자신은 얼굴을 마주칠 자격이 없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더니 뚝 걸음을 옮기고는 악에 바쳐서 소리쳤다.
"네 스승은!"
"····."
"네 스승은 천하의 후레자식이었다! 제자를 제자로 보지 않는, 도구로서밖에 보지 않는 천하의 못된 자식이다! 단순히 의심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죽이려고까지 드는, 제자의 친우를 탐내는, 스스로의 현실 도피를 위해서 제자를 이용하는 천하의 이 이상 없는 개자식이다!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는 복수당해도 할 말이 없는 쌍놈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것은 분노였다. 슬픔이었다. 한탄이었다. 자기혐오였다. 저 스승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굳이 말할 것도 없었다. 나는 설마 이광이 저렇게까지 말할 줄은 몰랐기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광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설령 그 피해당사자가 용서한다고 해도! 그 사부와 제자가 받아준다고 해도! 나 자신은 결코 용서하지 못해! 네 스승을 용서하지 못한단 말이다!!!"
이광은 뒤틀리고 모순적인 인간이다. 그렇기에 자기중심적이고 제멋대로지만, 모순적인 인간이기에 대의와 의협을 가진 인간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충보국이나 그런 것을 따지지 않았으리라. 이광은 절규에 가깝게 외치고는 천천히 나를 돌아봤다. 그 표정에는 온갖 난잡한 시선이 가득담겨있었다. 이광은 입을 열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나는 독순술로 그 입모양이 '미안하····.' 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광은 말할 염치가 없다는 듯 내뱉지 못하고 다른 말을 했다.
"신념이 무를 만든다. 당신이 나한테 해준 말이오."
"···그렇소."
"내 신념을, 무를 잘 봐주시오."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전장으로 향했다. 세피라의 천사들도, 초상기인종들도, 천계의 투선, 말 그대로 총력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백웅! 이게 우리들 뇌신류의 해답이오!"
"!"
뇌신류
최종오의 개(改)
무혼
진소청을 필두로 한 4명의 일원이 돌진한다. 그들은 하나의 벼락이 담아서 진소청과 합쳐졌고, 그 힘은 세피라의 전력들의 정중앙을 뚫어내며 도륙했다고 할 수 있었다. 도저히 일개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무위! 저것이 바로 뇌신류 역대 종사들이 이론을 만들고, 진소청의 대에 이르러서 최소한의 가능성을 이끌어낸 무혼!
"·····당신의 무(武), 잘봤습니다. 스승님."
나는 그것을 최후로 다음 전장으로 향했다.
*
2. 황제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하, 빌어먹을."
<아무리 본좌라도 외우주의 존재들까지 읽을 수는 없는 법. 하물며 똑같이 인과율을 읽는 존재가 있다면 계산이 틀려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지.>
그 말대로였다.
망량이 물어본 가설, 그것은 인과율을 읽는 능력자가 둘 이상 존재한다면 어떻게 되냐는 것이었다. 똑같은 미래를 읽지만, 서로가 원하는 미래는 다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가? 둘 중에 하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수싸움을 하면서 엎치락 뒤치락을 하거나, 아니면 서로의 능력 때문에 인과율을 읽는 능력이 무효화가 된다던가 말이다.
그래서 황제는 염제 신농을 흡수하는 과격한 수단까지 쓸 수밖에 없던 것이다.
'보아하니 이미 제곡이랑 소호금천까지 흡수한 모양인데.'
내 얼굴이 썩어갈 수밖에 없었다. 현재의 황제는 종말까지는 아니지만 거기에 근접한 무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었다. 하물며 그 안에는 황제의 만신전 소속의 신격들까지 있으니 돌아버릴 수밖에 없다. 황제 하나만으로도 힘든데, 과연 이 시련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이런, 그렇다면 괜히 늦게 나왔군.>
<!>
"!"
그렇게 내가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우리들의 사이에 한 신격무리가 등장했다.
<복희!>
<오랜만이네, 황제.>
나타난 것은 복희! 그리고 그 옆에 등장한 것은 여와였다. 뜬금없는 삼황의 등장에 자리에 있는 모두가 놀랐다. 특히나 복희는 사실상 모든 힘을 잃었다고 할 수 있었는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복희는 아무리 봐도 전성기. 아니, 그 이상이었다.
<네가 어찌?>
<뭐,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 할 수 있겠지.>
쿵!
복희가 이내 오른손에 있는 그것으로 땅을 내려쳤다.
'반고의 도끼!'
그곳에 있는 것은 반고의 도끼였다.
'맞아! 내가 탁록에 가면서 복희의 일이 덮어씌어줬어. 그렇다면 이번 회차에 같은 일이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잖아!'
즉, 복희는 내가 전생하면서 곧바로 부활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서왕모가 전생 초기부터 모습을 숨긴 건 복희와 함께 있었기 때문인가?
<자네의 인과율 계산을 피하기 위해서 자네가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여태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된 거라면 나만 시간을 버린 것이 되지 않나.>
<무슨, 지혜의 현룡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막무가내의 전법을···>
<그런가? 나한테는 이게 효율적인 전법이었는데. 전생자라면 자네를 판에 끌어내릴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네.>
복희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탁록의 기억 때문에 나도 전생자 자리를 노려야 하는지 고민이었지만, 백웅의 모습에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지. 이미 나는 시도했다가 패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굳이 다시 기회를 노릴 생각은 없네. 애초에 난 승천에 대해서는 관심 없었고.>
<그걸로 좋은 거냐, 복희? 아무리 전생자라도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준다는 것은····.>
<나의 반신인 여와여. 너도 느끼고 있을 텐데, 결국 승천이라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달콤한 것이 아니다. 신좌의 기억을 어렴풋 기억하고 있을 터.>
<····.>
여와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복희의 말을 긍정한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네가 다시 나타난 것은 놀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날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이 순간을 위해서 계속 판을 기다려 왔거늘.>
쿠구구구궁!
황제가 본신의 힘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나는 그것에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반고의 도끼를 든 복희보다 황제가 더 강하다!'
전에는 내 힘이 부족해서 잘 몰랐지만, 명백히 도끼를 든 복희보다 사제를 흡수한 황제의 힘이 더 강했다. 전욱은 흡수하지 못했지만, 신농을 흡수했기에 큰 차이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 뒤에는 삼황오제한테도 크게 밀리지 않는 대신격들이 포진한 상황. 복희와 여와라고 할지라도 명백히 열세였다.
"그렇다면 우리까지 있으면 대충 균형이 맞겠군."
쿵!
그 말과 동시에 거대한 함선과 흑암의 거인이 등장했다. 그들의 등장에 재차 자리의 모두가 놀랐다.
"돕도록 하겠네, 복희."
<황제여. 우리 사제를 처음부터 기만했구나.>
나타난 것은 나일라토프와 전욱!
나일라토프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어서 가게나, 백웅."
명백히 나를 도와주겠다는 모습. 하지만 나는 나일라토프한테 데인 것이 많았기에 섣부르게 믿을 수 없었다.
"이 새끼!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냐?!"
"딱히 별다른 수작은 아니네. 아니, 맞나?"
나일라토프가 자신의 안경을 고쳐쓰며 말을 이었다.
"전생자 백웅, 자네는 섣부르게 허언을 하는 자가 아니야. 만약 그런 자였다면 저번의 내 제안을 받고는 입을 싹 닦았겠지. 그 시점부터 나는 생각했네. 내가 어떻게 해야 자네한테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 결론은 간단하더군. 자네한테 잊을 수 없는 은혜를 입히면 되더군."
"내가 네놈한테 은혜 따위를 기억할 것 같냐!"
"기억할 수밖에. 자네가 그렇게 요령이 넘쳤다면 동료들이 그렇게 모일 리도 없고, 내 제안을 안 받아들리가 없으니까."
"망할 놈이····."
"다음 전생에 보게나."
나일라토프가 훗 웃었다. 나는 녀석의 그런 모습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반박할 수 없다. 실제로 녀석이 나한테 그만한 은혜를 입힌다면 입을 싹 닦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들의 대화에 전욱이 힐끔 시선을 보냈다.
<백웅이여. 네가 한 말을 들었을 때부터 계속 생각했었다.>
"전욱."
<그리고 그 답은 제곡과 소호가 당하면서 알 수 있게 되었지. 처음부터 황제의 사지 중 하나에 불과했던 본왕은, 승천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던 본왕은 승리의 시작점에도 있을 수 없었던 것이구나.>
"·····."
"<하지만 나 전욱, 그 끝은 내가 정할 것이다. 그것이 내 패도다.>
이내 전황을 둘러본 복희가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현재의 자네와도 해볼만한 것 같군, 황제.>
"복희."
<가게나, 백웅. 자네의 전장은 이곳이 아니네.>
"····알겠습니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내 전장으로 향했다. 뒤의 폭발음을 무시하며.
3. 메타트론
"커흑!"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데미우르고스여.>
"이 씨발놈이."
내가 욕짓거리를 했다. 내 힘은 현재 삼황오제조차도 넘어섰지만, 세계수의 신력 무효화 없이는 복희나 황제 같은 승천을 노릴 수 있는 존재한테 약간 쳐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뇌혼의 잠재력을 전부 끌어내지 못한 지금의 나로써는 천사왕인 메타트론한테 뒤집다는 것을 싸움에서 느꼈다.
'그래도 포기 못해!'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가.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가.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죽어서 도망치고 싶지도 않았다. 판을 이렇게 꼬이게 만든 저 씹새끼한테 어떻게든 이기고 싶다는 만용이 무럭무럭 샘솟았다.
"····."
"십이율주?"
그리고 자리에 나타난 것은 십이율주. 녀석은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다시 메타트론을 봤다.
"나는 널 왕으로 인정할 수 없어. 지금에 와서 누군가한테 뜻을 넘기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왔으니까."
"무슨 소리를····."
"하지만 세상에는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 있기도 하지."
녀석이 나한테 목요를 내던졌다. 얼떨껼에 목요를 받아든 나는, 곧바로 내 몸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목요의 체력 회복! 그것이 지금 나한테 작용된 것이다. 내가 회복된 것을 확인한 십이율주는 이내 은하구철편을 들고는 달려나갔다.
"영광인줄 알아.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이렇게 밑지는 장사를 한 적은 없으니까. 시간 벌어주니 자살하든 말든 알아서 해."
인류최종무기.
가동.
십이율주는 자신의 총전력을 메타트론한테 돌격시켰다. 그 밑에는 내가 알 수 없는 기계병사들이 가득했다. 아마도 나일라토프의 기술력을 복제해서 만든 기계군단이리라. 수련 세계에서 상위신격한테도 통하는 힘이라는 것을 직접 체험했었다.
'도와주는 건가? 십이율주가?'
하지만 나는 자살할 염두도 내지 못하고 그 상황을 관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십이율주가 진심으로 나를 위해서 저렇게 움직인다는 것을 믿어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덩그러니 남은 목요만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씨발."
하지만 난 그 상황에 욕짓거리가 나왔다.
"씨이바아아아아아아아알!"
이대로는 못 죽겠다! 억울해서! 이 상황이 너무 개같아서! 뭐라도 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죽을 수 없다! 이대로 자살한다면 나는 전생 동료들한테 당당하게 얼굴을 들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 구!>
"세계수?"
그러자 중원에 있는 세계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함! 께! 가! 자!>
순간 중원에 있어야 하는 칠요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월요, 화요, 수요, 금요, 토요, 그리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목요의 정령의 모습까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목요를 제외한 정려들은 나를 주인으로, 인간의 왕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목요가 약간 슬픈듯 말했다.
<제가 인간의 왕으로써 인정한 것은 십이율주입니다. 하지만···>
목요가 말을 이었다.
<그는 당신한테 뜻을 맡겼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그 기대에 부응해야겠죠. 전생자 백웅이여. 당신을 우리 칠요들의 왕으로 인정하겠습니다. 당신이.>
진정한 인간의 왕입니다.
그 말과 동시에였다. 트리무르티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칠요들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나는 그것이 세계수가 자기 자신을 희생해서 칠요들을 벼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내 세계수의 아인소프오르가 방출되며 그곳에는 나한테 익숙한 그것이 잡혀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굳하게 각오를 다지며 중얼거렸다.
"일요 대해방."
4. 반고.
"내가 졌다라."
반고는 자신의 가슴을 베어낸 상흔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것을 보며 숨을 헐떡였다.
"헉, 999패, 헉, 1승입니다."
"전생자여. 노리고 있었구나."
나는 대답을 할 여력도 얼마 없었다. 반고는 나한테서 전생자의 자리를 뺏기 위해서 수백 번이나 죽인 것이다. 그것도 외신의 막강한 힘이 아니라 순수한 무의 힘으로 했기에 정신적으로써나 무인으로써나 깍여나갈 수밖에 없었다.
"외신답지 않은 외신. 그것이 당신의 약점이죠."
"내 약점이라?"
"당신은·····."
내가 말을 이었다.
"외신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백좌의 상위좌이기도 하죠."
"그래서?"
"당신의 정체성은 외신입니까? 아니면 무인입니까?"
내 말에 반고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것보다는 놀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당신의 정체성은 외신이지만 동시에 무인이기도 했죠. 그것이 당신이 외신답지 않은 외신이며 무신백좌에 들어갈 수 있던 이유. 그리고···."
"내 약점이라는 소리인가."
"그렇습니다. 신역의 힘은 마음의 힘."
나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당신의 그런 허점이 나타나길 기다렸을 뿐입니다. 몇 번이고."
"웃기는 전생자군. 몇 번이고 죽을 기회는 있었는데, 끝내 이런 결말을 맺게 하다니."
"!"
어느샌가 반고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소멸하고 있는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이냐, 전생자여. 네 자리는 결코 축복받은 자리가 아니다. 나한테 그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불행이 아니라 축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거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거부하는 것이냐?"
"결말을 보기로 정했으니까요."
"이야기의 종결자라는 것인가. 흥, 그렇군. 나는 특이점을 피한 것이 아니었다는 건가."
"무슨 소리죠?"
반고는 자조하듯 중얼거렸다.
"내 특이점····. 그건 전생자였다."
"!"
"당대의 전생자한테 소멸당하지 않기 위해서 죽음을 선택하고, 훗날을 도모했지. 하지만 그것이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이야. 외신이라도 인과율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거로군."
반고의 특이점이 전생자였다고? 뜬금없는 정보에 다소 놀랐다. 반고의 육체는 이미 하반신이 사라졌으며, 그가 무덤덤하게 나를 봤다.
"전생자여."
"전생자가 아닙니다."
나는 반고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제 이름은 백웅."
"·····."
"검신이 될 자입니다."
"아아, 그렇구나. 백웅이여."
반고는 살포시 웃으면서 소멸했다.
"네 승리다."
그 말을 끝으로 외신이자 무신백좌의 상위좌인 반고는 소멸했다. 그것을 마지막까지 지켜본 나도 자리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반고가 내 모든 것을 깎아내리고 회복하며 억지로 버텼지만, 그것을 회복하던 반고가 사라지니 더 이상 서 있을 수도 없던 것이다.
'졸리다.'
그것이 내 31번째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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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게 급완결입니다.
허리도 아프고, 현실 사정도 있고, 무엇보다 이제 스토리를 어떻게 이어나갈지 고민이라서요.
대충 위에 쓴 것처럼 역할은 다 정해놨는데 급전개 없이 어떻게 쓸지 안 떠올라서 어쩔 수 없이 그냥 급완결로 가게 되었습니다.
아, 전생검신 애독자로써 그냥 가볍게 쓴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반응이 좋아서 쓰는 입장으로서도 기분이 좋았네요. 애정도 증오도 가지게 된 전생검신. 갤에 와서 볼 정도면 다들 비슷한 기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원작 전생검신에 애정을 가지고(증오도) 잘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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