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할 연구소 입장에서는 스얼이 이 정도 퀄리티로만 나온 게 어찌보면 천만다행이라고 볼 수 있음

왜냐하면 얘네들은 이번 신작 개발 기간이 매우 짧았을 수도 있거든

일단 트리플 디럭스는 Wii 이후 3년 만에 나온 게임인데, 트디는 3DS 기종에 걸맞게 3D 기능을 적절히 활용하고 분량도 휴대용 치곤 매우 적절했음

이는 할 연구소가 3DS를 통해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기 때문임. 2D 플랫폼인 커비를 어떻게 3D 기능을 활용하면서 2D로 개발해야 할지 알아내는 것만 해도 시간이 많았을 거임. 그 증거로 예전 사장된 커비 게임 중에 플 3D로 진행하는 컨셉의 게임이 있었음. 기본 틀을 만드는 것만 해도 최소 반년은 걸렸을 거란 거지.

그리고 기본 틀만 만들어서 끝날 일이 아니야. 게임의 컨셉과 스토리도 잡아야지. 할 연구소는 남은 기간 동안 슈퍼 능력의 뒤를 잇는 능력과 마버로아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만한 스토리를 만들어야 했음. 그렇게 해서 얘네들이 결정한 게 궁극 흡입 능력인 하이퍼노바와 최종보스의 슬픈 배경 스토리였을 거임. 이렇게 하면 할은 트디만의 독창적인 요소를 넣을 수 있어서 좋고 팬들에게도 2차 창작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게 기여해주는 거니 일석이조인 거임

로보보는 많은 면에서 트디를 우려먹은 감이 없진 않아. 애초에 로보보는 트디와는 달리 개발 기간이 2년 밖에 안 됐거든. 그런데 우리는 로보보를 갓겜이라고 칭송해. 왜냐하면 로보보는 많이 우려먹었어도 핵심 요소만큼은 자기만의 독창적인 요소를 밀었거든.

바로 로보보 아머. 트디가 3D 효과를 중점으로 밀었다면 로보보는 이를 한층 더 발전시키되, 그동안 커비 게임이랑 안 맞는 분위기인 기계 컨셉을 밀고 묵직한 액션인 로보보 아머를 추가해 사골감을 최대한 줄였어. 거기에 트디 개발로 인해 얻은 짬밥을 발휘해 악당들 모두 하나하나 개성있게 만들어서 인기를 끌고 있지. 요약하자면 로보보는 기존 틀을 유지하고 좀 더 발전시켰기 때문에 성공한 거야.



반면 스타 얼라이즈는? 사실 스얼은 자세히 살펴보면 스얼만의 독창적인 요소가 별로 없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음. 왜냐하면 로보보랑 스얼의 개발 기간을 보면 알 수 있어. 2년도 아니야. 꼴랑 1년 10개월 밖에 안 되.

근데 커다란 문제가 생겼지. 하필이면 이번엔 기종이 스위치였다는 거야. 스위치는 3DS와는 비교도 안 되는 미친 성능과 독특한 컨셉으로 만들어진 기종이야.

일단 알다시피 거치형 커비는 한동안 공백기였는데, 분명 나와야 했었던 Wii U용 커비는 슈퍼 레인보우 외전작 하나만 내고 아예 안 나왔지. 게다가 Wii U 판매량이 역대 최저였던지라 닌텐도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여러 게임 개발 부서들에게 스위치용 게임을 빨리 개발하라고 적극적으로 지시했음. (본래 망유용이었던 젤다 야숨이 갑자기 스위치로 발매가 확정된 게 그 때문이었고) 아마 할 연구소도 예외는 아니었을 거야.

덕분에 할은 로보보를 다 만들자마자 개발을 새로 시작해야 했는데, 문제는 할은 스위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음. 새로운 기종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한데, 게임도 2018년까지 내야 하니 앞이 막막했겠지. 할은 항상 적어도 프레임만큼은 잘 맞췄고 로딩도 맨날 뺐는데, 이번 스얼이 반대로 된 건 기종 적응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는 걸 잘 나타내는 거임. 우여곡절 끝에 기종에 어떻게든 적응했어도 완전하게 적응한 건 아니라서 일단 미완성인 채로 급하게 내놔야만 했음

근데 이번엔 다른 문제가 나왔네? 바로 게임 컨셉과 스토리. 솔직히 E3 전에는 트레일러를 만들어야 했으니까 그 전까지 충분히 만들어야 했음

결국 할은 스얼만의 독창적인 요소는 포기하고 대신 다른 방안을 선택함.

"예전에 엎어졌던 GC판을 다시 만들자."
"모두가 가볍게 즐길 수 있게 만들자."

사실 스얼은 공개되자마자 "이거 GC 아니야?"라는 반응이 많이 나왔을 정도로 GC의 설정을 많이 가져왔음. 헬퍼 4인 플레이나, 나비형 메타 (모르포)가 다시 나온 것만 해도 우려먹기가 많았지. 할은 어떻게든 게임을 내놔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서든 예전에 버렸던 걸 다시 끌어모아야 했다는 거임.

그리고 솔플로만 하면 스위치의 의미가 퇴색되니 트디와 로보보 때의 재밌는 솔플은 버리고 본래 커비에 걸맞는 "어린 아이들도 쉽게 즐기는 캐주얼 게임"으로 개발 목표를 정해둔 거임.


할 연구소 입장에선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음. 적은 개발 기간에 이정도 퀄리티면 잘 뽑은 편임. 물론 그렇다고 그게 잘 한 건 아니고, 그걸 감안해도 부족한 점은 많아

그러니 다음 신작은 기간을 널널하게 잡아 두고 좀 더 발전된 모습의 스위치 커비를 보여줬으면 해

할 연구소 너희들은 여태까지 잘 해왔으니까, 지금은 삐걱거려도 다음은 이번 작품을 계기로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