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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얘기/스크롤압박주의) 구안산 생각하다가 써봤엉 ㅎ모바일에서 작성

머무르는사람(223.62) 2016.07.14 19:10:46
조회 396 추천 10 댓글 9
														


횽들이 봉호 정리를 잘해줘서 마무리 할 수 있었어 ㅎ
고마워 ㅎ  

.. 스크롤 압박 조심해;;


**

1.


두두두 - 하는 말발굽 소리가 천지에 울린다

사락사락 눈 내리던 날들이 어느새 서으로 갔는지 동에서 오는 봄기운이 만연한 날이었다

새생명이 움트는 계절에는 매년 봄사냥이라는 행사를 하곤 했다

황제께서 만수무강하시고 가뭄 태풍 재해 없이 오곡이 영그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올해도 무탈하게 지날 수 있도록 천지신명께서  잘 보살펴 주시기를.  

염원을 담아 제를 올린 뒤 황제의 선발대에 맞춰 다들 기세 좋게 말을 굴렀다

산이 붉게 물드는 계절의 사냥과는 반대로 말그대로 새생명이 역동하는 시기였기에 불필요한 살생은 금하는 것이 관례였고
호위를 맡는 금위군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호신용  단검 외에는 화살촉이나 창 등에는 두툼한 솜뭉치를 덧대어 가능한
한 살생을 피하도록 했다

황제가 선발대를 이끌고 나가는 것을 배웅한 후 경염은 막사 쪽으로 돌아왔다

본래 모든 황자들이 선발대에 참가해야 하지만  올해는 수인원의 어린 황친들이 많이 참가했고 사냥에 유모를 다 대동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던 터라 다른 형님들이 아버지 폐하를 모시고 임가의 어린 장수와 경염이 아이들을  보호할 겸 사냥에 대해 알려주기로 했다

물론 자신의 친우는 귀찮은데.. 라는 표정을 지었으나  잘 돌봐주렴 이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경예의 어머니이자  이모 리양을 앞에 두고 차마 "싫어요" 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이들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귀찮아 하는 구석이 있어서 팽개치고 가는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수인원의 막사에 와 보니 기우였던 듯 싶다

"활을 이렇게 들고 팔과 일직선이 되게.."


작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자세를 잡아주는 모습을 보며  경염은 새삼스럽다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답지 않게 다정하게 얘기하는걸 보아하니 자신의 친우는 간만에 멀리 나와서 기분이 좋은 듯했다

"수야 "
" 왔어?  폐하는? "
"방금 출발하셨어"
"아- 나도 선발대에 참가하고 싶었는데.."

원체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이이니 아이들만 데리고 있으니 얼마나 좀이 쑤실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경예가 가르친 대로 잘 따라와 주고 있어서 가르친 보람이 있었는데  

"아이코 "
"예진 괜찮아?"

요 동글동글 꼬맹이는 어째 늘지가 않는다

활을 당기다가 힘에 부쳤는지 아이코 하며  뒤로 나동그라지는 예진을 보고 경예가 깜짝 놀라 다가와 일으켜준다

괜찮아 괜찮아  하며 말갛게 웃는 얼굴이 귀여울 법도 하건만  어린 장수는  어휴 그것도 못하냐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예전에는 넘어지면 하얀 얼굴이 붉게 물들어 울먹울먹하곤 했는데 그래도 조금 컸다고 울지도 않고 옷을 툭툭 털며 일어나  괜찮아 하고 웃는다

경예가 예진의 뒤에 서서  봐봐 활을 이렇게 잡는거야 하며 자신이 배운 대로 자세를 잡아주자 예진도 혼자 할 때보다 진지한 자세로 활을 잡아 본다

위험하여 살은 주지 않고 활 시위만 당기며 자세를 잡아보도록 했는데 시위를 당기던 예진이 이내 아야 하고 시위를 놓는다

여린 살에 살갗이 부어올랐는지 손 끝이 붉다

어린 아이들의 손에는 아무래도 거친 시위살이 적응 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듯 싶었다


"이제 그만하고 둘 다 저쪽에 가서 불야랑 놀다 와"
"그래도 돼요? "

붉어진 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후-후- 불던 예진이  활짝 웃으며 경예를 붙잡고 가자가자 하며 저쪽으로 끈다

경예는 내심 더 배우고 싶은지 가르쳐 주던 이를 물끄러미 보았지만 정작 당사자는 7황자와 얘기 중이라 보지 못했고 예진의 손에 이끌려 저쪽으로 발을 옮겼다

아이들을 저쪽으로 보낸 뒤 두 사람은 말을 몰아 작은 강 쪽으로 향했다

구안산의 강은 작지만 수량이 풍부하고 높은 산에서 수원이 형성 되어 내려오는 터라 물이 맑고 차기로 유명했다

원체 강가나 봄사냥터가 행궁이 있는 곳이라 일반 평민은 출입이 통제 되는 곳이었으나 친우인 7황자를 앞세워 봄사냥이 아닐 때에도 자주 들르곤 했었다

특히 열이 많은 두 사람이었기에 여름이 되면 말을 몰고 나와 강가에서 물놀이를 즐기기도 했고 강가에 앉아 무예를 연마하기도 했었다


강가 나무에 말을 매어놓고 늘 그렇듯 강가 풀밭에 앉아있던 경염이 앉지 않고 저 멀리를 바라보는 친우를 이상스레 본다
  
"경염 우리 지금이라도 선발대 따라갈까? 지금 가면 얼추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선발대에 참가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지 경염을 붙잡고 갈래? 갈래? 하고 묻는다


경염 역시 선발대로 가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으나 지금 정도라면 폐하께서 이미 선물은 잡았을 것이고 지금 자신들이 뒤따라 간다고 해도 따라간 이들의 실력 상 선발대 사냥이 끝날 때와 맞닿아 있을 시간일 듯 했다

기실 자신의 친우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다른 장군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기에 저렇게 먼 곳을 보며 아쉬워 하는 것일테다


"어우 그 꼬맹이들 때문에 .."


황친의 아이들이 자신들의 신분에 취해 버릇이 없어질 것을 염려하여 폐하께서 수인원이라는 것을 만들어 현경사의 하동을 포함해 예부, 이부, 형부상서 등 각 부에서 한 명 씩 돌아가며 아이들을 가르치도록 했다.
  
그러던 중 아무래도 여럿의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젊은 황친들과 친해질 겸 젊은이를 몇 몇을 뽑아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했다

아니 근데 그게 왜 저예요?!  라고 기왕 앞에서 정색하다가 옆에 서있던 아버지에게 머리를 콩 쥐어박힌게 생각났는지 왼쪽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 양이 귀엽기도 하고 우습다

수인원의 아이들은 어려서 천방지축이기는 했지만 그 중 경예가 가장 얌전했고 아이들 역시 어른스러운 경예의 주변에 모여들곤 했다

경예가 황친들 중 임가네 어린 장군을 가장 좋아하고 따른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으니 아이들을 돌보는 임무가 그 어린 장군에게 내려졌다는 데에는 반목할 이가 없었다

내가 전생에 죄를 지었나봐  한숨을 쉬며 옆에 털썩 누워버리는 친우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삐익-  

저 멀리 앞서 가있는 몰이꾼들 쪽에서 사냥감이 가고 있다는 피리 신호가 들려왔다

두두- 하는 소리와 함께 뒤에 있던 황자들이 제단에 올릴 작은 동물이라도 잡고자 앞으로 나아갔고 어느새 뒤쪽에는 선봉에서 이미 선물을 잡은 황제와 기왕 그리고 적염군의 임 장군, 금위군 몇 만이 남아있었다

무인의 몸을 타고나 젊은 시절 전쟁터를 누비던 황제는 이제는 나이 들어 양위하여 지낼 날을 기다리고 있었고 기왕은 그 젊은 시절 황제를 빼닮은 황장자로서 향후 태평성대를 이룰 성군이 될 것이라는 평이 자자했다


다만 황제는 젊은 시절 자신이 일으켰던 모반으로 인해 의심병이 다소 있었고 이는 오랜 친우였던 임 장군이나 황장자를 대상으로 한들 비껴가지는 않았다

"오늘 선물은 경우 네가 잡았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구나"

역시나 싶을 만큼의 질문을 슬쩍 던졌다

선물이란 한 해를 풍족하고 태평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바람을 담아 제단에 올리는 사냥물을 말하며 원체 선물을 잡는 이가 한해동안 홍복을 누린다는 속설이 있었다

본래 의미는 그러했으나 치세가 안정되고 황제가 만수무강 했으면 바람이 있기에 대대로 선물은 황제가 잡았고  황제 이외 다른 황자가 선물을 잡는 것은 그가 다음 세대의 후계자임을 공표하는  암묵적인 표시이기도 했다

황장자는 말고삐를 잡은 손으로 부합하며  선물은 응당 부황 폐하께서 하셔야 하는 것이 도리에 맞고 뜻깊은 일입니다 라고 답했다

푸르륵 하는 말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허허- 겸손하구나 하고 웃고는 있었지만 황제의 눈은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다

옆에 섰던 임 장군이 기왕의 눈치를 슬 보았으나 늘 있던 일이었기에 기왕도 임 장군도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 수는 요즘 어찌하고 있는가"

아이들이 수를 꽤나 따른다고 하던데 그 아이에게 아이들을 돌보는 재주가 있을 줄은 몰랐구만 하고 입을 연다

몇 주 전 아이들을 한꺼번에 돌보기에는 어렵고 나이 차가 나는 황친들은 데면데면한 점도 있으니 이참에 젊은 이를 붙여 가르칠 겸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 어떠하냐는 의견이 있었다

처음에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고 괜히 황친들끼리 몰려다니게 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작게 보면 가족 간의 화목을 도모하는 일이요 크게 보면 훗날 나라를 지탱할 젊은이들이 친해지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이 되면 좋겠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져서 황제는 이를 허락했다

누구를 지목하여 돌보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으나 게중에 가장 어른스럽다고 하는 경예가 따르는 임 가의 어린 장군을 붙여두면 다른 아이들도 경예를 잘 따르니 자연스럽게 잘 돌볼 수 있을거라고들 했다

물론 당사자는 이러저러 하여 네가 선발이 되었다 라고 조근조근 설명하는 황장자를 앞에 두고 제가 왜? 라는 표정으로

정색하는 바람에 제 아비에게 머리를 콩 쥐어박혔지만  저 애들 돌보는 재주는 없어요 차라리 하동 누님이랑 일할래요 라고 덧붙여서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하동에게 반대쪽 머리를 콩 쥐어박혔다

애들은 너무 약하고 잘 돌볼 자신도 없고 나는 훈련 언제 하냐는 타령이 이어졌지만 요는  \'나는 언제 놀 수 있냐\' 였다

"그럼 경염 네가 같이 하렴 그럼 불만 없겠지 "

" 예? "
" 와 -!! ..  아  크흠흠  "

방방 뛰며 못한다를 외치던 친구 옆에서  얘기를 듣던  경염은 같이 하라는 말에 순간 화색이 되었다가 표정 관리를 하는
친구를 보며 자신도 친우의 작은 머리통 어딘가를 쥐어박아야 하나 순간 고민했다고 했었다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생각보다 잘 맞는 듯 합니다"

아까 보니 수인원의 아이들을 이끌고 활 쏘는 법을 알려주고 있더군요  하고  똑바로 들어- 라고 짐짓 진지하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허허- 웃었다

황제 역시 투덜투덜하면서도 할 일을 하고 있을 조카를 떠올리며 더불어 허허- 웃었다

" 아비를 닮아 무인의 성격을 타고 났으니 아이들을 돌보는게 좀이 쑤시고 그럴게야"

" 아직 어려 멋모르고 돌아다닐 줄만 아니 걱정입니다"

말은 그리 하나 임 가의 어린 장수는 일찍이 여숭 대학자의 제자 중 가장 뛰어난 제자 중 하나로 손꼽혀왔고 병법이나 기타 예기에도 재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다만 무인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가끔 욱하는 성정도 있었고
격의 없이 행동하는 것이 있어서 아비인 임 장군은 마냥 어리게만 보이는 아들이었다

"향후 황제를 보필 할 유능한 장수가 될테니 곱게 키워 주시게 "

황제 앞에서 스스럼없이 숙부님이라고 부르며 안겨 오던, 이제는 자신만큼 자란 어린 장수를 떠올리며 나직이 웃음 지었다



찬기운이 덜 가셔서 다소 쌀쌀하지만 나뭇잎 사이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이 쨍하여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나뭇잎 그림자가 여울지는 곳 아래에 누워 강바람을 쐬며 누워 잠든 친우를 보며 간만에 갖는 둘 만의 시간이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슬슬 선발대가 돌아올 시간이다
저 멀리서 둥둥--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으쌰-"
"더 자도 된다"
"아냐 이제 슬슬 돌아오실 때가 됐으니까 가봐야지"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으그그- 하며 기지개를 켠다


"  .. ?"

덩달아 일어나던 경염이 옷을 툭툭 터는 친우를 물끄러미 보다가 말없이 다가온다

가깝다는 생각에 순간 당황하여 한 발 물러섰으나 경염이 친우의 팔을 잡고 잡아당긴다


" 아.. 나뭇잎 ?"

언제 붙어있던 건지 머리 위에 작은 이파리가 붙어있었나보다
괜히 당황하여 물러섰던게 머쓱해서  어-..고마워 하고 덧붙인다

정작 당사자는 별일 아니라는 듯 나뭇잎을 저쪽으로 날려보내고 가자 하고 앞장선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묘하다

가까이 다가온 경염의 머리가 자신보다 반뼘은 더 큰거 같은..

" 경염 너 키 컸어?"



2.


선발대는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막사로 가자 이미 선발대는 도착해 있었고 황제는 피곤했는지 간단히 점심을 들고 먼저 막사로 돌아갔다

남은 이들은 각자 막사로 돌아가거나 점심 후 휴식 시간을 가지며 차를 나누고 있었다

경염은 기왕을 비롯한 다른 황자들과 함께 있었고 어린 장수는 자신의 아버지와 잠시 얘기를 나눈 뒤 경염의 옆으로 와있었다

"선발대에 참가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겠구나 "

" 자 여기.   .. 아 네 "

경염의 앞에 놓인 다기에 찻물이 가득하지만 경염은 마실 생각이 없는지 찻물이 줄어들지 않는다

옆에 앉아 보던 이가 저쪽에 있던 시비를 불러 차 말고 물을 담은 다기들을 가지고 와달라 했다

그러고는 찻물이 든 다기들을 제 쪽으로 옮기고 물이 든 다기를 친우 쪽에 놓아두고 기왕의 물음에 뒤늦게 답한다

7황자는 어릴 때부터 차를 좋아하지 않아서 늘 물만 마시곤 했다
입맛에 맞는 차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기왕이 이것저것 우려서 주었지만 맛의 차이를 그닥 느끼지 못했고
씁쓰름한 차는 찬 물 보다도 그의 흥미를 돋우지 못했다

어쩌다 달콤한 맛이 감도는 찻물을 주었을 때 윽- 하는 표정으로 찻잔을 내려놓았고 옆에서 보던 황자의 친우와 기왕은 크게 웃어버렸었다

"여전히 물만 마시는구나"
" 물소예요 물소 "

옆에 앉아 볼을 쿡쿡 찌르며  웃는다

옆에 앉아 제 볼을 찌르는 손을 잡으며 수야 하지마 하며 투닥투닥하는 모습을 보니 주변에서  어른스럽다고 칭찬  하는 동생이 새삼 이제 막 성년을 넘긴 아이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고보니 묘한 기분이 든다

"경염 키가 좀 큰 것 같구나 "



그러게.  컸다. 정말.

제가  먼저  컸다. 라고 말을 꺼내놓고 어린 장군은 어- 하고 있었고 말을 가지러 앞장서 가던 경염이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몸을 훑어보고는 그러고보니 좀 큰 것 같군 이라고 무심하게 중얼거린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비슷했던 시선이 어느 새 저 위로 높아져있다

어디 봐봐 하며 다가와서 손 자를 재자 역시.  높다

한동안 아이들에 둘러싸여 둘이 나란히 서 볼 일이 없어서였던건지 자신보다 키가 커진 경염의 모습이 새삼스러웠다

그러고보면 골격도 전보다 더 굵어진거 같고 목소리도 더 가라앉은 것 같다

팔 벌려 자신을 껴안고 팔과 허리 등을 만져보며 오- 단단하다 라고 품평하듯 얘기하는 친우를 내려다보며 왠지 모르게 가슴께가  간질간질해졌다


"이제 그만 가자 "
" 어 어 그래"

이런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팔을 넓게 벌려 이만큼 커졌네 하는 친우의 팔을 잡고 가자- 하며 이끌었다


한창 10대 성장기인 자신 보다 약관이 넘은 친우가 더 크게 자라다니 어찌 된걸까

무인 치고는 작은 손을 지닌 어린 장수가 제 친우의 희고 긴 손가락과 맞붙여 비교해 보고는 꽉 쥐어본다

그 모습을 보고 사내 아이들은 약관이 넘어서 크는 경우도 많으니 수아 너도 더 클지도 모르겠구나 하고 기왕이 웃는다

"정말요?"

그럼- . 하고 끄덕인다

나 역시도 약관이 넘어서 중반이 될 때까지 조금씩 키가 자라서 침방 아이들이 맞는 옷을 지어내느라 고생했단다
너와 같은 10대 때는 몇 달이 허다하고 쑥쑥 자라서 아예 옷을 지을 때부터 크게 지어두곤 했었지
성년의 날이 다가올 때조차도 키가 얼마나 자랄지 몰라서 침방 아이들이 꽤 고민했다고 들었다

옆에 있던 예왕도 예전 생각이 났는지 하하- 웃는다

"그래도 경염은 키만 컸지 아직 경험이 부족하니 경험으로 보자면 수아가 더 웃선이겠구나"  

아무렴~ 하고. 어깨에 힘을 넣어주는 기왕의 말에 어린 장수가 으쓱하며 씨익 웃는다

"수아는 병법을 통달하고 실전 경험도 많으니 경염이 많이 배워야할게다"
"네 형님"


" 헌왕전하 귀비께서 찾으십니다"
" 알았다 "

후궁 중 가장 미색이 뛰어나고 교태가 많은 귀비를 총애하던 황제는 황후를 금릉에 두고 귀비를 봄사냥에 데리고 왔다 몸을 치장하는 것을 즐기는 귀비는 초원의 따가운 햇살이 피부를 망친다며 막사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았다

헌왕이 자리를 뜨자 뒤이어 예왕도 먼저 자리를 떠도 될지 물어왔다

" 그래 가서 좀 쉬시게 "

황후는 젊은 시절 병으로 아이를 잃고 예왕을 양자로 입적 시켜 친아들처럼 보살펴왔다

기왕만큼 유능하고 따르는 이가 많은 예왕이지만 어린 장수는 어쩐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당사자인 예왕은 경염과 함께 있는 자신을 볼 때마다 웃으며 다가왔고 앞에서는 웃으며  예에- 하지만 예왕이 저멀리 사라지고 나면 괜시리 속이 메스꺼웠다

경염은 그런 친우를 보며 왜 그러냐 물었지만 자신도 왜 그런지 특별히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고  그냥.. 이라고만 표현했었다

오늘도 역시 .

생글생글 웃으며 기왕 옆에 자리하며 자리를 뜰 때조차 깍듯하게 예의를 차렸지만 그 예의가 진심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갑자기 느껴지는 소름에 몸을 부르르 떨자 옆에 앉은 친우는  추워? 라고만 묻는다

"아무것도 아냐"

약간 식은 듯한 차를 꿀꺽 넘겼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이리 밖에 나오니 참 기분이 좋구나"

궁에는 귀비를 제외한 황후, 후궁들과 몇 몇의 중신들이 남아 빈 자리를 메우며 정사를 논하는 중일테다

다시 말하면 지금 이시각 금릉에는 병부를 움직일 수 있는 황후만이 있을 뿐

황제와 황장자를 포함한 황자들이 봄사냥에 함께 하여 부재 중이니 삿된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군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어느 누구든 미혹 될 만한 상황이기도 했다


"경염 네가 만약 그런 삿된 생각을 하는 자라면 어찌 행동하겠느냐"
"형님 저는 절대 .."
"수아는 어떠하냐 "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절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입을 여는 동생을 보며  그럴 줄 알았다며 손을 살레살레 흔들고는 옆에 앉은 어린 장수에게 묻는다

"저라면.. 일단 금릉을 봉쇄하겠습니다"

금릉을 봉쇄하여 외부와의 연락을 원천 봉쇄해야 이쪽으로 오는 원군을 막을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병사를 움직여 곧장 이쪽으로 진군해 올 겁니다
관례대로 병부 확인을 하려고 하겠지만 매수된 자들이 있다면 이 또한 간단히 넘어갈 것이구요

"이쪽에서 먼저 소식을 접하고 산을 내려갈 수도 있지"

그러면 원군도 불러올 시간도 있을테고..

자신의 생각에 취해 중얼중얼 하는 친우의 말을  막았지만 어린 장수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럴 땐 속도가 관건이니까 그럴 시간을 주지 말아야지   만약 그대로 산을 내려온다면 분명 마주치게 될거야
적은 수의 인원으로 백병전에 대처하기란 불가능해 방어를 하며 원군을 다른 곳에서 끌어오는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어"

" 허면 네가 산을 내려가지 않고 올라오는 적과 대치한다면 어찌 할 것이냐 "

기왕의 생각도 어린 장수와 같은 것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저라면. 먼저 선수를 쳐서 적을 교란 시킬 겁니다"
"선수를 친다?"

짧은 기간 안에 금릉을 봉쇄하고 장거리를 와야 할테니 전열을 가다 듬기에는 다소 촉발했을 거다
가다듬기 전에 공격하여 전열을 흐뜨러트리고 이후에는 매복하여 야습을 대비하여 반대로 역습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 그래도 역시 백병전은 피할 수 없겠지만.. "

할 수 있는 데 만큼은 해보아야겠지요  하고 씨익 웃는다

"산을 내려가 원군만 불러올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방법이겠구나"

과연 대학자 여숭이 아끼는 제자라 할 만했다



짧다면 짧은 휴식 시간이 끝나고 기왕은 황제의 부름을 받고 막사로 자리를 옮겼다

두 사람은 말고삐를 부관들에게 넘겨주고 천천히 걸어 돌아가고 있었다

아마 지금쯤 수인원의 아이들은 책을 읽고 있거나 오수에 빠져 있을테니 천천히 돌아가기로 했다

"경염 너라면 어떻게 했을거 같아?"
" 뭐를?"
" 아까 경우 형님의 질문 말야"

"나는 절대 그런 일을.."

아- 또 그 대답이냐  하고 손바닥으로 입을 턱 막아버린다

"그거 말고. 너라면 어떻게 대응하겠냐고"

너의 충성심을 모르는 것이 아니니 묻는 말에나 잘 대답해라 하자 눈치 없는 황자는 눈만 꿈뻑꿈뻑한다

큰 눈이 꿈뻑꿈뻑하니 물소가 따로 없네

봐봐-  하며  경염의 칼을 쓱 뽑아 바닥에 쓱쓱 긋는다

" 잘봐 여기가 적진이야  어디로 들어가면 좋지? "
" 당연히 좌측이지 "
" 틀렸어"

구안산 지형을 잘 떠올려봐 왼쪽으로는 강이 흐르고 있으니 그쪽으로 가면 행군이 느려질거야
인원이 적은 상태에서 급습과 매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도권이 뺏기면 큰일이지

"아까 내 설명 제대로 안 들었지?"

듣기야 들었겠지만 순진한 물소는 설마 지엄한 황제를 상대로 그런 삿된 생각을 하는 무리가 있을거라고 생각을 못했겠지

" 나 역시 그런 나쁜 일이 일어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다만
장수라면 주변 지형을 이용해서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생각해둬야 하는 법이지 "

알아들었냐~ 하며 볼을 콕콕 찌른다




드디어 내일이면 금릉으로 돌아간다

약 3박 4일의 일정 동안 봄사냥은 순조롭게 돌아갔고 금릉에서도 별 일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며칠 전 기왕과 어린 장수가 나누었던 이야기 때문에 7황자는 다소 긴장한 듯 했으나 이내 자신의 친우가 낌새를 채고 왜 긴장했을까~ 하며 놀리는 통에 괜시리 불퉁해졌다

수인원의 아이들 내일 집에 간다는 사실에 들떠있는 듯 했고 예진은 벌써 자신의 짐을 다 싸두었다며 활짝 웃었다

"허리 세워"
" ..! "

다만 마지막 날이고 사냥터에서까지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불만이었는지 입술이 조금 나와있었을 뿐이었다

"돌아가서 하동 누님께 오늘 쓴 글을 보여드릴거니까 잘 써야 해"

하동이라는 이름을 듣자 예진은 순간 몸이 굳는다

경염과 어린 장수가 수인원에 합류하기 전까지 하동과의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수인원의 아이들은 \'하동\'이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뻣뻣하게 굳곤 했다

특히 예진의 경우  누군가 \'하\' 자면 꺼내면 자연스레 경예의 뒤로 숨곤 했다

좀이 쑤셔 하는 와중에 밖에 있는 불야가 우헝- 하고 우는 소리가 들리자 귀가 쫑긋하니 그쪽으로 향하는 듯도 하다

경염이 웃으며 친우에게 눈치를 주자  에효 하고 한숨 쉬며 다 쓰면 나가놀아도 좋다 라고 덧붙인다

"와- 경예 가자 !"

어느 틈에 다 쓴 것인지 한시진을 넘게 붙잡고 있어도 진전이 없던 글이 놀아도 된다는 말에 번개와 같이 순식간에  완성 된다

쏜살같이 뛰어나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역시 하동누님이 같이 왔어야 해 하고 중얼거린다


"경염 우리도 나가자 "

오늘은 마지막 날이고 하니 갑옷은 두고 편한 차림으로 나가도 되겠거니 두꺼운 천으로 된 장포와 갑옷을 벗어내리고 얇은 적삼과 장포만으로 몸을 감싸니 한결 몸이 가볍다

밖에 나와 찌뿌드한 몸을 쭉 피고 보니 몇몇 장수를 제외하고 다들 편한 차림으로 마지막 날을 즐기고 있었다


" 아. 독사다 "
"뭐? "
"아니 예왕 전하라구"

경염은 못 들었나보다

맡겨 두었던 말을 가져오라 이르고  어디로 가지 하며 얘기하는 차에 예왕이 그들을 발견하고 다가온다

사람 좋은 미소를 띄며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에 어린 장군이  입을 삐죽 내밀며 윽- 하는 표정을 짓자 경염은  고개를 갸웃한다

" 어디 나가는게냐"
" 예 수아랑 주변에 돌아다니다 들어올 겁니다 "

" 그렇구나 날이 좋으니 돌아다니기 좋을 때지  어디로 갈 생각이냐 "

어디로 갈 것이라 딱히 정하지 않았던 터라 두 사람이 대답을 않자 예왕이 북쪽이 산세가 깊어 탐험할 곳이 많을 것이라
일러주고는 조심해서 다녀오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경염 저쪽으로도 가보자 "

과연.  인정하기는 싫지만 구안산 북쪽은 산세가 깊고 두 사람이 못 가본 곳이기에 탐험 할 곳이 많은 곳이었다

구안산에 올 때면 정처없이 여기저기를 탐험하듯 돌아다니곤 했는데 여러 번 오르내리던 곳이라서 동서남 눈을 감고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 정도였다

처음 사냥처에 따라왔을 때는 기왕이 손수 두 사람에게 사냥터의 관례들을 알려주었고
몽지 장군이 활 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처음으로 사냥을 했을 때  활 시위를 잡고 활을 쏘던 그 날의 기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그때 한창 두 사람이 서로 경쟁하듯 무예를 연마하던 때라서 몸에 상처가 끊이지 않았었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두 사람을 보고 부모님들과 스승인 몽지는 뿌듯한 맘을 감추지 못했다

"경염 이제 그만 돌아갈..  "

저 멀리 해가 산 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며  이제 그만 돌아가자 하고 말 끝나기 무섭게

꺅- !!

" ?! 가자! "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급히 말머리를 돌렸다

북쪽 숲은 풀이 우거지고 급경사의 산비탈이 있는 곳이라서 말을 몰기가 쉽지 않았다

이리저리 무성하게 자란 수풀을 막 벗어났을 때  반대편에서  여자 2명이 튀어나왔다

놀란 말이 히힝- 하고 앞발을 들어올렸고 경염은 순간 고삐를 잡아당기며 방향을 틀었다

반대편에서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은 놀라 바닥에 주저앉아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얼굴에 흙이 묻어있고 빛바랜 옷에 머리에는 낡은 천을 둘러맨 것을 보아 어딘가에 사는 평민들인 듯 했다.

" 아녀자들이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것이냐?!"
" 저.. 저희들은.. 배가 고파 봄나물이라도 캐려고 .."

손을 덜덜 떨며 얘기하는 한 여자의 팔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 산을 헤매고 있는데  갑자기 산도적들과 마주쳐서 정신 없이 도망치던 중이었습니다 "

지난 해 봄에 보릿고개가 다소 있었던 탓에 구휼미를 풀었는데 이를 갚지 못한 몇 백성들이 산으로 숨어들었다 들었다 혹시 그 무리일지 몰랐다

어린 장군은 말에서 내려 찢어진 옷 사이로 피가 흐르는 여자의 팔을  슬쩍 보고  많이 다친거 같지는 않다 라며 소매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 팔에 묶어 주었다

그때 수풀 저 멀리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났고 무언가 급하게 움직이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황제가 머물고 있는 구안산.
그것도 행궁이 있는 곳에서 산도적이라니

경염은 소녀들끼리 왜 구안산에 하필 산세가 깊은 북쪽 기슭까지 와 있는지  물을 말이 많았으나 상세히 물을 시간이 없었다


" 경염 가자 "

경염은 묻고 싶은 말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으나 먼저 말에 올라 수풀 쪽으로 향하는 친우의 뒤를 따랐다

소녀들이 지나온 듯한 길을 따라 급히 가니 멀지 않은 곳에 여럿이 움직인 흔적이 있었다

그러나 수풀이 우거진 탓에 어디로 간 것인지 행방을 알 길이 없었고 해가 저물어 가는지 조금씩 사위에 어둠이 내렸다

"안되겠다 오늘은 일단 돌아가고 다른 통령께 순위를 부탁하자"

칼로 수풀을 헤치며 이리저리 흔적을 찾던 어린 장군은 점점 어두워지는 주변에 위험할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경염을 부르며 고객를 돌리는 순간

" !! "

마주 서있던 경염을 강한 힘으로 품에 끌어안으며 뒤돌았다

-푹

"윽 ..  "

꾹 삼킨 신음이 경염의 머리 하나 아래에서 들려왔다





"수야  괜찮아? "

창백한 얼굴로 왼팔을 붙잡고  주저앉은 수를 보며 경염은 걱정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수야 수야 "
" 난 괜찮아 "

전쟁터에서 얻은 상처도 부지기수인데
화살 하나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

다만 아무리 우거진 숲이라고는 하나 기척도 없이 살을 날리는 도적이라니.

" 아무래도 .. 함정인 듯 하다"

저릿하게 아픈 팔을 꾹 잡고 일어선다

그때 어디선가 또 다른 화살이 날아왔고 어린 장군은 한 손으로 검을 휘둘러 화살을 튕겨낸 후 경염을 끌고 나무 뒤로 몸을 피했다

긴장감에 숨소리 조차 잦아드는 순간 바스락거리며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어린 장군은 허공을 바라 보며 눈을 꾹 감고는 힘을 주어 화살대를 뚝 부러뜨렸다

뚝 부러지는 순간 덩달아 인상을 쓰는 경염을 보고  괜찮다며 웃어보이곤  눈짓을 했다

-바삭 ..

수풀을 헤치고 서넛의 복면을 한 자들이 나타나는 순간
경염은 작은 돌을 들어 힘껏,  자신의 말에게 던졌다

- 히힝 !!!!

놀란 말은 복면을 한 자들 사이로 우두두- 뛰어들었고 순간 암습들이 당황한 틈을 타 경염은  친우를 부축해 남은 말에 올라탔다

" 쫓아라 !! "


뜀박질 하는 말 뒤로 빠른 속도로 바삭바삭 수풀이 헤쳐지는 소리가 뒤따라온다

울창한 수풀을 손쉽게 거쳐내고 쫓아오는 이들은 누군가를 죽일 각오로 훈련 받고 온 자들일 터.

경염은 팔을 다친 친우가 떨어질까 제 앞 자리에 앉히고 그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저쪽도 다소 지쳤는지 다가오는 소리가 조금 멀게 느껴졌다

이미 해가 져 한치 앞을 가리기 힘들었고 두 사람을 태운 말도 슬슬 지쳐 가는지 속도가 나지 않았다

경염의 팔에 의지해 자세를 유지하던 어린 장군이 문득 고개를 들더니 오른 손으로 북쪽 비탈 쪽을 가리켰다

"저기로 가자 "

"하지만 수야 저쪽은 급사면이라서  "
".. 지금은 저 길 밖에 없어 "

친우의 창백한 얼굴을 내려다 보며 경염은 고개를 끄덕였고 고삐를 꽉 쥐고 북쪽 비탈 쪽으로 향했다


"이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 "

사냥 마지막 날이라 황제를 포함해 다 함께 저녁을 들고자 하니 잊어버리지 말라 전했거늘 저녁 시간이 넘어서도록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임 장군은 황제께 아들을 잘못 가르친 소신의 죄가 크다며 부복했고 황제는 그저  아이들이 간만에 나와 바람을 쐬느라 늦을 뿐이니 괘념치 말라 허허 웃었다

사냥 기간 동안 모두들 수고했다 덕담을 나누며 저녁을 함께 한 후,
본인들이 했던 말을 쉬이 어길 아이들이 아니었건만 저녁 시간을 한참 넘긴 시간까지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에 기왕은 결국  동생 경염의 막사로 향했다

경염과 어린 장군은 따로 막사를 쓰지 않고 함께 막사를 쓰고 있었는데 늘 상비하듯 입고 다니는 두 사람의 갑옷은 그대로 걸려있었고 낮에 나갔던 흔적 그대로였다

- 히힝

" 전하 정왕전하와 효기 장군이 돌아왔다 합니다 "

어디를 다녀 온 것인지 이런 날 천방지축 다니다니
오늘은 한소리를 하리라.

막사를 막 나가서 말에서 내리는  동생과 어린 장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어린 장수는 정신을 잃었다



"이게 어찌 된게냐 "
"산 북쪽을 헤매던 중에 함정에 빠져 자객을 만났습니다 "



"워-워-"

북쪽 비탈은 급사면이기는 했으나 몇 백성들이 나물을 캐거나 귀한 약재를 캐기 위해 오르내리는 작은 샛길이 있었고 풀숲에 가려져 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어린 장군은 이전에 아버지 임 장군과 강호를 유랑할 때 들었던 이야기를 생각하고 비탈길을 떠올렸고 순전히 운에 맡긴 것이었기에 정말 샛길이 존재하는 지에 대해서는 자신도 장담하지 못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샛길을 찾았고 위험을 감지하고 뒤로 물러서려는 말을 얼러 샛길로 들어섰다

앞에 앉은 어린 장군은 혹여 핏자국을 보고 자객들이 따라 올까 옷자락을 찢어 팔을 묶어두었고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누군가 뒤쫓아 오는 기척은 없었다

그들이 택한 샛길은 다행히 구안산 아래의 강까지 이어진 듯 했는데 산 중턱에서 갈라지는 또 다른 샛길을 따라 무사히 막사로 올 수 있었다

경염은 진영 입구에서부터 다른 이들을 불러 도움을 청하려 했으나 자신들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상기하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입구를 지나 막사까지 들어왔다

다행히 진영은 일찍 잠든 자들이 많은지 대부분 불이 꺼져있었고 몇몇 수위하는 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경염은 막사에 도착하자마자 때마침 기왕이 자신의 막사에 들어있다는 것을 듣고 도움을 요청했고 그 순간 친우는 정신을 잃었다

경염은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수를 다잡으며  수야. 수야. 이름을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기왕은 즉시 임 장군을 부르라 일렀고 임 가네 주치의를 대동하도록 했다

기왕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임 장군은 쓰러져 있는 아들을 보고 당황했고 이내 뒤따라온 주치의가 바로 치료를 시작했다



"구안산에서 자객이라니. "

두 사람이 북쪽 산을 탐험하듯 돌아다니다가 소녀 둘을 만났던 것부터 이후 산도적인가 하여 찾으려다 함정에 빠져 여기까지 오게 된 이야기를 들은 기왕은 한바퀴를 빙 돌며 생각에 잠겼다

그 와중에 주치의는 어린 장군의 맥을 짚으며 조심스레 왼쪽 팔에 묶어두었던 천을 풀어냈고 보라색으로 변한 상처 부위를 보며 기함했다

" 독입니다 "


이 정도로 색이 변하고 피가 났다면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겁니다 라고 덧붙이는 의원의 말에 경염의 미간이 구겨진다

"괜찮을 듯 싶은가"

늦게 들어온, 그것도 황자를 대동하고서 천방지축 다닌 아들을 혼내야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왔건만 창백한 얼굴로 쓰러진 아들을 보는 임 장군의 마음이 편치 않다

"다행히 도련님께서 팔을 잘 묶어 두신 덕에 독이 많이 퍼지지는 않았습니다. 해독제도 있으니 며칠 안정하면 금방 나을 겁니다"

후우- ..

눈에 띄게 안심하는 동생을 보며 기왕의 눈이 빛났다

"얼굴은 보았느냐"
"어두워서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제가 아니라.. 수아를 노린 듯 했습니다"

기실 처음 화살이 날아온 방향 상 황자인 자신을 향했다기 보다 어린 장수를 노리고 살을 날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분이 낮은 의녀 출신의 어머니를 둔, 제위 다툼에서 멀다고 할 수 있는 7황자를 해하려 해봤자 얻을 것은 없을 것이다
반대로 수아는 진양 공주와 적염군 장군의 외아들, 촉망 받는 장수이자 인재였으니

"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없애는 것이 나은 존재겠구나"

" 형님 !"

아들의 가치와 위치를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제가 따르는 기왕의 입에서 말이 나오자 옆에 선 임장군은 침음했다

" 흥분하지 말거라. 냉정하게 판단한 것 뿐이니"


살을 살짝 갈라 화살촉을 뽑아내는 이 순간에도 천을 입에 물고 신음 한번 내뱉지 않는 아이를 뒤돌아보며 기왕은 미간을 찌푸렸다

"너에게 그렇듯 나에게도 수아는 소중한 이다"

경염은 입을 다물었다

"다만 권력 싸움이란 그런 것이다"

너 역시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고 내부에 암습을 지시한 자가 있을거라고 생각했기에 도움을 청하지 않고 의연한 척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냐

" .. "

형님 전하의 말이 맞았다

경염은 스스로의 행동을 생각하며 권력의 비정함을 일부 맛 본 기분에 입안이 썼다

기왕은 누구의 소행이었는지는 짐작은 갔으나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입술을 깨무는 동생의 어깨를 두드리며 별탈 없이 돌아와 다행이다 라고 북돋았다

" 오늘 일은 함구하도록 해라. 시비들에게도 입단속을 하고.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으니"
" 예 알겠습니다"


아들의 곁에서 치료를 지켜보던 임 장군에게 동생을 도와주어 고맙다는 인사와 위로를 한 후 예에 하며 부복하는 것을 뒤로하고 기왕은 자신의 막사로 자리를 옮겼다


독으로 인해 열이 올랐는지  창백했던 얼굴이 열에 들떠 붉게 물들었다

자신이 간호하겠다며 한사코 물러나 있으라는 말을 듣지 않던 경염이 친우를 품에 안고 연신 손발을 주무르고 물을 입에 흘려넣어주었다

새벽 닭이 울 때 쯤에야 겨우 끓던 열이 잦아들었다

왠지 한쪽 팔이 저리고 몸이 붕 뜬 것 같은 감각을 느끼며 수는 눈을 떴다

열에 들떠 흐리긴 했지만 자신의 앞에 친우인 경염이 걱정스런 눈길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 쯤은 알았다

" 경염.. "

침상 한 켠에 앉아있던 경염이 무언가 불편한 것이 있을까 싶어 가까이 다가온다

".. 걱정하지마 .."

친우는 한마디를 남기고 잠에 빠져들었다





향긋한 분 냄새와 아름다운 음이 넘나드는 붉은 선의 거리.

홍등이 빛나는 거리를 허름한 차림의 소녀 둘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한 소녀는 한 쪽 팔에 피가 배인 하얀 손수건을 메고 있었다

두 사람은 누가 볼새라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서 골목을 따라 빙 둘러간 뒤 뒷문을 살짝 열어 한 기루 안으로 들어섰다

" 후우 .."

기루 안으로 들어서서야 긴장했던 숨이 터지는 듯 후우- 하고 깊은 숨을 내뱉고 다소 편한 발걸음으로 발을 옮기는 그들 앞에 아름다운 여인이 막아섰다

" 반약, 궁난"
" .. 스승님 "

"  구안산에 다녀오는 길이로구나 "

소녀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여인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소녀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섰다
다친 소녀의 팔에 묶인 천 매듭을 풀고 말없이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 잘못했습니다"

자신들의 스승은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데에 능했다

어린 시절 액유정에서 자라면서 함께 지내던 활족들을 모아 각 부처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듣고 이용해 왔으며 나중에는 기루를 배경으로 각 중요 인사들에게 자매들을 첩으로 보내 활용할 만큼 독하고
아름다운 인재였다

"반약 너는 훗날 홍수초를 이끌 중요한 사람이다 이리 실수를 해서야 되겠느냐"

소녀의 얼굴에 묻은 검뎅을 물 묻힌 수건으로 닦아주며 상냥히 말하지만 소녀는 오늘 자신의 행동에 잘못된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소녀가 고개를 숙이고만 있자 여인은 슬몃 웃으며 닦아주던 천을 갈무리한다

"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면 된단다  그러니 반약. 다음에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꼭. "


죽여야 한다.


  

하루가 지나자 창백한 끼는 다소 남아있었으나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화살 촉을 뽑거나 그냥 무방비하게 다녔다면 위험했을텐데 어린 장군이 대처를 잘 한 덕에 다행이었다며 의원은 웃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는 경염을 마주보며 괜찮다며 웃었지만 경염은 아무래도 불안한지 산에서 금릉으로 오는 내내 곁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경염 나 봐봐 "

며칠이 지난 지금도 구부렸던 몸을 피느라 으쌰- 하고 몸을 움직일 때조차 움찔. 하는 경염을 보곤
하아- 하고 한숨을 쉬고  양손으로 경염의 얼굴을 잡아 마주본다

"나 진짜 괜찮아."

자뭇 진지한듯 눈을 똑바로 보며 흔들림 없이 얘기하는 친우를 보며  경염은 멀뚱히 꿈뻑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 왼팔에 상처가 남겠지만 그래도 다 나았으니까 그렇게 걱정 안해도 돼"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

넌 너무 과보호야 어머니도 그렇고 괜찮다는데 다들 너무 걱정하셔 라며 투덜투덜하는 친우를 보며 그날 밤  기왕과 나눴던 이야기를 상기했다

가질 수 없다면 없애버리는게 나은 존재 .

나에게 너는 그저 소중한 친우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너의 존재가 위협일 수 있다.

내가 너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날과 같이 입안이 참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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