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공물 바치기를 거부했고 그 대가로 아내 파시파에가 저주받아 수소와 정을 통해 반인반우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는다. 미노스는 미노타우로스를 깊은 지하미궁 라비린토스에 가둔다. 이후 미노스는 옆나라 아테네에 인신공양의 제물로 바칠 젊은이들을 요구한다. 강대한 크레타의 압박에 약소국 아테네는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으나, 왕자 테세우스는 자신이 직접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리라 마음먹고 제물로 바쳐질 젊은이들 사이에 숨는다. 테세우스는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에게서 실타래를 받아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고 미궁을 안전하게 탈출한다.

그리스 신화가 존재와 세상에 대한 탁월한 비유임을 생각한다면, 미노타우로스와 테세우스의 이야기 역시 현실의 모습을 본떴음을 유추할 수 있다. 주위 어느곳에건 깊은 미궁이 있다. 그것은 개인의 내면에 있을 수도 있고, 하나의 거대한 시대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그 속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그에게 온갖 것을 제물로 바쳐왔다. 화형당할 마녀, 착취당할 공장 노동자, 제국주의의 원동력인 제3세계의 노예,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릴 소수자들... 크레타는 번영하기 위해 제물을 요구했고 아테네는 살아남기 위해 그것을 바쳤다. 아무도 거기에 부당함을 제기하지 않았다. 영웅 테세우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