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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실존의 역사성

Kierkegaar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7.07 23: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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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인간은 영원한 시간성 속에서 살고 있다. 현재 속에는 과거와 미래가 포함되어 있다. 죽음은 먼 곳에 있으며 죽음 뒤는 삶과 관련이 없다. 하지만 실존적인 시간성은 인간의 유한성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실존적인 순간, 순간의 충실을 통해 우리는 소멸하였다가 다시 영원할 수 있다. 하지만 실존에서도 결국 우리는 되풀이되는 무한성을 갖게 되고 만다. 순간은 이의적인 것, 즉 그 속에서 시간과 영원히 서로 접촉하는 이의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으로써 시간성, 즉 그 속에서 시간의 연원을 끊고 연원이 끊임없이 시간을 꿰뚫는 시간성이라는 개념이 결정되어 있다.

무한과 유한은 대립되는 관계가 아니라 무한이 유한을 포함하고 있다. 무한은 유한과 무한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유한에는 유한함만 있다. 따라서 유한함을 나타내는 표현은 실존과 현존 모두에 적용된다. 실존은 무한 속에 있으나 실존 속에는 유한함도 있다.

실존은 이 무한성을 받아들임으로서 비로소 극복될 수 있다. 유한한 존재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무한한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자기 자신이 되는 관계 중 어떤 부분은 유한하지 않고 무한한 존재에 관련되어 있다. 실존은 영원한 시간성 속에서 유한한 실체라는 착각 뒤에 숨어있는 현존의 기만에서 벗어나 가장 두려운 무한을 정신 속에 받아들이게 되면서 진정으로 실존이 된다.

인간은 피투성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역사성을 가진다고 여겨지지만, 우리가 개별자로 존재하는 것이 세계와 관련 없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인류의 의지는 과거로부터 우리에게 유산으로 주어져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다섯 개의 손가락을 가진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라, 인류가 무언가를 움켜잡기 위한 의지의 발현인 것이다. 이미 나의 존재는 필연적으로 공통적인 유산 속에 놓여져 있다.

이미 새로운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반복이며 보편자와 개별자 사이에서 영원히 운동하며 이미 있었던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만이 개별자에게 새롭다고 여겨질 수 있을 뿐이다. 일찍 인간의 개념을 더욱 넓게 확장하고 더욱 아름답게 완성시킬 수 있었던 것은, 이것을 영원히 수행할 수 있기 위하여 영원히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존철학의 한계는 명확하다.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에서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초월자를 끌어들이는 것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초월자의 기능은 키르케고르의 신이나 야스퍼스의 초월자나 다를 바가 없다. 결국 구원은 믿음과 관련된 것이며 믿음은 의미와 관련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카뮈가 말했듯이 시지프스처럼 아무 의미 없는 일을 영원히 해나가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동시에 이 실존철학 전체 속에는 니체 이래로 유럽 허무주의의 문제라고 불리는 매우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는 저 위기라는 것이 표현되어 있다. 실존철학 속에는 허무주의가 가장 근원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실존철학은 이 절망적인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것에서부터 다시 희망으로 출발한다는 점에서 허무주의를 극복하였다. 물론 다시 절망으로 돌아올 것도 당연하지만, 또다시 희망으로 갈 것이다.

실존철학은 절망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실존은 그저 태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실존적 사유는 절대적인 넘어섬이 아니라, 일상의 습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실존철학은 자기완결적이기에 순환논증의 오류에 열려 있다. 특히 논리 실증주의자들은 이런 모순을 견디기 힘들어 할 것이다. 하지만 논리 실증주의 속에서 형이상학을 찾아내고, 나아가 형이상학을 거부하는 모든 사유에서 형이상학을 발견해내는 것에서 실존철학 내부에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는 형이상학적 사유에 대해 당위성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실존철학을 삶에 적용시키는 것은 가장 먼저 습관에 대한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우리 삶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습관이 모여서 일상이 되고, 일상이 모여서 인생이 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습관의 중요성은 삶 속에서 망각되기 쉽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새로운 것에 흥미를 가지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연 나란 무엇인가? 어떤 행위를 한번 하였다고 그것이 나인가? 나와 관련 없는 외부의 작용으로 내가 어쩔 수 없는 행위를 하였다면 그것이 나랑 관련이 있는 것인가?

나는 그 모든 것들의 종합이다. 하지만 이 종합은 차곡차곡 쌓아올려지거나 수식의 계산처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그런 종합이 아니다. 이 종합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카오스 이론이다.

Felon이라는 영화에서 감옥에 갇힌 죄수 존 스미스는 “When your life is defined by a single action, it changes the concept of time. 한 번의 행동으로 인생이 정의되면 시간의 개념이 바뀐다.”라는 대사를 한다. 이 말은 실존의 시간 개념에서 아주 중요한 것을 나타내고 있다. 감옥에 간다는 것은 나의 인생이 타의적으로 강제적인 시간 개념 속에 던져진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나의 정신은 이미 육체라는 감옥에 갇혀있는 죄수이다. 그리고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것은, 자기와의 관계 또한 정신이라는 감옥에 갇혀있기에,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실존철학에서 시간성을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나는 몰입하여 매몰되고, 내가 매몰된 것을 알고 다시 그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또다시 몰입하여 매몰될 것이며, 내가 벗어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나는 이 굴레를 영원히 벗어날 수 없으며, 그것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겸허한 수용이 아니라, 속으로는 폭풍처럼 휘몰아치겠지만 겉으로는 고요해보이는 반항의 태도로써의 받아들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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