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이 어떤 역할을 하던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하던 '상관이 없어서' 좋은거다. 이거야말로 인종차별 성차별 모든 차별에 대한 궁극적인 이상향의 제시이기 때문이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사람들은 특이하게 생긴 종족 봐도 대부분 반응은 옷 별나게 입고 다니시는 분이네 하는 수준의 반응밖에 안 보인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우리도 이런 사고방식에 감화되게 된다.

아크바가 오징어 닮은 외계인이니까 좋은 캐릭터냐? 아니다. 그냥 아크바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인간족이어도 자와족이어도 건간이여도 각기 다른 매력이 있었을거다. 하지만 그냥 아크바라는 개인의 종족이 몬 칼라마리였을 뿐이고. 아무도 그 이상 신경쓰지 않는다.

요다도 마찬가지다. 진짜 스타워즈 모르고 캐릭터 이름만 아는 사람들은 요다를 못생김의 대명사로 썼을 정도로 생김새는 못났는데 뭐 요다를 보면서 외모지상주의 타파할려고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느낀 사람 있냐? 없을걸? 그렇다고 얼굴 보면 혐짤이라는 생각이 드냐? 에피 4에서 처음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요다 자체가 매력적인 캐릭터이다보니 영화 다 보고나서 그 쭈글쭈글하고 못생긴 얼굴을 보면 오히려 훈훈함이 느껴진다. 결국 우리는 요다라는 인물을 바라보게 되지 얼굴이나 종족은 크게 신경을 안 쓰게 된다.

관점에 따라 물론 다르겠지만, 모든 평등 운동은 이렇듯이 개개인의 인식 자체가 차별을 행하지도 찾으려 들지도 않는 단계가 목표점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흑인이니까 차별하는 거 아니에요? 여자니까 차별하는 거 아니에요? 못생겼다고 나 차별해요? 빼애액! 이런 사고방식은 노예제, 제도적 차별 등과 맞닿아있는 시대에서는 필요한 사고방식들이지만,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개개인의 인식이 차별과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오히려 편견이나 반감을 유지시키게 되지.

근데 페미니즘도 그렇고 PC운동도 그렇지만 얘들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과도기적인 단계에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념들이다. 문제는 시대가 흘러가면서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기 시작하니까 오히려 이 틀에 틀어박히다 못해 혐오로 달리려고 하는 인간들이 늘어나고 있지.

라제서 외계인 비중이 줄어들고 현실의 인종 중심으로 간 것도 이런 것 때문이겠지. 흑인이니까 좋게 봐라. 동양인이니까 좋게 봐라. 못생겼으니까 좋게 봐라. 여성이니까 좋게 봐라. 이딴 사고방식 이상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런 사상들은 결국 연출과 각본에서 드러나게 된다.

예를 들면 프리퀄에서 윈두가 나왔다고 스타워즈가 PC 의식한다는 논란이 크게 일었었나? 아니다. 반면 핀은 나오자마자 시끄러웠지. 왜 그럴까? 핀이 주연, 윈두는 조연이기도 하지만, 나는 그 이상의 문제라고 본다. 기존의 스타워즈는 '인종이 흑인인 윈두' 를 내세웠다. 하지만 시퀄은 '이름이 핀인 흑인' 밖에 내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핀은 '흑인'이라는 영화 밖의 현실의 상징성에서 벗어나 하나의 인격체로써 성립하지 못하는 것이다. 로즈나 홀도도 마찬가지다.

이게 라제가 인종 평등이나 성 평등같은 요소 면에서 봐도 기존 시리즈보다 딸리는 가장 큰 이유다. 작품은 이미 몇 십년 전에 완성품을 제시해놨는데 꽉 막힌 주제에 유연한 척 하고 싶어하는 늙은이들이 몰려들어서 오히려 과도기적인 사고수준으로 끌어내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