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속좁은 사람을 나무랄 때 밴댕이 속알딱지라고 하지요. 황교안이 유승민을 대하는 태도가 바로 그짝입니다.

작년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하면서 황교안과 한국당의 지지율이 폭락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조국 십전대보탕을 자시고도 저러는 걸 보니 황교안의 리더십에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흉보았습니다. 황교안은 이런 눈총에서 벗어나려고 보수 대통합을 제안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통합의 테이블에 바른정당계 유승민과 우리공화당 조원진, 무소속의 이언주를 함께 불렀습니다. 극과 극의 소수 정당 지도자를 한 테이블에 앉히고 자신은 중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는 속셈인데, 유승민으로서는 화가 날 만하죠. 그렇지 않아도 대구 경북에서 배신자 소리 듣는 처지인데, 배신자 노래 부르는 조원진과 함께 불러 통합에 대해 의논하겠다니? 황교안이 실제 통합할 마음은 없고, 유승민은 조원진과 같은 레벨로 깍아내리면서 모욕을 주려고 하였는지 모릅니다.

올해 초 어떤 기자가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러자 황교안은 유승민에 대해 '유아무개'라고 지칭하여 답변 몇 마디 툭 던지고 맙니다. 이름을 정식으로 부르지 않고 무명씨로 지칭한 것은 깔아뭉개려는 의도가 묻어납니다. 유승민을 ‘아무개’라고 칭할 때에는 ‘정치판에서 아무런 힘도 의미도 없는 존재, 이름을 정식으로 거명할 가치도 없을 만큼 미미한 존재’라는 멸시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 새로운보수당 창당대회가 열렸습니다. 유승민으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창당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당으로 가고 싶은데, 한국당 지도부가 안 받아주니 정당을 만들고 보수 통합을 도모하려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원내 의석을 가진 정당으로 출발하니존의 정치 세력들이 최소한의 예의를 표하는 게 관행입니다. 문 대통령이 창당대회장에 축하 화환을 보낸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런데 황교안이 이끄는 한국당에서는 화환이나 화분 하나 안 보냈다고 합니다. 조선일보가 이걸 놓칠 리 없습니다. 이를 꼬집는 내용을 소제목으로 하여 창당대회 소식을 전합니다. 황교안이 보수 대통합을 한다면, 새로운 보수당을 빼고 할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미우나 싫으나 축화 화환을 보냈어야 합니다. 아니 통합할 마음이 없어도 정치판의 관행으로라도 보냈어야 합니다. 황교안이 그걸 마다합니다.

황교안이 아직까지 단식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여전히 정신이 혼미해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당내외로부터 당대표 사퇴 압력을 받느라 정신이 사나와서 그런 걸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나 자신이 당대표에서 밀려나면, 유승민한테 당대표, 대선주자 자리를 빼앗길 것 같은 조바심에서 그러는 걸까요? 아니, 그렇다면, 그럴수록 더욱 노련하게 처신해야지요. 이렇게 밴댕이 속알딱지마냥 처신하면, 보수 진영 핵심 리더들에게 하루빨리 당대표 모가지를 잘라 주십쇼 하는 것 밖에 더 되겠어요?

ps. 유승민이 통합에 정치 생명을 바치겠다며 불출마 선언까지 하였는데, 황교안이 통합이 성사되기까지 안 만나주었다네.

      그래서인지 오늘 미통당 출범식에 불참하였고...

      절대로 대통령 감이 아니다. 어떻게 당대당 통합하면서 상대당 대표 한번 안 만나주나?

      황교안의 밴댕이 속알딱지는 안철수 어린이보다 더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