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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맥긴 - 존재의 목적/도덕의 기초

헬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8.01.07 14:48:55
조회 107 추천 0 댓글 1

밀러:
존재론에 대한 얘기는 이 쯤 접구요. 다른 건 어떨까요?
 
맥긴:
이건 심리학적으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주장은 그만큼 더 의미가 있는 건데요..
사람들은 흔히 \'신이 없다면 우리 인생이 도데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라고 묻습니다.
여러가지 수식어가 따라 붙죠. 공허하고, 하릴없는 인형극같고, 지향점도 가치도 없고 등등요..
이런 물음에 대해 제가 첫번째로 할 수 있는 대답은
우리 존재의 목적을 꼭 우리 삶의 밖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우선 이런 물음의 전제는 이렇습니다.
우리 존재 바깥에 무언가 다른 존재가 없다면 우리 존재 자체도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존재 의미는 무언가 우리의 밖에서 끌어와야 하는 거죠.
여기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다른 존재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그 존재를 신이라고 부른다면, 그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어디서 끌어와야 할까요?
여기서부터 난감한 상황에 부딪칩니다.
신의 존재 의미는 원래부터 내재된 것, 그러니까 자신의 존재 자체로부터 나오거나,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존재로부터 받아와야만 합니다.
만약에 그 의미가 내재된 거라면, 그러니까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우리 인간은 왜 그럴 수 없냐고 반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밀러:
하지만 종교인들은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꼭 존재론적 증명에 의존하지 않아도, 인간이 어떤 형태로든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런 가치와 의미를 우리에게 준 신이라는 존재가 있음을 증명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지적설계론을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로요.
 
맥긴:
그런 주장에 깔린 두가지 전제를 짚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어떤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는 거구요..
둘째, 인간의 윤리체계는 오직 신의 의지와 명령에 의해서만 지탱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우선 첫번째 주장은 반박하기 아주 쉽습니다.
인간 사회에 어떤 가치가 존재한다는 게 신의 존재를 증명한다고 할 수 없으니까요.
어디에도 두 명제를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그럴듯한 논리는 없습니다.
그건 마치 우리에게 귀가 달려 있으니 신도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만큼 엉터리 주장입니다.
우리 인간의 삶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측면이 있습니다.
예술, 가치, 가족, 등등 ... 모두가 우리가 가치있다고 여기는 것들입니다.
왜 이런 것들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신이 꼭 있어야 합니까?
좀 더 심각한 건 두번째 주장인데요.. 신이 없다면 인간의 선악판단의 기준도 붕괴된다는 주장입니다.
신이란 존재가 그걸 확인하고 승인하지 않는다면 윤리판단의 절대성은 사라진다는 생각이죠.
이런 주장의 허점은 플라톤이 이미 자신의 책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와 그의 친구 에우튀프론의 대화에서 그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서 소크라테스는 아주 설득력있는 의견을 내 놓는데요,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그가 \'도둑질하지 말라\'는 도덕적 명제를 예로 들어 묻습니다. \'왜 도둑질하는 행동이 나쁜가?\'
친구가 \'신이 그런 짓은 나쁘다고 했으니까요. 신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명령하니까요\' 라고 대답하자
소크라테스는 \'그렇다면 신은 어떻게 이 명제에 도덕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가?\'라고 되 묻습니다.
그 이유는 그 명제가 원래 그 자체로 도덕적이기 때문이지 누군가의 명령이나 지시 때문이 아니라는 거죠.
예를 바꾸어, 어떤 이가 \'살인은 옳은 일이다\'라고 주장한다고 합시다.
당장 당신은 \'말도 안돼. 살인은 나쁜 짓이야\'라고 대답할 겁니다.
그런데 그가 \'신이 살인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아닐 겁니다.
만약 신이 옳지 않은 일을 옳은 일이라고 선포한다면, 그 땐 신이 \'틀린\' 겁니다!!
아무리 신이라도 악을 선으로 바꾸어 놓을 수는 없는 거죠.
실제로 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옳은 명제를 \'반영\'하고 그것을 선포하는 것 뿐입니다.
도둑질이나 살인이 자체로 나쁘기 때문에, 신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반대가 아니라는 거죠. 신은 그런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신의 윤리성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될 겁니다.
 
밀러:
그러니까, 신의 역할은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는 도덕 관념을 확인해주는 것이라는 말씀이죠?
 
맥긴:
맞습니다.
 
밀러:
그것이 신이라는 이 가상의 존재에 투영되어, 믿음을 굳히는 역할을 하구요?!
 
맥긴:
정확합니다.
따라서 도덕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 신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는 그럴 수 없으니까요..
신의 확인이란 건 원래부터 선악이 결정된 가치에 형식적인 도장을 찍는 것에 불과합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선악의 문제는 신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사람들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자연스럽게 압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구요.
하지만 인간이 약하다는 게 문제죠. 우리는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의지가 약합니다.
마음 속으로 어떻게 해야 옳은지 알아도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죄악\'이란 관념이 생긴 겁니다.
죄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강한 부정적 관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죄를 미워하죠. 아주 나쁜 기분이 들게 만드니까요..
그러므로 이 죄를 멀리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죄를 짓지 않으려면, 이미 알고 있는 옳은 일을 행동으로 옮기도록 도와줄 뭔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약한 우리 인간들을 위해 \'신\'이라는 관념이 등장한 겁니다.
선을 실천할 수 있는 또 다른 동기를 제공하기 위해서죠.
물론 선악의 판단 자체가 이미 하나의 동기입니다. 하지만 흔들리고 깨지기 쉬운 동기죠.
하지만 이걸 절대자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면, 훨씬 강한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착한 일을 좀 더 쉽게, 좀 더 자주 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무신론자라도 이렇게 생각하는 게 불합리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이런 윤리적인 동기를 부여하는 존재로서의 신을 인정하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 인간이 종교가 주장하듯 그렇게 악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인간은 거의 항상 선한 쪽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신이 도와주지 않아도 무엇이 옳은 일인지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덧붙이면, 신을 도덕의 필수적인 \'도우미\'로 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더라도, 얼마든지 윤리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아마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게 이전에 의심했던만큼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을 겁니다.
사실은 그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신이란 존재는 우리의 윤리적 동기에서 근본적으로 순수하지 못한 요소이니까요..
왜냐하면 신이 그러라고 명령했고 상을 주니까 선한 일을 하는 게 되기 때문입니다.
순수하지 못한 생각입니다. ... 선한 일은 자체로 선한 겁니다.
그 이유 때문에, 또 오직 그 이유만으로 선한 행동을 하는 게 훨씬 더 숭고한 겁니다.
어쨌든 도덕이라는 게 신으로부터 칭찬을 듣고 기분이 좋아지기 위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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