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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분야에서 쓰이는 논증 도식들- 스타투스론

헬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8.01.07 15:46:41
조회 209 추천 0 댓글 3

논증론이 보편적일수록, 말의 내용적 알맹이는 적어진다.
이는어쩔수 없는 일이다. 툴민의 논증도식처럼 모든것을 포괄하는 도식들은 그래서 일반적이긴 하지만, 또 너무 뻔하다.

반대로 질문의 내용적 범위를 좁히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이론이 될 가능성은 분명히 더 커진다.
이를테면 \'변호사, 선교사, 심리학자 또는 광고 카피라이터는 어떻게 논증하는가?\'라는 질문을 생각해보라.
이렇게 문제설정의 범위를 좁히면, 더 구체적이고, 삶에 가깝고, 경우에 따라서는 실제상황에서 사용할 수도 있는 논증이론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몇몇 특수한 분야에서는 당장에 쓸수도 있고, 흥미롭기도 한 이론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논증형식의 적용범위가 좁아져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이론은 \'국지적\'이지 결코 \'전반적\'이지는 않다. 어쨌든 각각의 특수한 분야에 해당하는 논증형식들을 모두 정리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고전적인 경우는 법정 공방이다. 먼저 논증을 통해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또 논증을 전개하는원칙도 미리 정해져 있으며, 이에 따라 사용이 허용되는 논거들도미리 제한되어 있다. 여기서 논증 전개의 원칙들은 사법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누구도 자기가 저지르지 않은 행동으로 인해 또는 처벌의 대상이 되는 방식으로 행하지 않은 행동으로 인해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 무지로 인해 또는 고결한 동기나 공공의이익을 위해 한 행동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는다는 것, 해당법정이 재판권을 갖지 않는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것 들이다.

그리고 이로부터 갖가지 가능한 변호 논증이 나오게 된다. 이러한 상황 덕분에 이 분야의 경우에는 흥미로운 논증이론이 세워질 수 있다.
  이러한 이론의 발전은 고전수사학의 틀 안에서(특히 기원전 2세기의 헤르마고라스에 의해) 시작되었다. 네가지 스타투스(status, 그리스어로는 stasis)에 관한 이론이 그것인데, 스타투스란 변호를 할 때 핵심적으로 중요한 요점을 뜻한다. 그 네가지 스타투스는 다음과 같다.
 
●스타투스 코니엑투랄리스 : 이것은 행위자가 누구냐는 문제다. 피고가 정말로 그 행동을 저질렀는가? 피고가 낼 수 있는최상의 논거는 언제나 그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스타투스 데피니티부스 : 피고가 문제의 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행위는 기소에 사용된 개념에 해당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피고는 실제로 사원에서 어떤 여인의 지갑을 소매치기하긴 했지만, 그것이 사원 약탈은 아니다. 사원의 재산에는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는 누군가 실제로 사람을 죽게
만들긴 했지만, 고의성이 없었으므로 살인죄로 한 기소는 기각되어야 한다.
 
●스타투스 쿠알리타티스 : 어떤 행위를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지만, 그 행위의 \'(質)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조사하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변호 중에 감동적인 변호가많다. 변호방법은 여러가지다. 이를테면 피해자 또는 원고가 사실은 그 행위를 유발했다거나,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었다거나, 명령에 복종해야 할 의무 때문에 피할 수 없었다거나,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처할 위험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요약하면, 그 행동은 도덕이나 명예를 위해서 마땅히 해야 할 행동이었다는 것이다(고전적인 사례를 하나 들자면,\'예, 저는 저희 어머니를 죽였습니다. 제 어머니가 제 아버지를 살해했기 때문입니다.\'가 있다).
정치나 종교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살인은 그 행위가 특별한 성질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함으로써 정당화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투스 트란슬라치오니스 : 이것은 기소의 내용은 따지지않고, 그대신 그 기소가 중지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를 묻는 것이다. 이런 일은 법정이 그 사건을 다룰 권한이 없을 때 가능하다. 이렇게 기소를 중지시키는 것은 지금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 법정보다 실제로 권한을 지니고 있는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때처벌이 더 가벼우리라고 기대할 수 있을 때에는 피고에게 유리 할 것이다.


이 스타투스 이론의 이상은 가능한 모든 논증을 남김없이 포괄하고, 그럼으로써 이 네가지 스타투스 중 한가지만 이겨도 재판에서 이기는 것이었다. 또 이 네가지 스타투스 도식은 판사를 위한 지침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판결을 내릴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물론그 고려에는 내용이 관련되어 있다. 그러므로 순수하게 논리적인 분석이라면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 것이다.
 
스타투스 이론이 보편적인 논증의 도식이 아니고, 따라서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특수하고 제한된 것만도 아니다. 비난이나 비방을 막아내야 하는 곳이면 어디서나 이 이론을 사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호신론(護神論)의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해결책들을 분석할 때, 스타투스 이론을 아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호신론 문제란, 전지전능하고 지선(至善)하다고 전제된 신과 바로 그 신이 창조했고 그 신의 뜻에 따라 돌아가는 세상에서 창궐하는 온갖 고통과 악행들 사이의 연관에 관한 문제다. 말하자면 그 신은 세상의 악으로 인해 기소된 셈이다. 이 문제는 기독교 같은 고급 종교에게는 매우 긴박한 문제인데, 사실 기원전에이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글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신은 악을 제거할 의지는 갖고 있지만, 능력이 없다.
(이 경우 그는 전능하지 못하고, 따라서 신이 아니다.)
아니면 신은 그것을 할 능력은 있지만, 할 의지가 없다.
(이 경우, 그는 지선하지 못하고, 따라서 신이 아니다.)
그도 아니면 신은 그것을 할 능력도 없고, 할 의지도 없다.
이도 아니면 그는 할 능력도 있고, 또 할 의지도 있다.
(이럴 때만 신이라고 할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이 세상의 악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에피쿠로스는 이것을 신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 사용한다.
기독교 내부에서는 신에 대한 이 비판을 어떻게든 무력화시키려고 무던히 노력해야 했다. 이 문제에 대한 논증의 가능성을 스타투스 이론에 따라 분류해볼 수 있다. 게다가 이 이론에 따라 분류를 하면 논증의 가능성이 남김없이 검토되므로, 또 다시 새로운 논거가 나오지 않을까 염려할 필요도 없다. 이는 매우중요한 통찰이다. 신에 대한 비난을 막아내기 위한 논거로 다음과 같은 것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스타투스 코니엑투랄리스 :
이 세상의 악이 정말로 신에게서비롯되었는가? 혹시 마니교에서 말하는 어둠의 세력들 같은 또
다른 힘이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가?(하지만 이는 신의 전능함과 모순된다.)
 
●스타투스 데피니티부스:
세상에 우리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너무도 많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악인
가, 그리고 그 때문에 신이 비난받아야 하는가? 우리가 악이라고 일컫는 것들은 우리가 저지른 죄악에 대한 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신의 전능함, 지선함에 모순된다. 악의 양이 엄청나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죗값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게다가 아직 아무런 죄도 저지르지 않은 아이들은 또 왜 그렇게 고통을 겪는가? 또 신이 그렇게 지선하고 전능하다면, 좀 더 부드럽고 약한 벌로써 사람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악을 죄로 해석하면, 신의 전지함과 신에 대한 인간의 책임능력 사이에 모순에 부딪히게된다. 다시 말하자면, 신이 만든 인간이 나중에 죄를 범할 것을 신이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인간이 죄를 저지르고 난 후에 처벌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스타투스 쿠알리타티스 :
이른바 악이 이를테면 전 우주의 조화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악이 전
혀 없다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세상이 아름다워지기 위해 얼마만큼의 악과 고통이필요한지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 누군가 발을 잘라내야 한다고 할 때, 그것이 창조를 완성하는 데무슨 기여를 하는가? 이 세상에 널려 있는 가난과 아픔이 세계를 좀 더 완전하게 만들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것은 지극히 냉소적일 뿐더러, 신의 전능함과 지선함에도 모순된다.)
 
●스타투스 트란슬라치오니스 :
인간에게 신에 대해 판단을 내릴 권리가 있는가? 욥이 살던 시대 이래 신의 생각과 신의 속성에
대해 우리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닌 제한된 지성으로는신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

(이렇듯 인간의 이성에 판단권한이 없음을 지적하고 나면, 호신론 문제에 대한 이성적인 토론이 더 이상 불가능해질 뿐 아니라 신학 자체도 끝장이 나게 된다.)
 
원전:『꼴통들과 뚜껑 안열리고 토론하는법- 후베르트 슐라이허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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