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돌파고와 호선에 대국을 한다면

최정상급 기사라도 이길 수 없다는 것에 대부분이 동의할거다.

그런데 돌파고가 커파고에게 3점 깔고 지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돌파고보다 호선에서 약한 정상급 기사도, 역시나 커파고에게 3점을 깔면 질까?

나는 여기에 의문이 있다.

돌파고와 커파고의 치수를 인간과의 치수로 직접 연결시킬 수 없는 이유는

이미 구글에서 밝힌대로 커파고가 돌파고의 약점을 잘 알고 집중공략 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크다.

하지만 나는 또 다른 점에서 의문점이 있다.

젠6 이나 릴라10.0 버전 등

우리에게 상용화 된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접바둑을 깔고 두도록 해보면 실력이 그렇게 강한지 모르겠다.

오히려 호선이나 정선 등 맞바둑을 둘 때는 강력하게 느껴지던 인공지능이

접바둑을 깔면 기존의 치석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고 감각이 이상해진다는걸 느낀다.

어쩌면 5:5 승률에서 시작할 때에는 최선의 수를 잘 찾아가지만

초반에 예상치 못하게 높은 승률로 시작할 때에는

그 넓은 바둑판이 비어있는 상태에서 긴 수순동안 그 유리함을 지켜내는데 낯선 것이 아닐까?

돌파고와 커파고의 3점 접바둑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 해보자.

우리가 본 돌파고는 유리할 때 물러서는 특징을 보인다.

3점 접바둑으로 시작했다면 돌파고는 이미 시작부터 승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돌파고는 그 순간순간 최선의 수를 둔다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둔다는 명분으로 점점 그 차이를 좁혀나갈 것이다.

돌파고는 그것이 집 차이는 줄여도 승률은 높이는 방법이라고 착각하겠지만..

호선바둑에서 중반에 승률이 높아진 것과 달리, 시작부터 승률이 높아버리면

정말 긴 수순동안을 그 유리함을 지켜내야 한다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긴 시간동안 나름대로 안전하게 둔다는 수들로 인해

중반쯤 되면 어느새 반상 위의 집 차이는 매우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차이가 얼마 안나는 상황에서

(바둑에서는 접전이 한번도 없기는 힘드므로)

어느 순간 한번 수읽기 대결이 맞붙었는데

커파고가 돌파고를 압도하는 수읽기로 제압한다면

돌파고 스타일의 반면 운영으로 이미 차이가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단 한번의 접전 패배가 곧바로 역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돌파고는 이런식으로 커파고에게 3점 접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만약 박정환이나 커제 같은 정상급 기사가 (인간이)

3점 접바둑을 미리 깔고 둔다면 반면을 어떻게 운영할까?

돌파고가 그러하듯이, 최선의 수보다는 안전하게 두며 차이를 좁혀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기존에 놓인 치석 3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공격적으로 몰아칠 것이다.

실제로 바둑TV에서 오래전 실험했던 프로기사들끼리의 접바둑을 보면

3점 접바둑은 정말 전 판이 연탄공장처럼 시커매질 정도로 흑 대국자가 휘몰아친다.

물론 이렇게 돌파고와 다른 스타일이 커파고를 상대로 유리할지 불리할지는 해보기 전에는 미지수이다.

분명한건, 똑같이 3점을 깔고 두더라도 인간이 반면을 운영하는 방식은 돌파고와는 매우 다를거라는 사실이다.

즉, 돌파고가 호선에서 정상급 기사들보다 잘둔다고 하더라도

3점을 깔고 두기 시작했을 때 과연 그 3점의 효과를 인간보다 잘 살린다는 보장은 없다.

결론적으로 나는 돌파고가 커파고에게 3점 접힌다고 해서

돌파고를 못이기는 커제와 박정환이 반드시 커파고에게 3점 접힌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