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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싶다 메인갤!!)사랑...그 아픈 이름(7)

첫사랑(203.100) 2013.06.02 18:11:01
조회 987 추천 17 댓글 11

 

  남들 다 가는 군대라지만 막상 입대 날짜를 받아놓고는 마음이 뒤숭숭하고 제대로 무엇 하나 정리가 되지 않았다.

-경수야, 친구들하고 송별회는 했니? 뭐하면 집으로 한 번 불러.
 니 친구들 얼굴도 좀 보게. 엄마가 우리 아들 군대가는데 저녁은 먹여서 보내야지.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경수 어머니는 넌즈시 경수에게 친구들을 초대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학교 앞에서 혼자 살던 원룸을 정리하고 들어와 왠지 밝지 않은 아들 모습에 엄마의 마음도 편치 않아 이렇게라도 위로 아닌 위로를 하고 싶어서였다.

-됐어요. 친구들하고는 밖에서 만나면되요.
-그래도 우리 아들 친구들인데...엄마도 한 번 보자 응?
-알았어요. 얘기해 볼게요.
-그래, 당연히 가야하는 일이지만 아버지도 마음이 이런데 엄마야 오죽하겠니. 아들이라면 꿈뻑 죽는 사람인데.
-이왕 만나김에 내일 어때? 내일은 좀 빠른가? 그럼 모레는? 금요일인데다가 학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됐으니 시험기간도 아닐테고.
-엄마!
-여보, 하여간 성격 급한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하하하. 아무튼 경수가 친구들하고 시간 맞춰보고 엄마 소원이니 이왕이면 엄마 말대로 하렴.
-네.
-그런데 너 원룸, 괜찮은거니?
-뭐가요?
-아니, 얼마나 친한 사이인지 모르지만 친구가 쓴다니까 신경쓰여서. 아니면 그냥 정리하고 나중에 다시 사면 되잖아.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저보다 더 깨끗하게 잘 살거에요. 그리고 그 친구는 그냥 친구...아니에요.
-그냥 친구가 아니라니?
-당신두 참. 요즘 애들말로 베프...맞냐? 뭐 그런건가보지.
-베프요?
-그래요 친한 사이중에서도 아주 가깝고 믿을만한 친구.
-그렇담 다행이지만. 그 친구도 올거지? 누군지 우리 아들하고 베프라니 더 궁금하네.



-그래서 너희 집에 가자구?
-뭐 시간 안되면 태섭이만 가도 되구.
-안 되긴 임마. 당연히 가야지. 사실 너네집 궁금했거든. 소문처럼...
-소문처럼 뭐?
-아, 아니다. 이럴 때 민국이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민국이 대신 이인분 먹어주마 하하하.

막 제대해서 돌아온 성철은 입으로는 크게 웃고 있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제 입대를 코 앞에 둔 경수가 측은해졌다.
굳이 군대라고해서 이렇다할 것은 없지만 가족과 친구들과 떨어져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이고 그 곳에 익숙하기까지 견뎌야하는 시간들이
그리 녹녹치만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결정하고 가겠다한 것이고 남들과 쉽게 어울리는 성격이니 그리 걱정은 안되었지만 그래도...

-태섭아, 넌 얼굴이 왜 그래? 시간 안 되는거야?
-어?...아니...막상 너 송별회 얘기가 나오니까, 마음이 좀 그러네.
-왜 섭섭해서? 아니면 시원해서? 하하하.
-넌 쟤 얼굴이 시원한 얼굴이냐? 말은 안 해서 그렇지 태섭이도 너 못지 않게 서운할거다.
 그동안 니가 오죽 챙겨줬냐? 말도 많지 않던 놈이 우리랑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너랑 어울리면서 잘 웃고 술도 늘고...아, 이건 아닌가? 하하하.

  성철의 말처럼 태섭이의 얼굴은 온통 섭섭하다 못 해, 슬프기까지 해 보였지만 경수는 정작 그런 태섭에게 다가서지 못 했다.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 태섭이의 얼굴이 저럴 정도면 그 마음은 어떨지 헤아리고 남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태섭을 보는 경수의 얼굴은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며 슬쩍 돌아본 눈길이 자신을 보고 있는 태섭과 부딪쳤다
시선이 마주친 두 사람은 웃지 않았다. 아니 웃을 수가 없었다. 무엇인가 마음에서 들끓는 속삼임은 끊임없이 입으로 토해내라 재촉하는데
경수도 태섭도...잠시 그렇게 성철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반갑다 어서와라. 우리 아들 친구들이라 그런지 다 들 인물이 훤하네.
-안녕하세요 어머니.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럴 때 아니고는 우리 아들 친구들을 볼 수가 있어야지. 남의 집 얘들은 친구들도 많이 온다는데 우리 아들은 도통 그러질 않아서말야.
-엄마, 배고파요. 태섭이 이리로 앉고 성철이는 거기 앉아.
-니가 태섭이니? 이번에 우리 아들 원룸에 살게 됐다는?
-아, 네. 인사가 늦었습니다. 제가 먼저 인사드렸어야하는데.
-뭘, 그럴거 없어 태섭아. 비어있는 집 관리해주는건데. 그리고 나 돌아오면 들어가 살면되구.
-그...그렇지 뭐. 넌 어디 의대라고 했던가? 우리 아들하고는 어떻게 만났어? 같은 동아리니?
-엄마 거기까지. 질문은 나중에 하세요. 태섭이 배고파요. 그리고 갈비찜 하셨어요?
-그럼 당연하지 누구 부탁인데. 하여간 모를일이다 생전 좋아하지도 않던 갈비찜을 다 찾고.
  아줌마가 아침부터 바빴어.
-군대 가려니 식성이 변하나보죠. 먹자. 먹어 태섭아.
-그래 어서들 먹어. 엄마는 나가 있을게. 아 참. 너희들 혹시 우리 경수가 좋아한다는 애가 누군지 아니?
  친구니까 알거아냐. 어떻게 생겼어? 얼굴은 이뻐? 뭐 전공하는앤데?
-엄마!!
-알았어 물어도 못 보니. 쟤가 저렇단다. 말도 못 꺼내게 한다니까.호호. 편하게 먹어. 부족하면 아줌마한테 더 달라고하고.
  경수가 나 있으면 너희들 편히 밥 못 먹는다고 나가서 친구들 만나란다 호호호. 그럼 엄마는 나갔다 올테니 잘 놀고가.
-네 다녀오세요. 잘 먹겠습니다.

붙임성 좋은 성철이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하고 태섭도 뒤따라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퉁퉁부은 얼굴로 엄마의 뒷모습을 못 마땅하게 쳐다보던 경수는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슬그머니 갈비찜을 태섭이 앞으로 밀어주었다.

-그런데 경수 너 언제 애인 생겼어? 태섭아 넌 알고 있었어?
-아니...모르는데.
-시끄러 먹기나 해. 태섭아 갈비찜 먹어. 너 좋아하잖아.
-야, 치사한 자식. 그러니까 뭐냐 좋아하기는 커녕 먹지도 않는 갈비찜을 태섭이를 위해서 해달라고 했단말이지?
 나도 입있다 자식아. 아무리 너희 둘이 친하다지만 너무하는거 아니냐.
-너무하긴 뭐가. 너야 어머님이 해주시는 밥 먹고 다니고, 태섭이는 챙겨줄 사람도 없는데 안 그러냐 태섭아?
-후후. 너두 먹어. 아무튼 고맙다. 덕분에 갈비찜도 먹고.
-그런데 궁금하긴하다. 어머님이 저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누군가 있다는 얘긴데...
  태섭이도 모르는 사람이 누굴까? 김경수 솔직하게 불어. 누구냐?
-알 것 없어. 궁금하면 나 제대할 때까지 기다리든가.
-와...알았다 알았어. 그런데 이 음식들 다 누가 한거냐? 난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건 처음 먹어본다.
  생각보다 너네집도 좋고...역시 소문대로구만.

  먹으면서도 여전히 궁시렁거리는 성철을 째려보고는 경수는 숟가락을 들었지만 밥 생각이 없어 먹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성철이 두 그릇의 밥을 비우고 뭔가 아쉬워할 때까지 태섭의 밥은 반도 더 남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입에 맛는지 갈비찜을 맛있게
먹고 있다는 것이었다. 경수는 갈비찜이 거의 바닥이 보이자 한 그릇을 다시 채워달라고 부탁했다.

-태섭아 잠깐만, 깔끔쟁이가 이런걸 묻히고 그러냐. 

  줄지 않는 밥 그릇을 앞에 놓고 헛손질만 하던 경수는 휴지를 들어 태섭의 입가에 묻은 것을 닦아주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태섭도 성철도 심지어 경수까지도 지금의 행동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생각하지 못 했다.

-참 가지가지한다. 그렇게 못 미더우면 아에 군대도 같이 가지 그러냐.

먼저 숟가락을 놓은 성철이 끄억거리며 물을 한 잔 마시고는 한 소리를 했다.

-뭐가?
-뭐긴 임마. 태섭아 넌 이 자식이 너 입 막 닦아주고 그러는거 아무렇지도 않냐?
-어때야 하는건데?

  성철의 물음에 태섭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그러니까...아휴 말을 말자. 하여간 똑같은 놈들이라니까.
 아무튼 경수 없어도 난 그렇게 못 해준다 그렇게 알어.
 태섭이 니가 내 소중한 친구지만 입까지는 못 닦아주겠다구. 그거 남들이 보면 좀 이상한 일이야 임마.
 보통은 남자, 여자...그러니까 애인사이나 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거지.
-난 또. 경수 이러는게 뭐 하루 이틀이냐. 말을 해도 듣지를 않으니 나도 포기했다.
 그리구 뭐...그렇게 나쁘지 않구 후후후.
-성철이 너, 행여나 나 없다구 태섭이한테 내가 하는 것 처럼 했다가는 나 탈영할지도 모르니 조심해라.
  나두 태섭이니까 가능한거구 태섭이두 나니까 가능한거야 안 그러냐 태섭아?
-후후후. 글쎄. 또 모르지. 내가 다른 사람한테 니가 해준 것 처럼 할지도.
-그렇지!! 배운건 써 먹어야 하는거지. 양태섭 많이 늘었다 응 하하하.
-......
-왜?
-아냐.
-너 삐졌냐?
-아니라니까. 휴우...내가 해준 것 처럼...그게 아무나하고 되는건 줄 아냐?
-왜 아무나야. 태섭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는거지.
-좋아하는 사람? 태섭이 너, 나 없을 때 좋아하는 사람 만들고 그럴거야? 진짜루?
-후후. 야 갈비찜 정말 맛있다.
-말 돌리지 말구...하여간 여...흠흠...
-여 뭐?
-됐어. 다 먹었으면 나가자. 아주머니 커피하고 과일 좀 주세요.
-그만 나가자. 배도 부른데 무슨 커피야. 술이나 한 잔 하자.
-그럴까? 태섭이 너는?
-술? 나두 좋은데. 그런데 일단 소화는 좀 시키자. 근처 공원 같은데 없어?
-공원 가고 싶어? 산책하게? 이 근처는 없는데...그러지 말고 학교로 가자. 날씨도 선선하니 좋잖아.
-그래, 김경수 군대가면 학교 오고싶어도 못 올텐데 가자.

경수네 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경수방까지 구경을 하고는 집을 나섰다.
가을로 접어 들면서 달라진 바람은 기분좋은 토닥임으로 얼굴에 와 닿았다. 학교까지 가는 동안 성철은 경수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불으라며
경수를 괴롭혔고, 태섭이까지 궁금하다며 거들고 나서 세 사람은 시끌벅적한 가운데 학교에 도착했다.
사가지고온 소주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자 성철은 수위 아저씨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술을 사러 나갔다.
어둠이 내려앉은 잔디밭에는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바람이 그네를 타고 있었다. 턱을 괴고 앉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자세로 앉아 있는
태섭을 바라보던 경수는 내밀려던 손을 급히 감추었다. 바람이 부는대로 흔들리는 머리카락에서 좋은 향이 나는 것 같았다.

-태섭아 뭘 그렇게 생각해.
-......생각...안 해.
-그럼...왜 그러구 있어. 술 취한거야? 그러게 좀 천천히 마시지.
-술이 마시고 싶어서. 마셔도 마셔도 오늘은 취하지 않을 것 같아서.
-무슨...일 있어?
-아니...그냥...술...달다 오늘은. 성철이는 술사러 가서 왜 이렇게 안 오는거야.
-태섭아, 너 오늘 좀 이상한거 알어? 정말 아무일 없는거 맞어?
-없어, 없다구!!...
-아, 깜짝이야. 없으면 없는거지 왜 갑자기 소리는 지르고 그래.
-너 정말 나쁜놈인거 알어? 후후...김경수...너 정말 나쁜 놈이야.
-내가 왜? 에이 너 취한거 맞네. 그만 마셔라.
-나한테...
-아, 짜증나.

술을 사러 갔던 성철이 잔뜩 성이 난 채 돌아와서는 벌컥 거리며 술병 채 마시기 시작했다.

-넌 또 왜?
-지선이 말야, 어떤 남자애하고 나란히 걸어가길래 쫓아가서 누구냐고 물었더니...하 참나...새로 사귄 애인이란다.
-애인? 에이 설마. 너하고 잘 되고 있는거 아니었어?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사실 지난 번에 좀 다투었거든. 고집 좀 꺽어보려구 연락 안 하고 있었는데...어이가 없어서 원.
-너 열받으라구 일부러 그러는거 아냐? 기다려봐. 내가 보니까 지선이도 너 맘에 있어하는거 같던데.
-으이구 이느무 기집애 진짜.
-술 사왔으면 따라봐 너만 마시지말구.

태섭이 발갛게 열이 오른 얼굴로 술 잔을 내밀자, 성철은 그제야 잔을 채워주었다. 하지만 태섭이 미처 술을 마시기 전에 경수가 술잔을
빼앗아서는 홀짝 마셔버렸다.

-너 뭐하는거야.
-그만 마셔. 너 취했어.
-성철아 잔 줘. 그리고 김경수 이 나쁜 놈아, 내가 취하든 말든 니가 무슨 상관이야.
-와 양태섭 멋진데. 좋았어. 오늘 기분도 안 좋은데 술이나 실컷 마셔보자.
-그만 마시라고 했지. 성철아 잔 나 줘.
-왜, 태섭이가 마신다는데. 보호자 노릇 그만하고 태섭이 하고 싶은대로 하게 놔 둬.

  성철이 태섭이 앞에 잔을 내밀며 경수를 향해 쏘아부쳤다. 어이없는 경수의 표정과는 달리 의기양양한 태섭과 성철은 어느 새 죽이 맞아
경수가 없는 듯 행동했다.

-태섭아, 천천히 마셔. 술 많이 늘었는데 하하하.
-후후...술...좋은거지...술...
-취했다. 성철아 그만 마시자, 태섭아 일어나 데려다줄게.

경수가 태섭의 팔을 잡으려하자 태섭은 매섭게 뿌리치고는 다시 술 잔을 잡았다.

-놔 둬라.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지. 태섭이도 쌓인게 많나보다.
-군대...안 간다며...나...좋아한다며...
-태...태섭아...

난데없는 말에 경수가 놀라 태섭이를 불렀고, 성철은 취한 와중에도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껌뻑거렸다.

-뭐야? 경수야 태섭이...지금 무슨 말 하는거야?
-무슨...말이긴 임마. 취해서 그냥...
-나, 안 취했어...안 취했다구...난...지금이 좋은데...경수랑, 민국이랑...성철이랑...친구가 생겨서 좋은데...
-태섭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놔 둬봐. 무슨말하는지 들어보게. 그래 태섭아 얘기해. 지금이 좋은데...
-경수야...김경수...너 군대가면...이제 못 보는거지? 나 면회도 안 갈거구...휴가 나와도 너...안 볼거야.
-......
-......
-넌 전생에 아마...조련사였을거야. 너한테 길들여지게 만드는 조련사...
  괜찮아. 너 같은거 없어도...괜찮아. 보란듯이 여자친구 만들어서 결혼두 하구...또...데이트도 하구...또...행복하게 살거야.
 그러니까 넌...가버려.
-조련사라니 그건 또 무슨말이야.
-조련사? 성철아 조련사가 뭐하는 사람인지 몰라? 먹을 때마다 챙겨주구...어디 갈 때마다 같이 가주구...공부한다면 도서관 자리 맡아주구...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라면도 끓여주구...일년동안...그렇게 날 조련한거야 크크큭...나쁜 놈이지? 그렇지?
-그...그러게 듣고보니 정말 나쁜 놈일세. 김경수 니가 잘 못했네.
-......
-군대 안 간다고 했으면...약속 지켜야지. 난 그래두 믿었는데...믿...었단...말야.

  결국 태섭은 몸을 가누지 못 하고 옆으로 쓰러지자 경수는 얼른 태섭을 받아 안았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에서 바람 냄새가 딸려왔다.

-경수야.
-성철아...오늘은 그만하자. 태섭이가 취해서...그래서...
-그래, 그만할게. 하지만 이 말 한 마디는 하야겠다. 난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편견은 없어.
  그런데...진심이 아닌 그런 척하는 것, 확신도 안 서면서 찔러보는 일 따위는 용서 못 해.
  태섭이가 이러는거 과연 술주정만일까?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그렇다면 너 정말 나쁜 놈이다 알아?
  호기심이었다면...여기서 그만 둬. 지금까지 지켜봐 온 태섭이...아무에게나 마음 열고, 헛소리 할 녀석 아니라는거 너도 알고 나도 알아.
  어쩐지 조금은 불안불안했어. 아까 너희 어머니...말씀 하실 때...그 때까지만 해도 설마설마했어.
  우리가 모르는 연애, 애인...있을 수 없으니까. 민국이나 나나...편견 따위는 없어. 그러니까 결정은 니가 해. 아니라면 태섭이한테 더 상처주지 말고
  여기서 끝내. 가당찮은 보호자 노릇 그만하고.
-난...태섭이 처음 본 그 날을...잊을 수가 없어. 내 마음이 왜 이러는지...혼란스러웠어. 그런데도 멈출수가 없었어.
  여자도 아닌 친구한테...눈길이 가고, 매 순간 궁금하고...옆에 없으면 불안하고...
  내가 성철아 왜 군대로 도망가려는건데...내가...태섭이를...다치게 할까봐...내 이런 마음 때문에 우리 태섭이...상처 받을까봐...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지...알아? 나는...나는 말이지 성철아. 태섭이를 안 보고는 안 돼. 그런데도 내 스스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떨어져 보려는거야. 군대 가는거? 그게 두려운게 아니라...태섭이를 이제 못 본다는게...난 그게 더 힘들고 발이 떨어지지 않아.
-......
-내가 어떻게 이런 마음으로 태섭이 옆에 있어. 확신도 못 갖으면서 어떻게...
-태섭이한테 그런 네 마음 얘기해봤어? 네가 얼마나 힘들고...괴로운지...얘기 했어야지.
  어쩌면 넌...그런 너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서 핑계를 대는 것일지도 몰라.
  확신? 세상 어떤 사람들이 사랑에 대한 확신을 갖고 산다던데? 결혼하는게 과연 확신일까?
  난 아니라고 봐. 확신을 갖기 위해서...지금 사랑하는 그 마음을 더 다지고 확신하기 위해서 함께 있고 싶은거 아닐까?
  떨어져 본다구? 그래 그것도 좋은 방법일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러기전에 태섭이 말대로 조련당한 태섭이 마음...도 돌아봤어야지.
-정말 몰랐어. 내 감정이, 내 마음이 너무 커서...태섭이 마음이 어떨까...라는 생각 못 해봤어 인정해.
  다치게 하기 싫었어. 상처 받게 하기도 싫었어.
-선택은 누구도 아닌 태섭이가 하는거야. 기회는 줬어야지. 결국 상처가 된거잖아.
 말이 주제 넘었다면 미안하다. 너나 태섭이나...나한테는 소중한 친구야. 알지?
  태섭이 데려다줘라. 난 먼저 갈게. 경수야 솔직한건 나쁜게 아냐. 인생 뭐 별거냐?
 군대가서 알겠더라. 내 대신 내 인생 살아줄 사람 아무도 없다는거, 그러니 내 인생의 주인인 내가 흔들리지 말고 서 있으면 되는거야.
 생각 잘 하고...어차피 니 인생이야,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있는게 아냐.
-그래 고맙다. 내가 참 복이 많은 놈이다. 너희 같이 좋은 친구들이 옆에 있는거 보면.
-그래 임마. 힘내고.


  경수는 축 늘어져 몸을 가누지 못 하는 태섭을 부축하고 학교를 내려오다 발이 꼬이는 탓에 자칫 태섭과 길에 구를 뻔 했다.
결구 얼마전까지 자신이 머물던 원룸까지 취한 태섭을 업고 걸어갔다. 흘낏 거리는 시선이 따가웠지만 방금 전, 성철의 말처럼
스스로가 주인인 삶이었다. 남들의 시선에 밀려 거짓된 일상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길을 걸으면서 등에 업힌 사람이 술 취한
친구라는 얼굴을,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이율배반적인 씁쓸한 기분을 떨쳐내지는 못 했다.

태섭을 침대에 누이고 경수는 한 참을 그 곁에서 떠나지 못 했다.
영영 못 만날 것도 아닌데, 영영 이별을 하는 사람처럼 태섭이의 얼굴을 머릿속에 담으려 눈물자국이 번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태섭아, 얼굴 못 보고 가서 미안해. 하지만 어디에 있던 난 너와 함께 있다는거 믿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이, 너를 보는 내 마음이 너무 커서 네 마음이 어떨지...돌아보지 못 했어.
 잘 다녀올게. 지금 너를 생각하는 내 마음이 얼마나 큰지 보여줄 수는 없지만, 네 마음이 다음에 나를 볼 때도 변하지 않았다면
 눈이 내리기전에 꼭 면회와주라. 네가 찾아오기 전까지...난 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다. 휴가...아마 나한테 그런 여유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그리고 태섭아...'

그 날 경수는 짧은 편지를 남긴 채 군대로 떠났다. 배웅 나온다는 가족들을 마다하고, 친구인 성철에게도 태섭이를 부탁한다는 통화로 대신했다.






-교수님!!
-어?
-퇴근 안 하세요? 오늘 회식있다고 늦지 말라고 하셨는데.
-아, 그렇지. 어쩌지. 난 기다리는 전화가 있어서...먼저 가. 뒤따라갈게.
-안 오실거 아니죠? 호호. 그럼 먼저 갈게요. 너무 늦지 마시구요.
-알았어.

사르락 거리던 햇살이 내려앉고 교정에 가로등불이 빛을 발했다. 
연락을 주겠다던 여자는 일주일 째 연락이 없었다.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간다는 말...바로 경수의 심정을 두고 한 말이었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기다리던 오늘 하루도 속절없이 저물어갔다. 더는 기다리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경수는 회식자리에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었다. 그 때...긴 파동을 남기며 전화기가 깜빡거렸다. 바로 기다리던 그녀의 전화였다.









**아까 글 쓰기 시작해서 벌써 시간이 ㅋㅋㅋㅋㅋ 
   6월 시작, 행복하고 즐겁게 화이팅해. 인아갤...사랑해...쓸쓸한 고백인가? ㅋㅋ
  글 기다리고 있다는 횽말에 힘내서 썼다는 고백 ㅋㅋㅋ 고마워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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