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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싶다 메인갤!!) 또 다시 이어지는..제목없는 글

첫사랑(211.50) 2015.12.22 09:47:38
조회 1066 추천 11 댓글 3

 

 아무래도 너에게 가는 기억이 버려지고 있나보다..

 듬성듬성 제멋대로 서 있는 가로등을 따라 눈길을 걷던 경수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 숨처럼 내뱉었던 말에 스스로 놀라 한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오래전부터 자신의 마음 속에서 일고있는 어떤 체념의 한 부분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라.. 또한 그것이 슬펐다.

버려지고 있는건가?..버리고 있는건가..여전히 칠흙같은 어둠을 녹이며 그리움의 상념처럼 눈은 그의 등뒤로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이구 세상에..뭔 눈이 이렇게 내렸누..콜록콜록"      

 

새벽녘이 되어서야 돌아와 자리에 누웠지만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 했던 경수는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밖에서 돌아온 차림 그대로 일어나 겉옷 하나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다지 춥다는 느낌은 없는데, 목덜미에 와닿는 바람은 매서웠다.

 

 "일어났수? 눈이 오시는 것도 모르고 세상 모르고 잤구먼. 참 이쁘게도 오셨네.."

 

"그러게요..들어가세요, 감기 더 심해지세요."

 

"이까짓 감기..그나저나 잠은 좀 잤수? 요며칠 통 못 자는거 같더만. 눈이 빨간거 보니 또 못 잔 모양이구먼.."

 

"잤어요..괜찮아요."

 

눈처럼 하얗게 덮인 머리카락이 오늘따라 유난히 맑아 보였다.

언제부터 기른 것인지 모를 흰 수염이 가지런히 정돈 되어 있는 얼굴에 얼핏 근심이 어렸다.

노인의 걱정어린 시선에 왠지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쓱쓱 손으로 얼굴을 비비고 아무렇지 않으니 안심하라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괜찮기는..그러다 큰일나. 젊은 사람이 뭔 생각이 그리 많은지 모르지만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는대로..두는 것도 사는 방법일세.

모든 일이 사람 마음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세상일..그 마음이 흘러가는걸 누가 막겠수,혹시 모르지 하늘님이라면 모를까..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마음에두고 부대낀다고, 그것이 내 욕심만으로 내것이 될 수 없는 것인데..하긴 그게 참..힘든일이지.

버려야되는건 버리고..그래야 새 마음을 담을 수 있는일.. 그게 사는 이치입디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버려야겠으면 버리고, 그래도 정 안되겠다싶으면 한 번은 다녀오구려.

살 사람은 살아야지.."

 

노인의 말에 경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 하고, 먹먹한 가슴이 자꾸만 울컥거렸다.

버려야 되는 것..새 마음을 담는 것..결코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양말도 신지 않은 발에 간신히 운동화를 꿰어 신고는 빗자루를 들었다.

눈이 쓸려나가면서 잔디잎과 흙들이 엉켜 빗자루에 달라붙었다.

묵묵히 길을 내며 가고 있는 경수의 뒷 모습을 지켜보던 노인은 작은 한 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저..서울 한 번 다녀오려구요."

 

아침상을 마주하고 있던 경수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한 번은..한 번은 보고 와야할 것 같아서.."

 

"가야겠으면 가야지..그 또한 흐르는 마음이라면..그래 언제쯤 가려구?"

 

"오늘..다녀오려구요. 이러다.. 그 사람한테 가는 길..잊어버릴까봐..무서워져요..그래서.."

 

"옷 든든히 입고 가구려. 눈 그치더니 날이 꽤 추웠졌네. 양말도 꼭 챙겨신고.."

 

"예..먼 발치에서만..잠깐이라도..그래야..그래야..살겠.."

 

더듬거리며 이어가던 말이 기어이 멈췄다. 누구한테라도 마음을 터놓지 않으면 숨이 막힐 것 같았는데, 막상 열고나니 눈물이 앞섰다.

그리고 더 묻지 않은 노인의 그 마음이 한 없이 고마워 더 울컥거림은 한 동안 시간이 지나서야 멈췄다.

 

"방은 언제든 따뜻하게 뎁혀 놓을테니, 걱정말구..

올때 버릴 거 있으면 버리고 오는 것도 좋지 않을까싶구먼..

어여 일어나요, 갈거면 늦기 전에 가야지..가면서 속 비우지말고 따뜻한 국물이라도 먹고.."

 

"예..그럼.."

 

손에 잡히는 책 한 권과, 망설이다 넣은 카메라..

그리고 그의 생일 날 주려고 샀던 선물이 든 가방을 메고 눈이 녹지 않은 길을 따라 정류장으로 향했다.

잔뜩 흐린 채 웅크린 하늘은 오늘도 눈을 뿌릴 모양이었다.

대문 앞에서 경수를 배웅한 노인은 하늘을 바라보다 시선을 내려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눈이 또 오시려나..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네 그려.."

 

노인의 중얼거림이 채 끝나지도 않아 한 방울 한 방울..하얀 눈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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