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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싶다 메인갤!!) 또 다시 이어지는 글..

첫사랑(211.50) 2015.12.24 16:33:00
조회 981 추천 13 댓글 2

 

  -커피 더 드릴까요?

 

특별히 무엇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저 시선이 가고, 그 시선 끝에 잡히는 희뿌연 것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아, 아뇨. 감사합니다.

 

묵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탁자 네, 다섯개가 전부인 작은 카페의 주인은 친절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조금 짙은 화장을 한 얼굴의 여자는 유난히 잘 웃었다.

경수는 클레식이 흐르고 은은한 커피향이 있는 곳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어보이는 여자의 친절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싫지는 않았다.

 

-사양하지 않아도 되요. 그런데 뭘 그렇게 보고 계시는 거에요?

 

커피잔을 들던 여자는 경수가 보고 있던 곳을 찾아 고개를 빼고는 이리저리 둘러보다 피식 웃더니 가버렸다.

여자가 왜 웃었는지 잠시 궁금했다. 하지만 그걸 묻는다면 아마 한 두 시간은 족히 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 것 같아 자신도 피식 웃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오늘로 서울에 온지 삼일이 지나고 있지만, 가슴의 울림과는 달리 머리는 경수의 다리에 매달려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여행중이신건 아닌 것 같고..누굴 찾아오신건가..그것도 아니면 기다리는..

 

커피를 놓아주고 돌아서던 여자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경수의 대답을 기다렸다.

짐짓 못 들은 척 커피잔을 들고 커피향을 음미했다. 여자의 관심이 지금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그만 질문을 끝내고 가주기를 바라면서 다시 유리창 너머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아마 지금쯤은 진료가 끝나가고 있을것이다. 깔끔한 성격에 책상 정리를 하고, 가운을 한 번 털어주고..그리고 누군가와 통화를 할 수도 있겠지만.

얼굴을 봐야 한다면 지금이 가장 적당했다. 미리 약속하지 않고 마지막 환자의 자리를 꿰차고 앉아 조금은 길게 그와 얘기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제도, 그 전 날에도..경수는 그렇게 움직이지 못 했다.

이 곳에 앉아 머릿속 생각만으로 수 십번도 더 그와 커피를 마셨고, 웃으며 얘기를 나눴고..그의 흐트러진 앞 머리를 넘겨주었다.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져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휘청였다. 하지만 그 뜨거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찾아오는 허무감에 밤 새도록 몸을 떨어야했다.

 

경수가 대답이 없자, 여자는 다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서서히 해가 지는 유리창 속으로 보이는 여자의 미소가 순간 아름답다고 느꼈다.

시계 바늘이 움직이고 있었다. 경수의 얼굴에 피가 몰리는 기분이 들엇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더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경수의 등을 밀고 있는 것 같았다.

카페 앞 신호가 바뀌고 경수는 읽던 책을 손에 든 채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직..진료 안 끝났죠?

-그렇긴 한데..시간이..

-선생님 안에 계시죠? 꼭 오늘 뵙고 가야하거든요. 부탁드립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처음 오셨죠? 이거 작성하고 계세요.

-감사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경수는 숨을 고르며 소파에 앉아 눈을 감았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어떤 얼굴로 그를 만나야할까..수없이 오늘 같은 상황을 생각했지만 막상 코앞에 닥치니 입술만 바짝바짝 마를 뿐이었다.

 

-다 쓰셨어요? 얼른 쓰셔야..아, 불 들어왔네요. 이거 갖고 들어가세요.

 

경수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쓰인 신청서를 손에 들고, 그가 있는 진료실 앞에 섰다.

현기증이 일었다. 이마에선 땀이 흘러내렸다. 손잡이를 돌리는 손이 자꾸 미끄러져 내렸다.

 

-김간호사 환자분..

 

문을 열고 나오던 사람과 경수는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채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죄송해요. 이 분이 꼭 오늘 진료를 하고 가셔야한다고해서..

 

-......

 

-......

 

두 사람의 마주보는 침묵에 머쓱해진 간호사가 자리를 비켜주었다.

 

-들어..와..

 

그는 경수가 들어갈 수 있도록 문에서 비켜섰다.

그러나 선뜻 들어설 수 없었다. 그런 경수를 그가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침묵의 시간.

 

-잘..지냈어?

-......

-좋아보인다.

-......

-너 결혼식에 가려고 했는데..미안하다.

-......

-내 짐은..그냥 버려도 돼..특별히 갖고 있어야 할 것도 없고..

 

-짝..겨우..그거 물어보려고..내 짐이나 버려달라고..겨우 그런 말이나 하려고..

 

몸을 부들부들 떠는 그가 보였다. 벌레가 기어가는 듯 뺨이 근질거리고 훅훅 열이 났다.

하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앞에 서 있는 그를 바라보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태..섭아..

-가..너 보고싶지 않아. 버려달라고? 특별히 갖고 있어야 할 것이 없다고?..후후..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 그런거였어.

 나만 등1신같이 하하하하..

 돌아가. 니 소원대로 다 버릴테니까..니 손때가 묻은 물건들..차마 손도 못 대고 있던 니 물건들..버릴..테니까..

-태섭아..

-돌아가라잖아!! 버린다고..버려준다고!!

-태섭아..태섭아..

-이거놔 이거놔 비겁한 자식..겨우 이런거였어? 겨우?..흐흑..

-미안..미안해..이러지마 태섭아..

 

경수는 울며 몸부림치는 태섭을 안았다. 아프게 등을 맞아도..어깨를 맞는 아픔도..모른 채 태섭의 얼굴을 감싸안고 있었다.

 

-미안해..이러지마 태섭아..태섭아..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너를 만난 그 순간부터일까? 아니면 내가 너를 사랑한 순간부터일까?..

그도 아니면 네가 그녀와 결혼한다고 얘기한 그 순간부터일까?..아니면..'

 

잦아드는 태섭의 숨소리를 들으며 경수는 눈을 감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나는 왜 너를 사랑하게 됐을까? 너는 왜..사랑한다는 말을 했을까?..'

 

가슴에서 태섭의 숨결이 느껴졌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은 어깨에 기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창 밖으로 불빛들이 어른거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순간 경수는 배가 고팠다.

당장 무엇이라도 먹지 않으면 안 될만큼 허기가 지고 배가 고팠다.

경수는 그 허기를 메꾸기라고 하는 듯, 두 팔에 힘을 주고 태섭을 안았다. 전보다 조금은 더 야윈 그의 어깨를..

 

 

 

 

 

 

 

 

 

 

 

 

즐건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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