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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 이어서...
이후 대한민국 공군 군수사령부 제81항공정비창에서 부활호 원형기 기골의 회수 및 복원작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부활호의 복원은 2004년 10월 말에 끝났고 10월 22일 제81항공정비창에서 복원기념식을 거행하게 됩니다.
기념식에는 부활호 제작요원 중 이미 돌아가셨거나 연락이 두절된 분들을 제외한 십수 명의 참전용사들이 참석하셨습니다.
🔼 부활호 개발에 참여했던 노병들.
4. 부활호의 기술적인 사항들
부활호는 형식적으로 고익 단엽 반외팔보식 주날개, 단발 프로펠러식 추진장치, 고정식 착륙장치를 갖는 일반형상의 경량항공기급 기종입니다.
동체는 강관용접 트러스 구조로 되어 있고 주날개는 2날개보 박막외피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외피는 직물(천) 외피로 되어 있고요.
부활호는 전반적으로 1930년대에 미국 지역에서 경비행기용으로 유행했던 양식과 기술수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는 부활호가 1930년대에 개발되어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군사적 목적으로 유입된 미국산 L형 항공기를 추종한 설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부활호의 기술적인 사항은 현재 '부활호 제원표'라고 일컬어지는 자료에 정리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료를 처음에 보고 이것이 부활호 개발 당시 쓰여진 자료의 원본 또는 사본이라고 여겼으나 그렇지 않은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컴퓨터에서만 입력 가능한 상자 그리기 문자(┐ │ ┘ 등)가 입력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이것은 1950년대 당시 타자기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도입 이후 전산으로 작성한 것을 프린트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동일 문서가 공군박물관, 국립항공박물관 등등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것을 보면 아마도 故 이원복 선생님께서 생전에 같은 자료를 여러 장 복사해서 여기저기 뿌리셨던 것 같습니다.
생전에 하셨던 신문 인터뷰 등을 보면 공군에서 구한 자료를 옮겨적으신 것으로 보이는데, 안타깝게도 공군에서 받았다는 진짜 원본은 현재 어디 있는지 그 소재를 알지 못합니다.
그대로 보존되었다면 좋았을텐데... 부활호 기체 자체가 민간에 넘겨진 것만큼이나 안타까운 대목입니다.
그런데 이 자료가 정말 신빙성 있는 부활호의 제원에 관한 자료인지도 의심이 되는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주날개 폭이 12.7 m라는 부분인데요.
현재 부활호의 동체 폭은 부활호 복원기의 도면을 가지고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었기 때문에(약 80 cm 정도) 이를 사용해서 정면을 촬영한 사진과 함께 부활호의 실제 날개 폭을 구해 보면 10 m에서 11 m 사이로 나옵니다.
현재 공군박물관에서 보관 중에 있는 부활호 복원기와 원형기의 정면 사진을 겹쳐 보면 실제로 12.7 m에 맞게 만들어진 복원기의 주날개 폭이 더 길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제원표상의 중량이 십 내지는 백의 자리에서 딱딱 맞아떨어지는 문제도 있고,
(실제로 뭔가를 만들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런 식으로 수치를 딱딱 맞춰서 제작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부활호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임기응변식으로 개발된 흔적이 많은 경우는 더더욱요)
제원표상에 있는 최대속도(180 km/h)가 같은 엔진, 같은 체급의 L-16(152.9 km/h) 보다도 훨씬 빠른 점 또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부활호가 특유의 동체 형상 때문에 항력계수가 일반적인 항공기보다 더 높았다는 것을 감안하면요.
따라서 현재로서는 1950년대 당시 작성된 부활호 제원에 관한 원본 사료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지금 알려진 부활호 제원에 관한 내용은 100% 신뢰할 수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제시한 제원표 내용을 달리 검증할 방법이 없을까요?
지금 그나마 부활호에 대해서 가장 풍부한 자료인 사진자료를 가지고 알아봅시다.
제원표에서 부활호의 주날개는 NACA 4412를 썼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항공기의 주날개 단면 형상은 리브(rib)의 형상에 따라 달라지는데 다행히 부활호 주날개 리브를 찍은 사진이 남아 있습니다.
이 사진을 가지고 당시 공군의 다른 L형 항공기들이 사용했던 주날개 날개꼴 형상(Clark Y, NACA 2412, NACA 4412 등)과 비교 대조해 보면 부활호의 리브 형상은 NACA 4412와 가장 가까워 보입니다.
故 이원복 선생님께서는 주날개 날개꼴을 NACA 4412로 선택한 이유에 관해서 실속영역에서 양력계수가 완만하게 변해서였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실제로 NACA에서 발간한 연구보고서 내용을 보면 NACA 4412의 경우 최대양력계수 부근에서의 거동이 완만함을 알 수 있습니다.
초보 조종사도 쉽게 조종할 수 있는 비행기를 염두에 둔 것인데 실제로 그렇게 설계한 것이죠.
그리고 사진에서 부활호의 리브를 보면 긴 재료를 날개꼴 모양으로 구부려서 기본적인 모양을 잡고 그 사이를 여러가지 부재로 연결한 다음 알루미늄 각재를 리벳팅해서 만든 날개보로 연결한 것임을 볼 수 있는데요.
이는 부활호 개발에 참여했던 분들의 증언 내용과도 일치합니다.
그러나 부활호 복원 당시 사진을 보면
날개폭 뿐만이 아니라 내부 구조도 상당히 다르게 만들어졌음을 볼 수 있습니다.
상당히 아쉬운 대목입니다.
그리고 원형기의 사진을 보면 故 이원복 선생님 증언과 같이 슬롯 플랩을 적용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원기는 보시는 바와 같이 일반 플랩을 사용했습니다.
엔진의 경우...
故 이원복 선생님 증언으로는 L-16엔진을 사용했다고 하시는데
실제 L-16 기술도서를 참고하면 부활호의 사진과 엔진 형상이 일치합니다.
🔼 L-16 기술도서에 명시된 엔진 사진
🔼 L-16 기술도서에 명시된 엔진 형식명(C85-8FJ)
그러나 부활호 복원에 사용된 엔진은 원형기와 같은 제조사의 같은 계열이긴 하나 한급 더 높은 O-200이었습니다.
프로펠러의 경우 제원표에서는 4019-14-90/CF7045이라는 프로펠러를 사용했다고 되어 있는데요.
실제로 L-16의 기술도서를 보면 L-16의 경우 McCauley 사의 1A90/CF7043 프로펠러를 사용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부활호 개발 당시 기술학교가 기존 항공기의 부품을 많이 활용했다는 측면을 생각해 보면 같은 계열의 프로펠러를 사용한 것은 맞는데 제원표에서 명시하고 있는 명칭은 조금 이상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1A90을 수기 등으로 적다가 오자가 생겨서 14-90이 되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참고로 해당 프로펠러 명칭에서 뒤의 4자리 숫자 중 앞의 2자리는 프로펠러의 직경, 뒤의 2자리는 피치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부활호의 경우 직경 70인치에 피치 45인치로 L-16 원본에 비해 피치가 2인치 더 큰 프로펠러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피치가 큰 프로펠러는 고속비행에 적합한데 만약 이 서술이 맞다면 부활호의 프롭 선정에 있어서 고속비행을 어느정도 고려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정확한 것은 당시의 문건이 더 많이 발견되면 알 수 있게 되겠죠.
동체의 경우 강관용접 트러스 구조라는 측면에서는 부활호와 기존 L형 항공기가 동일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일부 부분에서는 기존 L형 항공기를 따라한 것처럼 보이는 구조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기골을 구성하는 재료는 2008년 문화재청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도 81창에서 제공한 자료를 기반으로 했겠지만) SAE 4130(크롬-몰리브덴강)이 쓰였다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 시료채취나 성분분석이 이루어졌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L형 항공기의 경우 다양한 재질 및 굵기의 강관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부활호를 만들 때도 여러가지 강관이 혼용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부활호 외피의 경우 발견 당시에도 원본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만 개발에 참여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직물 외피에 도프(dope)를 칠했다고 증언하였습니다.
실제로 이는 다른 L형 항공기의 기술도서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되는데요. 기술도서 내용을 참고하면 부활호에도 다른 L형 항공기와 마찬가지로 면 또는 레이온 재질을 기본으로 해서 질산셀룰로오스 계열 도료를 도포하여 마무리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참고로 부활호의 도색은 개발 직후부터 명명식 사이까지 몇 차례 변경이 이루어졌습니다.
현재는 시기별로 위와 같은 식이지 않을까 하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착륙장치 역시 사진을 보고 대략 파악이 가능한데, 주 착륙장치의 경우 L-16의 것을 그대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고, 꼬리 착륙장치의 경우 L-4와 L-16의 부품을 혼용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한편 조종석의 경우 자료가 거의 없어서 어떤 계기 및 조종장치가 어디에 배치되었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플랩 레버나 조종간, 스로틀의 경우 원형 기골에 달려 있는 채였습니다만 계기는 모두 없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위 두 사진을 보고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L형 항공기에 사용된 대여섯 개의 계기가 그대로 사용되었으리라 추측할 뿐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조종간의 경우 L-4의 것을, 스로틀의 경우 L-5의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연료탱크 역시 L-4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였고 플랩 레버의 경우 L-5의 것을 참고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런 특성들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부활호가 기존 L형 항공기의 짜깁기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활호에는 정말 아무 자주성도 없는 것일까요?
부활호가 가지는 고유의 기술적 특색 중 하나는 바로 후하방을 향해 툭 불거져 나온 후방동체와 여기에 달린 2개의 꼬리바퀴 및 투하창입니다.
설계자였던 故 이원복 선생님께서는 생전에 부활호를 그렇게 설계했던 이유에 관해서 이렇게 설명하셨습니다.
지상에서 조종사의 전방시야를 쉽게 확보시키기 위해 앞바퀴식으로 하고 싶었으나, 가지고 있는 재료들 중에서 항공기용 앞바퀴가 없었기 때문에, 그 대신 후방동체를 들어올리는 식으로 설계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꼬리바퀴를 2개 두어서 향후 수상기용 플로트를 장착할 때 하드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게 하였고,
같은 부분에 투명한 투하창을 설치해서 전단지와 같은 물품을 투하하기 쉽게끔 하고 사진정찰도 할 수 있게끔 말입니다.
실제로 대한민국 공군, 특히 L형 항공기를 운용했던 제2정찰비행전대가 6.25 전쟁 기간 도중 벌였던 활약상을 보면 이와 관련된 듯한 대목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공군의 L형 항공기들은 전쟁 초기에 육안정찰이라는 한계 때문에 낮은 고도에서 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대공포화에 쉽게 노출되었고 초기 귀중한 조종사들을 많이 잃었습니다.
더군다나 상공에서 전단지는 물론 폭탄 등의 물건을 밑으로 투하하는 임무도 종종 맡았는데, 기존의 L형 항공기처럼 옆의 출입문만 달린 비행기에서는 출입문을 열고 투하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공군의 L형 항공기들이 일으켰던 사고사례를 분석해 보면 많은 사고가 지상, 특히 이착륙 시에 발생하였으며 대부분이 인적요인에 의해서 발생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공군에서 발간한 '항공기사고통람'이라는 책인데 대외비라 일반적으로는 열람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지막의 수상기에 대한 고려는... 한반도가 삼면이 바다라는 특성을 이용하고자 했다는 고인의 설명을 들어보면 어느 정도는 이원복 선생님 당신의 꿈이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부활호는 분명 형식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L형 항공기를 추종한 설계였음은 분명하지만 일부 기체 구성 요소에서는 6.25 전쟁 당시 대한민국 공군이 L형 항공기를 운용하면서 얻은 전훈을 반영한 측면도 있다고 여겨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단지 증언뿐만이 아니라 당대에 기록된 문서로서 더욱 확실히 밝혀질 수 있다면 좋겠는데요.
부활호가 복원된 지 몇 년이 지난 2011년, 경상남도와 사천시에 의해 부활호가 개량복원됩니다.
부활호 개량복원은 경비행기 및 전기추진항공기 개발의 초석을 닦고자 경상남도와 사천시가 공동으로 추진한 사업인데요.
복원이라는 말이 붙긴 했습니다만 전자식 계기와 복합재 재료 등 최신 기술이 접목되어 사실상의 개량형으로 보아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2004년 복원된 복원기와는 별개의 기체이고요.
2004년 복원기는 비행가능하게 만들어졌으되 실제 비행은 하지 못했습니다만 개량복원기는 특별감항인증도 받고 실제로 비행도 수행했습니다. 2018년까지는 사천에서 매년 열리는 사천에어쇼에서 부활호의 비행을 볼 수 있었지만 이후로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개량복원기는 총 2대가 만들어져서 현재 1대는 사천시청에 전시되어 있고 다른 1대는 경남테크노파크가 소유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량복원기의 개발 과정에서 경상대학교 항공기최적설계연구실의 연구진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는데요.
그중에는 부활호의 공력특성에 관한 연구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연구팀은 부활호 복원기 형상에 대한 전산유체역학(CFD) 및 풍동실험, 축소기 비행시험 등을 수행하였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써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 지적했듯이 현재 알려져 있는 부활호의 제원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주날개 폭이 원형기와 다르다는 점은 현재 만들어진 개량복원기의 공력특성 역시 원형기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항공기의 공력특성은 외형, 특히 주날개 형상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롭게 알아낸 실제 제원에 맞게 3D 모델링도 하고 CFD도 해보고 성능해석이랑 안정성해석도 해보고 있는데요.
향후 목표는 현재까지 확정한 형상을 가지고 제대로 된 풍동실험을 해서 좀더 정확한 부활호의 공력데이터를 도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행 시뮬레이션에 부활호 애드온을 집어넣는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실제 출시할 수는 있는지, 그게 된다면 언제가 될는지 아직 기약은 없습니다만
아무튼 향후에 부활호 관련한 개발 당시의 자료를 더 많이 발견해서 지금까지 알아낸 내용들을 보완하고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바는, 부활호가 자랑스러운 업적인 것과는 별개로 부활호가 어떻게 역사 속에서 사라질 뻔했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과학기술유산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당시 사람들이 부활호의 가치를 낮춰보고 대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오늘날 KF-21 개발과 엮여서 부활호가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시초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돕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부활호는 단발성으로 끝나버린 프로젝트였고 오늘날 한국 항공우주산업계와 큰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부활호를 억지로 현재의 성과에 엮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부활호와 같은 사례를 두번 다시 만들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부활호에 관해서 알아보던 지난 십수년 간의 여정은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자료 운이 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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