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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욕

운영자 2020.08.03 10:09:30
조회 211 추천 2 댓글 0
나의 아파트 바로 앞에는 거대한 유리 건물의 대형교회가 있다. 십만 명의 신도를 자랑하는 교회다. 교회 안에서 분쟁이 일었다. 목사파와 장로파가 나뉘어 싸움이 시작됐다. 매주 교회의 예배시간이면 반대파가 거리로 나와 목사에 대한 공격을 했다.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확성기를 들고 온갖 비난과 욕을 했다. 그 목사의 인격이 철저하게 찢어발겨 지는 것 같았다.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이고 목사 자격이 가짜이고 졸업했다는 대학도 허위라는 등 한 인생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반대파 신도들은 목사라고 하는 사람에게 예수를 믿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몇 년간 그렇게 악을 쓰고 외치는데도 공격을 받는 목사는 바위같이 아무런 반응이 없어 보였다. 나같이 약한 보통의 인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봤다. 당장 그 교회의 목사직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사표를 내고 도피할 게 틀림없었다. 분노를 이기지 못해 자살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목사는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도 몇 년간을 끈질기게 버티는 모습이었다. 진실이 어떤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여태껏 그렇게 강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욕을 하던 사람들이 지쳐 나가떨어진 것 같아 보였다.

몇 년 전 광우병 사태가 벌어지던 때였다. 미국산 소고기만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선동방송으로 백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와 이성을 잃고 날뛰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국의 소고기협상대표를 매국노라고 하며 그의 인형에 대해 화형식을 하고 그를 잡으려고 날뛰었다. 시위가 아니라 내란 수준의 폭동이었다. 그 소고기 협상대표가 고교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와 가장 친한 친구중의 한명이었다. 그는 변장을 하고 도망을 다녔다. 그의 신상이 털리고 그는 물론이고 가족의 핸드폰으로 욕들이 폭포같이 쏟아져 들어왔다. 어느 날 밤 허름한 식당에서 만난 그가 씩 웃으며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에 대한 쌍욕들이 끝도 없었다. 알아보니까 초등학생들이 보낸 욕도 많이 들어있다고 했다. 그는 억울함을 힘겹게 겪어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참 욕을 많이 먹었다. 변호사의 운명자체가 욕을 먹게 되어 있다. 소송에서 패소하는 원인은 대부분 의뢰인 자신에게 있다. 그 자신이 살인을 해 놓고 형량이 무겁다고 변호사를 탓했다. 사기를 쳐놓고도 왜 석방 시키지 못했느냐면서 무능한 변호사라고 욕을 했다. 소송에서 상대방을 짓눌러 뭉개버리지 않는다고 욕을 했다. 그들이 변호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런 것들이었다. 법망을 교활하게 빠져나가게 해 주지 않는다고 욕을 하기도 하고 판사를 매수하지 못했다고 무능한 놈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직접 귀에 들리지는 않아도 지난 삼십년 동안 한 사건에서 욕을 먹지 않은 사건은 없었던 것 같다. 승소를 해서 나의 의뢰인에게 칭찬을 받을 때 귀에 들리지는 않지만 상대편은 엄청난 욕을 할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변호사로 살다보니 ’인권변호사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사실 ‘인권변호사’라는 말의 이 면은 불쌍한 광경이 스며있다. 육칠십 년대 반독재 투쟁 때 인권변호사들은 법정에서 한 번도 제대로 이길 수가 없었다. 판사들은 출세를 위해서 자발적이든가 아니면 시퍼런 권력에 주눅 들어 정권의 시녀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인권변호사의 외침은 법정이 아니라 세상과 미래를 위해서였다. 그래서 그들은 글로 책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남겼었다. 나도 지난 삼십년 동안 법과 정의로 포장된 재판의 모순과 불의 그리고 불공정을 글로 써 왔다. 법의 두터운 담장 저쪽의 비밀은 아무나 볼 수 없었다. 봐도 발표하지 못하도록 자물쇠가 채워져 있기도 했다. 그 속에서 스는 곰팡이에 밝은 햇볕을 쐬게 해야만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런 글에 대한 욕은 일반 변호사업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맵고 강했다. 조사도 많이 받고 법정에도 여러 번 섰다. 그런데 늙은 지금도 그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욕을 먹고 있다. 그래도 내가 성경같이 읽고 있는 백 년 전 어떤 노인의 글이 있다. 그 노인의 영혼이 글 속에서 내게 이렇게 위로를 해 주고 있다.

‘세상 인간들에게 욕먹어도 상관할 거 없어. 한마디 반박도 하지 마. 하나님께서는 불필요한 건 허락하시지 않아. 그들의 욕은 너를 좋은 조각품으로 만드는 정일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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