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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스는 몸

운영자 2020.08.31 10:35:45
조회 146 추천 3 댓글 0
손녀가 농구공을 가지고 왔다. 손녀를 데리고 친한 친구가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의 농구장으로 갔다. 두 명의 할아버지와 손녀가 ‘슛’하면서 골대에 공을 던졌다. 손녀가 던진 공이 바닥에 떨어져서 튀는 걸 받아 다시 골대를 향해 던지는 친구의 얼굴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지치고 바래버린 노인이었다. 친구의 모습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내가 그렇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요즈음은 친구나 후배들 중에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보인다. 점을 빼고 주름을 없애기도 한다. 노무현대통령이 휴가 때 이마의 깊은 주름을 없앴다고 하는 말을 들은 기억도 있다. 모두들 오래살고 젊어지고 싶은 가 보다. 이년 전 여행 중에 들은 얘기가 떠오른다. 육십 대의 어떤 남자가 죽은 후에 그 집을 치우다 보니까 건강보조제 약품들이 한방 가득히 쌓여있더라는 것이다. 그 남자는 오래 살기 위해 건강에 지독히 신경을 썼다. 운동도 하고 좋다는 약은 다 구해서 먹었다. 미세먼지가 싫다고 교외에 아파트를 얻어 그곳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잤다고 한다. 때때로 하와이에 가서 머물기도 하고 동남아 숲속에서 지내기도 했다. 어느 날 그가 친구들과 함께 골프를 치고 클럽 하우스에서 목욕을 할 때였다. 먼저 몸을 닦은 다른 친구들이 나와서 한참을 기다려도 그가 나오지를 않았다. 그가 탕 속에 머리를 쳐 박고 죽어 있는게 종업원에 의해 발견이 됐다. 오래 살기 위해 그렇게 건강에 유의해도 때가 되면 죽음의 사신이 뒷머리채를 잡아끌고 가는 것 같았다. 이따금씩 ‘세상에 이런일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볼 때가 있었다. 내용보다도 사회자인 임성훈씨의 얼굴을 보면서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먼저 놀라기도 했다. 화면에 비치는 진행자인 그의 얼굴은 항상 젊었다. 같이 사회를 보는 딸 같은 미녀 여성 진행자와 연애를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젊음이었다. 내가 대학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그때 학교 축제에 초대하기 위해 임성훈씨를 찾아가 만났다. 그는 나보다 나이가 몇 년 위인 연세대 응원단장 출신의 연예인으로 인기가 부상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거의 오십년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아직도 텔레비전 화면에서 진행자로 나오는 그의 모습은 시간의 바다 속에서 늙지 않고 지금도 중후한 멋이 풍기는 청장년 같은 모습으로 존재 하고 있는 것이다. 젊음을 유지하는 그가 부러웠다. 그러나 그것은 겉 모습일 뿐일 수도 있다. 몇 년 전 잠실운동장에서 리 사이틀을 하는 가수 조용필의 공연장을 간 적이 있었다. 내가 알기로 그는 나보다 나이가 한 두 살 위였다. 그러나 무대위의 대형화면에 비친 그의 모습은 아직도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던 이십대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았다. 그의 열정과 힘도 여전한 것 같았다. 두 시간 가까이를 물도 마시지 않고 쉬지 않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가 이렇게 말했었다.

“아이고 힘들어라. 좀 앉아서 하겠습니다.”

그가 무대 뒤쪽 턱에 주저앉았다. 관중들이 웃으면서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솔직하고 성실한 모습이었다. 아무리 외모로 젊음을 유지해도 늙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나도 삼십대 중반부터 나름으로는 산도 다니고 헬스클럽도 다니면서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시간이 갈수록 오래된 가구처럼 몸은 뒤틀리고 쪽이 떨어져 나가고 풍화되는 것 같았다. 쇠도 녹이 스는데 육체는 말할 것도 없다. 생각해 보면 나의 육체도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내 것이고 노력해서 조정할 수 있다면 언제나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육체는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언젠가는 죽음에 이르고 대지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지만 내게는 그렇게 산화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믿는다. 영혼, 진아라는 부분은 산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카알라일은 우리의 육체를 영혼이 입은 하나의 의상이라고 했다. 늙음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혼을 젊게 해야 한다. 성경속의 사도 바울은 몸은 나날이 후패해 가나 영혼은 더욱 젊어진다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영혼을 더욱 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돈과 명예를 초월해서 정신적 만족을 추구하며 사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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