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화타 영감의 신비한 진단법(2)

운영자 2020.12.07 10:10:18
조회 159 추천 1 댓글 0

화타 영감의 신비한 진단법


고교은사 강 선생님은 화타 영감의 독특한 진단은 사람이 앞으로 얼마를 살지 그 수명까지 파악한다고 했다. 화타영감의 얘기가 신화같이 퍼지고 있었다. 암으로 등에 업혀서 갔던 사람들이 화타영감을 만나면 걸어서 나오는 기적들이 발생한다고 했다. 언론과 수 많은 환자들이 화타 영감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었다. 나는 신비의 안개속에 숨어있던 화타 영감을 만난 것이다. 한동안 통풍으로 발이 아파 제대로 걷지를 못했다. 내심으로는 겁이 났다. 아버지는 오십대 말에 풍이 왔다.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입의 한쪽에서 밥알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고생을 하다가 예순 세살에 저 세상으로 갔다. 나역시 오십대 중반이면 아버지의 뒤를 따를 위험성이 있을 것 같았다. 암이나 풍은 유전적인 요인이 많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돌아앉아 봐”

화타영감이 내게 말했다. 그는 내게 어디가 아프냐고 묻지도 않았다. 영감이 내 등을 이리저리 손가락으로 찌르면서 살피고 있었다.

“육십대 초쯤 죽지 않겠습니까?”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렇게 물었다.

“아직은 안 죽어. 그런데 이미 풍이 가까이 다가와 있어. 당도 있고 말이야.”

“이주일 동안 발이 아파 제대로 걷지를 못했습니다.”

그제서야 아픈 걸 말했다.

“그게 문제가 아니야, 다행히 발부터 터진 거지.”

옆에 앉아있던 은사 강선생이 중간에서 말했다.

“용암이 분출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머리에서 터지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터지기도 하는 거야.”

화타영감이나 민간요법을 오랫동안 공부한 은사가 보는 인체의 구조인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어떻게 진맥을 하는 겁니까?”

내가 호기심으로 화타영감에게 물었다.

“내 손가락 끝으로 전기를 쏴. 그 반응을 통해서 병을 알아내. 병이란 모두 상대성의 원리야.”

“손가락에서 어떻게 전기가 나와요?”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경신일에 잠을 안 자고 기도를 드려야 해. 그날은 꾸벅하고 졸아도 모든 걸 망치는 거야. 이거 봐”

노인이 내 눈앞에 그의 주먹을 내밀었다. 장지손가락의 끝이 구부러져 있고 손가락에 칼자국이 나 있었다. 화타영감이 계속 말했다.

“육경신 수련을 하는 데 순간이라도 잠을 자면 하늘과 통하지를 못하게 되거든. 잠깐이라도 졸까 봐 내가 칼로 손가락을 그어버렸지.”

“육경신이 뭡니까?”

내가 물었다.

“경신이라는 게 육십갑자에서 나오는 말인데 어려서 마을 홍참봉 어른한테서 배웠어. 일 년에 경신일이 여섯 번 있는데 그날은 하늘이 열리고 신장이나 귀신을 볼 수 있는 날이야. 꼬박 깨어있어야 해. 그게 성공하면 천안(天眼)을 가지게 되어 귀신을 볼 수 있고 병도 보이는 거지. 수련 정도에 따라 귀신이 오고 가는 자취는 알 수 있는 거지.”

화타 영감의 치료는 의술이 아니라 종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천안이 열려 병을 본다 이거죠?”

이성적으로는 믿을 수가 없었다.

“서재필이 세운 세브란스 병원에서 못고친 것도 나는 그시절 고쳤어. 미국놈들은 간암, 당뇨, 갑상선 암을 절대 못고쳐. 그렇지만 나는 자신 있어. 미국약, 일본약 안쓰고도 고친단말이야.”

노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차 있었다. 노인이 말을 계속했다.

“나는 앞으로 세계를 휘어 잡을 거야. 구라파에는 미친놈과 지랄병이 많아. 난 그거 다 고칠 수 있어. 내 비법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귀한 거야. 오십조 백조를 준다고 해도 안 바꿔.”

“어떻게 그런 병들을 고치는 거죠?”

“내가 지은 약으로 하는 거야.”

“그 약 가져다가 과학적으로 성분분석해 보면 되겠네”

“절대 안 되지. 내가 뭐가 뭔지 알 수 없도록 했어. 불에 여러 번 데우면 아무도 못 알아내”

나는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순수한 전통 한의학도 아니고 종교도 아니었다. 민간으로 전승되어 내려오는 치료법도 아닌 것 같았다. 화타 영감의 정체도 궁금해졌다.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2181 그물을 배 오른쪽으로 바꿔보시오(8) 운영자 21.02.01 103 0
2180 가버나움의 악령(7) 운영자 21.02.01 99 0
2179 나자렛 길가에서 떠오른 생각(6) 운영자 21.02.01 65 0
2178 진땀빼는 천사 가브리엘(5) 운영자 21.01.25 75 0
2177 비어 있는 무덤(4) 운영자 21.01.25 88 1
2176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3) 운영자 21.01.25 63 0
2175 가야바의 집 지하 물탱크(2) 운영자 21.01.25 73 0
2174 예수의 흔적을 찾아서(1) 운영자 21.01.25 69 0
2173 내부자 고발의 출판기념회 운영자 21.01.25 89 1
2172 경기 중학교 운영자 21.01.25 142 2
2171 벌 받지 뭐(2) 운영자 21.01.18 113 0
2170 벌 받지 뭐(1) 운영자 21.01.18 122 0
2169 검찰청 대기실의 추억 운영자 21.01.18 131 1
2168 그 시절의 위원회 운영자 21.01.18 88 1
2167 재벌가의 정략 결혼 운영자 21.01.18 349 3
2166 무슨 그따위 소리를 운영자 21.01.18 106 1
2165 강가 두 노인의 마지막 대화(8) 운영자 21.01.18 75 1
2164 강가 두 노인의 선문답(7) 운영자 21.01.11 84 2
2163 늙어가는 법(6) 운영자 21.01.11 96 1
2162 하늘이 노래졌어(5) 운영자 21.01.11 70 0
2161 걷기가 불편하다는 것(4) 운영자 21.01.11 89 1
2160 강가 노인의 저녁식사(3) 운영자 21.01.11 140 0
2159 도움을 거부하는 개결한 자존심(2) 운영자 21.01.04 115 1
2158 노인의 홀로서기(1) 운영자 21.01.04 104 2
2157 좀비를 피해 도망간 사람들 운영자 21.01.04 119 2
2156 하서 선생 운영자 21.01.04 114 1
2155 화타 영감 이야기(6) [1] 운영자 21.01.04 114 1
2154 화타 영감 이야기(5) 운영자 20.12.28 130 1
2153 손녀의 꿈 [1] 운영자 20.12.28 110 1
2152 빨간 쟈켓의 멋쟁이 친구 운영자 20.12.28 92 1
2151 책을 주는 청년들 운영자 20.12.21 132 1
2150 책을 내지 못하는 소설가들 운영자 20.12.21 117 1
2149 죽은 소설가의 고문당했던 이야기 운영자 20.12.21 128 2
2148 희망제작소 운영자 20.12.21 99 1
2147 김영사 박은주 사장 운영자 20.12.21 282 3
2146 작은 구멍으로 우연히 본 신자유주의 운영자 20.12.21 112 2
2145 착한 금수저 아버지와 아들 운영자 20.12.21 165 2
2144 명문 갑부의 겸손 운영자 20.12.21 275 2
2143 고 김상돈옹의 이야기(1) 운영자 20.12.14 184 2
2142 역사와 문학에 대한 조언 운영자 20.12.14 184 1
2141 화타영감의 과거(4) 운영자 20.12.14 380 1
2140 명문부자 후예의 쓸쓸함 운영자 20.12.14 278 1
2139 명문가의 특징 운영자 20.12.14 302 1
2138 명당 운영자 20.12.14 174 2
2137 조선 프로테스탄트의 시조 운영자 20.12.14 161 0
2136 당신의 가장 소중한 추억은? 운영자 20.12.07 163 2
2135 화타영감의 비방(3) 운영자 20.12.07 209 1
화타 영감의 신비한 진단법(2) 운영자 20.12.07 159 1
2133 죽은 화타 영감의 기억(1) 운영자 20.12.07 246 1
2132 인생 광야의 가시덤불 운영자 20.12.07 161 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