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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대통령

운영자 2021.07.12 10: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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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대통령




천구백구십오년 경 가을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권력의 호랑이 등에서 떨어진 전직 대통령이 진흙탕에서 뒹굴었다. 분노한 대중은 전 지도자가 구름 아래로 떨어져 허둥대는 모습을 즐기는 것 같았다. 하루아침에 전두환 노태우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역적이 되고 법정에 섰다. 그들이 군사반란을 했고 재벌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어느 날 노태우 대통령의 인척이 되는 인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 변호사 감옥에 간 대통령을 좀 도와주지 않겠어?”

말하는 그는 나와 잘 알고 있는 사이였다. 대통령이 몰래 숨겨두었던 비자금이 폭로되고 연일 신문에는 전직 대통령이 구입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숨겨두었던 빌딩들이 노출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조용히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나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법정에서 대통령이었던 아버지가 뭐라고 말을 해야죠?”

대통령의 아들이 물었다. 권력자의 입 노릇을 하던 사람들의 행방이 궁금했다.

“대변인이나 공보수석을 하던 분들은 어디 있죠?”

“연락을했는데 전화조차 받지 않아요. 일부러 그런 것 같아요.”

대통령 아들의 표정에는 섭섭한 그들이 드리웠다.

“경호실장이나 안기부장을 하던 사람들은요?”

그들은 봉건시대로 치면 왕과 생사를 같이하는 측근 중의 측근이었다.

“모두 사라지고 안부 전화조차 없어요.”

“그래도 대통령을 한 분인데 감옥에 가니까 이렇게 뒷골목 개인 변호사를 찾아올 정도로 사람이 없다는 말입니까?”

내가 의아한 마음으로 대통령의 아들에게 물었다.

“대통령 이임식장에서는 말이죠 재벌회장들이 하는 말이 앞으로도 대통령이었던 아버지를 형님같이 평생 모시겠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지금 등 돌리는 행태를 보면 무서울 정도예요. 모두들 검찰에 가서 대통령인 아버지에게 뇌물을 바쳤다고 진술하는 거예요. 사실 아버지는 돈에 대해서는 몰라요. 군인 시절부터 직접 돈을 만진 일이 거의 없어요. 부관들이 계산하고 심부름을 했죠. 대통령이 된 후에는 경호실장이 모든 일을 다 처리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경호실장을 하던 사람이 검은가방을 가지고 와서 아버지 앞에 탁 던져놓고는 없어진 거예요. 남에게 변명할 수는 없지만 세상에서 비자금이라고 떠드는 실체를 아버지와 저도 처음으로 본 겁니다.”

대통령은 퇴직을 한 후에도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나는 법정으로 가서 재벌 회장들이 대통령에게 돈을 준 이유를 진술하는 걸 들어 보았다. 검사가 한 건설그룹의 회장에게 물었다.

“경호실장을 통해 대통령에게 이십억원을 준 사실이 있죠?”

“저희가 하는 공사에 대해 위에서 감사 표시를 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해서 가져다주었습니다. 정부에서 발주하는 공사를 더 맡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청와대로 들어갔는데 경호실장이 하는 말이 대통령이 바쁘셔서 독대할 시간이 없으시다고 하는 바람에 경호실장에게 주고 나왔습니다.”

상당수의 재벌 회장이 그런 식이었다. 재판장이 재벌 회장들을 향해 꾸짖듯이 말했다.

“여러분들 중에서 돈세탁을 안 하고 청와대에 돈을 가져다 준 사람이 있으면 말해보세요. 모두 돈세탁을 하고 가져다 주었을 겁니다. 정당한 돈이라면 왜 세탁을 합니까?”

재판장의 그 말에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대답했다.

“돈세탁을 안 하면 받지 않아서 그렇게 했습니다.”

나는 법정에서 권력과 재벌의 유착을 그렇게 목격했었다. 그 후 김영삼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도 아들이 돈을 받아 감옥에 갔다. 노무현 대통령도 부인이 받은 돈이 말썽이 되어 자살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박근혜 대통령도 돈 때문에 감옥에 들어갔다. 경제민주화가 되려면 대통령이 돈에서 해방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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