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상담료

운영자 2010.09.07 16:47:48
조회 715 추천 0 댓글 4

    사무실로 70대쯤 되는 남자가 들어왔다. 대머리에 퉁방울 같은 눈을 가진 심술궂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는 항고이유서를 써달라고 했다. 건설업자인 그는 거액의 대출금을 은행에서 끌어내기 위해 비용을 썼는데 안됐다는 것이다. 그는 중간에 있던 사람들을 고소했는데 무혐의처분이 났다. 나는 항고이유서를 써 줄 것을 거절했다. 자기 욕심이 달성되지 않으면 또다시 변호사를 욕할 사람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변호사 사무실을 찾은 의뢰인의 상당수가 그런 부류였다. 법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한 시간이 넘게 음료수까지 제공하면서 열심히 듣고 정직한 의견을 얘기해 주었다.

 

    “어이구 아주 훌륭한 변호사시구만.”

 

    그가 헛 공치사를 했다. 상담이 끝나고 그가 그냥 돌아 나가려고 할 때였다. 내가 그를 불러 세우고 말했다.

 

    “상담료를 주시죠. 한 시간이 넘었습니다.”

 

    내가 그에게 정식으로 요구했다.

 

    “무슨 상담료를 받습니까? 그냥 무료인줄 알고 왔는데요.”

 

    그가 눈알을 부라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법원가를 돌면 다 무료상담변호사 천진데 왜 그러냐는 눈빛이었다.

 

    “저는 시간과 경험을 열심히 제공했습니다. 대가를 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가 왜 그냥 상담을 해드려야 합니까?”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는 나는 조금의 시간도 에너지도 나누어주기가 아까웠다. 그 시간동안 나는 소중한 책을 읽을 기회를 빼앗겼고 사랑하는 손녀를 귀여워할 순간도 포기했다.

 

    “지금 현찰이 없어서..”

 

    그가 궁색한 변명을 했다. 안주겠다는 얘기다. 나는 그에게 은행계좌가 적힌 메모지를 주면서 말했다.

 

    “그러면 가셔서 이 구좌번호로 상담료를 보내주세요.”

 

    그는 마지못해 구좌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주머니에 구겨 넣으면서 나갔다. 나는 그가 상담료를 보내지 않으리라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며칠 후 재판을 위해 법원으로 가는 골목길에서였다. 그 남자가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길은 외길이었다. 그 남자는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모르는 체 하면서 지나갔다. 흔히 변호사를 도둑놈이라고 하지만 의뢰인 중 상당부분이 값 없이 변호사의 지식과 시간과 에너지를 도둑질 해 간다. 그건 눈이나 비같이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져 얻은 게 아니다. 당당하게 상담료를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3358 종교 장사꾼 운영자 24.05.20 49 2
3357 주병진 방송을 망친 나는 나쁜 놈 운영자 24.05.20 49 0
3356 대도를 오염시키는 언론 운영자 24.05.20 30 1
3355 세상이 감옥보다 날 게 없네 운영자 24.05.20 39 1
3354 악인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 운영자 24.05.20 30 1
3353 서민의 분노와 권력의 분노 운영자 24.05.20 29 0
3352 쥐 같은 인생 운영자 24.05.20 33 1
3351 좋은 사람의 기준을 깨달았다 [1] 운영자 24.05.13 97 2
3350 너도 도둑이지만 윗놈들이 더 도둑이야 운영자 24.05.13 56 0
3349 국무총리와 도둑 누가 거짓말을 했을까. 운영자 24.05.13 77 0
3348 도둑계의 전설 운영자 24.05.13 44 1
3347 바꿔 먹읍시다 운영자 24.05.13 41 0
3346 반갑지 않은 소명 운영자 24.05.13 44 0
3345 대도 사건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 운영자 24.05.13 41 0
3344 재판을 흥미성 보도자료로 만듭니다. 운영자 24.05.06 71 1
3343 부자들의 비밀금고 운영자 24.05.06 80 2
3342 죄 값 이상을 강요할 권리가 있나? 운영자 24.05.06 60 0
3341 입을 틀어막히는 분노 운영자 24.05.06 63 0
3340 변호사로 정상이라고 생각합니까 운영자 24.05.06 67 1
3339 도둑 일기 운영자 24.05.06 79 1
3338 숯불 나르는 청년의 외침 운영자 24.05.06 70 1
3337 당신은 꽂히면 바로 내 지르는 사람이야 운영자 24.04.29 96 1
3336 아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세요 운영자 24.04.29 75 1
3335 도대체 저의가 뭡니까? 운영자 24.04.29 83 1
3334 기억 사진첩 속 어떤 재판광경 운영자 24.04.29 69 1
3333 내가 체험한 언론의 색깔 운영자 24.04.29 74 1
3332 변호사란 직업의 숨은 고뇌 운영자 24.04.29 78 1
3331 저세상으로 가는 법 운영자 24.04.29 84 1
3330 인권변호사의 첫걸음 운영자 24.04.22 103 1
3329 깨어있는 시민의 의무 운영자 24.04.22 92 1
3328 죄수가 전하는 사회정의 운영자 24.04.22 102 1
3327 이민자의 슬픔 운영자 24.04.22 104 1
3326 강도에게 성질을 냈었다. 운영자 24.04.22 96 1
3325 외국의 감옥 운영자 24.04.22 95 1
3324 벗꽃 잎 같이 진 친구 운영자 24.04.15 131 1
3323 조용한 기적 운영자 24.04.15 134 2
3322 감옥은 좋은 독서실 운영자 24.04.15 110 1
3321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 운영자 24.04.15 112 1
3320 미녀 탈랜트의 숨겨진 사랑 운영자 24.04.15 129 1
3319 두 건달의 독백 운영자 24.04.15 115 1
3318 명품이 갑옷인가 운영자 24.04.15 105 1
3317 나는 될 것이라는 믿음 운영자 24.04.15 111 1
3316 오랜 꿈 운영자 24.04.08 121 2
3315 그들은 각자 소설이 됐다. 운영자 24.04.08 139 1
3314 나이 값 [1] 운영자 24.04.08 205 1
3313 검은 은혜 [1] 운영자 24.04.08 197 3
3312 실버타운은 반은 천국 반은 지옥 [1] 운영자 24.04.08 208 2
3311 늙어서 만난 친구 운영자 24.04.08 115 1
3310 그들을 이어주는 끈 [1] 운영자 24.04.01 334 2
3309 그가 노숙자가 됐다 [1] 운영자 24.04.01 221 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