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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숙씨의 글을 읽고

운영자 2010.10.11 17:04:53
조회 317 추천 0 댓글 0

    나는 변호사로서 수시로 감옥을 드나든다. 페인트 칠을 한 투박한 철문을 지나면 대개가 콘크리트 포장을 한 넓은 공터가 나온다. 곳곳이 높은 담으로 구획을 한 구석에 ‘여사’라는 간판을 보곤 했다. 존칭이 아니라 여죄수의 감옥이란 뜻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락으로 떨어진 여인들이 머무는 곳이었다. 더러는 이층에서 접견을 기다리다가 창을 통해서 여사의 뒷마당을 넘겨다 보기도 했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꼬마가 엄마를 따라 징역생활을 하기도 했다. 엄마의 죄를 함께 진 것이었다. 그 안에서 잔잔히 내려 쬐는 햇볕을 그리워하는 그들의 한숨과 원망 소원을 듣고 싶었다.


    저자인 이동숙씨의 글을 읽었다. 그녀는 이 세상에서는 한 사람의 나그네요 외국인이었다. 그녀가 그리는 본향은 저 높은 영혼의 왕국인 것 같았다. 가난한 영혼의 헐벗은 나그네는 자청해서 감옥여행을 했다. 그녀의 감옥행에는 다분한 미필적 고의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자죄수들의 생활을 보도사진을 찍듯이 한 장면 한 장면 정성들여 기록했다. 소외된 자들에 대한 무조건의 애정도 아니었다. 권한을 가진자들에 대한 감정적인 증오도 자제되었다.


    몸에 몸이 겹치는 좁은 감옥 속에서 스멀스멀 배어 나오는 완숙한 여인의 욕정도 솔직하게 표현했다. 칫솔대에 구멍을 뚫어 머리핀을 만들고 계란흰자를 아껴 맛사지하는 여사 특유의 모습들도 그려냈다. 몇 평의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탐욕과 질투, 교만과 허세도 그녀는 같은 눈높이에서 사실적으로 기록했다. 내남없이 속이 허한 인간들의 원색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곳 역시 인간이 살고 있었다. 수재민들에게 영치금을 모아 보내는 인정과 눈물도 있었다. 여감옥안이라고 모두 같은 색깔만은 아니었다. 양귀비나 억새풀같은 여자가 있는가 하면 라일락이나 코스모스 같은 여자도 있다고 그녀는 표현했다.


    이 글을 통해 이동숙씨가 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자유하고 싶고 살고 싶고 행복하고 싶다는 것이다. 감옥여행을 통해 그녀는 순간순간 주어지는 참자유의 맛을 느꼈을 것 같다. 어린시절 인기인이 되고 싶었던 그녀는 완전한 몸을 갈구했다. 어린시절 인기인이 되고 싶었던 그녀는 완전한 몸을 갈구했다. 그러나 하늘에 계신 그분은 보다 보람있는 일을 하라고 불편한 몸을 주신 것 같다. 그녀는 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재물을 요구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를 사랑하시는 그분은 한가지라도 깊은 사명을 행하라고 가난을 주신 것 같다. 그녀는 명동성당 안의 마리아에게 투정을 했다. 왜 선남선녀처럼 행복을 주시지 않느냐고. 글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저자인 이동숙씨는 ‘미혼모의 집’을 남몰래 경영하는 분에게서 진한 감동을 받는다.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찾는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위로를 얻는다. 함께 울고 함께 고생했던 사람만이 고통받는 사람의 아픔을 가슴으로 받아들인다.


    이동숙씨는 험난한 인생산맥을 걸어가는 수많은 여성들을 감싸고 어루만져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독특한 분이다. 재산이 있고 학벌이 있고 미모가 있는 여자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는 ‘아브라함의 집’에서 출소자 한명 한명을 돌보고 있다. 테레사 수녀의 얘기가 생각난다. 이 세상에 위대한 일은 없다. 단지 위대한 마음을 가지고 작은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갈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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