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영어 얘기만 하면 디씨가 무슨 영어학원도 아니고 재미없자나~?
(사실 밑천이 딸려서 좀 쉬는 것임....)
전에 영국생활 얘기 해달란 횽도 있었고 해서 오늘은 간단히 영국생활하면서
이건 좋더라, 마음에 들더라 하는 점과 이건 짜증난다 정말! 싶은 걸 얘기해볼까해.

그럼 우선 좋은 점부터..

만약 런던(이나 통근 가능한 근교)에 산다면
일단 연극이나 클래식 음악 좋아하는 횽 눈화들은 천국이 따로 없어.
말로만 듣던 유명한 배우들이 런던에서 줄창 연극을 돌아가면서 하고 있거든.
물론 또 영국 배우 쪽에 별 관심이 없으면 그냥 다 무명인고다.....;;
어쨌거나, 케빈 스페이시, 제레미 아이언스, 레이프 파인즈(랄프 파인즈) 이런 횽들이
연극을 하니까 예매만 잘하면 실물을 볼 수 있다는고지.
주디 덴치, 이안 맥켈렌 같은 본좌급들도 꾸준히 공연을 하고있고.
클래식 음악계로 가면 세계 유명하고 잘나가는 연주자, 연주단체들은 정기적으로
런던을 다 한번씩 들렀다 가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빈필 한번 온다면 목숨을 걸고
수십만원을 퍼부어서 표를 산뒤에 상암 경기장-_-;;;에서 볼 필요가 없다는거지.
비싼 표는 정말 비싸지만 가장 싼 표를 사면 2, 3만원 정도로 한국선 레코딩으로만
겨우 듣던 연주를 직접 들을 수가 있어.

영국 사람들은 정원 가꾸는 일을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해.
정원 가꾸기 잡지도 여러종류 나오고 신문 주말판에 가드닝 섹션이 꼭 들어있어.
봄, 여름에는 정원 잘 가꾼 집 앞만 지나가도 꽃이랑 나무가 아주 흐드러지지.
그리고 공원도 많아서 살살 산책다니기도 좋고.

이 동네 신문을 읽고있으면 한국 신문사들은 정말 게을러 터졌다는 생각이 들어.
영국 타블로이드(선, 미러 등등)는 저질인걸로 유명한데 (특히 선. 이건 찌라시만도 못해)
정론지라고 할 수 있는 신문들은 기사가 진짜 심도있고 분석적이야.
정치적 색깔은 다르지만(텔레그라프-보수, 더 타임즈-중도보수, 가디언-중도좌파,
인디펜던트-좌파) 어찌됐거나 칼럼도 깊이있게 잘쓰고 국제 기사도 그냥 남의 기사
따와서 줄줄이 읊기만 하는게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취재한 심층 기사가 자주 실려.
한국 신문사들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따운지 모르겠어-_-
타블로이드 찌라시랑 전국판 정론지 사이에 이브닝 스탠다드 같은 대중적으로 많이
팔리는 싼 신문도 있는데 이런 신문이나 지하철에서 나눠주는 무가지 같은 건 그냥
출퇴근 하면서 훑어보고 그러는 신문이거든. 한국에서 정론지를 자처하는 신문들
수준이 딱 고 정도야. 언론사들 정신 좀 차리자........


이렇게만 쓰면 꼭 영빠같지만 안좋은 점도 얘기해보자고.

우선. 물가가 너무 비싸.................................................
전에 한국 방송이나 신문에서 서울 물가가 세계 2위네 어쩌네 하는 기사를 냈는데
그런거 보면 런던하곤 비교 안하더라? 그리고 비교하는 걸 보면 외식을 한번 하면
파스타 한접시가 서울선 얼만데 뉴욕선 얼마라더라. 서울이 더 비싸다 어쩌구 이렇게
비교를 하더라고. 이게 말이 안되는게 제대로 질을 따져봐야 되거든.
서울선 물은 공짜잖아. 마늘빵도 그냥 주고. 더 달라면 더 주기도 하지.
런던이고 뉴욕이고 서양 동네선 정말 국물도 없는거야....물은 사마시는거다...ㄷㄷ
그리고 팁도 줘야되고. 쳇. 서울이 물가가 싼 동네는 아니지만 설레발에 속지말자.
중국식당에서 볶음밥이 7천원이면 무척 싼거야. 엽차 같은거 한국선 그냥 주지? 
이것도 역시 다 사 마셔야돼...살기 쉽지 않아.

교통비는 정말 환장을 해. 버스 싱글 티켓을 현금으로 내면 4천원(2파운드)
교통카드로 내면 2천원(1파운드). 지하철은 구간마다 달라지는데 버스보다 훨 비싸.
교통카드로 1주일이나 1달씩 정기권을 사면 싸. 학생은 30% 할인이 되고.
그런데 그 30% 할인 된 가격도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야. 
존 1,2 안에서 버스, 지하철,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한달 정액권이 62.3파운드야. 약 12만원.
성인은? 89.10 파운드. 3존이나 4존까지 되는건 더 비싸지지. 성인이 3존 이상에 살면서
한달 정기권을 사면 한달에 이 교통비만 20만원 넘게 드는거야. 
난 지하철 안타도 된다! 버스만 타겠다! 이러면 훨씬 싸. 한달에 학생은 한 7만원, 
성인은 한 10만원. 그리고 버스는 존 안나뉘고 런던 안에선 다 다닐 수 있지. 

그리고 또 안좋은점. 집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추워.
유학생, 어학연수생 커뮤니티 같은데 보면 전기장판 꼭 들고오란 얘기가 많아.
이게 과장이 아니고 정말 집이 너무나 심하게 더럽게 추워.
영국은 이중창이 거의 없어. 그래서 창문틈으로 바람이 다 들어오지.
우리처럼 바닥에서 뜨끈뜨끈하게 올라오는 온돌은 당근 없고 마루 밑에서 난방이
올라오는건 무지 비싸고 고급스러운 집에나 있어. 난방을 해도 발은 늘 시린거지.
영국에서 겨울을 지내본 사람들을 모아놓고 영국집 춥다는 얘기 시키면 밤을 샐걸...
한겨울에 실내온도가 20도가 안되는 집에 있다보면 욕이 절로나와...

또 하나. 보일러나 배수관 이런게 고장이 났다거나 지붕에서 물이 샌다거나 뭐 이런
일이 생겼어. 그럼 고치는데다가 연락을 하겠지? 이거 고칠 사람들이 한달 안에 나타나면
와 정말 잘오셨습니다. 하고 격하게 반가워해줘야돼. 이런 수리를 의뢰하면 잊어버릴때 쯤
되어야 일할 사람들이 나타나. 즐겁겠지? 지붕에 막 물새는데 두달 기다려야 되고. 하하....
여기가 괜히 DIY가 발달한게 아니야. 인건비 비싼건 그렇다치고 뭐 사람이 나타나야말이지...
그래서 결국 웬만한건 직접 하게 된다는거지. 사실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사실 뭐든지 오래걸려. 학교에서 재학증명서나 주소증명 같은 서류 떼는것도 말이야
(이건 내가 유난히 행정이 구린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더할지도 모르지만) 이걸 뭐 손으로
일일이 돌에 새겨주는것도 아니면서 사흘, 닷새가 걸려. 어이가 없어...
전산화가 되어있는데 왜 재학증명서 떼주는데 닷새가 걸리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어.

은행에 계좌 여는거? 이거 한달걸려. 계좌 신청을 하고 여러가지 서류를 제출하고 오면
2주쯤 있다가 계좌번호랑 비번이 나오고 또 한 2주 기다려야 현금카드 나오고 그래.
이걸 좀 빨리 하려면 어떻게 하느냐. 기존에 그 은행 고객인 사람이 추천을 해주면 돼. 
그렇다고 한국에서처럼 뚝딱 해주는게 아니고 또 약속을 잡고 은행에서 추천자한테
연락을 해서 자필 서명이 된 추천서를 받고 어쩌구저쩌구....복잡해......

아무튼 뭐든지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걸려. 근데 유럽 안에선 영국이 일처리가 젤 빠르대.
비유럽 출신인 외국인들, 특히 한국 일본 미국 이런데서 온 외국인들은 처음에 답답해서 죽어가.
정말 일하는걸 보고있으면 복장이 터져서 보고 있을 수가 없어.
내가 원래 급한 성격인것도 아니야. 난 원래 뭐든지 세월아 네월아 하는 스타일인데
한국기준으로 느려터진 속도는 영국에 오면 빠른거고 한국에서도 일처리가 빠르다 싶으면
이건 영국에 오면 빛의 속도 되겠어.
근데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이 느려터진 속도에 적응이 된 자신을 보게 된다는거.....
어쩌겠어. 살자니 적응을 해야지...

아 말이 너무 많아졌네. ㅋㅋ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영드얘기: 좀있으면 맨스필드 파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