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아론 소킨의 스튜디오 60 온 더 선셋 스트립과 함께 TV업계, 단적으로 말해 NBC의 Saturday Night Live(이하 SNL)를 소재로 한 또 한 편의 프로그램이 있으니 바로 30 락(30 Rock)이다.
SNL도 스튜디오 60도 30락도 전부 NBC의 프로그램이지만, SNL은 스케치 쇼, 스튜디오 60은 드라마, 30락은 코미디라는 점에서 각각 다른 장르로 제작되었다. SNL은 이미 30년이나 이어지고 있는,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으로서는 전통 있는 프로그램이다.
스튜디오 60과 30락은 방송 전부터 SNL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코미디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는데 어째서인지 스튜디오 60과 30 락이 프로그램 타이틀에 숫자를 붙인 것까지 똑같다. 잠깐 타이틀에 대해 설명하자면 스튜디오 60의 경우는, 극 중에 등장하는 프로그램의 타이틀이 스튜디오 60이고, 30 락의 경우는 NBC가 있는 미드 맨해튼의 빌딩 소재지인 30 Rockefeller Plaza에서 연유된 것이다.
뉴욕뿐만 아니라 미국을 대표하는 풍물로 알려진 락펠러 센터의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을 본 적 없는 이는 없을 거라 생각되지만 바로 앞에 아이스 스케이트 링크에, 그 뒤에 트리가 있고 그 뒤에 보이는 빌딩이 30 락, 바로 락펠러 빌딩이다. 물론 SNL을 공개 촬영하고 있는 스튜디오는 이 빌딩 안에 있다.
드라마와 코미디라는, 장르가 다르다는 점 외에 스튜디오 60과 30락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SNL과의 관계이다. 스튜디오 60은 SNL을 모델로는 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자체는 소킨의 구상에 의한 프로그램이며 사실상 스튜디오 60과 SNL은 아무런 연관도 없다. 그런데 30 락의 경우, 크리에이터 겸 주인공을 맡고 있는 티나 페이는 실제로 이 SNL에 레귤러로 출연했던 배우이다.
티나 페이와 함께 총제작지휘에 크레딧되어 있는 이는 SNL도 프로듀스하고 있는 론 마이클즈(Lorne Michaels)로 제작은 론 마이클즈의 브로드웨이 스튜디오가 맡고 있다. 30락의 공연자인 알렉 볼드윈은 SNL에서 가장 많은 게스트 출연으로 유명한데 이것 또한 SNL과 연이 깊다 할 수 있겠다. 여기에 트레이시 모건이나 레이첼 드래치도 티나 페이와 함께 SNL의 레귤러 출연자였다. 이렇게 실제로 SNL의 관계자들이 제작하고 있는 게 바로 이번 NBC에서 시작된 뉴 코미디 30 락이다. 단, 티나 페이는 극 중에서 갈리 쇼(The Garile Show)라는 스케치 쇼를 프로듀스하고 있는데 이것만은 SNL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인다.
프로그램 첫 회에서는 페이가 연기하는 리즈가 NBC의 새로운 보스 도기너의 명령으로 인기 코미디언인 트레이시 조던을 방송에 출연시키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렇게 해서 어렵게 트레이시를 데리고 스튜디오로 오지만 이미 생방송 쇼는 시작되었고 난데없이 도기너의 명령으로 진짜 고양이를 무대에서 쓰는 설정으로 바뀌어 당연히 방송의 성공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고양이는 제멋대로 움직여 쇼는 엉망진창이 된다. 이런 위기에서 트레이시가 뛰어들어 애드립으로 남은 몇 분을 잘 요리한다는 내용이다.
잘난 척하며 빈정거리는 태도로 직장을 자기 마음대로 이끌고 싶어하는 신임 보스 도기너를 연기하는 이는 알렉 볼드윈. SNL에서는 몰리 섀넌 등과 함께 했던 공공 라디오 패러디가 인상에 남는데 웃지도 않고 빈정거리는 모습이 역으로 웃음을 꾀하는 지금의 캐릭터가 어쩌면 그 때의 그 패러디에서 굳어진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다.
또 SNL과도 관계되어 있으며 30 락에도 등장하는 이가 바로 트레이시를 연기하는 트레이시 모건, 그리고 단역이지만 일인 다역을 한다는 설정으로 레이첼 드래치가 출연한다. 트레이시 모건은 프로그램 상에서는 인기 있는 문제아라는 설정인데 어쩐지 그가 개그계의 수퍼스타 같은 설정은 그에게는 좀 버거운 듯 보인다. 레이첼 드래치는 SNL에서처럼 몇 개의 역할을 연기한다는 설정인데 SNL에서 자주 했었던, 머리에 손이 붙어 있는 기형모습을 여기에서도 보여줄까 기대된다.
하지만 SNL과 비교할 때 가장 흥미로운 건 티나 페이의 친분으로 과연 누가 등장할까가 아니라 누가 나오지 않느냐이다. SNL의 주말 업데이트 코너에서 페이와 오랫동안 콤비로 활동했던 지미 팔론(Jimmy Fallon)의 부재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랫동안 콤비로 활동한 만큼 30 락에서의, 그의 부재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방송 전 기대는 어쨌든지간에 시즌이 시작되면서 30 락의 성적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 하다. 간신히 풀 오더를 받기는 했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악전고투 중으로 결국 NBC가 취한 정책은 30 락을 스크럽스, 내 이름은 얼, 오피스가 편성되어 있는 목요 8시부터 10시 타임에 끼워 넣은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30락은 처음 몇 에피소드는 수요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되었으나 에피소드 5부터는 목요일 9시 30분으로 변경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시간대는 NBC가 자랑하는 최강의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어 Must See TV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타 네트워크를 압도하고 있었다. 특히 8시에 프렌즈, 9시에 사인펠드라는 양대 시트콤과 함께 전성기의 ER이 10시대에 편성되어 있었던 90년 후반의 NBC는 거의 천하무적으로 아마도 이 시기에 NBC 이외의 채널을 보는 시청자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CBS의 서바이버나 CSI: 과학수사대, ABC의 어글리 베티나 그레이 아나토미로 인해 군웅할거 시대가 된 목요일 밤을 허술해지고 있는 30분 코미디로 어떻게든 만회해보려는 게 NBC의 생각인 듯 하다.
그러고 보니 ‘30 락’을 비롯해 ‘스크럽스’, ‘내 이름은 얼’, ‘오피스’’까지 전 프로그램이 싱글 카메라로 촬영된 코미디로 스튜디오에서 일반관객과 함께 촬영하는, 미 TV계의 전통 시트콤이 아니다. 미 TV계는 현재 전통적 시트콤이 저물어가고 있는 추세로 올 시즌만해도 이런 종류의 새 시트콤은 FOX가 편성한 틸 데스(‘Till Death)와 CBS의 클래스(The Class), 두 편뿐이다. 얼마나 시트콤이 불황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하튼 새롭게 편성된 ‘30락’. ‘내 이름을 얼’을 시작으로 ‘오피스’, ‘스크럽스’, 이후에 ‘30락’, 이 4편의 코미디, 이어서 방송되는 ER까지, 과연 NBC의 그 무시무시했던 Must See TV의 옛 명성을 되찾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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