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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파인다이닝의 시작, 델모니코스 (Delmonico's)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22 23:42:09
조회 5203 추천 80 댓글 38
														


* 2019년 여름에 다녀온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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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레스토랑들은 단지 그 존재만으로도 전설이 됩니다.


뉴욕 월스트리트 인근에 위치한 델모니코스 역시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요.


다른 레스토랑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여기서 밥 먹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서 밥 먹었다"하는 동안 "링컨 대통령이 여기서 밥 먹었다"라며 침묵시킬 수 있는 식당이니까요.


미국 최초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자 수많은 요리가 탄생한 곳이니, 미국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 장소 자체가 일종의 성지와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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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으면 셋팅되어있는 기념 접시. 주문을 하면 이 접시는 치우고 주문에 맞게 서빙 플레이트를 깔아줍니다.


뭐, 마음에 들면 하나 구입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지요.


유명한 레스토랑들은 단순히 음식만 파는 게 아니라 요리책, 소스는 물론이고 이니셜 들어간 식기나 기념 엽서까지 파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요.


실제로 레스토랑 음식은 들이는 수고에 비하면 마진이 그닥 크게 남지는 않는 것으로 유명한 종목입니다. 장사 잘 하면 기껏해야 10% 정도 순이익이 나는게 보통이지요.


그러니 음식은 본전치기 할 각오로 팔고 음료와 주류에서 마진을 남기는 식당도 많은 형편입니다. 


이에 비하면 기념품 장사는 상대적으로  별 노력도 들이지 않고 어마어마한 이익이 남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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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내부는 그닥 넓지 않습니다. 레스토랑 가장 끝 좌석에 앉았는데 보이는 전경이 이정도네요.


골목 끄트머리의 길쭉한 삼각형 부지에 들어선 건물인지라 공간 활용도가 극악입니다.


하지만 이 좁은 레스토랑에서 초창기 월스트리트의 부자들은 물론이고 링컨 대통령과 마크 트웨인을 비롯한 수많은 유명인들이 다녀갔다는 생각을 하니 나도 역사의 일부분이 된 기분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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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특별할 것은 없는 식전빵. 받자마자 한 개를 먹어버려서 사진엔 두 개만 찍혔네요.


그리고 기분을 내기 위해 하우스 와인 한 잔.


평소에는 칵테일을 주로 마십니다만, 오늘 먹을 메뉴는 이미 정해져있기에 레드 와인을 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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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모니코스에서 주문해야 하는 메뉴는 당연히 델모니코 스테이크($51).


수많은 레스토랑에서 델모니코 스테이크라는 이름 붙은 고깃덩어리를 팔고 있지만, 오리지널은 당연하게도 델모니코스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어떤 곳에서는 뉴욕 스트립이 델모니코 스테이크인데 또 어떤 곳에서는 립아이가, 또 다른 곳에서는 채끝살이 같은 이름으로 팔린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델모니코스에서는 립아이(꽃등심)를 델모니코 스테이크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부위로 만들어도 꼭 틀린 것만은 아닙니다. 초창기 영업할 당시에는 재료의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고, 주방장은 그날 그날 들어온 고기 중에서 가장 질이 좋은 부위를 두껍게 썰어 델모니코 스테이크라는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보통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델모니코라는 이름이 붙은 메뉴는 '가장 자신있는, 가장 질 좋은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낸 스테이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요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스테이크라면 굉장히 섬세하게 요리하는 것이 보통인데, 델모니코스에서는 아주 클래식하다못해 거칠고 마초적인 느낌의 스테이크가 제공됩니다. 


"아기 주먹만한 고기쪼가리를 보물단지 다루듯 구워내는게 뭐가 맛있겠냐. 남자라면 커다랗고 질좋은 소고기를 팍팍 굽고 쓱쓱 썰어서 배불리 먹어야 제맛이지!"라는 느낌이랄까요. 


스테이크를 요리가 아니라 밥으로 먹는다는 점에서 아주 미국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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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파이터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대식가라고 자칭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맛있는 음식이나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기 위해서라면 2인분은 너끈히 해치울 정도는 됩니다.


그런데도 스테이크는 겨우 다 먹을 수 있었네요. 오리지널 델모니코는 14온즈가 기본이라고 하니 고기 무게만 거의 400그램에 육박하는 스테이크 + 감자와 옥수수를 먹어치운 셈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식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델모니코스에서 탄생한 "베이크드 알래스카"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니까요. (https://blog.naver.com/40075km/220911466829)


케이크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고, 겉을 이탈리안 머랭으로 둘러싼 다음 토치로 구워서 예쁘게 모양을 낸 디저트입니다.


델모니코스의 주방장, 찰스 랜호퍼가 미국이 알래스카를 구입한 것을 축하하며 만든 음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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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피는 배가 너무 불러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전통의 일부라는 생각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중략) 


영웅은 반드시 강철과 금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보라, 여기 은도금한 양철 칼과 삼지창을 서툴게 휘두르는 영웅이 있지 않은가!"


- 오 헨리. "추수감사절의 두 신사" 중에서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배가 불러도 용감하게 베이크드 알래스카를 향해 돌진합니다. 


이쯤 되면 배를 채우거나 입을 즐겁게 하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역사의 일부가 되기 위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한다는 심정으로 먹는 기분입니다.


프렌치 레스토랑의 섬세하고 휘황찬란한 디저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단순하면서도 맛있는 구성요소들이 모여 굉장한 시너지를 냅니다.


배가 불러도 맛있는 음식이 진짜 맛있는 음식이라는데, 2인분에 육박하는 고기를 먹고 나서도 접시를 싹싹 긁어 먹었으니 괜찮은 후식이었지요.


다만 두가지가 아쉬웠는데, 첫째는 베이크드 알래스카에 불 붙은 술을 부어주지 않았다는 것. 뭐, 이건 오리지널 버전에는 없던 퍼포먼스니 그러려니 합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이 레스토랑에서 발명한 또 하나의 유명 메뉴, 에그 베네딕트를 못 먹어봤다는 거지요.


고대 로마의 귀족들은 맛있는 음식을 더 먹기 위해 일부러 깃털로 목을 자극해서 토하고 또 먹었다던데, 그 심정이 이해가 가네요.


하지만 여행가면서 비행기 표 값 아깝다고 억지로 행선지를 여기저기 늘려버리면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볼 수 없듯이, 먹고 싶었던 걸 다 먹어보겠다고 욕심 내봤자 그 음식의 참맛을 느낄 수는 없을거라고 위안 삼습니다.


아쉬움은 남겨뒀다가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그 때 채우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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