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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문학 리뉴얼] 해병 최후의 날, 한 해병의 결단(決斷) (3)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22.47) 2024.03.30 00:19:20
조회 819 추천 42 댓글 12

1편 https://m.dcinside.com/board/marinecorps/212826

2편 https://m.dcinside.com/board/marinecorps/212975


곧 부대 전체를 덮는 굉음이 들려왔고, 하늘을 뚫어버릴 기세로 치솟는 화마(火魔)속에서 톤톤정 해병님은 산화하셨다.

하늘 끝까지 뚫어버릴 기세로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화마를 바라보며, 무모칠 해병님은 묶인 손 대신 포신으로 경례를 하시며,

"톤톤정, 해병이, 아니....네가 이겼다! 네 해병 정신을...영원히 잊지 않으마..!"

이에 모든 해병들은 포박된 몸으로 힘겹게 일어나 그가 산화한  자리를 향해, 그 언제보다 우람찬 경례를 하였다.

"전군 차렷! 톤톤정 해병을 향해...경례!"

"필 승!!!!"

그의 아버지와도 같았던 톤톤정 해병님을 잃은 탓일까, 어째서인지 조조팔 해병은 타오르는 화마에 몸서리를 치며 어쩐지 두려워 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경례를 올렸다.

"아쎄이들, 원위치."

박철곤 해병님이 몸을 벌벌 떠시며 힘겹고 나지막하게 말하셨다.

"박철곤 해병님...?"

우리는 박철곤 해병님을 바라보며 그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3초간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깨달으려던 찰나,

붉은 불길 속에서, 톤톤정 해병님의 얼굴이 보였다!

더 검게 탈 것도 없는 그의 얼굴을 보며, 전 부대는 톤톤정 해병님이 살아 돌아오셨다는 기쁨에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톤톤정 해병님!! 살아 계셨군요!"

"My senior, Tonjung Ton!!!"

그러나 곧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우리는 넋을 놓지 않을 수 없었다.

살아 돌아온 것은 톤톤정 해병님이 아니라, 톤톤정 해병님의 머리를 들고 불 속에서 유유히 걸어나오는 공군의 그 거구의 사내였다...!

그의 상의는 찢어지고 옆구리에 상처를 입은 듯 보였지만, 그의 발걸음을 놀라우리만큼 침착했고, 곧 우리는 인간의 육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그의 상체를 보게 되었다...!

반쯤 정신을 잃고 우리가 단말마의 탄식을 제외한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던 그 때, 박철곤 해병님은 예상하셨다는 듯이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내가 평소에 말을 해줬더라면...'헛된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헛된 희생?! 톤톤정 해병님의 그 숭고한 희생을 폄하하는 박철곤 해병님의 독백에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본 이상 나는 도저히 그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벌써 세 분의 오도해병님이 죽음을 무릅써서까지 싸웠지만 적군 전력에 흠집도 내지 못한 이 상황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해 해야 저들을 쓰러뜨리고 해병대의 절멸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쓰러뜨리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저 자에게는 어떠한 희생도 통하지 않을 테니..."

"아쎄이들, 내 말을 잘 들어라...저 자는, 지난 몇 년동안 공군에서 16만 7천원 이라는 천문학적인 자본을 들여 길러낸..."

"해병대 말살용 공군 최종병기, '공군출'이다...!!"

공군출, 모자 그림자로 덮인 그의 얼굴의 왼쪽 눈에서, 소름끼치는 붉은 빛이 번뜩였다....!!

그 때였다.

"하하하하하!!"

박철곤 해병님의 말씀이 끝나고 정적을 깬 것은, 용케도 살아남은 황근출 해병님께 피떡갈비가 된 황룡이었다.

그는 뒤틀린 몸을 간신히 일으켜 세우며, 우리를 비웃기 시작했다.

"꼴좋다!! 이 녀석을 기르기 위해 나와 여러 높으신 분 들이 힘을 좀 썼지!! 오늘에야 드디어 나의 피조물이 너희 똥꾸릉내 나는 좆게이 새끼들의 숨을 끊어놓는 꼴을 볼 수 있겠구나!"

"나는 네놈들에게 멸시받으며 항상 이 순간만을....어?"

황룡은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폭발로 하늘 높이 떠올랐던 톤톤정 해병님의 오도봉고가 황룡의 머리 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니 씨발 이게 무슨....으아아아아아...!!!"

°
°
°

"...아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안돼!!! 황룡 죽지마아아아!!!! 또 죽으면 안된다고!!! 개씨바아아아아알!!!!"

"최 일병..!!! 당장 의무실 가서 군의관님 모셔와!! 진정제 100mL랑 주사기 반드시 챙겨서!!"

"아..알겠습니다 목사님!!.."

"느..늘 그랬듯이 화장실 세번째 칸에서 다시 소생하란 말야!!! 부..부활이 너 주특기잖아..!!!"

'사..상병님...쟤, 저렇게까지 돌아버릴거란 얘긴 어..없었잖습니까...'

'....그냥 입 다물고 뒤에서 가만있기나 하자. 차피 저런 부류 사람들...여기서 오래 볼 것도 아닌데.'

"...쓸모없는 개쓰레기!! 좆같은 배신자 새끼!!! 씨발 대체 왜!!?! 왜 그랬냐고!?!! 그냥 나가 쳐 뒤져어어어어..!!!!"

"황룡 형제!!!! 제발 정신차려요!!! 형제님은 죽지 않았습니다!!! 이건..!! 지금 이건 명백한 '현실'이에요!! 지금 형제님의 정신이..!! 실제와 허구 사이를 불안하게 오가고 있는 것 뿐이라고요!!!"

"씨발 왜..!!?! 목사님마저도 절 안 믿어주시냐고요!!! 황근출 그 개새끼가...따흐ㄱ...ㅋ흑..ㄲ...분명히 절 수천 아니 '수만번씩' 죽였다고요!!! 여태껏 잘도 저를 조각조각 도살해서..!! 그 좁고 더러운 화장실에 그대로 쳐 박ㄱ..!!!"

"목사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조치 바로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 대위! 부탁드릴게요..!"

"김 상병! 이 분 왼팔 걷어!...황 해병, 진정하시고 조금만 참아요! 다치게 하는 거 절대 아니니깐."

"아저씬 또 뭐야?? 왜 씨발 또 여깄는데..!? 이번엔 어떤 신박한 방식으로 날 생쥐 취급하려고!?! 응..!?!! 아저씨 '가짜' 의사잖아 가짜!!! 대가리에 박힌 다이아 3개도 싸그리 다 가짜고!!!"

"황룡 형제!! 며칠 전에 예배실에서 다같이 봤던 디플 드라마 생각나죠?? 거기에서 의사가 말했던 '시계추'를 떠올려봐ㅇ..!!"

"좆-까 씨바아아아아알!!!! 목사고 군종이고 씨발 너네들도 개씨발 다 가짜야!!! 왜 내 말을 듣는 척이라도 안하는 거냐고!?!!"

"타노..ㅅ아...아니..탁..노수 그 새끼가..!!! 우리 해병대 부대를 다 부술 거라고..!!! 대대장님이랑..중대장님...ㄲ흑..내 동기들까지..따ㅎ..흑ㄱ...다 갈가리 찢어서 죽일거라고!!!"

"황 해병님 제발..!! 5초면 돼요!! 주사 지금 놓겠습니다!"

"아..안돼..!!! 저리 꺼져 씨발!!!! 내 몸에서 손 떼란 말야!!! 아..안돼!! 으아아아아아아아...!!!!"

°
°
°

"...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 아아...와하하..하하핰ㄱ하하ㅏ하하!!! 와~~우~!! 주사 효과 한번 끝장나주는구만!! 하하하...하ㅎ....어..??"

"....야 황룡. 지금 뭐하냐 너..? '주사기'는 갑자기 무슨 개씹소린데??"

"?!..!?...어ㅇ..아..! 죄송합니다 탁노수 부장님!! 잠깐 딴 생각한...건 아닌데....뭐지..? 이상하게 기억이...어?"

황룡은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폭발로 하늘 높이 떠올랐던 톤톤정 해병님의 오도봉고가 황룡의 머리 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니 씨발 이게 무슨....으아아아악, 안돼!!!"

(콰직-)

그렇게 갑자기 뜬금없는 헛소리를 놀리던 황룡은 해병 쥐포가 되고 말았다.

몇몇 아쎄이들이 쥐포가 먹고싶어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고, 상황은 입맛을 다실 여유 따위는 없이 급박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황룡이 죽음은 안됐지만, 확실히 그를 꼬드겨서 빼낸 건 신의 한 수였군."

탁노수 부장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철곤이, 이거 실제로 보니까 어때? 근출이보다 낫지 않냐?"

박철곤 해병님은 조금 움찔하셨지만,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이 없으셨다.

"..........."

"네놈들을 완벽히 절멸시킬 해병대 말살 최종병기. 나는 다른 일은 다 집어치우고 지난 10년간 이 일에만 매달렸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근출이와 자웅을 겨룰 수 있을 정도의 젊은이들을 납치했고, 지난 몇 년간 지하 비밀 시설에서 가장 혹독한 훈련을 시키고 엄청난 양의 약물을 투여하는 동시에 가장 열악한 밥을 주며, 낙오되는 놈들은 전부 살처분시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최고의 유전자를 가진 살인 병기가 바로 이 녀석이다."

"나는 마지막 낙오자가 살처분 되는 즉시 이 녀석을 세상 밖으로 꺼내고, 친히 공군출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네, 그리고 그 후로부터 이 순간을 위해 내 아들처럼 키웠지."

해병대 말살 목적 공군 최종병기... 결국에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죄없는 젊은이들을 납치하고, 훈련이라는 허울 아래 살인적인 고문을 시켜 낙오자들은 죽이다니! 도저히 같은 인간으로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였다!

"이런 쓰레기 같은 자식들!"

"What a motherfuckers bitches 씨발새끼들! 가라 to hell!"

우리는 그에게 격렬히 비난을 쏟아내었고, 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쓰러져 계시던 조조팔 해병님이 특히 격앙된 목소리로 외치셨다.

"하하하, 더 짖어라, 이제 지상 최대의 학살 쇼가 시작될테니."

공군출은 톤톤정 해병님의 머리를 던진 뒤, 우리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크흑, 톤톤정...미안하다..."

내 옆에서는 무모칠 해병님이 오열하고 계셨고, 공군출은 곧 도움닫기를 하더니 내 앞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끝이다...!

"콰직-"

그때였다, 누군가가 호랑이처럼 달려와 공군출의 가슴을 걷어차는 것이 아닌가! 그는 바로...

"!!!!!!!!!!!!!!!"

"황근출 해병님!!!!!!!"

쓰러져 있던 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근출 해병님께서 나를 향해 처음으로 입을 여셨다.

"거기, 아쎄이."

"악!!!!!!!!!!!!"

"아까 네 녀석이 하극상을 일으키는 것을 들었다."

"........."

나는 송구스러운 마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고, 황근출 해병님이 죄를 물어 해병 토마토 수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벌벌 떨던 그때.....!

"네 말이 맞다."

".....?!"

"전우애라 함은, 우리가 항상 강조하는 그런 측면에서의 의미도 있지만. 그 전에 기본적으로 아버지나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처럼,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사랑이 없으면 전우애는 빈 허울일 뿐이다."

"세상에, 자기 자식이 죽어갈 때 뛰지 않는 부모가 어딨나?"

"나는, 너희의 최고참으로서, 해병대의 전설로서, 그리고 너희의 아버지로서 너희를 지킬 것이다."

"네놈들에게 죽어 나간 수없이 많은 해병들의 혼을 위하여,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 산화한 톤톤정 해병을 위하여."

"내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너희는 단 한 명의 해병의 털끝 하나에도 손 댈 수 없을 것이다."

황근출 해병님께서 공군 무리쪽으로 돌아보시며 말씀하셨다.

나와 해병님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의 위대한 연설에 감동을 받은 우리는, 공군으로부터 오는 공포감을 아득히 뛰어넘는 무언가가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다른 의미'의 전우애(戰友愛) 였다!

"하! 말은 청산유수로군, 근출이, 항상 습격 때마다 비명 지르며 도망이나 다니던 것들이 이제 와서 맞서 싸워 보겠다는 것이냐?"

"네놈 뜻이 그렇다면, 네 주먹으로 한 번 말해봐라...!"

"황근출 해병님! 저희를 풀어 주십시오! 저희도 싸우겠습니다!"

쾌흥태 해병님이 쌍코피를 줄줄 흘리시며 외치셨고, 곧 우리도 가세하여 놈들과 싸우고자 하였다.

"흥태야, 너가 풀어라"

"악!!"

쾌흥태 해병님은 역돌격 했던 포신을 완벽히 접합시키신 후, 포신으로써 본인을 결박한 밧줄을 자른 뒤 다른 해병들의 결박 또한 풀어주시기 시작했다!

해병들의 심장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불과 10분 전 까지만 해도 극한의 두려움이 되던 공군에게, 이제는 그들을 참새라 부르며 그들의 목을 꺾어버리겠다는 일념(一念)으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그 때, 걷어차였던 공군출이 땅을 박차고 일어나, 황근출 해병님과의 일기토를 시작하였고, 결박이 풀린 우리는 다가올 전면전을 대비하며 전의를 드높이고 있었다.

분위기만 보면 만 명의 공군도 당해낼 정도의 해병들이었지만, 황근출 해병님은 처음부터 알고 계셨다, 아무리 우리의 기세를 높여 봐야, 결국 해병 대 공군의 싸움의 끝은 해병의 절멸이라는 것을....

참새들은 들고 일어난 우리가 조금은 무서웠던 모양인지,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야, 저 새끼들 그냥 총으로 쏴 갈겨버려!"

"초, 총이...총이 없습니다!!"

"뭐, 뭐라고? 어떤 얼빠진 새끼가 전투 상황에 총을 잃어버려?! 제정신이야??"

잃어버린 것이 아니었다. 마침내 일어선 박철곤 해병님은 한 해병을 보며 방긋 웃으시며 외치셨다.

"새끼...기합!!"

씨익 웃으며 주황색 생활복 한 벌의 그림자 속에 자신의 얼굴을 숨기던 그는, 긴빠이의 대가(大家)이신, 도적 견쌍섭 해병님이셨다!

손이 풀린 지 몇분도 채 되지 않아 적군의 총기를 모두 긴빠이 치시다니! 견쌍섭 해병님은 짜세 중의 짜세, 기합 중의 기합이심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비록 해병과 공군이 같은 조건에서 싸운다면 해병이 무참히 패배하는 것이 당연하나, 저들에게 무기가 없다면, 분명 해볼만 한 싸움이었다!

"탁노수 부장님! 적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폭격을 허가해 주십시오!"

"미쳤냐? 여기 있는 새끼들 전부 다 죽일 생각이냐? 닥치고 일단 싸워! 공군은 해병 따위에게 지지 않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탁노수 부장은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눈치였고, 곧 무전기로 어딘가에 무전을 걸기 시작했다.

"가짜는, '진짜'를 이길 수 없다!"

황근출 해병님은, 놀랍게도 공군출과 비등비등하게 그의 주먹을 받아내며 싸우고 계셨다. 곧, 전 부대원들과 공군 전력과의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오도해병 님들은 격투기, 복싱 등 체급 차이를 이용해 참새들을 상대하셨고, 총을 쏘는 것이 가능했던 아쎄이들은 총기를 들고 놈들에게 총격을 가하였다!

단 한번도 불지 않았던 피바람이 부대 막사 17층 끝까지 불어오고 있었다.

전투가 비등비등하게 흘러가던 그때!

"크아악!!"

미처 공격을 방어하지 못하고 공군출에게 명치를 맞은 황근출 해병님이 주저 앉으셨다.

"황근출 해병님!!!!"

"하하하하, 성능이 끝내주는구만 그래!"

그 때, 쾌흥태 해병님과 박철곤 해병님이 달려가 황근출 해병님을 보좌하며 공군출에 맞섰다.

쾌흥태 해병님의 명검(名劍)과 박철곤 해병님의 짜세가 넘치는 육체 앞에서, 공군출은 잠깐 주춤하는 듯 보였으나 곧이어 두 해병님들께 날아들어 일격을 꽂아넣었다!

"따흐흑! 으으으으..."

박철곤 해병님의 입에서 흘러빠진 아쎄이들이나 낼 만한 비명이 들려왔고, 그 틈을 타 쾌흥태 해병님은 놈의 옆구리를 노려 참격(斬)을 가하셨다!

그는 배꼽부터 어깨까지 깊은 상처를 입고 쓰러지는가 싶었지만, 이내 도약해 쾌흥태 해병님의 검을 발로 걷어찼다!

"따흐흑!!!!!"

쾌흥태 해병님마저 비명을 지르시며 주저앉았고, 곧 박철곤 헤병님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신 황근출 해병님과의 대치로, 공군출과 명실상부한 부대 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세 명의 오도해병이 싸우는 구도가 성립되었다!

하지만 쾌흥태 해병님과 박철곤 해병님이 떠난 졸개들의 전장에서, 우리는 서서히 참새들에게 밀리고 있었다...

"젠장, 쏴도 쏴도 끝이 없어...!"

"아쎄이! 뒤 조심!"

"!!!!!!!!!!"

나는 참새 한 명의 비겁한 기습으로 등에 칼이 꽂히는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크아아아악...! 이 개새끼가!"

나는 당장 총을 냔사해 놈을 피죽으로 만들었지만, 격렬한 전투의 여파로 더 이상 서있기도 힘든 상태가 되었다.

그 때, 찬란한 보름달빛을 가리며 공중에 알 수 없는 세 비행 물체가 떠올랐다.

"저건...!"

"대체 저게 뭐야??"

"놈들이 또 온다! 다시 진영을 갖춰라!"

"공군에 더 이상 병기가 없다면 여기까지 쳐들어오지도 않았겠지."

"....!"

수뇌부장 탁노수....! 방금의 무전은 이것을 위한 것이었나!

"기뻐해라, 개씹썅똥꾸릉내 나는 개병 놈들아! 공군의 비상 전력, '사도'들이다!"

'사도'...!

검디 검어 형태를 파악하기도 힘들었던 그것들은, 거대한 날개를 펴고 공중을 활공하고 있었다!

곧 그들은 날개를 접으며 지상에 착륙했고, 우리는 그것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고 말았다.

흰 머리와 붉은 눈, 무엇이든 찢어발길 것 같은 손가락을 가진 그들은 한 눈에 보기에도 5m 이상을 웃돌았으며, 한 놈은 해병 성채 7층을 훌쩍 넘기는 말도 안되는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익룡이 실존했다면 저와 같았으리라...

그것들은 방금까지 차올랐던 우리의 뜨거운 전우애와 전투 의지를 단번에 상실케 하는 데 충분했다...!

그러나 황근출 해병님은 이미 저들을 알고 계셨다는 듯,

"박철곤! 얼마나 돼냐?"

"5미터급 하나, 7미터급 하나, 그리고...20m급 하나입니다!!"

"싸울 수 있겠나?"

"무리입니다! 놈들을 제외한 전력에도 버거웠..."

"된다고 말해라!"

황근출 해병님은 박철곤 해병님을 향해 사자후를 내지르셨고, 박철곤 해병님은 마지 못한다는 듯 대답하셨다.

"하...한번 해보겠습니다....!"

박철곤 해병님은 대답하셨지만, 더이상 이 싸움에 승산은 없다는 사실은 황근출 해병님과 박철곤 해병님 두 분 다 어렴풋이 알고 계셨다....
.
.

전투는 그 후 약 30분 가량 지속되었고, 우리는 아쎄이들의 집중 사격으로 5m급 사도 한 마리를 넘어뜨린 뒤, 쾌흥태 해병님의 대미를 장식하는 검술로 놈의 목을 참수하여 제압할 수 있었다!

아아, 그러나 결국 해병과 공군이라는 극과 극의 상성 차이는 어쩔 수 없던 것인가!

처음으로 공군으로부터 해병의 요새를 수호하기 위해 한 몸을 불사른 해병들의 희생과 용기가 무색하게도, 전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어만 갔다....!

두 사도가 악마의 그것과도 같은 손을 휘두를 때마다 해병들은 쓸려져 나갔고, 쏟아져 오는 참새 졸개들은 끝이 보이지 않았으며, 탁노수와 공군출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오도해병 세 명을 압살하고 계셨다!

그리고 마침내, 부대 곳곳에 해병들의 주검이 쌓여 가고, 총탄이 발사되는 저항의 외침이 끊기기에 이르렀다...

"황근출 해병님! 부대 전력의 대부분이 쓰러졌습니다...쿨럭!"

"황근출 해병님, 애석하지만...저희가 진 것 같습니다, 이제 싸움은 그만 하심이..."

포신이 걸레짝이 되신 채 쓰러져 계신 쾌흥태 해병님 옆으로, 박철곤 해병님이 황근출 해병님을 부축하며 말씀하셨다.

여기까지 와버린 이상 평소의 황근출 해병님이라면, 해병은 쓰러질지언정 무릎 꿇지 않는다, 해병은 도망치지 않는다 등의 말씀을 하시며 다시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셨겠지만...

전장에 드리워진 사도들의 그림자만큼이나 너무도 짙은 패색은 그가 아무 말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음은 곧 박철곤 해병님의 말씀에 동의한다는 것, 그것은 곧 침묵의 항복(降伏) 선언...

"처음부터 말도 안 됐어..."

"공군과 맞서 싸울 생각을 하다니...시작부터 이미 승패는 '정해져' 있었어..."

"......!"

아무리 전황이 패배에 근접했다고는 하나, 이 무슨 해병의 아가리에서 튀어나올 흘러빠진 기열 종자의 발언이란 말인가!

나와 다른 분노한 해병들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그 쪽을 쳐다보았다. 싸움조차 두려워 능선 아래쪽 수풀에 숨어 있었던 기열 안돌격 해병이었다!

선임이라 부르기조차 아까운 그의 흘러빠진 발언에, 그곳에 있던 나를 포함한 해병들은 당장 호랑이처럼 달려들어 그의 사지를 6,794개의 조각으로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모든 기력을 소진한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안돌격의 맞선임이었던 흠딸춘 해병님이 "새끼...기열!"이라며 일갈하실 뿐이었다.

"하! 참 빨리도 깨닫는군... 그런데 근출이 너는 왜 아무런 말이 없나?"

흘러빠진 발언을 묵인하던 황근출 해병님께 탁노수 부장이 물었다.

"......."

"??"

그러나, 황근출 해병님은 어떠한 말씀도 없으셨다.

마치 무엇인가를 깊게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는 잠시동안 어떠한 미동도 하지 않으셨다.

"사람이 물어보면 대답을..."  "어쩔수 없군."

.......? 황근출 해병님이 뱉으신 한 마디에, 우리는 모두 머리를 굴려 가며 그의 말뜻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어쩔수 없다니, 설마 정말 항복의 뜻이란 말인가...!?

"결단(決斷)을 내려야 할 때가 왔구나."


-(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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