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그만두고 사업한다고 깝치다가 모은 돈 절반정도 날렸다.

그리고 나서 취업하려고 잠깐 노력함.

근데 연락 아무데서도 안 옴.

어영부영 시간 보내다가 이제 3년차다.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데, 출근한다하고 나와서 고시원 간다. 18만원짜리.

거기서 하루종일 시간 보냄.

(부모님은 나 회사 다니는 줄 앎)

꿉꿉한 고시원 방에 누워 커뮤질 하고, 유튜브 보고, 넷플 보고...

근데 하나도 재미없음.

의미없이 손가락 까딱까딱하고 화면 응시 하고 있는 거임...

계속 돈 까먹고 있는데,

위기의식자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짐...

점심에 고시원에서 주는 공짜 라면 끓여먹고,

일주일에 한번 치킨이랑 술 사서 먹고.

친구 안 만난지 한 2년 됐나?

요즘 사람이랑 대화하면 좀 어색한 느낌이 있음...

아무튼,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며칠전 부모님이 집 옮겨야겠다고,

돈 보태라고 하더라.

1억정도, 나머지는 지금집 팔고, 부모님 모은 돈으로 충당가능하다고.

머리 망치로 맞은 느낌이었다.

부모님은 당연히 내가 1억이 있을거라고 확신하는 거지.

내 나이 올해 40됐는데,

월 이백따리 직장이라도 10년 다녔으면

돈 크게 샌 일 없지 않은 이상 1억은 충분히 모으거든...(최소...)

돈 없다는 말은 못하고,

요즘 집값 떨어지는 중이니까 좀 더 기다리자고 화내듯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우울해지더라.

1억이 없어서가 아니다.

나 왜 이렇게 됐나 왜 이지경까지왔나, 잊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자각했기 떄문이다.

어제 공장 생산직 쪽으로 이력서 몇 군데 넣었다.

규모있는 곳은 꺼려할테고,

ㅈㅅ는 어쩌면 뽑아줄지도 모르지...

백수 생활 오래하면 착각하게 된다.

몸도 그렇고 정신도 그렇고 편하다고 착각하게 되는데,

돌이켜보면, 편한게 편한게 아니더라.

재미없어. 그냥 의미없이 시간보내는 것 뿐.

너무 밑바닥까지 와버려서 탈출가능하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