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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상플이얌 146화

ra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2 20:25:39
조회 242 추천 2 댓글 1

홍난 "ㅎㅎㅎㅎ 되게 맛있네요 이거 ㅎㅎㅎㅎ"


다혜 언니의 집. 

늦은 저녁시간이 되서 나는 다혜언니, 한나, 그리고 아버님과 같이 밥을 먹는 중이였다.

냠냠

맛있게 된장찌개를 먹는 나를 보고 한나가 투덜거렸다.


한나 "엄마가 홍난언니 온다고 얼마나 연습한건데요. 할아버지랑 저는 질릴만큼 먹었어요!"

노갑 "그려~ 한 이주일은 나오더라고"

다혜 "아버님~"

홍난 "ㅎㅎㅎㅎ"


한나랑 아버님은 내가 다혜언니의 집에 들어오고 나서도 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들어왔다.

다혜언니가 어디 계시다 오셨냐고 물어보니 아버님은 친구 둘이서 불편하지 않게, 정답게 지내라고 한나랑 자리를 피해줬다는데.

배려심 많은 가족 같아서 살가웠다.


홍난 "제가 뭐라구...."

다혜 "뭐긴요? 제 가장 친한 친구죠. 가장 친한 친구한테 이정도 해주는것도 안돼요?"


다혜언니의 웃음기 가득한 말에 나도 장난으로 답을 대신해주었다.


홍난 "응? 우리 언니가 많이 서운해하겠는데요? 다혜 언니 저보다 우리 언니랑 본지 훨씬 오래되지 않았어요?"


다혜언니가 유연하게 내 대답을 넘겼다.


다혜 "그치만 저는 홍난씨가 더 좋은걸요? ㅎㅎㅎㅎ 이연씨라면 분명히 이해해주실거에요 ㅎㅎㅎㅎ"

홍난 "언니가요? 음 글쎄요....?"


양 볼에 질투심 빵빵하게 채운 우리 언니가 그럴리가 없는데....

그러나 다혜언니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아하니 나만 모르는 둘만의 비밀이 있는것 같았다.

으으.... 너무해!


다혜 "ㅎㅎㅎㅎ 그렇게 바라보셔도 말해줄게 없어요. 홍난씨가 예쁜 탓이지 어쩌겠어요?"

홍난 "가만보면 다혜언니도 우리언니랑 꼭 닮아가는거 같아요. 예쁘다는 말로 대답 피하기나 하구...."

다혜 "그런게 아니라 진짜로 예쁘시니까요 ㅎㅎㅎㅎ 이렇게 예쁘신데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홍난 "에이~ 느끼해~"


밉살스럽다는 듯 어깨를 떨었지만 다혜언니는 아랑곳하지않고 나에게 두부를 내밀었다.


다혜 "ㅎㅎㅎㅎ 자요. 지난번에 뜨거워서 혀 데이셨다면서요? 이번엔 잘 식혔으니까 안심하고 맛있게 드세요 ㅎㅎㅎㅎ" 

홍난 "언니가 그런것두 말해줬어요? 우리 언니 진짜...." 

다혜 "얼른 드시기나 하세요 ㅎㅎㅎㅎ 이러다 제 손 떨어지겠어요"


얼른 받아먹으라는 듯 수저를 올리는 다혜언니.

나는 엉겁결에 두부를 받아먹었다. 

얌.

나빼고 다같이 하하 웃길래 왠지 민망했다.

시선을 피하며 창피함을 참는 나에게 다혜언니가 말했다.


다혜 "아이구 잘먹는다"


오리마냥 저절로 입술이 내밀어졌다.


홍난 "맨날 어린애 취급해...."

다혜 "ㅎㅎㅎㅎ"


치이.... 밥이나 먹어야지....

나는 다혜언니의 흐뭇한 웃음을 애써 무시하고 밥을 푹푹 퍼먹었다.

그런데 다혜언니 말고도 다른 시선들이 느껴졌다.

살짝 고개를 들어보니 다들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것도 되게 뭔가를 바라는 눈빛으로.

뭐지....?

조금 부담스러웠다.


홍난 "저.... 왜.... 그렇게 보시는지...."


나의 물음에 아버님과 한나가 대답했다.


노갑 "아무것도 아니다"

한나 "하하.... 하하하하...."


고개를 갸웃해봤지만 여전히 알려줄리는 만무해보인다.

결국 나는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밥을 먹게되었다.

소소하게 잡담을 주고 받던 중에 한나가 나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해왔다.


한나 "언니는 친척 있어요?"

홍난 "응? 친척은 왜?"

한나 "그.... 그냥요. 어떤사람들일까 하고...."


나는 어렵지 않게 대답해주었다.


홍난 "아니. 우리엄마도 외동이여서 친척은 없어. 왜? 언니같은 사람 또 있을까봐? 그러면 좋겠어? ㅎㅎㅎㅎ"


한나가 틱틱거렸다.


한나 "언니 둘 있으면 이연언니만 힘들거든요. 이연언니 고생할꺼 뻔히 보여서 안돼요!"

홍난 "치이. 요즘엔 내가 언니 챙겨주고 있거든? 우리 언니가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데! 

      아 참. 그러고보니까 한나 너 왜 나한테는 톡 안해?"


톡 이야기에 한나가 당황했다.


한나 "그.... 언니가 먼저 하면 되잖아요!"

홍난 "내가? 그치만 한나 너 지난번 내 톡 아직도 안읽지 않았어? 1 그냥 계속 떠있던데? 

      그래서 난 한나 니가 내가 톡하는거 별로 안좋아 하는 줄 알았지"

한나 "아니에요. 그냥 별 내용 없어서 답문을 안보낸거지 보기는 봤어요"

홍난 "그래? 그럼 다음부턴 언니가 먼저 톡해줄게 ㅎㅎㅎㅎ"


아무래도 나한테 먼저 톡하기가 부끄러운가보다.

직접 만나면 말은 잘하면서 ㅎㅎㅎㅎ

귀여운 한나!

한나랑 약속을 하는 나에게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노갑 "조부나 조모는 뭘 하시냐?"

홍난 "할아버지랑 할머니요? 두 분은 제가 아주 어렸을때 돌아가셔서 저도 잘 몰라요"

노갑 "그럼 팔촌이라도 친척은 없으시다고 하더냐?"

홍난 "네.... 그런 이야기는 못들어봤어요...." 


팔촌까지 물어보시는 아버님.

일단은 나도 엄마에게 들은게 없기에 없다고는 했는데....

음.... 나도 잘 모르겠다.

언제 시간나면 엄마한테 재대로 물어볼까?

내가 기억을 되집으며 눈을 굴리는데 다들 빤히 나만 쳐다봤다.

이번엔 많이 껄끄러웠다.


홍난 "그.... 그런데 이 집.... 분들은 가족이야기에 관심이 많으신가봐요? 하.... 하하하하"


내가 어색해하자 다혜언니가 황급히 수습했다.


다혜 "아. 하하하하.... 다들 홍난씨가 너무 궁금해서 그런가봐요 하하하하....."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다혜언니는 책망의 눈빛으로 한나와 아버님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한나와 아버님은 그런 다혜언니의 눈빛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에게서 뭔가를 기대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왔다.

으음.... 대체 뭐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홍난 '다혜언니랑 잘 놀라고 집 비워준 것도 그렇구.... 진짜로 다혜언니 동생이 되기를 바라시나?'


그럴 필요없이 이미 다혜언니는 내 소중한 친구인데.

참 다혜언니를 많이 위하는게 여러모로 상냥한 가족이였다.


다혜 "아! 홍난씨. 아까 홍난씨가 점장님에게 전해주라고 한 쇼핑백 있잖아요. 거기 책 말고도 무슨 서류있던데 그건 무슨서류에요?"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싫었는지 다혜언니가 화제를 전환해왔다.


홍난 "아 그거요? 토끼 서류에요. 아 그러고보니까 다혜언니, 토끼 찾고 있었죠?"

다혜 "ㅇ.... 네네! 찾고는 있었죠"


응? 찾고는?

그럼 지금은 안찾는다는건가?

바로 다혜언니에게 물어봤다.


홍난 "지금은 안찾아요?"

다혜 "네. 이연씨한테 들었거든요. 토끼분이 저 피해다니는거. 그래서 포기했어요"

홍난 "아. 그러시구나.... 아무튼! 책을 챙기는데 그것도 옆에 있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가져온거에요. 

      근데 다혜언니는 무슨 이유로 걔 찾는거에요? 혹시 걔가 무슨 나쁜 짓 했어요?"


다혜언니가 고개를 저었다.


다혜 "아뇨. 그건 아니에요. 그냥 개인적으로 궁금한게 있었어서요.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 궁금한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기껏 다혜언니가 서먹한 분위기를 돌려놨는데 물어보면 다시 분위기를 싸해질까봐 그러지는 않았다.


홍난 "다음에 토끼가 혹시라도 오면 제가 꼭 잡아놓고 다혜언니한테 연락할게요 ㅎㅎㅎㅎ"

다혜 "그럼 제가 쏜살같이 달려갈게요 ㅎㅎㅎㅎ 진짜 꼭 잡아놓고 있으셔야해요?"

홍난 "그럼요. 꼭 잡아놓고 있을테니까 걱정마시고 달려오세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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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이 되었다.

슬그머니 어둑어둑한 새벽이 다가와서 어디서 자야하나? 그런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다혜언니가 이불과 잠옷을 바리바리 들고 2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홍난 "어어어. 제가 들게요!"


다다다 하고 다가가니,

얼굴만 살짝 나온 다혜언니가 살짝 몸을 뺐다.


다혜 "안그러셔도 되는데"

홍난 "아니에요. 제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얼른 줘요!"


나는 다혜언니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


다혜 "ㅎㅎㅎㅎ 고마워요"


마지못해 이불을 나눠들자는 제스쳐를 취하는 다혜언니.

나는 손을 쑥 집어넣어 이불을 나눠들고 함께 2층으로 올라갔다.


콩콩


2층은 다락방처럼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별별 가구가 다 있었다.

안마의자나 옆면에 태엽장치가 있는 이상한 배개같은 것도.


홍난 "오.... 보기랑은 다르게 꽤 넓네요?"

다혜 "아. 지난번에 오셨을때는 여기 안보셨구나. 여기 괜찮아요 넓고. 점장님도 여기서 무리없이 얹혀사셨었으니까요"


해준이가?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한 가구들이 이해되었다.


홍난 "흐.... 해준이 취향 참 독특하네"

다혜 "음.... 그럼 그 독특한 점장님 좋아하시던 홍난씨는요?"


다혜언니가 느닺없이 나를 공격했다.


홍난 "그.... 그때야 우리언니 만나기 전이니까...."


으.... 

그땐 어쩌자고 그랬는지....

아무것도 모른채로 다혜언니에게 찌리릿하고 질시의 시선을 보냈었다니.... 

다시 생각해봐도 이불킥감이였다.


홍난 "몰라요! 창피하니까 말하지마요!"

다혜 "ㅎㅎㅎㅎ 네에~"


한껏 나를 골린 다혜언니는 가져온 이불을 침대에 잘 펴기 시작했다.

근데.... 한 명 자는데 배개는 왜 두개를....?

동글동글한 눈으로 멀뚱멀뚱 배개를 보자 다혜언니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파악했다는 듯 대답을 해주었다.


다혜 "같이 자요 우리"

홍난 "ㄴ....네.... 네네네 네에?"


숨이 멎었다.

너무 놀라서.

가.... 같이 자.... 자.... 자자니....!

멍하니 그냥 굳어있는데 다행히 다혜언니가 내 오해를 풀어주었다.


다혜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요. 그냥 자매처럼 자자구요. 저 그런거 해보고 싶었거든요 오손도손 자보는거"

홍난 "아.... 휴...."

다혜 "안될까요?"


말하는 다혜언니의 표정이 급 시무룩해지는게 보인다.

내가 안들어줄것처럼 보였나보다.

나는 손사레를 쳤다.


홍난 "아뇨! 좋아요! 같이 자요! ㅎㅎㅎㅎ"


그래서.

여차저차 다혜언니와 나는 한 침대에 나란히 눕게 되었다.

어릴적 동화책에서 본 자매의 모습처럼.

속으로 쿡쿡 웃는데 다혜언니도 같은 생각인지 가볍게 웃었다.


다혜 "아~ 좋다~"

홍난 "그렇게 좋으세요?"

다혜 "네. 저 이런거 한번도 안해봤거든요"


언젠가 내가 마트가서 우리언니에게 했던 말이였다.

다혜언니도 그때의 나와 같은 기분이겠지?

하지만 들키지 않게 나는 다혜언니에게 가볍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홍난 "보통 이런건 수련회에서 밤에 친구랑 같이 자고 그러지 않아요?"


나의 물음에 다혜언니가 상냥히 대답해주었다.


다혜 "저는 수련회 간 적이 없어서요. 우리 엄마 어찌나 지독한 수전노였는지, 저는 쉴 수 있는 날이면 무조건 가게일 도와줘야했으니까요"

홍난 "아...."

다혜 "자연히 2박3일에 돈까지 내야하는 수련회는 언감생심이였죠. 

      수련회 끝나고나서 서로 친해지는 애들 볼때면 조금 씁쓸하긴 하더라구요"


그런 사연이....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나는 안쓰러운 표정만 지었다.


다혜 "그렇게 슬퍼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 지난일인걸요. 대신 저는 여기 이렇게 홍난씨가 있잖아요? 제 베스트 프렌드! 그렇죠?"


다혜언니의 말에 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홍난 "당연하죠! 말만해요! 언제든지 와줄테니까! ㅎㅎㅎㅎ"

다혜 "고마워요 ㅎㅎㅎㅎ"


다행히 다혜언니가 기죽지 않은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렇지만 뭔가 조금이라도 더 힘이 되줄까 싶어서 나는 다혜언니의 손을 꼭 잡았다. 

따뜻한 마음아 전해져라!

나는 다혜언니를 보며 말했다.


홍난 "히.... 이러니까 꼭 우리 언니 생각나요"


다혜언니가 나를 보며 물어왔다.


다혜 "이연씨요?"

홍난 "네! ㅎㅎ 저번에 한강가서 언니랑 이렇게 같이 누워서 별 보고 그랬거든요"

다혜 "낭만적이네요 ㅎㅎㅎㅎ"

홍난 "우리언니가 좀 낭만적이죠 ㅎㅎㅎㅎ"

다혜 "ㅎㅎㅎㅎ"


가끔 날 괴롭힐때는 밉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언니는 나의 사랑이였다.

껴안고 그대로 애지중지 하고픈 나의 사랑.

내 자랑질에 웃던 다혜언니가 언니의 안부를 물었다.


다혜 "으음.... 홍난씨가 그렇게 좋아하시는 이연씨는 요새 어떠세요?"

홍난 "언니야 항상 예쁘죠. 아름답구, 귀엽구...."

다혜 "그런거 말구요 ㅎㅎㅎㅎ 이연씨는 요새 근심같은건 없으시대요?"

홍난 "네. 아마도요.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없는거같아요"

다혜 "응? 홍난씨가 알기로는요?"


의문쩍은 말에 나는 멋쩍게 대답했다.


홍난 "우리언니 비밀이 너무 많거든요. 저한테 다 털어놓으라고 해도 입 꾹 닫고 있는데. 가끔은 답답하기도 해요"

다혜 "그래요?"

홍난 "네. 언니 말로는 저를 위한거라 그렇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언니가 저한테 거짓말을 하는거 같지는 않은데.

      그렇게까지 해서 지켜야 할 비밀이 뭐고, 그리고 그게 왜 저랑 관련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다혜 "...."

 

나는 그분에 관한 일도 말해주었다.


홍난 "거기에 언니 실수긴 하지만 요즘 들어서 저랑 그분이랑 헷갈려하기도 하구. 

      저니까 괜찮은거지 다른 사람이였으면 분명 싸웠을거에요"

다혜 "그치만 그건...."

홍난 "알죠. 무슨 마음인지. 언니도 실수할때마다 엄청 버벅이면서 미안해하는데. 당연히 화 안내죠.

      그래도 좀 서운하긴 해요. 언니 마음 다 알고 있긴한데.... 그래도 질투나는 건 어쩔수 없다니까요"


살짝 삐친 표정을 지어보이자 다혜언니가 나를 달래주었다.


다혜 "ㅎㅎ 그래도 고치시려고 하시잖아요. 이연씨가 홍난씨를 많이 사랑하니까 그런거 아니겠어요?"

홍난 "그럴까요?.... 아니.... 알긴 아는데.... 아.... 몰라요! 머리 아프니까 그만 얘기할래요!"


당사자도 없는데 굳이 골 아픈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지!

푹 하고 이불에 얼굴을 파묻으려는데 다혜언니가 옆에서 칭얼거렸다.


다혜 "자시게요? 모처럼 놀러오셨는데.... 저랑 좀 더 이야기해요~"

홍난 "...."

다혜 "네? 이야기해요~"


그것도 똘망똘망한 눈으로.

이런 눈이면 부탁을 안들어주기가 어려웠다.


홍난 "네...."

다혜 "ㅎㅎㅎㅎ 저 그 홍난씨는 취미가...."


하.... 하하.... 하하하....

아무래도 오늘 밤은 잠자기 다 글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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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살살 부슬비가 내리는 마당을 나서며, 한나는 배웅해주던 다혜에게 말했다.


한나 "홍난언니 이따 가?"

다혜 "응. 아마 한 점심 즈음에? 그쯤에는 갈 것 같아"

한나 "나도 홍난언니 배웅해주고 싶은데...."


많이 불만스러운 한나의 표정.

그러나 학교는 가야했기 때문에 한나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그 모습이 대견했는지 다혜가 한나를 타일렀다.


다혜 "톡하면 되잖아. 홍난이가 먼저 톡해주겠다고 했으니까 기다려. 알았지?"

한나 "응"


터덜터덜


축 늘어진 어깨로 우산을 쓰고 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하지만 그래도 할일은 해야한다.

한나를 보내고나서 하나둘 밀린 집안일을 하나씩 치우니 어느새 10시였다. 


다혜 "홍난씨~ 홍난씨~"


다혜는 2층에 올라가 홍난을 깨웠다.

마음 같아서는 아침 일찍부터 깨워 같이 수다도 떨고 그러고 싶었지만.

어제 새벽 내내 이야기를 하느랴 잠 많은 홍난을 못자게했다는게 마음에 걸려 지금에서야 깨웠다.

가뜩이나 어제 무리했다는데....

어쨌든.

10시 정도면 충분히 잤겠지? 라고 생각해 깨우니 밍기적밍기적

홍난이 이불을 농냈다.


다혜 "안일어나실거에요? 집에 가셔야죠~"

홍난 "우으으으~"


하루사이에 많이 편해진건지.

홍난은 다혜에게 경계심없이 투정을 부렸다.

꼭 동생이 생긴 것마냥 기뻐서 다혜는 그런 홍난을 그냥 쭉 바라보았다.


홍난 "으으으...."


그리고 다시 잤다.

깨울까 싶었지만, 좀 더 잔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었기에 다혜는 그녀를 그냥 흐뭇히 바라만보았다.


도롱도롱


그러기를 삼십여분.


홍난 "흐아아암~"


마침내 홍난이 일어났다.  

벙벙한 표정에 입이 헤 벌어진 채 일어난 그녀는 옆에 있던 다혜를 보고 흠칫 놀라고 말았다.


홍난 "헙.... 다혜언니...."

다혜 "일어나셨네요? ㅎㅎㅎㅎ"


인자하게 웃음을 짓는 다혜를 보니 자신의 잠버릇이 생각나 홍난은 괜히 더 고개를 들지 못했다.


홍난 "다혜언니~ 얼마나 기다리신거에요? 저 깰때까지?"


다혜가 시계를 보며 답했다.


다혜 "음.... 삼십분정도요? 제가 이층에 올라온게 열시 조금 넘어서였으니까 아마 맞을거에요"

홍난 "으으.... 그냥 깨우시지...."


죄책감에 몸부림치는 홍난.

그치만 그녀는 여전히 이불을 껴안고있었다.


다혜 "너무 달콤하게 주무셔서요. 그래도 다시 주무시진 마시고, 얼른 일어나서 씻으세요. 눈꼽떼시고"

홍난 "네~"


비비적비비적


눈꼽을 떼고,


통통통통


계단을 내려와서 홍난은 화장실로 향했다.

들어가기전에 다혜는 그녀에게 일회용 칫솔을 쥐어주었다.

홍난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봤다.


다혜 "안들고 오셨잖아요 칫솔. 그러실줄 알고 어제 퇴근하면서 사왔어요"

홍난 "어제 잠옷도 그렇구.... 역시 다혜언니! 고마워요! ㅎㅎㅎㅎ"


홍난은 감사인사를 하곤 쏙 화장실로 들어갔다.

정말 챙겨줄 보람이 있는 그런 동생이였다.

다혜는 씻고 나올 홍난을 위해 늦은 아점 준비를 했다.


다혜 "부루스타가 어디있더라?"


뒤적뒤적


그녀는 다용도실을 뒤져 부루스타를 꺼냈다.

누가 본다면 아침부터 왠 부루스타냐? 하겠지만 홍난이 삼겹살을 좋아한다기에 특별히 해주기로 한 것이였다.

그치만 집에서 하기에는 기름이 튀었기에, 그녀는 마음껏 준비한 한 상을 들고 마당의 평상으로 갔다.

다행히 비는 그쳐있었다.


슥슥


비가 내렸던 평상의 물기를 닦고,


딸칵


하고 부루스타의 불을 키니 화르르 화구에 불이 올라온다.

테스트용으로 켜본 부루스타에 만족하고 있을때 열어둔 현관문 안쪽에서 홍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홍난 "다혜언니~ 어디있어요?"

다혜 "홍난씨. 여기요. 마당!"


부루스타를 찾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서, 

아무래도 그 사이에 홍난이 다 씻고 나온 듯 했다.

다혜는 큰 목소리로 홍난을 불렀다.

홍난이 현관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홍난 "거기서 뭐해.... 어? 거기서 밥먹게요?"


평상위에 차려진 상을 발견했는지 홍난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다혜 "네. 홍난씨가 제일 좋아하는 삼겹살로요"

홍난 "다혜언니~"


감동했다는 듯 올라가는 목소리를 들으니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혜 "그러니까 얼른 옷입고 나오세요. 제가 맛있게 구워줄게요 ㅎㅎㅎㅎ"

홍난 "네!"


곧 옷을 갈아입은 홍난이 마당으로 나왔다.

꼬깃꼬깃 

다혜의 맞은편에 앉아 양반다리를 한 그녀.

그녀는 다혜에게 작은 목소리로 미안함을 호소했다.


홍난 "진짜.... 이렇게 받기만하면 너무 미안해지는데...."

다혜 "맛있게 먹어주시면 그걸로 충분한걸요. 저는 홍난씨가 놀러오시는것만 해도 고마워요"

홍난 "정말.... 말도 너무 예쁘게 하시구...."

다혜 "이거 익었어요. 자 아~"

홍난 "아~"



다혜 "맛있어요?"

홍난 "네! ㅎㅎㅎㅎ"


그렇게 살갑게.

둘은 늦은 아점을 해결했다.

디저트로 간단하게 커피를 마시는데 홍난이 다혜에게 뜬금없는 것을 물어봤다.


홍난 "아 근데요. 오늘 다혜언니 백화점 안가셔도 되요?"


홍난의 말에 다혜가 어이없어했다.


다혜 "그걸 지금에서야 물어보세요? ㅎㅎㅎㅎ 반차냈어요. 홍난씨랑 놀아야하니까요 ㅎㅎㅎㅎ"

홍난 "다혜언니이~"

다혜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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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방문이 끝나고 나서,

이제는 헤어질 시간

돌아가려는 나에게 다혜언니가 넌지시 말했다.


다혜 "홍난씨 혹시 산책 좋아하세요?"

홍난 "산책이요?"

다혜 "네. 이 근처에 좋은 산책코스가 있거든요. 나중에 이연씨랑 오붓하게 산책하시라구요 ㅎㅎ"


다혜언니가 알려준 곳은 낙산공원이였다. 

밤에 비치는 조명이 은은해서 좋다는 다혜언니의 말에 믿음직해서

언젠가 언니와 함께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홍난 "장마 끝나면 언니랑 한번 산책해볼게요 ㅎㅎㅎㅎ"

다혜 "네 ㅎㅎ"

홍난 "그럼 가볼게요!"

다혜 "네! 조심해서 가세요 홍난씨! ㅎㅎ"

홍난 "다음에 또 봐요 다혜언니~ ㅎㅎ"

다혜 "네~ ㅎㅎ"


그렇게 나는 다혜언니의 집에서 나왔다.

후우....

정말 보람있는 시간이였다. 

다들 착한 사람들이여서 남의 집인데도 되게 여유있게 보낸 느낌도 들었고.

마음 편한 시간이라 여러모로 좋았다.

다음에 올땐 선물 좀 비싼걸 들고와야지!


삑삑


차에 탄 나는 기지개를 쭉 피었다.

으드드 몸을 풀어주고!

그리곤 서서히 주행을 했다.

차 창문을 열어 비 온 뒤의 선선한 공기를 맞으며 드라이브 하기를 한참.

집에 도착한 내가 주차를 하고 들어가려는데 왠 남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 "홍난씨. 오랫만입니다"


돌아보니.

얼굴이 기억 날 듯 말 듯한 남자가 서있었다.

누구더라....

찡그리며 생각하기를 잠시.

이내 나는 남자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홍난 "아. 석원씨. 안녕하세요"


황석원.

해준이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했었던 남자였다.

그러나 나중에 다혜언니에게 듣기로는 해준이와 엄청난 악연이 있는 사이라고 했었기에 나는 긴장의 끈을 꽉 잡아쥐었다.


홍난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나의 가시돋친 말에 석원씨가 답했다.


석원 "별 건 아니고, 해준이에 대해서 물어볼게 있어서요"

홍난 "해준이요?"

석원 "네. 혹시 최근에 해준이가 뭐 달라진 거 느끼셨나 해서요"


달라졌다니?

험담하는건가?

나는 석원씨를 째려봤다.


석원 "아 뒷담화 하는건 아니구요. 겨울 중순 즈음에 해준이한테서 뭔가 변화가 있지 않았습니까?"


겨울?

이 남자가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


홍난 "겨울이요? 제가 해준이 처음 만난건 봄인데요?"

석원 "네? 홍난씨 분명히 겨울에...."

홍난 "제가 미국에서 들어온게 2월 말인데요? 그때면 사실상 봄 아니에요? 중순이라고 하기엔 좀...."


나는 석원씨가 잘못 알고 있던 걸 수정해주었다.

근데 내 말을 들은 석원씨의 표정이 그럴리가 없다는 듯 구겨졌다.


석원 "홍난씨가 2월 말에 들어오셨다구요?"

홍난 "네. 석원씨가 능력이 없을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아무튼 조사해보시면 제가 그때 들어온거 알 수 있을거에요"

석원 "...."


석원씨의 표정은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듯 구겨져있었다.

그치만 솔직히 내 알빠는 아니였다. 

나쁜 사람 챙겨줄 정도로 차별없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멍하니 굳어있는 석원씨에게 간단한 목례로 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콩콩콩콩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는지 언니가 달려왔다.


이연 "홍난이 왔어? 잘 놀다왔니?"

홍난 "잠깐만요 언니"


나는 나를 껴안으려는 언니를 멈춰세우고,

다혜언니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왠지 위험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혜 "홍난씨? 어쩐 일이세요?"


나는 다혜언니에게 바로 석원씨가 왔던 것에 대해 설명했다.

내 말을 다 들은 다혜언니는 침착하게 할 일을 일러주었다.


다혜 "일단 점장님에게는 제가 말해볼게요. 홍난씨는 음.... 석원씨가 다시오면 그냥 무시해주세요. 괜히 꼬투리 잡힐수 있으니까"

홍난 "네. 알았어요"


설명을 다들은 언니가 옆에서 물었다.


이연 "뭐야? 또 누가 이점장 괴롭혀?"


핸드폰 너머로 그 소리가 들렸는지 다혜언니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혜 "아뇨 그건 아닐거에요. 그냥 찔러보는거겠죠. 두분은 걱정하지 마시고 그냥 평소처럼 지내주셔도 될거같아요"


다혜언니의 말에 언니가 담담히 대답했다.


이연 "응. 알았어. 근데 그것보다. 그래서 재밌게 잘 놀았어? 우리 홍난이랑?"


정말....

어지간히 궁금했나보다.

에휴.... 질투대마왕....

뭐하고 놀았냐고 물어보는 언니에게 나와 다혜언니는 했던 일들을 하나씩 설명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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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지는 날씨 때문에 환절기 감기가 극성이네

코로나바이러스도 조심해야하고.


구질이들은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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