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은 어수선하고 분주한 vip 1인실.

감정이 복받쳤던 홍난을 잘 달래고 나서

홍난과 함께 이연을 따라 올라온 다혜는 분주하게 방을 돌아다녔다.

툭툭

다혜 "후우~"

홍난 "저...."

침대 옆 쇼파에 앉아있던 홍난이 머뭇머뭇 뭐라도 도와줄까 눈치를 보았다. 

홍난 "저. 저는 뭐 할까요 다혜언니?"

굉장히 어수룩한 모습.

아무래도 병간호 같은 건 처음인 듯 했다.

하긴 특별히 일이 있지 않는 한 누가 이런 경험을 하나 싶었으니....

다혜가 가벼운 말로 홍난을 말렸다.

다혜 "아니에요. 거의 다 했는걸요? 그냥 좀 썰렁한 분위기라 조금만 만진거에요"

홍난 "아....  네...."

대답을 했지만 이내 다시 신경이 쓰였는지 홍난이 다혜에게 다시 도와도 되냐는 말을 하려 했다.

홍난 "하지만 그래두...."

이번에도 다혜가 말렸다.

다혜 "홍난씨는 이연씨 옆을 지켜주세요. 두손 꼭 잡고 이연씨 빨리 일어날수 있도록"

다혜 그녀가 보기엔 아직 홍난은 세찬 감정의 파도에서 회복된지 얼마 안됐으니까.

그래서 그냥 마음 편히 쉬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홍난 "네...."

작다면 작다고 할수 있지만 늘 한결같이 세심한 다혜의 배려였다.

이른바 성실하게 착한 사람이라고 할까.

몸에 배인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와서 홍난이나 이연은 늘 그녀에게 받는 입장이였다.

어쩌면 당연해 일상에서는 그 소중함을 잊을수도 있지만.

이런 순간에는 그 작은 배려와 존중이 정말 크게 다가왔다.

홍난 "고마워요...."

그래서 홍난은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 말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으니까.

다혜는 그 말에 대답대신 웃으며 병실을 둘러보았다.

다혜 "어때요? 좀 사람 냄새 나는거 같죠? 더 만지고 싶기는 한데 간호사님이나 의사선생님이 뭐라고 할지도 몰라서 일단은

      이정도로만요 ㅎㅎㅎㅎ 그래도 괜찮죠 홍난씨?"

홍난 "네! 다혜언니 솜씨야 모르는 사람이 있겠어요? 제 생일파티 때도 그렇구, 항상 최고잖아요 다혜언니!"

홍난이 치켜세워주자 다혜가 머쓱해했다.

다혜 "ㅎㅎ 전문가도 아닌데요 뭐. 빈말이시겠지만 그래도 고마워요 ㅎㅎㅎㅎ"

홍난 "빈말 아닌데...."

다혜 "네네~ ㅎㅎㅎㅎ"

장난기 있는 가벼운 대화였다.

마치 일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느껴지는.

아무 일도 없었던 어제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이연이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자신을 향해 홍나나~ 라고 말할 것만 같은.

홍난 "...."

순간 이연을 바라보더니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는 홍난.

다혜는 바로 옆에 앉기보단 티비쪽에 있던 보조의자를 끌어당겨 이연의 발치에 앉았다.

다혜 "그보다. 어때요 이연씨는?"

잠든 이연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조금은 힘이 들어간 홍난의 손을 보며 물어본 것이였다.

홍난도 그 시선을 느꼈는지 다혜가 원하는 답을 해주었다.

홍난 "따뜻해요 우리 언니.... 낮엔 진짜 차가웠었는데.... 아니. 수술실도 그렇구 올라오는 길도 그렇구 계속 추워가지고 차갑기도 한데

      그래도 이렇게 언니 손 꼭 잡고 있으면 조금은 따뜻함이 느껴져요"

그 미약한 따뜻함에 안도감이 더 커지는 기분이였다.

이연이 잘 털고 일어날거라고.

그런 굳은 믿음이 마음 속에서 일어나서 홍난의 얼굴에 은은히 미소가 피어났다.

다혜가 홍난을 살짝 놀렸다.

다혜 "어 웃었다 ㅎㅎ. 역시 홍난씨는 그렇게 웃는게 제일 귀여워요 ㅎㅎ"

홍난이 칭얼거렸다.

홍난 "푸우~ 지금 놀리는거에요?"

다혜 "아뇨. 그냥 보기 좋아서요. 사진 찍어줄까요?"

홍난 "으에~ 갑자기 분위기 없게시리...."

차분하게, 진중하게 잡혔던 기분이 다시 한번 풀어지는 느낌이였다.

조금 더 있었으면 괜히 먹먹해지려고 했었는데....

다혜가 왜 이런 장난을 쳤는지 알 것 같아 홍난은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을 본 다혜가 같이 웃더니 자리에서 훌쩍 일어났다.

다혜 "으챠!"

그녀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홍난의 눈이 동그래졌다.

홍난 "왜.... 왜요?"

다혜 "편의점 갔다오게요"

홍난이 의아하다는 듯 다시 물었다.

홍난 "편의점이요?"

다혜 "네. 홍난씨 아무것도 준비해온 거 없죠? 이연씨 간호하실려면 홍난씨도 여기 꽤 머무실텐데. 

      세면도구랑 슬리퍼 그런거 사오게요. 여기 밑에 서랍 열어보니까 환자 본인용으로만 1인용으로 있더라구요"

홍난 "아...."

다시 한번 다혜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일이였다.

홍난은 이번에도 별달리 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고맙다는 말을 했다.

홍난 "고마워요.... 정말...."

그 말에 다혜는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을 했다.

다혜 "뭘 이런걸 가지구요 ㅎㅎㅎㅎ"

그리곤 또다시 장난을 쳐왔다.

다혜 "또 눈 그렁그렁 해지신다. 자꾸 그러면 볼 꼬집어 줄거에요? 그냥 제가 좋아서 하는일이니까 너무 감동하지 않으셔도 돼요 ㅎㅎ"

홍난 "그치만...."

주우욱

홍난 "우으으~"

다혜가 단숨에 다가와 홍난의 볼을 꼬집었다.

다혜 "이렇게요 ㅎㅎㅎㅎ"

홍난 "너므해여...."

다혜 "ㅎㅎㅎㅎ"

귀엽다는 듯 요리조리 볼을 땡겼다.

홍난은 딱히 그녀의 손길을 막지는 않았다.

단지 조금 토라진 표정을 지었을 뿐.

그 모습에 다혜가 실실 웃고는 홍난에게서 멀어졌다.

다혜 "그러니까 그냥 홀가분한 기분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저 올때까지. 아니 이연씨 깰때까지요. 알았죠? 

      울다웃고 울다웃고. 그러다보면 엉덩이에 크게 뿔 날거에요? ㅎㅎㅎㅎ"

홍난 "치이~ ㅎㅎㅎㅎ 누가 할 말인데요! 알았어요!"

홍난의 귀여운 다짐에 웃은 다혜.

다혜 "그럼 기다리고 있어요?"

그렇게 말을 남긴 그녀가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

아니 나가려고 문을 열 때.

홍난 "네. 언니...."

홍난의 작지만 나직한 음성이 그녀의 귀에 들어왔다.

언니.

다혜 언니가 아니라 그냥.

그냥.

언니.

그 한마디 말에 다혜는 순간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리고 홍난을 돌아봤다.

엄청나게 커진 눈을 하고.

홍난이 머쓱해서 둘러댔다.

홍난 "아아아! 뭐 그냥.... 그냥요!.... 그냥.... 그냥 한번 언니라고 불러보고 싶었어요...."

자신을 똑바로 보고 있는 다혜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듯이 눈을 피하는 홍난.

이내 그녀는 부끄러웠는지 붉어진 뺨을 양 손으로 꼬옥 가렸다.

그 모습에 다혜가 푸하하 하고 환히 웃었다.

다혜 "흐흐흐흐 네에~ 흐흐흐흐"

이것이 자매의 정인가.

마음이 꽉.

따뜻함으로 채워져서 다혜는 진정으로 기꺼웠다.

하지만 놀리는 것이라 생각했는지 홍난은 입을 삐죽였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부끄러웠는지 다혜를 똑바로 보진 못했다.

다혜 "ㅎㅎㅎㅎ"

마음표현이 서투른 사랑스러운 동생을 위해서.

다혜가 다시 돌아보며 말했다.

다혜 "그럼 갔다올게. 홍난아!"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

....

어....

홍난 "어....!"

한박자 늦게 이번엔 홍난이 놀랐다.

하지만 그녀가 뒤늦게 올려다 본 자리엔 다혜가 없었다.

상냥한 온기가 남아있을 것만 같은 빈 자리만 있었을 뿐.

홍난 "다혜.... 언니...."

멍한 표정으로.

홍난은 그 빈 자리만을 한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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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내용이 짧아 ㅠ

완결까지 얼마 안남았는데 

매화 여운이 남게 끊고 싶어서 ㅠ

욕심이려나 모르겠다 ㅠ

슬슬 겨울이 가시나 싶은데 그래도 아직 많이 차가우니까 구질이들 다들 따뜻하게 하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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