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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상플이얌 159화-1

ra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10 21:44:16
조회 224 추천 1 댓글 0

그래. 그날은. 

비가와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분명히 그럴 것이다.

아침부터 온 비가 내 마음을 진창으로 만들어서. 

그래서 그랬던 것이라고 확신한다.


언니와의 이별은.


틀림없이 짜증날 정도로 우울했던 날씨 때문이였을 것이다.


* * * * * * * * * * * * * * * * * * * * * * * * 


회상해보자면 그랬다.

언니에게 그만하자고 말하기 전.

점심을 조금 더 지난 낮 시간.

원래라면 해가 떠있을 시간이였지만 종일 온 장맛비로 인해서 날은 내내 우중충했다.

그래서인지 안그래도 서러운 내 마음이 더욱 서러워 언니를 보면서도 계속 마음속에 응어리진게 풀릴 생각을 안했다. 

검지에 난 상처도 계속 아팠고....

그와중에 토독토독 하고 비내리는 소리가 계속 귓가에 울려서 내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었다.


이연 "그래서 말이야 내가...."


언니는 내내 열심이였다.

백화점에서 돌아오고 나서부터 나에게 어찌나 그렇게 지극정성인지....

찰떡처럼 붙어다니면서 구애를 펼쳐오는터라 표정관리를 하기 힘들었다.


이연 "그렇다니까. 처음하는 건데 꽤 할만하더라구. 어쩌면 나 말이야. 혼자하는 방송도 소질 있나봐! 막 막 말이 안비는거 있지?"

홍난 "네.... ㅎㅎ...."

이연 "이거 잘 되서 정식으로 되면 나중에 너도 같이 나오자! 분명히 엄청 재밌을거야!"

홍난 "ㅎㅎㅎㅎ...."


아무래도 오버텐션인 게 내 기분을 맞춰주려는게 훤히 보였다.

언니에겐 티내지 않겠다고 했는데....

내 우울함을 눈치챘는지 언니는 힘이 빠져있는 날 위해 사부작사부작 손을 만져왔다.


말랑말랑 꾹꾹


지압도 해주면서 계속 말도 걸었다.


이연 "정말~ 우리 홍난이 뭐 먹고 이렇게 예쁠까? 얼굴도 예쁜데 손도 이렇게 예쁘면 어떡해? 언니 또 반하게"

홍난 "빈말하지말구요~"

이연 "아냐~ 진짜라니까? 홍난이 니 손이 얼마나 곱고 예쁜데~ 봐봐. 누가 이 손을 취미로 권투하는 사람 손이라고 생각하겠어. 

      영락없는 샌님 손이지"

홍난 "네.... ㅎㅎㅎㅎ...."


그치만 내 기분은 그냥 그랬다.

아침에 그 밴드를 보고난 후로는 언니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없어졌기 때문이였다.

그 때 이미 주저 앉아서 다 털어냈어서.

나는 언니에게 전혀 두근거리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그 사람 대신일 뿐이니까.


이연 "으음...."


언니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온다.

아마 내가 이러는 이유가 몹시 궁금해서 그런 거 일거다.

그러나 차마 물어보기는 뭐 했는지 끙끙 앓기만했다.

뭐 그래. 그건 좋았다.

나도 솔직히 대답하기 그랬으니.


이연 "에이~ 언니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조금만 더 진심일 수는 없니? 반응 없으니까 지친다 얘"


결국 언니가 참지못하고 나를 찔러왔다.


홍난 "아뇨.... 충분히 재밌어요 언니. 손 지압해준 것도 시원하구요. 고마워요 언니"

이연 "고맙기만 해? 사랑은 안하구?"

홍난 "ㅎㅎㅎㅎ...."

이연 "웃지말구~ 사랑한다구 해줘어~"

홍난 "...."

이연 "해줘어~ 해줘어~~ 해줘어~~~"


언니의 계속된 조르기에 나는 있는 감정 없는 감정 다 모아서 나직이 대답을 해주었다.


홍난 ".... 사랑해요...."


언니가 빙긋이 웃었다.


이연 "으으~ 진작 그러지. 너 언니가 조르는거 볼려고 일부러 그랬지? 그치?"

홍난 "아니에요. 그냥 

이연 "말에 영혼 하나도 없거든? 그치만 우리 홍난이 비올때면 늘 감성적으로 변하니까! 언니가 봐줄게!"

홍난 "ㅎㅎㅎㅎ.... 고마워요...."


한눈에 봐도 지쳐보이지만.

언니는 내 앞에서 지쳤다는 걸 표현하지 않으려 했다.

꼭 선이 그어져있는 것 마냥....

그리고 그게.

어쩌면 우리 사이를 잘 나타내는 것 같아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연 "아. 근데 쿠키 그거 입에 맞아? 내 입에는 지난번에 먹던거랑 똑같아서 사오긴 했는데...."


언니는 침묵이 싫었는지 화제를 돌렸다.

나 역시 가만히 있으면 안좋은 생각만 더 나겠지 싶어서. 

언니에게 가볍게 화답을 해주었다.


홍난 "네. 맞아요 지난번에 먹던거. 근데 언니 그 때 딱 하나만 먹지 않았어요? 어떻게 기억하고 사오셨네요?"

이연 "그럼. 내가 누군데. 대배우 송이연 아니야 송이연! 십몇년 전에 외운 대본도 아직까지 기억하는데 이런거야 당연히 기억하지!"

홍난 "ㅎㅎㅎㅎ 네~"

이연 "어어? 못믿어? 진짜라니까? 이 언니가 특별히 너 생각해서 사온거란 말이야~ 의심이나 하구.... 우리 홍난이 혼자 집에서 

      얼마나 쓸쓸할까~ 하고 얼마나 바람같이 달려왔는지 알아? 그거 아니였으면 버스타고 룰루랄라 시내 구경하면서 왔을거다"


버스?

언니가?

뜻밖의 말에 내 눈썹이 올라갔다.


홍난 "언니가요? 언니 평소에 하는거 보면 버스같은거 전혀 못 타실거같은데...."

이연 "왜애~ 언니 무시하지마! 언니가 버스 얼마나 잘 타는데! 그 지난번에 너랑 탔을때처럼 막 한도초과 되고 그래서 너한테 대신 

      내게하고 그러진 않는다구 이제! 너 다음에 언니랑 버스타면 그때처럼 찌릿찌릿 언니 째려보지마라? 언니도 이제 신세대....?"


....

나랑.... 버스....

하.... 하하....

하하하하....


....

언니는 나와 버스를 탄 적이 없었다.


홍난 "...."


내 표정이 급속도로 굳는걸 봤는지 언니가 당황했다.


이연 "응? 왜?"

홍난 "...."

이연 "아 왜애~ 또오~ 왜 갑자기 정색하구 그래애~ 언니가 뭐 잘못했어? 응? 아니면 더워서 그래? 물줄까?"

홍난 "...."


나는.

낮은 목소리로 언니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지적해주었다.


홍난 "언니.... 저는 언니랑 버스 탄 적 없어요...."


언니의 동공이 놀랄만큼 커다래졌다.


이연 "어.... 어? 아! 아아! 아 홍난아 그.... 그.... 그게.... 그게 있잖아.... 그.... 실수야 실수 아니.... 실수가 아니라 그 말을

      언니가 잘못 꺼내가지구...."


언니는 정말 애를 썼다.

정말 무던히도 많이 내 눈치를 보는게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의 내가 봤다면 감동해마지않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나는 이미 언니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접었기 때문에.

차분한 마음으로 언니에게 대꾸를 할 수 있었다.


홍난 "됐어요. 언니 실수하는거 어제 오늘도 아닌데요 뭐. 그냥 그러려니해요 이젠...."

이연 "아니. 진짜 아니야. 진짜! 진짜 아니야. 그 언니가 그럴려고 그런게 아니라...."


그럴려고 그러지 않았다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참이다.

안그래도 서러운데 언니의 저 말이 이전에 있던 실수들까지 생각나게 해서 서러움이 복받쳐올랐다. 

나는 그저 고개를 숙여 휘젓던 차를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너무 시리고 아파서.

잠깐이지만 언니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이연 "진짜 미안.... 미안해 홍난아.... 많이.... 화났어?"

홍난 "...."

이연 "응 화풀어봐~ 언니가 뭐 어떻게 해야 홍난이가 화가 풀릴까? 하루종일 원하는거 다 해줄까? 아니면 맛있는거라도 잔뜩 해줄까?"


말은 그렇게하면서도 언니의 눈은 내 가슴어림치로 향해있었다.

아마도 일전에 내 머리에 붙인 긴 머리를 보나보다 싶었다.

그래.

내 긴머리를 보고 순간적으로 착각했겠지.

그렇게 내 마음껏 언니를 믿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이내 이 머리를 붙이는 거 자체가 언니의 강력한 주장이였다는게 생각나서 다 부질없는 마음이 되어버렸다.

텅빈 미소를 지은채로 나는 전전긍긍중인 언니에게 말했다.


홍난 "그럼 이거 치우는거나 도와주시던가요"


나의 말에 언니가 반응했다.


이연 "이거? 쿠키? 더 안먹구? 왜? 얼마 안먹었잖아 너"

홍난 "그냥.... 너무 달아서. 이만 먹을려구요...."


이젠 달콤한거는 그만둘려구요....

접시를 들고 일어나려는데 언니가 나를 말렸다.


이연 "알았어. 여기 앉아있어. 언니가 다 알아서 치울게. 응? 그냥 앉아있어"

홍난 "...."


언니는 접시와 찻잔을 모아들고 부엌으로 갔다.

덩그러니 혼자 남은 나는.

종종걸음으로 향하는 언니의 뒷모습을 보다가.

문득 토독토독 하고 조용해진 집을 울리는 빗소리에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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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그락

찰그락


허둥지둥 접시와 찻잔을 정리하던 이연의 뺨에 차가운 기운이 스친 것은 그 즈음이였다.

방울이 진 바람을 따라 돌아보니 현관 중문이 열려있는게 보였다.

혹시? 하고 거실을 다시보니 홍난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서 이연은 홍난이 밖에 나갔나? 하고 현관쪽으로 몸을 향하게 되었다.


이연 "엄마야!"


그런데. 

활짝 열린 현관문 앞에 홍난이 앉아 있었다.

몸을 웅크리고 양팔로 무릎을 감쌓은 상태의 그녀는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이연 "홍난.... 아?"


현관턱.

정확히는 현관문 문지방.

그 작은 곳에 그녀는 신발도 신지 않은채 맨발로 앉아 가만히 비를 구경하고 있는 중이였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그냥 거실에 앉아서 창너머로 구경하지....

하는 심정이 들었으나 다시 생각해보니 이것도 나름 정취있고 좋은 것 같아서 이연은 슬쩍 홍난의 옆에 같이 앉았다.

선선한 기온에 몸이 풀어졌다.


이연 "여기서 뭐해? 비 구경해?"

홍난 "...."


좁은 현관문에 둘이 앉으니 마음이 감상적으로 변한다.

오밀조밀 모여 앉으니 기분이 좋아서, 

이연은 홍난에게 사근사근 말을 붙이게 됐다.


이연 "여기 추운데. 언니가 옷이라도 가져올까?"

홍난 "아니에요. 조금만 보고 들어갈거에요"

이연 "그래두. 바람불면 비 이슬 불어와서 옷 다젖잖아. 진짜 괜찮겠어?"

홍난 "네. 저 감기 잘 안걸리는거 아시잖아요. 괜찮아요"


그러나 홍난의 대답은 묘하게 무뚝뚝했다.

애정이 느껴질 듯 말듯한 묘한 무뚝뚝함이라 이연은 내심 서운했다.

그러나 이것은 방금 전 실수에 대한 업보였기에.

그녀는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데면데면 홍난에게 말을 건넸다


이연 "근데 여긴 어떻게 알았어? 되게 느낌있구 좋다 여기"

홍난 "그냥요. 그냥.... 거실 창문 너무 좁아서 여기로 왔어요. 답답해서요...."

이연 "하긴. 우리집 창문이 좀 작기는 해. 테라스 있는 집 마냥 크게크게 창문 내놓으면 좋을걸. 에이~ 아쉬워"

홍난 "...."


그러나 애매한 홍난의 태도로 인해 다시금 대화가 끊겼다.

무뚝뚝한 홍난.

그리고 하는 말 마다 다 끊겨서 할 말이 없는 이연.

둘 사이엔 무척이나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토독토독


생각해보면 그랬다.

유독.

오늘따라 홍난은 이연에게 많이 차가웠다.

딸기쿠키를 먹던 자리에서 실수를 하기 이전에도 많이 차가웠어서 대화에 좀처럼 활력이 붙지 않았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고는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였지만 

직감에 그걸 물어보면 안된다고 말리고 있어서 이연은 홍난에게 그 질문을 물어보질 않았다.


토독토독


그 대신 시덥잖은 이야기를 잔뜩 했다.

그녀 스스로도 별 말이 안되는 이야기들이였지만.

홍난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야~ 하는 기분으로 이연은 홍난에게 최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물론 홍난의 대답은 매우 기계적이였다.


이연 "흐흠.... 이러고 있으니까 꼭 영화속 한 장면같지 않니 홍난아?"

홍난 "영화요?"

이연 "응. 왜. 그 있잖아. 그 옛날영화들에서 보면 처마 밑에 막 커플있고 그런거. 좁은데서 둘이 나가지도 못하고 비만 쳐다보다가

      눈맞고 그러잖아. 지금 딱 우리 상황같지 않니?"


이연은 홍난의 평소 관심사인 영화 이야기를 꺼냈다.

이거라면 홍난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일 것 같아서였다.


이연 "아~ 그러고 보니까 그런 영화 본지도 한참 됐다. 옛날엔 그런 영화 많았던거 같은데.... 요즘엔 인기가 없는지 잘 안나오나봐?"

홍난 "아무래도요"

이연 "나한테도 그런 시나리오도 잘 안오고.... 으으.... 내가 너무 옛날사람인거야? 그런거야?"

홍난 ".... 요즘은 다들 자극적인거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홍난은 여전히 뚝뚝했다.

평소같았으면 두세마디는 더했을 애가.

한마디 뚝 내뱉고 입을 닫는데 이연의 입장에서도 정말 많이 답답했다.


이연 "...."


토독토독


이연도 결국 입을 닫고 가만히 있었다.

그저 가만히.

홍난의 옆에서 같이 비를 구경했다.


떨어지는 비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많이 궁금했지만 이것 역시 물어본다고 대답해 줄 것 같지는 않았기에 이연은 따로 홍난에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토독토독


홍난이 먼저 이연에게 말을 걸어왔다.


홍난 "언니. 언니는 비오는 날 하면 뭐가 제일 떠올라요?"


이연은 홍난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옆을 쳐다봤다.

오늘.

처음으로 그녀가 자신에게 먼저 말한 것이였기 때문이였다.


이연 "나? 나는...."


그러나 홍난은 여전히 비를 보고 있었다.

동그란 눈동자엔 떨어지는 비가 비춰서 이연의 사고를 멈추게했다.

왜.

처연해보이는 모습이 더욱 위태로워보이는지.

수렁에 빠질 것 같은 모습이여서 이연은 얼른 대답했다.


이연 "나는 너. 홍난이 너랑 추억이 많아! 지난번에 같이 거실에서 밤 비 구경한 것도 그렇구, 아! 우리 그 처음 여관 같이 갔을때!

      거기서 키스도 하고 그랬잖아. 뭐 키스야 비랑 관련이 있지는 않았지만...."

홍난 "그러네요. ㅎㅎㅎㅎ 그 때 되게 분위기 좋았는데...."

이연 "응. 으으~ 기지배. 그 때부터 분위기는 잘 타가지구...."


이연은 조금 더 가까이.

홍난에게 어깨를 붙여왔다.


이연 "기억나? 그때 홍난이 니가 자켓 벗은 다음에 위로 들어서 언니 오라고 하고, 머리에 씌워주고 막 달렸잖아. ㅎㅎㅎㅎ

      지금 생각해보니 어디 영화에서 본거같은데...."


이연이 홍난을 짖굳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이연 "홍난이 너도 그 생각했었지 나중에?"


홍난이 시선을 피했다.


홍난 "글쎄요. 뭐. 그랬던 거 같기도 하구...."

이연 "뭐야~ 밋밋하게. 그러면 그런거고 아니면 아닌거지. 하여간. 언니 맘 들었다 놓는다니까. 에이~"

홍난 "...."


송이연.

그녀는 지금 이 시간이 좋았다.

생기 없던 홍난이 조금이나마 다시 예전 모습을 찾는 것 같아서였다.

마치 꽃처럼 물을 머금고 조금씩 피어나는 모습에 

이연은 자신이 오늘 종일 한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걸 느꼈다.


휘잉


때마침 바람이 불었다.

비가 같이 실려와 몸을 적셨지만 시원한 공기 탓인지 가슴이 뻥 뚫렸다.

상쾌한 기분에 그녀는 홍난에게 몇마디 말을 더했다.


이연 "으 차가워. 비 다 튄다"

홍난 "얼굴은 전혀 차가워 하는 표정이 아니신데요? 완전 싱글벙글인데...."

이연 "그러는 너는~ 홍난이 너도 좋잖아? 아까보다 표정 좋아졌다 얘!"

홍난 "ㅎㅎ...."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연은 홍난의 마음을 가져오려고 했다.

사랑스럽다는 듯 이연은 홍난의 머리칼을 정리해주었다.


이연 "그것도 생각난다. 그때 비맞고 홍난이 니가 언니 머리 말려줬잖아. 막 잘참았다구, 착하다구.

      내가 언닌데.... 넌 언니한테 왜 그렇게 어른행세를 하니 자꾸?"


그런데.

홍난의 대답이 다시 들려오지 않았다.

이연의 손길을 받으며 가만히 있던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연의 눈을 바라봤다.

동글동글한 눈에는 신기하게도 어떤 감정도 들어있지 않아서.

이연 역시 그녀를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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