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없이 오늘밖에 시간이 안되어,

조카들을 데리고 필패를 예상하며 갔던 경기.

날씨도 쌀쌀해서 개삼성의 무기력한 5이닝을 보고있자니,
윌슨 완봉승이 그려지고, 괜히 애들 감기나 걸리것같아서,
애들에게 "질거같은데 6회까지만 보고 갈까?"
하며 넌지시 얘기했다.

아직은 야구를
던지고 치고 잡는 정도의 수준으로밖에 이해하지못하는
야알못 조카는
"왜 질거야? 저거 9까지 하는거자나. 이길수도있자나"
라며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한다

지금까지 간 직관경기중 지는 모습을 본적이 없어,
개삼성을 이기는팀으로만 아는 조카다.

그렇게 6회가 지나고 7회.
어찌어찌 얻은 1사 만루찬스.
킁형의 떨공삼.
강민호가 시원하게 뜬공치고 끝나는게
내가 알고 있는 개삼성의 야구인데,
강민호의 그렇게 컴팩트한 스윙은 처음봤다
이어지는 박해민의 암울타
학주리의 작살나는 삼루타

조카가 응원봉을 흔들며,
나를 보고 웃는건지 비웃는건지.
즐거워보인다.

조카는 지금 삼성의 순위가 9위인지, 그동안 몇위였는지,
가을야구가 뭔지, 삼성이 과거 어떤팀이었고,
지금 어떤팀이 된건지 알지 못한다.
다만 지금 눈앞의 승리가 마냥 좋은 10살짜리다.

18유입 조카들아, 조금더 나이가 들고, 야구를 좀더 알게 되고, 냉혹한 현실의 순위와 마주하게 되었을 때, 지금의 이 좋은 기억이, 너희들의 야구인생을 버티는 밑거름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란다.

Thanks, H.J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