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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어느 바랑인 노병의 이야기(7편)

파르바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5.10 21:35:52
조회 190 추천 19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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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인 자문단이 학살당했다는 소식은 서방 세계에 일파만파로 퍼졌다. 모두 크리스토프가 퍼뜨린 전령들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소문이 퍼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리고 사건의 전말도 불확실했을 것이고, 서방 각국이 섣불리 움직이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파국은 너무나도 빠르게 다가왔다.



"폐하, 급보이옵니다. 프랑스가 주축이 된 서방 연합군이 동진하고 있사옵니다."


"...뭐라고?"


"잉글랜드와 독일도 한패입니다. 그리고... 서방 교황의 군대도..."


황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프랑스인이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학살당했다는 것은 좋은 명분이 되었다. 필리프 2세는 우선 친우인 리처드 왕자부터 끌어들였다. 그러자 신성 로마 제국도 이 참에 로마를 누르기 위해 연합군에 가담했다.

서방의 강국들이 힘을 합치자 교황도 곧바로 끼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패배 후 칼을 갈던 베네치아와 시칠리아도 합류했다. 3만 명에 달하는 서방 연합군이 동진했고, 200척의 함대가 마르마라 해로 진군했다.


황제는 어쩔 수 없이, 귀환한 친위대와 동방 원정군을 곧바로 재편성해 다시 서방으로 출정시켰다. 또한 200척의 드로몬을 동원해 헬레스폰토스 해협에 진을 쳤다. 로마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줘야만 했다.


정보를 흘려주는 크리스토프만 아니었다면, 정말로 로마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을 것이다.


********************

"우리는 바랑인 친위대다. 성 게오르기우스께서 우리를 지켜주실 것이다. 같은 기독교인에게 칼을 겨누는 저들에게 사탄의 저주가 내리리라!"


친위대장 아그나르가 비장한 각오로 검을 뽑았다. 로마 서방 원정군은 자라의 요새에 집결해 농성중이었다. 험준한 해안 절벽이 지켜주는 이 천혜의 요새를, 친위대는 죽을 자리로 택했다.


이윽고 서방 연합군의 대군세가 몰려왔다. 자라를 공략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로마 내륙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수백 대의 투석기가 바윗돌을 퍼부어댔고, 공세가 며칠간 지속되자 자라의 요새도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요새에 틈이 생기고 적군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하지만 친위대는 조금도 겁먹지 않았다. 3배가 넘는 적을, 친위대는 성 안 깊숙히 끌어들여 끝내 섬멸했다.


그 대가로 친위대는 불과 500여 기밖에 남지 않게 되었지만.



15

한편, 마티아스 장군이 이끄는 로마 함대는 헬레스폰토스 해협 곳곳에 숨어 서방 함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를 통해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접근하는 유일한 길인만큼, 적군은 이곳으로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상한데... 원래 처음 정보에는 적군 규모가 200척 수준이었다. 헌데... 지금 정찰선들의 보고를 종합해보면 적군은 적어도... 500척은 되는군."


마티아스 장군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쥐새끼가 한 마리 있다...!"



첩자가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해서 당장 손을 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마티아스 장군은 적군이 자기네 규모를 믿고 자만했다는 걸 간파했다.


"본대를 넷으로 나눈다. 순서대로 싸우면서 적당히 피해를 보면 후퇴하도록. 헬레스폰토스 해협 안으로 깊이 끌어들이기만 하면... 승산은 있다. 그리고 예비대는 칼리오폴리스 앞바다에 숨어있다가 적군이 후퇴하면 퇴로를 차단하도록."


마티아스 장군이 고육계를 짜냈다. 함대를 계속 희생시켜가며 적군을 해협 안으로 끌어들이면, 전 함대와 해협 양안에 설치된 그리스의 불을 총동원해서 태워버리겠다는 의도였다. 작전은 제대로 먹혀들었지만, 로마 해군의 피해도 엄청났다.


**********************

"폐하, 기뻐하소서. 승전보이옵니다. 육지와 바다, 양쪽에서 우리 로마가 승리했사옵니다."


전령이 승전보를 올렸지만 엘사 황제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로마는 승리했지만, 그 대가로 병력의 태반을 잃었다. 로마는 더 이상 군사력을 쥐어짜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서방은 달랐다. 이들은 또다시 병력을 동원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셀주크가 다시 침공을 개시했다. 로마가 이들을 모두 막아내려면 반대급부가 필요했다.


'진작에... 진작에 국혼을 치렀어야만 했었다...!'


입술을 깨물며 자책하는 엘사의 뒷모습을, 안나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16

"폐하, 외람된 주청이오나, 서방인들의 분노를 달래려면 이제 폐하께서 나서셔야만 하옵니다."


황제 앞에서 기분나쁜 웃음을 짓고 서있는 크리스토프에게 카이 총대주교가 살기 어린 시선을 날렸다.

"폐하께서 나서셔야 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 이미 학살의 주범인 한스의 목을 프랑스로 보내지 않았소?"


"고작 그 정도로 그자들이 군대를 거두겠습니까."

크리스토프가 씨익 웃었다. 뒤에는 크리스토프의 사병들이 도열해 있었다.


"폐하, 일단 제가 서방으로 가서 사태를 수습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제 말을 서방인들이 들어주지는 않겠지요."


"그게 무슨..."


"황제가 직접 나서야 서방인들도 체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하시지요. 어차피 저도 황가의 피가 흐르는 몸입니다. 그러니 저를 공동 황제로 임명하십시오. 공동 황제가 직접 온다, 그러면 서방인들도 말을 들을 겁니다."


"이, 이 역적놈이...!"

"어허, 말조심하시오, 총대주교."


크리스토프가 눈을 치뜨자 뒤에 도열한 사병들이 일제히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

"이거 놔요! 놔!"

"안 돼, 안나! 경거망동하지 마라, 네가 나서면 반역이야!"


아그나르와 라푼젤이 안나를 뜯어말렸다. 안나는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크리스토프는 공동 황제가 되자마자 블라케르네 궁에 눌러앉았다. 서방에 직접 가기는커녕, 카이 총대주교를 억지로 서방에 보내 협상을 시켰다.

그러니 협상이 잘 될 리가 없었다. 그러자 크리스토프는 '학살의 책임은 엘사 황제에게 있으니 엘사 황제를 부제로 격하시켜 속죄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서방에 보냈다. 교황청에 있다가 그 편지를 읽게 된 카이 총대주교는 분을 못 이겨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총대주교마저 사라지자 크리스토프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서방에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물어주고 영토마저 떼어줬다. 그리고는 그 모든 혼란의 책임을 엘사에게 뒤집어씌웠다. 끝내 엘사는 부제 자리마저 빼앗기고 별궁에 유폐되고 말았다.



"놔요, 제발! 폐하께서 위험해!"

"정신차려, 안나!"


짜악!


아그나르가 고함치며 안나의 뺨을 때렸다.


"우리는 제위에 충성한다. 지금 황제폐하는 크리스토프 폐하시다. 안나, 네가 만약 크리스토프 폐하께 충성하지 않는다면, 반역죄로 체포하겠다."


아그나르가 피를 토하듯이 외쳤다. 주저앉은 안나를 라푼젤이 부축했다. 안나도, 라푼젤도 울고 있었다.



바랑인 친위대는 제위 그 자체에 충성한다.

황제가 바뀌면 바뀐 황제에게 충성한다.

그리고 지금 황제는 크리스토프였다.


하지만 안나는 도저히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폐위된 황제는, 살해당하거나, 운이 좋다면...


눈을 뽑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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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몬: 동로마 해군의 갤리형 군함

헬레스폰토스 해협: 다다넬스 해협

자라: 현재 크로아티아의 자르다(도시)

그리스의 불: 동로마가 사용한 화염방사기 비슷한 무기. 정확한 원리와 재료는 불명.

공동황제: 로마는 공동황제, 정제/부제 제도가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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