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픽] 결혼 계약서(50)

ㅇㅇ(222.110) 2021.05.24 00:28:18
조회 674 추천 40 댓글 12


살짝 열린 창문 틈 사이로 차가운 밤공기가 손님처럼 들어왔다. 두 사람의 공백을 메우기라도 하는 듯 한참을 방 안에 있다 사라졌다. 

아직 어두운 방 안에서 서로의 숨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진 않았다. 어둠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살피며 그렇게 한참을 바라봤다.


엘사는 안나의 속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희미하게 창 밖으로 들어오는 불빛이 두 사람을 비췄다. 하지만 안나의 얼굴에서는 그 어떠한 것도 읽을 수 없었다. 만나지 못한 시간 동안 안나는 감정을 감추는 법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그 때문인지 에메랄드 빛 녹색 눈동자가 유난히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마치 자신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기도 했고 그저 말없이 자신을 보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했다. 사실 엘사에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과 있어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감히 먼저 말을 꺼낼 생각은 할 수도 없었다.


“당신이 내게 준 상처는 그 무엇으로도 낫지 않을거예요.”


기나긴 침묵 끝에 안나의 입술이 달싹였다. 거의 혼잣말에 가까운 소리였지만 조용한 이 방에서 상대에게 들릴 정도로 크고 확고한 목소리였다.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행동들에 대한 원망이었고 앞으로 엘사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죄책감이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겠지만 이제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다짐했다. 자신을 마주하는 안나를 위해서라도 맞서야 했다. 

안나는 여전히 답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엘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아요...정말 미안해요..”


“…….”


“다 알아요.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그래서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엘사는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 같았다. 아무리 수천 번, 수만 번의 사과를 한다 해도 안나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엘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진심 어린 사과와 만약 안나가 원한다면 다신 앞에 나타나지 않는 것. 그 동안 잘 참아왔지만 안나를 보는 순간 모든 것이 허사라는 걸 깨달았다. 엘사는 안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마음이 그랬다.

가까스로 입을 열어 한 대답은 안나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안나는 고개를 저으며 두 발자국 엘사에게 다가갔다. 


“당신은 몰라요.”


“..?..”


“아니, 당신은 몰라. 눈을 떴을 때 보이는 빈 자리가 얼마나 힘든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말없이 사라지는게 얼마나 아픈지 당신은 몰라요.”


“…….”


“그걸 알면...이런 말 못해.”


“…….”


“이제 나타나서 뭐요? 그 동안 당신이 했던 거 전부 사과라도 하려고 했어요? 아니면 다시 잘해보고 싶었어요?”


“…….”


“당신 아니었으면 나 잘 지냈을거예요. 아무래도 좋아, 이젠 당신하고 엮일 일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


“이제 나타나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구요!”


안나의 다그침에 엘사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이제 나타나서 뭘 하고 싶었냐고? 애초에 거기까진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당신의 따스함을 아주 잠깐이라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것으로 만족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힘없는 주먹이 엘사의 쇄골에 꽂혔다. 아니, 닿았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먼저 시선을 피한 건 안나였다. 고개를 숙인 채 엘사를 때렸다. 엘사 역시 막으려는 생각은 없는 듯 안나를 받아냈다. 


퍽.


“그런데 그거 알아요? 아무리 상처 받아도, 아무리 아파도 당신 보면 전부 사라지는거?”


퍽, 또다른 주먹질.


“그게 화가나. 바보같이 당신을 놓지 못하는 내가 너무 한심해서 화가 나요.”


안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것 같았다. 엘사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조금씩 빨라지는 심장박동과 떨리는 손으로 있는 힘껏 안나를 안았다. 안나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어깨와 허리를 감싸 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안나는 더 이상 엘사를 때리지 않았다. 그저 화가 난다는 듯 하지만 그 화마저 당신에게 낼 수 없다는 듯 애꿎은 엘사의 셔츠만 붙잡고 있었다.


다른 것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 지금 할 수 있는 말로 입을 열었다.

당신에겐 아무 것도 아닌 말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지금 해 줄 수 있는 말.


“사랑해. 안나.”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하는 목소리엔 떨림이 가득했고 마침내 안나의 손이 조심스럽게 엘사의 등을 쓸었다. 그 동안 원망하고 섭섭했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사랑하는 말 한마디에 녹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설령 거짓말이라 해도 안나에겐 너무 달콤한 말이었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


사랑해.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어깨가 축축하게 젖기 시작했고 그건 한 명의 눈물은 아니었다. 조금씩 가빠지는 숨이 두 사람다 울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빨개진 얼굴이 뜨거워질 때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침내 서로를 바라봤다. 파란 눈동자와 녹색 눈동자는 블랙홀이 우주의 별을 빨아들이듯, 서로에게 빨려 들어갔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맞닿은 입술은 부드럽기도 하고 뜨겁기도 했다. 조금씩 새어 나오는 가쁜 숨이 두 사람이 얼마나 서로를 원하고 기다렸는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투둑.


단추가 뜯어지는 소리와 함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상대를 끌어안았다. 서늘한 공기와는 다르게 점점 뜨거워지는 몸은 절대 놔주지 않겠다는 듯 떨어질 줄을 몰랐다. 조금은 거칠어진 엘사의 손이 부드러운 안나의 몸에 닿았다. 붉어진 뺨을 지나 턱을 조심스럽게 쓸고 주근깨가 있는 어깨로 내려왔다. 

그 순간 안나는 엘사의 손을 잡고 자신의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한 듯 보였지만 그것도 잠시, 엘사는 안나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녹색 눈동자가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엘사는 지체없이 안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살내음이 엘사의 머리를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혀로 조심스럽게 가슴을 핥으면서 한쪽 손은 조심스럽게 안나의 팬티 사이로 들어갔다. 이미 축축히 젖어있는 그곳은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엘사는 손가락을 더듬어 가장 습하고 뜨거운 곳을 찾아내 주저없이 넣었다. 그 순간 안나의 신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엘사는 고개를 들어 안나에게 입을 맞추고 부드럽게 혀로 입안을 쓸었다. 가쁜 숨과 은밀한 곳에서 나는 소리가 주변을 감쌌다. 안나와 엘사는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었고 이젠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겠다는 듯 떨어질 줄 몰랐다. 


얼어 붙었던 마음은 녹았고 오랜만에 만난 당신은 달콤했다.

도시의 불빛 옆에서 두 사람은 그렇게 사랑을 했다.





추천 비추천

40

고정닉 6

35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55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1 286
1123622 오후갤먹 ㅇㅇ(223.38) 12:54 8 0
1123621 잠이깬 거시애오 ㅇㅇ(223.38) 05:44 8 0
1123620 격하게 밤샌 다음날 [1] ㅇㅇ(222.233) 00:07 28 0
1123619 일요일이야 ㅇㅇ(110.47) 06.01 11 0
1123618 이거 몬가 떠난 설쥬미와 설갤 같음 [4] ㅇㅇ(110.47) 06.01 43 0
1123617 눈이 퀭~ [1] ㅇㅇ(110.47) 06.01 14 0
1123616 안줌 술버릇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27 0
1123615 엘사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20 0
1123614 오타쿠짓하다 발견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57 1
1123613 구케엘 이제 디아블로4 하냐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26 0
1123612 안나는 평생 공주하고 엘사는 여왕하자 [1] ㅇㅇ(223.38) 06.01 31 0
1123611 맨날 카멜레온 같이 아이피 바뀌더니 ㅇㅇ(223.38) 06.01 18 0
1123610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19 0
1123609 설...하... [1] ㅇㅇ(211.234) 06.01 15 0
1123608 왜 6월임 ㅇㅇ(221.143) 06.01 13 0
1123607 엘산나 언제까지 애틋할거야 ㅇㅇ(223.38) 06.01 20 0
1123606 아 미친 6월 첫글을 잊다니 ㅇㅇ(110.47) 06.01 18 0
1123605 6월첫글 차지해 ㅇㅇ(223.38) 06.01 17 0
1123604 이러다 뽀뽀할거같음 [5] ㅇㅇ(110.47) 05.31 71 11
1123603 정신 차리니까 벌써 금요일 ㅇㅇ(223.38) 05.31 16 0
1123602 엘산나갤입니다 ㅇㅇ(223.38) 05.31 17 0
1123601 맛점해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26 0
1123600 내 5월 어디감 [1] ㅇㅇ(106.101) 05.31 20 0
1123599 하 혐퀘 [1] ㅇㅇ(211.234) 05.31 21 0
1123598 5월도 안녕 ㅇㅇ(223.38) 05.31 20 0
1123597 5월 마지막의 첫글이노라 ㅇㅇ(110.47) 05.31 18 0
1123596 능력 혐오하는데 능력 없는건 싫은 엘사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70 5
1123595 아 맞다 쥬미들아 인스타펌글 올릴 때 조심해 [1] ㅇㅇ(110.47) 05.30 69 3
1123594 누가 이거 1이 안나고 2가 엘사랬는데 [2] ㅇㅇ(110.47) 05.30 58 0
1123593 설갤만큼 엘산나에 진심인 커뮤가 있냐 [1] ㅇㅇ(223.38) 05.30 40 0
1123592 모든 삶이 엘산나야 ㅇㅇ(223.38) 05.30 30 0
1123591 우중충한 날엔 빠와가 있는 노래를 들어야 해 [3]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41 0
1123590 설갤 덕분에 글도 써보고 [1] ㅇㅇ(223.38) 05.30 32 0
1123589 크으 이틀만 견뎌 ㅇㅇ(223.38) 05.30 20 0
1123588 그래서 대체 왜 목요일에는 다들 없는거임??? [2] ㅇㅇ(112.157) 05.30 38 0
1123587 핵정전의 목요일 ㅇㅇ(112.157) 05.30 20 0
1123586 설하 [1] ㅇㅇ(106.101) 05.30 21 0
1123585 소설이란걸 써본게 설갤이 처음인디 [3] 설갤러(221.145) 05.30 50 0
1123584 크윽 늦었다 [1] ㅇㅇ(223.38) 05.30 25 0
1123583 첫글접수 ㅇㅇ(110.47) 05.30 20 0
1123582 고요한밤 설갤러(118.43) 05.29 19 0
1123581 막글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20 0
1123580 코피 철철철 ㅇㅇ(110.47) 05.29 22 0
1123579 저 밑에 새의상 [1] ㅇㅇ(223.38) 05.29 34 0
1123578 후 빡센 오늘이었따 [1] ㅇㅇ(223.38) 05.29 28 0
1123577 엘사가 사라지는 꿈꾸는 안나 [2] ㅇㅇ(223.38) 05.29 46 0
1123576 설하 [1] ㅇㅇ(115.138) 05.29 18 0
1123575 오늘 유익한 악몽을 꿈 [2] ㅇㅇ(211.234) 05.29 3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