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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 상앱에서 작성

태정태세문단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7.22 08:51:50
조회 836 추천 18 댓글 5

상류의 계곡과 하류의 넓은 호수가 가로지르는 우리 동네는 여름철이면 피서를 온 사람들로 붐볐고, 겨울이면 빙어 낚시를 하러 오는 사람들로 우글거렸다. 예전이야 조잡한 평상이랑 파라솔만 구비해두고 자릿세를 받는 정도였다지만, 세월이 가져온 물가상승과 조급함과 물욕은 시골 구석 늙은이들을 계몽시켜버렸다. 아이러니 하게도 덕분에 레져산업 발달의 혜택을 받기 시작했으니, 마을 사람들은 예전 같이 느긋함을 누릴 순 없었지만 그런대로 만족하는 것 같았다. 사실 예전이라고 해도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주변 어른들은 20년 전, 15년 전 이야기를 끝도 없이 쏟아내는데, 나는 내가 미취학 아동일 적의 기억이 거의 없었다. 하긴, 그들의 15년 전과 나의 15년 전은 다르기야 하다. 내게 15년 전은 서너살 적이니. 내가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어린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나는 10년 전도 기억이 잘 안 나고, 5년 전도 기억 안 난다. 내 기억에 남는 것이란 온 집 안에 밴 노인 냄새, 장판 여기저기가 울어서 울퉁불퉁한 바닥을 뒹굴거리다가 한 번 쯤 마주치는 벌레들이었다. 개미, 파리, 가끔 나방, 하루살이, 벌, 뭣도 모르고 창가에 앉은 여치 같은-인간의 집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멍청하고 징그러운 벌레들. 당연하다는 듯 우리 집에 침범하는 벌레가 나는 늘 싫었다.

벌레가 들어오는 족족 잡아죽이던 나와 부모님과는 달리, 내 동생 한나는 벌레가 무섭다며 의자 위나 침대 위로 올라가 내려올 생각을 못하곤 했다. 그럴 때면 할머니가 우는 한나를 달래주시곤 했다. 지금도 한나는 여전히 벌레를 무서워하지만, 할머니가 달래주시는 일은 없다. 한나가 벌레를 보고 울 나이가 지났기 때문도 있지만, 오히려 우리가 우는 할머니를 달래드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게 더 크다. 할머니는 과거로 여행을 떠나버리셨다. 더이상 나와 한나가 울어도 끌끌 웃으며 다가와 우리의 배를 토닥여주시지도 않으시고, 빨간 대야에 들어가서 목욕할 준비를 하는 우리를 위해 가스레인지로 물을 끓여 얼음장 같은 찬 물과 뜨거운 물을 섞어 우리에게 딱 맞는 따뜻한 물을 만들어주시지도 않으신다. 부모님과 동네 어른들은 그게 세월이라는 거라고 했다. 열심히 구구단을 외우시고, 고스톱 짝패 맞추기를 하거나, 일기를 쓰시며 무던히도 노력하시던 할머니가 아버지에게 학교 갈 준비를 하라며 양푼 도시락을 싸주셨을 때, 나는 세월이 무엇인지 이해했다. 슬프게도, 나와 한나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안나네 할머니가 치매 오셨다니까 다들 주의해.' 소식은 알게 모르게 빠르게 빠르게 마을의 구석구석까지 다다랐다. 이제 학교에서 나와 한나에게 할머니 얘기를 꺼내는 사람은 없다. 배려인지 눈치인지 모를 주의를 받으면서 나도 사람들에게 할머니 얘기를 꺼내지 못하게 되었다. 이 좁은 동네는 학교도 작고 구석졌다. 그나마 학교랑 가깝다는 우리 동네 애들도 자전거를 타거나 버스를 타려고 아침 일찍 기다리는데, 산너머에 있는 다른 동네 애들은 오죽할까. 그렇게 이 동네 저 동네 싹싹 긁어 모아도 전교생이 겨우 300명이 될까 말까 하는 그런 작은 학교는 웃기게도 마을 간의 온갖 소식이 모이는 정보통의 중심이 되었다. 이제 머리 좀 컸다고 어른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서로 '아 맞다!' 하면서 아닌 척 이 얘기 저 얘기 흘리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대화를 가장한 정보를 나누고, 집에 돌아오면 부모님과 저녁을 먹으면서 정보를 다시 나눈다. 길어도 12시간이면 산 너머 산 너머 마을까지 소식이 쫙 퍼지는 거다. 나는 옛날부터 구전된 이야기라거나 구전된 노래들이 어떻게 이 넓은 땅 전국에 퍼졌을까에 대한 의문을 자연스레 해소할 수 있었다. 그 때야 지금처럼 학교는 없었겠지만, 사람들은 어디든 어떻게든 모여살기 마련이니까.

반의 누군가가 소란을 떨었다. 면허증이 나왔다는 것이다. 저 애는 작년에도 생일이 지나자마자 면사무소로 달려가 제일 먼저 민증을 만들고 그걸 학교에 가져와 자랑을 했었다. 언젠가 아버지 트럭을 몰래 운전해서 수박을 싸들고 강에 놀러가자는-굳이 트럭이 아니어도 바로 앞이라 그냥 걸어가도 될 일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나는 소란스러운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그들의 대화 소리를 전부 귀담았다. 저 정도의 소란마저도 없었다면 나는 지루함과 매미소리에 미쳐버렸을지도 몰랐다. 어른들이야 관광 손님들로 바쁠지 몰라도, 학교에 있을 의무가 있는 학생들은 느긋함을 넘어서, 지루함에게 목숨을 위협 받고 있었다. 교실 앞문이 열렸다. 별 거 없는 조회시간이다. 아직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밖에 안 됐다니.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선생님이 들어오면서 왜 아침부터 한숨질이냐고 타박을 놓으셨지만, 나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의 뒤를 조용히 쫓아오는 새로운 존재에게 눈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 한, 여름 피서객이 아닌 낯선 이.


"전학생 왔다. 이 동네는 처음이고, 어색할 테니 많이 도와주고 친하게 지내라."


반에 있는 모든 친구들은 물론이요, 복도에서 창문으로 우리 교실을 염탐하러 온 다른 반, 다른 학년 애들까지 전부 한 사람을 보고 있었다. 모두가 서로를 알고 있는 이 곳에서 유일한 미지의 존재. 외계인이 등장하면 단연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이 더위에 교복 아래로 터틀넥 티를 입고 있는 걸 보면 진짜 외계인일지도 몰랐다. 거기에 스타킹이라니.


"안녕하세요. 엘사 입니다."


박수 갈채가 이어지고, 교실 밖 복도에서 탈주한 학생들을 잡으러 온 선생님들의 고함소리가 메워졌다. 옆 분단에 앉은 한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인생의 첫 외계인에 대한 감상을 늘어 놓으려면 어떤 표정을 지으면 좋을지 몰라 멍하니 박수를 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선생님이 반장을 시켜 옥상가는 계단에서 책상이랑 의자를 하나 가져와 전학생 자리를 만들어주라고 지시했다. 반장은 총알 같이 달려나갔고, 반 친구들은 갑자기 한달 지났으니 자리 바꾸기를 하자며 아우성을 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호통을 치신 선생님 덕에 학생들은 겨우 진정했다. 반장이 가져온 책상은 맨 뒷자리에 홀로 남았고, 그곳에 전학생이 앉았다.




폭염




또 기온이 올랐다. 아침엔 새벽 공기가 선선했던 때는 영원히 사라지기라도 한 마냥 햇빛이 몰고 온 더운 공기가 몸을 옥죄어 온다. 아직 아침이라 심하게 덥진 않지만, 한두시간만 지나도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머리를 높게 묶어 올리게 될 거다. 할머니도 더위의 충격에 잠시 정신이 돌아왔는지 한나에게 겉옷을 챙겼냐고 물으셨다. 한나는 가방에 담요가 있다고 대답하며 나를 따라 집을 나왔다. 한나는 더위를 안 탄다. 사람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한나는 땀이 없는 사람이었다. 대신 추위에 약하다. 난 추위든 더위든 적당히 탄다. 같은 날 태어났는데 왜 우린 다를까. 옆집 아저씨는 어릴 때 한약이라도 잘 못 먹은 거 아니냐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똑같은 얼굴을 하고, 다른 머리색을 하고,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내 자전거 뒷자리에 탄 한나를 흘끔 봤다. 길이 험해서 심하게 덜컹거릴 텐데 잘도 꾸벅 꾸벅 졸고 있다. 내 허리가 곰인형이라도 되는 양 끌어안고 세상에서 제일 편안하게 자고 있다. 나는 편하기는 커녕 등허리가 따뜻해져서 더워지고 있는데. 패달을 밟는 사람은 나건만, 늘 피곤한 사람은 한나다.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한나를 깨울 순 없을 걸 안다. 아침은 고요하고, 자전거를 타는 동안은 바람이 쌩쌩 불어 시원하니까.

도착한 교실엔 먼저 도착한 학생들이 선풍기를 틀어놓고 그 밑에 서서 열을 식히고 있었다. 나는 내 자리에 가방을 놓고 한나의 옆으로 와 앉았다. 한나가 가방에서 부채를 꺼내 내게 부채질을 해줬다. 나름 고생했다는 의미의 보상이었다. 부채를 가져와 직접 부채질을 하니 한나도 미련없이 책상에 엎드렸다. 아직도 졸리나. 버릇이 되니까 학교에서 잠들지 말라고 주의를 주니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에서 초콜릿을 꺼낸다. 언제 챙겼나 흘긋 가방 안을 보니 가방에 책이나 필기구는 없고 담요와 주전부리 밖에 없었다.


"우리 한나 양께서는 학교에 먹으러 오시나요?"
"책 무겁잖아."
"무죄 판결 내립니다. 나도 초코."


한나가 ABC 초콜릿을 하나 까서 내 입에 넣어줬다. 더울 때 찐득한 걸 먹으면 짜증나지 않냐고 묻는 애들도 더러 있었으나, 한나랑 나는 어릴 때부터 초콜릿을 못 먹고 죽은 귀신이라도 붙은 것처럼 굴었다. 입 안에 초콜릿을 굴리고 있으니 한나가 다시 내게서 부채를 빼앗아 바람을 살랑거려줬다. 이럴 때만큼은 지루하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평화롭다. 짜증이 나지도 않고 귀찮지도 않다. 이런 순간은 오래가지 않으니 소중하다. 학생들이 하나 둘 교실로 들어왔다. 웅성 웅성. 요즘 학교는 조금 시끄럽다. 상류 쪽에 공장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들렸기 때문이다. '상류에 공장이 들어온다. 폐수 문제가 생기면 장사 못 하게 될 수도 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땐, 자연스레 부모님 일을 돕게 될 거라 생각했던 터라 나도 어안이 벙벙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겨우 두 문장짜리 소문으로 동요하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깨달았다. 공장이 들어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물길을 막는다거나, 댐을 만드는 게 아니니 뭐든 상관 없었다. 문제는 폐수인데, 폐수 이슈가 생길지 아닐지는 가능성의 이야기이니 왈과왈부 하기엔 이르지만, 그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땐 절대 돌이킬 수 없어지니 다들 지레 겁 먹는 것이다. 그들의 불안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와중에 득실거리며 떠드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 짜증나는 매미들은 학교를 둘러 싸고 계속 맴맴- 맴맴- 귀가 아프게 떠든다. 장마가 끝나면 지금보다 더 상상할 수도 없이 시끄러워질 게 분명했다.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학생은 부동의 자세를 고집하고 있었다. 하기야 반년만 버티면 졸업인데 굳이 친구를 사귈 필요는 없긴 했다. 그게 아니어도, 전학생은 그냥 우리들에게 관심이 없어보였다. 저 안경 너머의 눈은 항상 칠판 아니면 책을 보고 있었다. 한나의 볼을 찌르며 애써 신경을 끄고 있으니 한나가 멍 때리다가 번뜩 제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는가 싶더니 그걸 들고 터벅터벅 전학생에게 건네주는 거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 돌아온 한나에게 물었다.


"뭐야? 그리고 요즘 시대에 웬 손수건이야?"
"체육시간에 그늘에서 물 마시다가 흘렸는데, 손수건 주더라. 그래서 나도 너랑 똑같이 말했어. '요즘 시대에 웬 손수건?'"


한나는 자랑스레 말했다. 한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쌍둥이스러움'이 발휘되는 순간을 좋아했다. 닮은 건 얼굴 뿐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조용히 한숨을 쉬곤 했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난 우리가 다른 게 당연한데, 한나는 아닌 것 같았다. 비교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싫은 건지 뭔지. 가장 단편적인 예시만 들어도 우리의 체육시간 참여도를 댈 수 있다. 체육시간이 말이 체육이지 애들한테 공 하나 던져주는 자유시간에 가까웠다. 나는 축구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교실 구석에 앉아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뛰는 걸 좋아한다. 안타깝게도 한나는 체력이 저질이라 체육시간엔 운동장 구석 그늘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거나 내가 뛰는 걸 구경한다. 그 그늘진 자리에 전학생도 있었나보다. 생각해보면 전학생이 체육복을 입고 운동장에 서 있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긴하다.


"왜 바로 안 돌려주고, 지금 줘?"
"민망해서. 세탁해서 돌려준다고 했어."
"뭐가 부끄러운데?"
"내가 마시다 흘린 물을 닦은 손수건을 돌려주는 거?"


나는 납득하고 전학생을 봤다. 전학생은 한나에게 받은 손수건을 한 손에 쥐고 가만히 그걸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가 싶더니 조례 시간이 됐는지 선생님이 들어와 자리에 앉으라고 교실 앞에 있던 학생들의 등을 때리셨다. 내 자리로 돌아가 다시 전학생을 보는데, 전학생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움찔하며 시선을 피할까 했지만, 계속 나를 뚫어져라 보는 눈에게 지는 기분이 들어서 마주봐줬다. 전학생이 안경을 손가락으로 올려쓰더니 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칠판을 봤다. 나는 조례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왜 시비야.

전학생은 처음 전학왔을 때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예쁘기도 예쁘고, 도시에서 왔는지 하얗고 말갛고, -한나도 그렇긴 하지만- 아무튼 시골 애들이 환장하는 외견의 '외지인'이었으니. 다들 우르르 전학생에게 몰려서 이런 저런 질문 공세를 했는데, 이렇다 할 대답없이 애들의 말을 듣기만 하다가, 시간표와 진도를 묻고는 그대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다들 얼떨떨해 하며 흩어지고, 그 뒤로 전학생에게 말을 거는 애들은 없었다. 다가가기 꺼려 하는 것 같았다. 그럴만한 게 말을 걸어도 듣는 둥 마는 둥 무시에 가까운 대우를 받으니 기분도 나쁘고, 민망하니까. 아무튼 그래서 이 정보의 정수 한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전학생은 이름이 엘사라는 것 외에 알려진 바가 없었다. 높은 대학에 가려나보지 뭐.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야 서로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알고 있기도 하고,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하는 애를 굳이 방해할 정도로 삐뚤어진 애도 없었으니. 왕따는 아니지만, 상대가 원하지 않으니 이쪽도 신경을 끄게 되는 거다. 전학생도 그런 게 당연하다는 듯이 굴었다.

조금 있으면 장마였다. 본격적인 더위의 시작인 거다. 이렇게 더운데도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아니라니. 아직 날이 맑을 때 하늘을 많이 봐둬야한다. 장마가 시작되면 하늘은 매일 어두컴컴하고, 스콜처럼 소나기도 내리고, 여우비도 내리고, 타이밍 안 맞으면 그대로 태풍이 올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습해져서 지금처럼 밤에 선풍기를 틀어놓는 정도로는 버틸 수 없다. 에어컨이 없으면 숨도 못 쉬는 지경이 되기 전까지 지금에 감사하자고 생각하면서도 이 빌어먹을 더위가 더 심해진다니 인상이 절로 쓰였다.

하교 길에 한나는 하품을 짧게 했다. 얘는 도대체 왜 항상 피곤해보일까. 병에 걸린 것도 아니면서. 어쩌면 체력이 좋지 않아서일지도 몰랐다. 한나가 전력질주를 한 적도 평생을 통 틀어 손에 꼽을 정도니 말이다. 일년에 한 번 체력검사를 할 때가 유일하게 한나가 뛰는 날이다. 급한 일이 있어도 한나는 빨리 걷는 정도 밖에 안 한다. 자전거 뒷자리에 앉은 한나를 흘끔 봤다.


"동생아."
"왜, 언니야."
"너도 자전거 타볼래?"
"싫어."
"너 그러다 나중에 계단도 못 오른다."
"계단은 지금도 충분히 힘들어."


한나가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핸들에서 한쪽 손을 떼, 내 허리를 안고 있는 한나의 손을 토닥거려줬다.


"그래도, 나중에 나 술 취해서 드러누우면 너가 업어다가 집 데려다주고 그래야지."
"너가 술 안 마시면 되잖아."
"좋은 생각이긴 한데, 그래도. 너 요즘 너무 피곤해하는 것 같아서. 밤에 어디 나가? 아니면 게임 해?"


한나가 조용했다. 뒤를 돌아보니 뚱한 표정으로 땅을 보고 있었다. 뭐지. 너무 강요했나. 아차 싶었다.


"내가 자전거 타고 학교에 가려면 3시간은 걸릴 거야."
"그렇게까지는 아니겠지만. 갑자기 운동하면 힘들긴 하겠네. 등교는 시간 제한도 있고. 체육시간은?"
"그 땐··· 안 돼. 저녁 먹고 산책 정도는 괜찮아."
"그래, 그럼. 오늘부터 하자. 곧 있으면 비 와서 나가지도 못하니까."
"대신에, 너도 이제 염색 그만해."


갑자기 웬 염색. 염색이랑 운동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내가 어리둥절해 하니, 한나가 내 허리를 꽉 죄어왔다. 서로 뭔가 바라는 걸 교환하자는 건가.


"내가 염색하는 거 싫어?"
"넌 우리가 쌍둥이인 게 싫어?"


침묵이 오갔다. 싸우기 싫은 마음에 섵불리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침묵이 길어질 수록 무언의 긍정으로 받아들일까봐 머리가 아팠다. 뭐라고든 대답을 해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뿌리 염색을 해야할 때가 오긴 했다. 염색약 저번에 다 썼는데, 미리 주문해둘 걸. 나는 손재주가 없어서 염색을 제대로 하질 못한다. 지금도 브릿지처럼 흰머리가 한움큼 있다. 학교에서 애들이 15년 전 초등학생 남자애가 하는 브릿지 같다고 놀렸는데. 아, 모르겠다. 한나와 나는 영원히 똑같아야 하는 걸까. 한나가 머리를 자르면 나도 잘라야 하고, 내가 머리를 염색하고 싶어도 염색하지 말아야 하고? 빈정거리는 질문이 마구 떠오른다. 괜히 귀가 간지러웠다. 이럴 땐 대답하지 않는 게 좋다.


"난 우리가 하나였다는 게 좋아."
"네가 싫다는 뜻이 아니야."
"그래, 알아. 네가 날 너무 걱정하는 것도 알고."
"넌 나를 너무 좋아하고. 새친구 좀 사겨."
"있잖아-"


자전거를 급히 멈췄다. 마을회관에 어른들이 모여서 고함을 지르고 계셨다. 급정지에 놀란 한나의 등을 토닥여주고 자전거를 세워두고 어른들에게 다가갔다. 우리를 발견한 어른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니 갑자기 다들 표정을 풀고 학교가 벌써 끝났느냐고, 고생했다고, 주의를 돌렸다. 집에 애들이 있는 아저씨, 아줌마들은 슬슬 애들이 돌아오겠다며 자리를 뜰 준비를 했다. 우리가 제일 먼저 왔나보다. 주변에 다른 애들은 보이지 않았다. 뒤를 흘끔 보니 한나는 자전거 뒷자리에 기대어 앉아 핸드폰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를 발견하고 다가가 귓속말을 하려다가, 사람들 앞에서 귓속말하면 예의가 아니라고 또 어른들께 혼날까봐 그냥 목소리만 낮춰서 무슨 일이냐 여쭸다.


"그 공장, 건설 확정 났대."


허. 어이가 없다는 듯 맥빠진 반응을 보이니, 아버지가 일단 집에 가 있으라고 등을 떠밀었다. 어른들끼리 할 얘기가 있다고. 하기야 이 자리에 있어봤자 도움도 안 될 테니 고개를 끄덕이고 자전거로 향했다. 한나의 발치에 개미가 줄지어 지나가고 있었다. 핸드폰에 얼마나 집중했으면 그렇게 징그러워하던 게 눈앞에 있는데도 모를까. 인기척을 내니 한나가 나를 보고 자전거 스탠드를 찼다. 다시 아까처럼 자리를 잡고 집으로 향하는데, 한나가 물었다.


"공장, 진짜야?"
"들렸어?"
"어? 어, 응. 어른들 목소리가 커서."
"근데, 분위기 보니까, 공장만 문제가 아닌가봐. 일단 집에 가 있으라니까 기다리긴 해야겠지만."


아까 하던 얘기는 없었던 일인 양, 한나는 그것에 관심조차 없는 말투였다. 내 대답을 듣고 더 이상 내가 해줄 말이 없다는 걸 알았는지, 한나는 질문을 멈췄다. 도착한 집 마당에는 할머니가 말린 무를 걷고 계셨다. 다녀왔다고 인사하니, 알아보는가 싶더니 관심을 주지 않고 하던 일만 하신다. 섭섭함에 한숨을 쉬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발을 들이자마자 어머니가 무말랭이를 해야하니 나가서 할머니를 도와달라고 부탁하셨다. 조용히 한나와 가위바위보를 했다. 한나는 가위, 나는 보자기. 왜 맨날 보자기만 내냐고 한나가 웃었다. 내가 일부러 져준다는 걸 한나는 모른다. 한나에게 가방을 건네주고 마당으로 향했다. 할머니 옆에 쭈그려 앉았다. 할머니가 나를 흘끔 본다. 또 나를 고모 이름으로 불렀다면 많이 속상했을 텐데, 이젠 그냥 나한테 관심이 없다. 뭐가 더 나은지 모르겠다. 작은 벌레가 우리 할머니의 머릿속을 갉아먹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할머니, 무말랭이 먹고 싶었어?"
"으응, 더울 땐 매콤한 거 먹어야지. 김치만 먹기는 싫잖어."
"그냥 반찬 가게에서 사오지. 무 말리는데 오래 걸리잖아."
"만들어 먹어야지. 가서 다라이 가져와. 그건 스댕이고. 아니다, 그거 그냥 들고 와."


비닐 한 가운데에 모인 말린 무를 통에 담고, 끄응거리며 일어나는 할머니를 부축해 집으로 들어갔다. 어머니께 말린 무를 건네고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한나는 씻으러 간 건지 없었다. 오늘 저녁 먹고 산책하기로 한 거 한나가 아직 기억하고 있으려나? 공장 일이야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일이 심각해지면, 어른들도 우리의 손을 빌리게 될 것이다. 최악의 결말은 별 목적 없이 살아온 내가 이제 와서 진로 고민을 해야하게 되고, 온 동네가 실직을 하게 되는 거다. 내가 고민해봐야 뭐가 바뀌겠어.


-


한나가 나를 흔드는 손짓에 겨우 눈을 떴다.


"저녁 안 먹어? 많이 졸리면 다시 자."
"산책. 산책, 가야 해."
"혼자 갔다 올게. 그냥 자."


수마(睡魔)가 온갖 관절을 꽉 쥐고 놓아주질 않았다. 창밖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렸다. 기성을 부리는 벌레를 먹느라 살판이 난 거겠지. 모기장을 쳐야한다. 요즘 모기가 아우성이다. 한나가 선풍기를 틀어주고 나간다. 조심히 다녀와야 할 텐데.

어스름한 새벽에 눈이 살짝 떠졌다. 벽에 걸린 야광 시침과 분침이 대충 새벽을 가리키고 있었으니 새벽이 맞겠지. 누가 비척비척 방에 들어와 한나의 침대에 누웠다. 한나인가. 조심스러운 걸음이 자연스러웠다. 밖에서 쏴아, 하고 비 오는 소리가 들렸다. 한나는 잠들었다. 비가 온다.


-


비가 오는 걸 신호탄으로 학교에 새로운 소식이 돌았다. 소식이라고 해야할지 소문이라고 해야할지. 한 차례 공장 이야기가 떠들썩 할 때, 누군가 비밀을 이야기하듯 소곤거리며 먹잇감을 던져줬다.


'전학생이 엄청 큰 집에서 사는데, 그 집 주인이 이번에 공장 짓는 사람이래.'


부티나는 행동거지와 용모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 없는-나쁘게 말하면 싸가지 없는 태도하며, 도시 출신이라는 정황까지. 그 말에 힘이 실리는 것은 당연했다. 사업하는 부모님 따라 이 시골까지 내려왔다-정도로 추측 가능한 근거 같지도 않은 근거 덕에 학교 애들의 시선은 결국 전학생에게 몰렸다. 곱지 않게.

습도가 올라감에 따라, 그늘과 선풍기는 더이상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 될 수 없었다. 반마다 에어컨을 강하게 틀고, 복도로 나가는 일을 자제하게 되었다. 다들 자발적으로 교실에 갇혔다. 나도 마찬가지다. 한나는 담요와 겉옷을 걸치는 걸로도 모자라 교실 구석 자리로 책상을 옮겼다. 전학생의 옆자리다. 한나가 에어컨 시즌마다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걸 아는 담임선생님은 별 말씀 않으셨다.

한나가 많이 추워하면 내 체육복이라도 쥐어줘야 하나 싶어 수시로 한나를 흘끔거리게 됐는데, 그 때마다 전학생을 아니꼬운 얼굴로 보는 애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노려보면 일이 해결되나. 애초에 어른들 일에 전학생은 책임이 없는데. 한숨을 쉬며 한나를 보면 한나는 공책에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다. 옆에 앉은 전학생은 변함없이 공부 중이다. 정말 둘이 안 친하구나. 나는 솔직히 한나가 전학생과 어느 정도 분위기가 비슷해서 친해질 줄 알았다. 아니면, 혹시, 내가 저녁을 거른 날에 아버지가 공장 이야기를 해주셨고, 그걸 들은 한나가 전학생에게 반감이라도 생긴걸까. 한나 성격에 나랑 비슷한 생각을 했으면 했지, 그럴 리는 없다. 전학생의 목소리를 분명 자기소개할 때 들었던 거 같은데, 벌써 희미해져서 음성이 아니라 문장으로만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아있다. 엘사. 목소리가 어땠더라. 스타킹 신고 있으면 안 더울까. 항상 교복 아래에 입는 얇은 터틀넥 티까지. 더워서 벗어던지지 않고는 베길 수 없을 것 같은데. 목이 탄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향했다. 이제 곧 성인인 애들이 화장실 가는 걸로 일일이 손 들면서 수업 방해하지 말라는 일종의 허가가 있는 덕분에 다들 나를 신경도 안 썼다.

교실 밖을 나오자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숨이 턱 막혔다. 세상에. 공기 중의 수분을 마실 수 있었다면, 나는 복도에 나온 순간 갈증이 해결됐을 거다. 온기를 머금은 수분들이 금새 피부가 끈적거리게 만들었다. 땀이 날 정도는 아니지만, 더위가 싫어서 급하게 발을 움직였다. 얼른 반에 들어가고 싶다. 긴 복도를 지나, 모퉁이를 돌아, 계단 근처에 있는 급수대로 향했다. 버튼을 누르고 뜨끈한 물이 안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찬물이다 싶을 때 입을 가져다 댔다. 시원한 물이 입 안을 적시고, 목구멍을 적시고, 아, 이쯤이 위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느낌도 얼마 안 가 사라졌다.  뒷목이 간지러워 고개를 드니 바로 옆에 전학생이 서 있었다. 놀라서 몸을 뒤로 빼며 비명을 작게 질렀다. 놀란 가슴을 지긋이 누르고, 머쓱한 마음에 목을 긁적이며 자리를 비켰다. 전학생은 급수대로 다가갈 생각이 없는지 계속 나를 빤히 쳐다봤다. 원래 같으면 이런 거 신경쓰지도 않고 바로 교실로 돌아갔을 텐데. 입가에 묻은 물을 훔치려는데, 전학생이 손수건을 건넸다.


"음, 괜찮아. 너 써. 물 안 마실 거야?"


대답이 없었다. 얘 혹시 말 못 하나? 아닌데, 분명 자기 소개할 때 말했잖아. 전학생이 자기소개 하는 꿈을 꿨을 리는 없고. 다시 뒷목을 긁적거렸다.


"할 말 있어?"


전학생이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록색맹이 있어서 나랑 한나의 머리카락을 구분 못하나? 그럴 리가. 한나는 전학생 짝꿍이다. 바로 옆에 앉아있던 애는 추워서 옷을 뚤뚤 둘러 말고 있었고, 나는 그냥 교복 차림인데. 게다가 적록색맹이어도 빨간색이랑 하얀색이 다르다는 건 구분되지 않나. 다른 색맹이면 그 땐 또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학생이 팔짱을 끼고 한 쪽 손으로 턱을 괸다.


"한나랑은 성격이 많이 다르네. 근데 묘하게 비슷해."
"쌍둥이어도 우린 다른 사람이야. 그래도 우린 가족이니까, 비슷하다면 비슷할 수도 있지."


우리가 같은 게 있다면, 유전적이라거나 환경적인 요소 때문일 거다. 하지만 그 안의 내용물은 다르다. 우린 각자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 우린 다른 사람이다. 당연한 걸 신기하다는 듯이 보는 사람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신물이 났지만, 의연하게 대처했다. 그러고 보니, 얘 잘만 말하네.


"쌍둥이가 신기해?"
"신기한 건 아닌데, 개인적인 호기심은 있지."


전학생이 천천히 다가왔다. 이제 알았는데, 전학생은 나보다 조금 키가 크다. 맨날 의자에 앉아만 있길래 몰랐다. 그래서 조금 쫄았다. 뒤로 조금 물러나는데, 전학생이 피식 웃었다.

어, 웃었다.

아마도 전학 온 이래로 처음 본 웃음인 것 같다. 저렇게 웃음이 안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웃는 얼굴이 이상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냥 웃음이라는 개념과 공존 할 수 없는 사람 같다.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킨 마냥, 오류가 아닌 이상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부조화스러움은 그 특성답게 금새 지나갔다. 웃음이 짧은 게 뭇내 아쉬워서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전학생이 내 표정을 보고는, 쓰고 있던 안경을 조심스레 벗어서 안경 다리를 살짝 쥐었다. 그리고 고개를 뻗어 내게 입을 맞췄다. 가족들에게 뽀뽀하는 것도 그만둔지 오래인지라 느낌이 어색했다. 내 반응을 살피는지 가만히 닿아만 있다가, 아주 조금 우물거리듯 입술이 움직였다. 몇 번인가 아슬아슬하게 슬쩍슬쩍 닿았다가 떨어진다. 내 입술이 이렇게 생겼었나. 입술이 원래 이렇게 예민했나. 침을 꿀꺽 삼키니, 엘사가, 눈을 살짝 접어 웃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처럼 쪽소리를 내며 마지막으로 과장되게 뽀뽀를 한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전학생의 어깨를 잡고 살짝 밀었다.


"호기심은 좀 두루뭉실하고, 학구열 정도가 어울리겠다."


전학생의 얼굴이 멀어졌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깜짝아. 뭐지. 전학생이 손에 쥐고 있던 안경을 조심히 쥐고 안경알에 지문이 묻었나 살핀다. 그러면서 입술을 살짝 핥는데, 눈을 못 떼겠다. 분명 내 얼굴 새빨개져 있겠지. 전학생은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안경 다리를 한 손에 한 쪽 씩 잡고 귀에 걸었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다시 단정한 얼굴로 돌아온 전학생은 내 표정을 보고 눈썹 한 쪽을 들썩이고 '불만 있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린다. 팝핀처럼 쿵쿵. 육안으로도 내 가슴이 뛰고 있는 게 보이지 않을까. 가장 깊숙한 곳에 있을 심장이 갈비뼈와 흉근까지 전부 쿵쿵거리게 만들고 있다. 전학생이 긴 생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급수대에 고개를 가져갔다. 물을 마시고 허리를 피면서 자연스럽게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다. 전학생이 손수건 쥔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말했다.


"네가 적극적이었으면, 분명 손수건이 필요했을 거야."


전학생은 외계인이다. 나이가 우리보다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외동인지, 형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등교는 어떻게 하는지, 집은 어디인지, 왜 긴 옷을 입고 다니는지, 왜 친구를 안 만드는지, 무슨 과목을 제일 좋아하고, 학교가 끝나면 뭘 하는지 전부 알지 못한다. 알려진 건, 이름, 단 하나였다. 귀가 간지럽다 벌레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내 말 안 듣고 있지?"
"···어?"
"듣든 안 듣든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엘사가 손수건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웬만하면 키스할 땐 눈 감아."


뒤돌아서 교실로 향하는 걸 가만히 봤다. 계속 심장만 쿵쾅거린다. 계속,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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