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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he Queen's Mercy 5 - (2)

ㅇㅇ(1.253) 2021.08.28 01:53:49
조회 72 추천 9 댓글 1

안나가 어색하게 움직였다. “잘은 몰라요, 폐하. 그렇게 시간 들여 배운 적은 없어서요.” 그녀는 작게 미소 지어보였다. “그래도 저는 체커를 꽤 잘 둔답니다.”

 

“체커를 말인가요?” 엘사는 궁금증을 자아내며 물었다.

 

“네. 어렸을 때 다른 아이들과 체커로 놀았어요. 금방 제가 꽤 실력이 있다는 걸 알았죠. 선술집에서 체커로 가끔 동전 몇 개도 얻을 수 있었구요,” 그녀가 설명했다.

 

“줄곧 체커는 어린 아이들이나 하는 놀이인 줄로만 알았어요.” 엘사가 속마음을 뱉었다. “규칙이 너무 간단하니까요... 어떻게 실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나요?” 왕국의 그 어느 누구도 이 게임의 규칙을 모를 리가 없었지만, 이 게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녀에겐 낯설었다.

 

안나는 그녀를 향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한 번 확인 해보실래요, 폐하?” 그녀가 제안했다. 안나의 표정을 보아 놀란건 엘사 뿐만이 아닌 듯 했다.

 

지금 아렌델의 여왕이 체커 게임으로 도전장을 받은 것인가? 말이 안되긴 했지만... 안나의 긴장과 더불어 기대감에 찬 표정을 보았을 때, 그녀의 마음이 외쳤다. 도대체 뭐야?

 

“좋아요, 안나. 우리가 쓸 수 있는 말은 있는 거겠죠?”

 

소녀가 난처하게 웃었다. “그렇진 않아요. 하지만 여기에도 뭔가 있을 텐데...” 그녀는 체스판의 뚜껑을 옮겨 상자 안을 들여다보고는 잽싸게 작은 검은색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엘사가 자리에 앉자, 안나는 재빨리 체스 말을 옆으로 치우고 스물 네 개의 평평한 체커 타일들을 보드 위에 놓았다. 여왕 앞에 열 두개의 흰색 타일을 놓고, 나머지 빨간색 타일을 자신 앞에 두었다.

 

“게임의 주인이 선수일거예요. 얼른요, 여왕 폐하. 이 간단한 애들용 게임을 한 번 시작해 보자구요.” 안나가 손짓했다.

 

잠시동안 여왕은 그저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지금 안나가 정말 그녀를 놀린 것인가? 안나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지 그녀가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적어도 안나는 내가 이기게 내버려 두진 않겠지. 여왕은 속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좋아요.” 엘사가 마침내 말하며 흰색 타일을 보드 중앙으로 옮겼다. 엘사가 잘못 본 것일까? 안나가 작게 미소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같았다.

 

상대는 잠시 생각하더니 여왕의 수에 맞추어 똑같이 움직이며 플레이 했다. 엘사는 또 다른 타일을 바로 옆에 두어 대응했다.

 

순간, 안나의 얼굴에 우쭐거리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얼른 앞으로 나온 두 개의 흰색 타일 사이에 자신의 타일을 놓았다. “뛰어넘으셔야 해요, 폐하.” 그녀가 순수하게 말했다. 

 

여왕은 아무 말 않고 그렇게 했다. 안나의 전략을 궁금해하던 엘사는, 안나가 타일이 이동한 것을 이용하여 두 번 연속 타일을 뛰어넘어 엘사의 타일을 모두 떨어트리자 곧 그 호기심이 짜증으로 바뀌었다. 다섯 수를 더 움직인 후, 엘사는 두 조각의 타일을 더 잃었다.

 

“당신이 이겼네요.” 엘사가 인정했다.

 

안나가 미소지었다. “한 판 더 할까요?” 그녀가 판을 다시 세팅하며 물었다.

 

“그래요. 이젠 어떻게 하면 될지 감을 잡은 것 같네요.” 여왕이 딱딱하게 대답하며  첫 번쨰 수를 두었다. 

 

게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안나는 숨기려 한 것 같지만, 엘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 얼굴에 만개하는 웃음을 볼 수 있었다.

 

“King me.” 안나가 기쁘게 말하며, 세단뛰기로 엘사쪽의 보드 끝에 타일을 두었다.

(아마 체커의 규칙 중 하나인 듯. 왕이 된 타일이 연속으로 세 번 움직이는 것.)

 

엘사는 한숨을 쉬었다. “이 게임을 정말 잘 아는군요. 지금은 내버려두겠지만, 내가 이 게임을 마스터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물론이죠, 여왕폐하. 새로 시작할까요?” 안나가 다정하게 물었다.

 

“좋아요. 이제 당신의 전략을 알겠어요. 선수를 내어주면 유리한거죠. 이번 게임에선, 당신이 먼저 수를 두도록 해요.”

 

안나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시다면야, my queen.”

 

엘사가 아무리 좌절한들 바뀌는 건 없었고, 상대는 일곱 번의 게임에서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우위를 점했다. 

 

안나가 그녀를 또다른 공격으로 유인하자 엘사는 턱을 꾹 다물었다. 그걸 알아챘는지, 안나가 말을 꺼냈다.

 

“보드게임에서 여왕을 이겨도 딱히 불법은 아닌거쵸, 그쵸?” 그녀가 목소리에 웃음을 띄며 물었다.

 

엘사는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금은 아니지요. 하지만 내일이 되면 그런 법령을 발표해야겠네요.”

 

안나가 키득댔다. “한 판 더?” 안나가 보드 판을 유려하게 흔들며 제안했다.

 

여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날 계속 이기면 어떻게 될지 왕족의 분노가 두렵지 않나요?” 그녀가 물었다.

 

안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폐하께선 그 때도 절 벌하지 않으셨잖아요. 제가 폐하의 침실에 몰래 들어가 거의 도둑질을-” 그녀는 말을 멈추었고, 여왕과의 수치스러운 첫 만남을 상기시켜 버렸다는 걸 깨닫자 얼굴이 빨개졌다.

 

엘사는 그걸 모른 척 하고 첫 번째 수를 두었다. 안나도 진정 하며 게임에 응했다. 스무 번의 수가 지나고, 여왕은 다시 한 번 항복 했다.

 

생각해. 그녀가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녀의 자존심으로 인해 이제 한 판이라도 이기지 않는 한 자리를 뜨지 않을 테지만, 안나는 너무나 무적으로 보였다.

 

누구나 약점은 있다는 걸 엘사는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상대는 여왕의 미숙한 눈이 약점을 알아차리기엔 너무나도 노련했다. 

 

그럴 필요 없을 지도 몰라. 엘사가 깨달았다. 그녀를 실력으로 이길 순 없지만, 어떻게든 집중력을 흩트려 놓을 수만 있다면... 

 

“판을 준비해 줘요, 안나.” 여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금방 돌아올게요.” 안나는 호기심에 올려다 봤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급하게 부엌으로 간 엘사는 한 명의 하인과 함께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안나가 그 둘을 발견하자, 눈알이 빠질 정도로 쳐다보았다.

 

“여기면 괜찮아요, 고마워요.” 여왕이 하인에게 말했다. 소녀는 여왕이 지시한 대로 접이식 테이블을 정성스레 세팅 하고 그 위에 들고있던 커다란 쟁반을 올려놓았다. 엘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인은 고개를 숙이고 도서관을 나갔다.

 

“준비 됐나요, 안나?” 엘사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우와. 그건... 우와.” 안나가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시선은 은쟁반에 가지런히 쌓여있는 초콜릿 더미에 꽃혀있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초콜릿 더미에 손을 뻗고 바로 코 앞에서 머뭇거렸다. 안나는 불안한 눈으로 여왕을 바라보았다.

 

“맘껏 들어요.” 그렇게 말하며, 엘사는 초콜릿을 하나 집어 먹었다.

 

“감사합니다.” 안나는 사탕 한 조각을 입에 물고 미소지었다. 첫 번째 수를 두며 맛을 충분히 음미 한 후 삼켰다.

 

“별 말씀을요, 안나.” 여왕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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