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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 아폴론 안나와 아르테미스 엘사 10화

엘산나픽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27 21:07:04
조회 353 추천 18 댓글 6



※※타캐주의※※

※※이번 편은 타캐등장이 많음※※





모음글 https://gall.dcinside.com/snowpiercer2013/812533








10.








언제나 신전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님프들이 자리를 비운 아르테미스의 신전은 유리구슬과 같은 투명하고 차가운 고요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테나는 텅 빈 신전의 창틀에 기댄 채 신전의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차라리 영영 오지 않기를 바라는 지도 몰랐다. 그저 이 상태로 모든 것이 얼어붙어버리기를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야트막하게 퍼지는 바람에 섞여 불어온 은은한 향기는 아테나의 유리 같은 평화에 금이 가기 시작했음을 알렸다.




"아르테미스,"




화살 통과 활을 맨 채로 신전의 주인이자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신전으로 들어왔다. 아테나는 그래도 다정하게 맞아줄 생각이었으나 그녀를 본 순간 치민 불안함에 내뱉어진 말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엘사 역시 아테나의 평소와 다른 태도를 감지한 건지 부드러운 미소를 지운 채로 가볍게 목례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아테나."

"갑자기 편지를 보낸 건 나니까, 사과할 필요는 없어."




아테나는 흘긋, 마치 그들의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한 듯이 텅 빈 신전을 둘러보며 작은 목소리로 덧붙인다.




"…뭐, 너는 다 알고 있었던 일 같지만."

"그렇죠."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엘사의 푸른 눈이 긴장한 듯이 아테나의 굳은 얼굴을 훑었다. 자신을 경계하는 그 시선에 아테나는 무너져버릴 뻔했으나 이번만큼은 쉽게 패자가 되어주지는 않았다.




"언니가 편지를 보내서 만나자고 한 이유, 그리고 그 원인, 이 정도면 다 알고 있는 것 같죠."

"…알면 미리 경고해줄 수 있었잖아."

"경고할만한 기회가 없었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엘사가 활을 꽉 움켜쥐었다.




"전부 말하고 난 후에, 언니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었거든요. 그래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새파란 눈이 아테나를 흔들림 없이 응시했다. 




"각오가 필요했거든요."




내편을, 절대적인 아군을, 적으로 돌릴 각오가.




"…그럼, 이제 설명을 해줘봐. 아버지가 안나의 상대에 집착하는 이유가 뭔지."




아테나가 창틀에서 일어나 똑바로 섰다. 태양을 든 진 그녀의 얼굴은 어둠에 잠겼고 하늘에서 태어난 가장 강인하고 굳센 전사였다. 이곳은 사냥터가 아닌 전쟁터였다. 엘사는 잠시 숨을 골랐다. 전쟁은 명분 싸움이다. 개인적인 욕망을 따라 자유로이 움직이는 사냥꾼인 엘사에게는 어려운 이야기였다. 진실을 숨기고 거짓 명분(=덫)으로 아테나를 끌어들이는 게 어쩌면 쉬운 길일지도 모른다.




"일주일 전에, 셀레네가 저를 찾아왔어요."










+











그녀의 머리는 산발이었고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한층 지쳐 보였다. 하지만 움푹 파인 눈동자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번득이고 있었다. 그 번들거리는 눈동자에서는 광기마저 엿보였다. 셀레네는 다짜고짜 엘사의 팔을 움켜쥐고 낮은 목소리로 저주하듯이 말을 토해내었다.




“기어이, 너희가 사고를 치는구나…!! 지긋지긋해. 그때 널 받아들이는 게 아니었는데, 이 눈만 아니면, 이 눈만 아니었으면…!!”




당혹으로 가득한 엘사의 푸른 눈을 원망스럽게 응시하며 셀레네는 광인처럼 흐느꼈다. 이러면 안 되는 데, 안 되는 데, 엔디미온! 셀레네는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흐트러트리고 흐느끼고 몸서리쳤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홀로 웃고 울던 그녀는 순식간에 우뚝 멈춰 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는 엘사를 잡아끌어 귓가에 숨죽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당장 프로메테우스를 만나러 가. 오늘 월식으로 완전히 달이 가리는 때, 그때 그가 널 만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낼 거야. 반드시 달의 마차를 타고 직접 가야 해. 안 그러면, 그놈은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거야. 네가 달의 신 아르테미스라는 것을 확신하지 않으면….”




말을 마치고 셀레네는 화들짝 엘사를 떠밀듯이 멀어졌다. 그리고는 조금 정신이 돌아온듯한 눈빛으로 엘사의 눈을 응시했다. 잠깐의 당혹스러운 침묵 후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분명 이야기했어. 나머지는 네 선택이야." 그 말을 끝으로 셀레네는 왔을 때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신전을 서둘러 떠났다. 




"프로메테우스…"




셀레네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나온 것이 두 번째였다. 처음에는 크게 의미 두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셀레네의 기이한 행동과 모습도 그렇지만, 그 사이에 엘사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마음에 걸렸다. 특히 제우스가 아넬사에게 이상하리만치 관심이 많다는 점이. 잠깐은 잭 프로스트에게 뭔가 특이점이 있어서인가 의심했으나, 그는 아넬사의 아버지가 아닐뿐더러 직접 본 그는 별 볼 일 없는 하급신에 불과했다.



잭 프로스트를 만나고 명료해진 점도 있으나, 오히려 미궁에 빠진 지점이 그 부분이었다. 제우스가 왜 아넬사를 만든 또 다른 존재를 찾는 것인가. 그리고 그 답이 프로메테우스에게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결국 그날 밤, 엘사는 셀레네의 말대로 달의 마차에 올랐다.




각자의 사연을 지닌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 그곳에 수놓아진 역사들 사이를 아르테미스가 탄 상아색의 마차가 부드럽게 달려갔다. 엘사의 명령을 따라 하늘을 달리는 두 마리의 천마가 오랜만에 주인을 태우고 달리는 기쁨에 높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들의 주인의 초조하고 어두운 얼굴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엘사의 얼굴은 불안이 가득했고, 고요함이 내려앉은 대지를 내려보는 푸른 눈에는 초조함이 짙게 베여있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의 머리를 쓸어내리는 은은한 달의 빛이 닉스의 어둠에 완전히 잠식되는 시간이 되었다. 서서히 어둠이 달의 빛을 삼키는 것을 허락하며 엘사는 아래를 샅샅이 살폈다. 그리고 완전히 어둠이 달을 잠식한 순간, 아래에서 누군가가 횃불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아르테미스를 부르는 듯이. 엘사는 말의 고삐를 놓고 그 불꽃을 향해 내려갔다.



그곳에는 셀레네의 말대로 프로메테우스가 있었다. 그는 땅으로 내려오는 엘사를 보자마자 횃불의 불을 꺼트리고는 엘사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셀레네에게 보였던 미쳐있던 예언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정중했고 조심스러웠으며, 비굴해 보일 만큼 겸손해 보였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내려보는 엘사의 하얀 손을 붙잡고 입을 맞추었다. 엘사는 손등에 닿는 불쾌한 온기에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거두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그런 엘사의 반응에 크게 상처입지 않았는지 연극적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오 경이로운 달의 신이시여, 미천한 예언자 프로메테우스가 영원토록 이 땅을 다스릴 위대한 밤의 지도자를 뵙습니다!”

“찬사가 지나치군. 쓸모없는 아부로 내 기분을 상하게 하려 나를 불렀을 리 없고. 나를 불러낸 이유가 뭐지?”

“하하, 지나치다니요. 가이아의 축복으로 가장 정확한 예언을 하는 자입니다. 그로 인해 3000년을 당신의 아버지 제우스에게 고통받았지요. 그런 제가 공허한 찬사를 입에 담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 위대한 가이아조차 아테나의 예언은 빗나갔다. 네 오만한 혀로 운명이라 정의하며 쏟아내는 말이 누군가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칼날이 되고 독이 될 수 있음을 모르지는 않겠지?”




엘사가 불신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제우스와 메티스가 결혼했을 때 가이아는 한가지 예언을 내렸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제우스가 아버지인 크로노스에게 했던 것처럼 제우스를 왕좌에서 끌어내릴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이었다. 그리고 그 예언으로 인해 아테나의 삶이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는 것은 엘사도 익히 알고 있는 일이었다.




“‘메티스가 딸을 낳으면 제우스와 대등한 능력을 지니게 될 것이고, 아들을 낳으면 그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제우스가 그러했듯이 아버지를 몰아내고 왕좌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가이아의 예언이었죠. 해석의 차이가 있을 뿐, 그녀의 예언은 이미 운명에 쓰인 글귀와 같습니다.”

“해석의 차이라, 그로 인해 아테나는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에게 삼켜졌으며 오래도록 의심과 불신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끝내, 제우스의 오른팔이 된 아테나에게 그 해석의 차이라는 것이 너무도 우습지 않은가?”




「제우스가 그러했듯이 아버지를 몰아내고 왕좌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수많은 이들을 파멸로 몰고 갔던 올림푸스 왕좌에 대한 문장은 12주신인 아테나의 삶마저 잠식했다. 제우스는 메티스가 잉태한 아이의 탄생이 두려워 한때 사랑을 고백하며 갈구했던 부인을 삼켜버렸다. 자신의 권좌를 지키기 위하여 그의 아버지 크로노스가 그와 그의 형제들을 모조리 삼켜버렸던 것처럼. 그러나 아테나는 제우스의 머리를 가르고 스스로 태어났다. 축복받지 못한 탄생이었다. 완전한 군장을 하고 하루아침에 왕성한 모습으로 태어난 자신의 딸을 제우스는 기이한 괴물을 보 듯했다.



만약 아테나가 딸이 아닌 아들이었다면 제우스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숨통을 끊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테나는 여인이었고, 제우스는 아테나의 처분에 대해 고민했다. 예언이 모호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제우스는 완전히 올림푸스를 장악할 기반이 필요했고 유능하고 뛰어난 아테나는 그저 버리기에는 아까운 존재였다. 제우스는 결국 아테나를 살려두었지만 그녀를 끝없이 의심하고 시험했다. 탄생부터 부정당한 그녀는 결코 그녀가 이길 수 없는 내면의 상처를 만들었다. 카산드라는 이를 타인에게 내보이지 않았으나 그녀가 끝나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엘사는 알 수 있었다.



엘사는 그렇기에 예언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제우스의 몰락에 대한 예언을 해대는 프로메테우스는 더더욱. 그의 몰락에 대한 예언의 뒤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불행이 따랐고 불필요한 피가 흘렀기 때문이다. 예언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 하나로.




“예언에 대해 꽤나 불신하시고 있으시군요. 하지만, 이 예언은 믿으셔야 할 것입니다. 당신이 믿지 않는다고 한들 저 올림푸스의 왕좌에 계신 분이 가벼이 넘기지는 않으니까요.”

“예언?”

“네. 오래전에 당신과 태양의 신 아폴론에 대한 예언을 한 적이 있죠. 들은 바 있으십니까?”

“제우스와 레토가 결합하여, 그의 권위를 지상에 널리 내리쬘 찬란한 태양과 묵묵한 달을 낳는다. 지겹도록 들어온 예언이지.”




엘사가 탐탁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린 엘사의 머리 위에 커다란 손을 얹으며 제우스는 자신의 하늘에서 '너희'는 영원히 함께 빛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너희가 영원토록 밝게 빛나는 것이 그의 영광을 드높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엘사는 제우스의 영광이니 권위니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가 그 말에 기대했던 것은 그들에게 영원히 약속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말한 영원으로 인해, 엘사는 안나와 헤어졌고 어떻게 좁혀야 할지 알 수 없는 간극이 생겨버렸다. 그 예언에 속아서 안나의 손을 놓지 않았다면, 두려움에 떠는 안나를 다독이지 말고 올림푸스를 뛰쳐나갔다면 어땠을까. 엘사는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프로메테우스가 그런 엘사를 보고는 입술을 비틀어 낄낄대었다.




“그건 예언 일부에 불과합니다. 아르테미스님. 제우스가 당신들의 목에 목줄을 걸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만 했을 뿐이지요.”




그의 눈이 어둠 속에서 기이한 광채를 내며 번쩍였다. 마치 처음으로 숨을 들이쉬는 이처럼 그는 감격스럽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쏟아냈다. 그 순간만큼은 잔뜩 움츠러들었던 몸이 활짝 펴졌고 온 세상이 들으라는 듯이 그의 목소리는 커다랗게 울렸다.




"오오 위대한 하늘과 벼락의 제왕 제우스여, 옛 티탄 신족의 겸손한 레토와 결합하여 그와 영원토록 함께 찬란하게 빛날 태양과 달을 낳을지니. 이는 그의 권위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지상과 지하 그 어느 곳이든 미치지 않는 곳이 없게 하리라!


허나 부디 조심하시길, 밤이 낮이 되고 낮이 밤이 되어 태양과 달이 합쳐지게 된다면 하늘과 땅이 뒤집혀 그대의 영광 역시 이제는 잊혀진 티탄의 길을 걷게 될지니…"




광기에 휩싸여 예언을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그의 모습을 보며 엘사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가 토해내는 말은 예언이라기보다는 저주에 가까웠다. 관련된 이들은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저주. 이 예언에 대해 제우스가 알게 된다면 엘사는 물론이고, 안나와 아넬사마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헤라의 질투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의 시련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엘사는 이번만큼은 그 시련에서 그 둘을 지킬만한 힘이 자신에게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잠깐, 제우스가 이 예언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맞을까? 번득 뇌리를 스치는 의문에 엘사의 푸른 눈에 불꽃이 튀고 엘사는 프로메테우스의 멱살을 붙잡아 거칠게 들어 올렸다.




“제우스가 이 예언을 선택적으로 우리에게 전했다는 건, 전문을 제우스는 알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총명하신 달이시여. 제우스는 이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있지요. 가장 쉬운 방법은 레토와의 결합을 하지 않고 그대들이 태어나지 않는 것이었죠. 테티스의 자식이 아비를 능가하리라는 예언을 듣고 테티스를 강제로 인간 남자와 결혼시킨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리하려면 제우스는 그의 권속인 하늘을 오가는 티탄의 신족을 묵과해야만 했지요. 이 세상을 비추는 찬란한 태양과 아름다운 달은 제우스마저 함부로 할 수 없는 신격이었으니까!”




온 세상을 제 것이라고 여기는 제우스이지만 그에게도 한계는 있습니다. 타르타로스에 그 근거지를 둔 닉스의 영향이 가장 넓게 퍼지는 오늘과 같은 월식에는 눈과 귀가 가려지는 것과 같이 말이지요! 프로메테우스가 자신의 멱살을 움켜쥔 손은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낄낄 거렸다. 엘사의 푸른 눈이 흔들리고 핏기가 가신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래서, 우리를 포기하지는 못하고 우리 목에 목줄을 걸었다.”




아테나의 힘이 아까워 그녀를 의심하고 시험하고 상처 입히며 곁에 두었던 것처럼. 태양과 달의 신이 자신의 왕좌를 견고히 하기 위해 필요했기에… 제우스는 엘사와 안나를 갈라놓은 것이다. 이제야 이해가 갔다. 이미 태양과 달로 태어난 안나와 엘사가 헬리오스와 셀레네의 심복으로 들어가야 했던 것은 그래서였던 것이다. 헬리오스의 폭력에 노출되었던 안나를 방치했던 것도. 셀레네의 동정 어린 눈빛도. 모두 그 때문이었다. 그까짓 왕좌를 위해서… 어린 안나를 상처 입히고 그들의 자매 관계를 망쳐놓았다.




“하지만 말했듯이 예언은 이미 운명에 쓰인 글귀를 읽는 것과 같고. 그대들 사이에서는 예언의 아이가 태어났지요.”




예언의 아이. 아넬사. 사랑스러운 작은 아이를 떠올린 엘사는 천천히 프로메테우스의 멱살을 놓았다. 분노로 인한 떨림이 멎고 엘사의 푸른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헤르메스가 아넬사의 반쪽이 누구인지를 캐고 다닌다는 아테나의 경고가 떠올랐다. 제우스는 이미 아넬사가 예언의 아이가 아닐지를 의심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엘사가 아넬사의 반쪽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아는 것은 아테나뿐이고 헤르메스의 행동을 의심스럽게 여기고 경고해준 만큼 아테나는 가볍게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안나의 자식 사랑은 유명했고 안나는 이미 한 번 제우스와 자식 문제로 크게 부딪쳤다. 그 일로 제우스와 안나의 사이는 한 번 껄끄러워졌고, 현재 안나가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아넬사를 '예언의 아이'라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죽이기는 제우스로서도 조심스러울 것이다. 그렇기에 확실한 증거를 찾기 위해서 헤르메스를 통해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는 것일 터.


확신이 없으면 제우스도 아넬사를 섣불리 공격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사실에 대해 아는 이는 엘사와 프로메테우스뿐이다. 그리고 아마도 셀레네.



엘사는 프로메테우스의 심장에 화살을 겨누었다. 하지만 화살을 활시위를 아직 떠나지 않았다. 그를 죽이는 것이 망설여졌다던가, 죄책감이 들었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엘사의 얼굴에는 방해물을 치워버리겠다는 냉정한 결단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화살 촉 앞에서 프로메테우스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엘사가 그를 죽이기로 결정했다면 프로메테우스가 도망 치려 발버둥 친다고 해도 결국에는 엘사의 황금 화살이 그의 심장을 꿰뚫어 순식간에 그에게 죽음을 선사하리라는 것을 그 자리에 두 신 모두가 알고 있었다.



엘사는 감정이 들어있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 사실에 대해서 너와 셀레네 말고 누가 더 알고 있지?”

“아무도.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누구도 이 사실에 대해서 알지 못하겠지요.”

“헬리오스는?”

“그에게 이 사실을 알만한 총명함은 더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령 안다고 해도 그는 절대 이야기하지 않을 겁니다. 셀레네 역시 그렇고요. 당신과 우리는 같은 적을 둔 같은 편이니까요. 그리고 현명하신 이여. 우리를 살려두는 것이 당신에게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가 당신의 화살에 목숨을 잃는다면, 제우스는 당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테니까요.”




엘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 엘사를 보며 프로메테우스는 유쾌하게 웃더니 하늘을 올려보았다. 그리고 그는 극적으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해 보였다.




“가봐야 할 시간이군요. 모든 것을 덮는 밤의 신께서 물러나고 계시니까요. 우리가 나눈 비밀스러운 대화와 함께 말이지요.”




프로메테우스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엘사의 백금발의 머리로 서서히 달빛이 쏟아져 내렸다. 홀로 남은 그녀는 활을 내리지도 못한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우리의 관계가. 우리의 과거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휘둘린 거지? 우리의 관계가 망가진 것에 그의 영향이 얼마나 있는 걸까? …우리의 관계가 그저 운명의 끌림에 의한 기행에 불과했던 것일까?



의문을 풀기 위해 프로메테우스를 만났으나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이 엘사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활을 쥔 엘사의 팔이 서서히 내려가고, 그녀의 푸른 눈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아넬사를 처음 품에 안아 든 순간을 떠올렸다.



엘사는 아넬사를 지키기로 맹세했다는 것이다.



엘산나를 위협하는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제왕이라 할지라도 엘사는 엘산나를 수호하고 지킬 것이라는 것이다. 설령 올림푸스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될지라도.








+










"예언… 그런 예언이 있었다고."




카산드라는 무심코 입술을 깨물었다. 예언, 예언이라- 입안에서 맴도는 그 끔찍한 단어에 심장이 요동쳤다. 속에서 새카만 물이 차오르는 것 같은 기분에 아테나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네, 그래서 제우스가 아넬사의 반쪽에 대해서 그렇게 궁금해하는 것이구요."




엘사를 쏙 빼닮은 안나의 딸. 거기다가 갑자기 안나의 신전을 제집 드나들듯이 드나드는 엘사. 예언을 알고 있는 제우스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나의 자식을 죽였다가 한번 최악으로 치달은 적 있었기에, 아직 어린 안나의 자식을 '확실하지도' 않으면서 죽이기에는 천하의 제우스도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헤르메스를 보내어 동태를 살펴보게 한 것일 테고, 헤르메스가 만족스러운 답변을 내놓지를 못하자 제우스는 엘사와 가깝게 지내고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아테나에게 그 화살이 넘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제우스에게 충성하는 만큼 엘사를 아끼는 아테나이기에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묻는 제우스에 아테나도 위화감을 느꼈다. 제우스의 집착이 선을 넘자마자 아테나는 이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곧바로 엘사를 찾은 것이다.



아넬사는 예언의 아이가 맞았다. 만약 이 사실을 제우스가 알게 된다면 제우스는 아직 어린 아넬사를 아무런 망설임 없이 죽일 것이다. 아테나를 뱃속에 품은 자신의 아내를 삼켜버렸던 것처럼. 그렇게 되면 엘사는 필연적으로 제우스와 대적할 것이다. 둘 중 하나가 죽거나 그와 비슷한 상태가 될 때까지.




"…어째서 진실을 말해주는 거지?"




엘사는 제우스가 카산드라에게 지니는 의미를 잘 안다. 제우스, 그녀를 사랑해야 마땅했던 자, 그러나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태어나기도 전에 그녀를 죽이려 했던 자. 그 상실감으로 인한 고통은 아테나의 신생에 끈덕지게 달라붙었고 그 후의 삶은 그 상실감을 채우기 위한 노력의 연속이었다.



처절하게 발버둥 쳐 얻은 신뢰와 애정은 달콤했으나 그 결핍이 워낙 깊고 커서 끝없이 그녀는 그의 인정을 갈구하게 되었다. 제우스의 충직한 오른팔 아테나는 그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아테나는 결코 의식적으로 제우스를 배반할 수 없었다. 그건 아테나의 신생. 전부를 부정하는 일이기에. 차라리 엘사가 침묵했다면 그럴듯하게 둘러댔다면 의아해하면서도 비밀을 지킬 수 있었다.




"거짓으로 스틱스강의 맹세를 요구했다 하더라도, 나는 들어줬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아예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는 못하겠지. 하지만 엘사는 고개를 저었다. 엘사는 전쟁에 나선 전사가 아닌 사냥꾼이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승리만이 아니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버릴 수 있다는 건 사냥터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의 편이 아니라면, 사냥터에 들어서기 전에 놓을 뿐이다. 적이 되어 만난다면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다. 




"기만해서 평화를 지키기보다. 진실해서 적이 되는 편이 났죠."




엘사의 푸른 눈이 곧게 카산드라를 응시한다. 백금발이 바람에 휘날렸다. 초승달처럼 우아하게 휜 활을 맨 아르테미스는 이 싸움이 전쟁터가 아닌 사냥터라고 선언한다. 그녀의 화살은 제 영역을 침범하고 소란스럽게 하는 짐승을 사냥할 것이다. 아테나의 화살이 노리는 곳에 있을지, 아니면 아테나의 편이 되어 짐승을 사냥할지는 아테나의 결정의 몫이었다. 복잡할 것 없다. 생과 사, 그 갈림길에 둘 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나는 아넬사를 지킬 거예요. 올림푸스 전체가 뒤흔들린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어요. 그 앞에 당신이 있더라도 망설이지 않을 거예요. 아테나."

"아르테미스, 나는-"

"지금 당장 선택하라고 이야기 하진 않아요. 하지만, 오늘 내가 당신에게 진실을 말해준 것처럼 선택을 했을 때, 내게 경고 정도는 해주길 바라요."




아테나는 제우스를 배신할 수 없었다. 언젠가 아테나는 제우스의 손을 들어주겠지. 엘사는 그때가 언제인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제우스를 완전히 적으로 돌릴 때가 언제인지. 그리고 때가 오면, 엘사는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하늘을 지배하는 탐욕스럽고 오만한 독수리를 사냥할 준비가.













+














아름다움을 녹여 실로 짜낸 듯이 반짝이는 금발을 늘어트리고 아프로디테는 새하얀 침대에 나른하게 몸을 늘어트린 채로 느긋하게 눈을 깜빡였다. 보석 같은 녹안이 나풀거리는 나비 같은 속눈썹의 움직임에 자취를 감추었다가 나타나는 것을 헤르메스는 넋이 나간 채로 응시했다. 그는 그녀의 발밑에 무릎을 꿇은 채로 침을 꿀꺽 삼켰다. 오랜 기간 이 아름다운 여신을 짝사랑해온 젊은 신 헤르메스에게는 그 모습은 지나치게 자극적였다. 발정 난 강아지처럼 끙끙거리는 헤르메스를 내려다보며 아프로디테는 조롱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보는 헤르메스에게는 순백의 미소로만 느껴졌지만 말이다.




"물어볼게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 아. 네. 혹시 아폴론 딸의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 있으세요?"




어라, 이거 굉장히 익숙한 질문이네. 아프로디테의 미소가 짙어졌다. 올림푸스에 뭔가 큰 바람이 불어올 모양이지? 자존심 하면 어디서 빠지지 않는 제우스 일가가 몸이 달아서는 나한테 이것저것 물으러 오고. 아프로디테는 몇 달 전의 일을 떠올렸다.




  - 아프로디테. 부탁이 있어요.




아테나. 그 이름이 지독하게 어울리는 단발의 고고한 여신이 느닷없이 아프로디테를 찾아와서 그렇게 말했다. 평소에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기에 -오히려 나쁜 편이었다- 아프로디테가 부탁을 들어줄 필요는 없었지만, 그 건방지고 오만한 여신에게 빚을 만들어두는 것이 이득이 될 것 같아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같은 것을 제우스의 충실한 심복인 헤르메스가 묻는다? 아프로디테의 눈에서 총기가 빛났다.




"아폴론의 상대라…"




백발의 푸른 눈의 이국의 서리의 신.




  - 혹시, 다른 신한테도 언급한 적 있어요? 




특별할 것도 없는 별 볼 일 없는 하급신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가 큰일에 엮여 있는 모양이었다.




"글쎄, 잘 모르겠네~"




아프로디테는 생각을 감추고 생긋 웃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제우스의 오른팔인 아테나가 제우스 몰래 정보를 캐고 다니는 모양새였다. 무슨 정보인지는 몰라도 중요한 정보일 테고 앞으로 신중하게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건 어느 쪽인지 셈할 필요가 있었다.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에 눈멀어 대부분의 신들이 눈치채지 못했으나, 그녀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총명했고 이런 계산에 능한 신이었다.




'무엇보다 그 건방진 아테나의 약점을 잡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자신의 앞에서 쩔쩔맬 아테나를 생각하면 벌써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아프로디테였다.




하지만, 그녀의 즐거운 상상은 생각보다 짧았다.




"약점은…개뿔!!! 아 열받아!"




아프로디테는 분노로 퍽퍽 베개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흥분한 어깨는 잔뜩 솟아있었다. 아름다운 연인과 노닥거리며 밤을 보낼 생각으로 신나있던 아레스에게는 불행한 일이었다. 그는 괜히 불똥이 튈까 두려워 그녀에게는 섣불리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채로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




아레스의 물음에 아프로디테가 흉흉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움찔한 아레스가 몸을 움츠렸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헤르메스가 소득 없이 돌아가고 아프로디테는 자신이 쥐고 있는 정보로 아테나를 휘두를 생각으로 곧장 아테나에게 달려갔다. 전에 아테나의 침실에 숨어들었다가 창피만 당했던 일을 단단히 갚아 줄 생각이었다. 이걸 빌미로 뭘 시킬까… 당황으로 얼굴색이 바뀌고 굴욕감으로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테나의 반응은 아프로디테의 생각과는 달랐다. 평소보다도 더 얼음 같은 얼굴로 아프로디테를 보더니 오만하고 차갑게 쏘아붙였다.




  - 마음대로 해요. 제우스한테 가서 말하든 말든 나는 상관 안 하니까. 가서 미주알고주알 다 말하고 예쁨이나 받으시던가.




그리고는 그대로 아프로디테를 문전박대해버렸다. 아프로디테는 황당함에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 달려들어서 그 건방진 얼굴에 손톱자국이라도 만들어놓는 건데!! 분함에 아프로디테의 온몸이 떨렸다.



무엇보다 아프로디테를 화나게 하는 건.




'아르테미스, 그 계집애한테는 봄 햇살처럼 굴면서 나한테는 그런 식으로 행동해?'




아테나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아르테미스를 대하는 태도와는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다. 아테나가 아프로디테에게 그 고고한 머리를 숙이고 제우스 몰래 정보를 빼간 일의 뒤에는 아르테미스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 표정, 편지를 보며 미소 짓던 아테나의 표정이 그것을 확신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아르테미스를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그깟 편지 하나에 입 맞추며 따스하게 미소 짓던 아테나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이렇게까지 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래도 딱딱하고 건방진 것이 또 건방을 떤다며 코웃음을 쳤겠지.



하지만 아테나가 그런 표정을 그런 행동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아프로디테는 아테나의 자신을 향한 차가운 태도가 자존심이 상했다. 아름다움을 가장 일 순위로 삼으며 스스로의 미모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아프로디테에게는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건 미의 여신이자 사랑의 여신인 자신을 향한 모욕에 가까웠다.




"…감히 나를 무시하다니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후후후후, 눈을 번쩍이며 아프로디테가 스산하게 웃었다. 그 모습마저 아름다웠지만 지켜보는 아레스의 등에 소름이 쫙 끼쳤다.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불쌍하게 되었다며 아레스는 혀를 끌끌 찼다.























이번 편은 스토리때문에 타캐 등장이 많은 화ㅠㅠㅠ 제우스가 아넬사에게 관심이 많은 이유가 이번 편에서 나왔네!


음 예언은 이미 0편에 나온 것 같지만, 그 의미에 대해 자세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지금부터니까. 행복.



혹시 내가 제대로 설명을 못 했거나 이해가 어려웠을까 봐 설명을 좀 덧붙여.



예언 해석은 간단해. 제우스와 레토의 사이에 해와 달이 태어나고, 이 둘이 결합(아이를 가짐)하면 제우스 너님 망함 ㅇㅇ <- 이 말이야.



예언을 피하는 방법은 간단하지. 레토와 애를 안 가지면 되는 거야.



하지만 제우스는 옛 신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고, 제우스를 필두로 한 올림푸스 신들로 권력이 이동하는 와중에도 헬리오스와 셀레네는 옛 신 중에서도 여전히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자들이지. 그것도 제우스의 권속인 하늘에서 움직이는. 제우스는 이 두 개의 신격을 빼앗아 올 필요가 있었어. 그대로 두면, 옛 신들이 모일 구심점을 둘이나 남겨두는 격이었거든. 거기다 헬리오스와 셀레네는 남매사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제우스에게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는 그에게 필요한 존재였지.


제우스에게는 그 예언이 반갑기도 불길하기도 했지. 그래서 예언대로 그 둘을 태어나게는 하되, 둘을 떨어트려 놓자고 생각한 거야. 근데 헤라덕분에 그게 쉽지가 않았지. 뒤늦게 둘을 올림푸스로 데려왔을 때, 엘사와 안나는 이미 서로 각별한 사이가 되어있었지. 제우스는 그래서 신격을 물려준다는 헛소리를 하면서 헬리오스와 셀레네에게 안나와 엘사를 떠넘겨 떼놓은 거야. (엘사가 꿈을 꾸면서 이상함을 느낀 게 이 부분이지. 애초에, 둘은 태양과 달로 태어나서 신격을 물려주고 말고가 없었어. 그런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태양달의 신에게 자신들을 맡긴 건지 이해가 안 간 거야. 돌이켜 생각해보면 셀레네의 행동도 이상했고. 그리고 실제로 핑계일 뿐이었지)



엘사가 아넬사의 '마마'라는 호칭에 선을 긋는 것이 좋다고 단호하게 나온 이유가 바로 이거때문이야. 예언에대해 알게되어서.



* Ps. 닉스, 월식 : 닉스(밤의 신)는 태초에 가이아(대지)의 신처럼 카오스에서 직접 태어난 딸이야. 신들의 계보에서 제일 윗세대라고 할 수 있지. 하데스가 지배하는 저 밑의 세계 저승보다도 더 깊은 곳에 존재하는 타르타로스에서 생활하고 있지. 남신없이 혼자서도 강한 개념을 가진 신을 낳을 만큼 강력한 여신이야. 낮의 신이자 딸인 헤메라가 지상에 있는 동안 타르타로스에서 지내다가 밤이 되면 지상으로 올라가지.


원래 월식은 태양-지구-달 이렇게 나란히 서면서 지구의 그림자에 달이 가려지는 현상이지만 그리스 신화에서는 이게 말이 안되잖아 ㅋㅋㅋ 그래서 월식(일식도 마찬가지)은 닉스의 영향력(힘)이 가장 강하게 지상을 덮는 시기라고 짜봤어. 그러다보니 옛신들과 사이가 껄끄러운 제우스가 움츠려드는 시기고, 제우스와 적인 존재들이 가장 자유로운 시기가 되는 거지. 그래서 프로메테우스가 아르테미스와 만나는 시간을 월식이 있는 날로 정한 거고.



* Ps. 제우스와 옛신족들 : 제우스는 현 올림푸스 12주신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신들을 갈아치웠어. 하지만 아예 그 개념으로부터 태어난 신들, 세상을 이루는 그 자체인 신들을 모두 대체하기에는 인재, 아니 신재가 부족했지. 그렇기 때문에 많은 티탄 신족들가 옛신족들이 제우스와의 전쟁으로 타르타로스에 갇혔지만, 여전히 많은 옛신족들이 지상에 남아있어. 옛날보다는 그 영향력이 적어지고 잊혀지고 있지만 말이야. 제우스와 옛신족들은 겉으로는 서로를 존중하고 공존하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서로를 경계하고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지. 하지만 아직도 제우스와 옛신족 사이에는 은근한 알력 싸움이 있어. 그래서 제우스는 혈통을 퍼트리기에 집착하는 거라는 설정이야. 그렇기에 아무리 권력에서 밀어내도, 인간들 사이에서 그 신격을 잃을래야 잃을 수 없는(고개만 들면 보이는 게 태양과 달이고 인간들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니까니까) 태양 헬리오스와 달 셀레네는 큰 적이었지. 제우스가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엘사와 안나를 절대 포기할 수 없었었던 이유이기도 하고.



* Ps. 테티스의 예언 : 테티스라는 님프? 여신이 있었는 데, 제우스와 포세이돈이 테티스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테티스를 쫒아다녔다고 해. 그 와중에 헤라클레스가 제우스의 형벌을 받고 있던 ‘프로메테우스’를 구해주고, 프로메테우스는 헤라클레스에게 도움을 줘. 그리고 제우스는 자신의 인간 자식중에 가장 강한 아들을 도와준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에서 풀어주지. (그 곳에 묶인지 3000년쯤 됐을 때의 일이라고 해) 그리고 그 일에대한 감사로 프로메테우스는 비밀로 하고 있었던 제우스의 파멸에대한 예언을 이야기해줘. ‘테티스가 낳은 자식은 아버지를 능가할 것이다’라는 예언이었지. 제우스는 그 예언에 테티스를 포기하고, 테티스를 억지로 인간 남자에게 줘버리지. 테티스는 그 인간남자의 아이를 가지기 싫어서 여러가지 형태로 변하며 도망을 가는데, 제우스의 도움으로 결국 그 인간 남자와 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았다고 함;;;;;;;;;



* Ps. 아테나 예언 : 이건 유명한 예언이지. 딸이면 제우스와 대등한 힘을 가지고 아들이면 아버지를 뛰어넘는 힘을 가져 제우스가 그러했듯이 아버지를 누르고 왕위에 오를것이다. 이 예언때문에 제우스는 메티스를 먹어버렸고, 아테나는 제우스의 머리를 가르고? 태어났지. 아테나가 처녀성을 맹세하게 된 것도 이 예언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지. 아테나가 남자아이를 낳으면, 그 예언이 이어질까봐. <- 이 이야기를 사용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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