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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tolen Ice 4. (오션스일레븐 엘산나)

THK(118.97) 2014.06.14 23:20:51
조회 2783 추천 60 댓글 21

Stolen Ice

 

번역 허락 글

Chapter 1. Prologue

Chapter 2. Field Trip

Chapter 3. Working Hard or Hardly Working

 

 

 

Chapter 4. A Spark

 

 

무어 저택의 외관은 추했다. 흉물스러웠다. 볼품 없었다. 미학적으로도 구제불가였고 기타 등등등. 그림 같이 아름다웠을 뉴욕 북부 풍경에 사마귀 같은 오점을 찍은 거대한 고딕양식의 저택은 허세 발휘의 끝판왕이었다. 심지어 크게 울부짖는 모양의 괴물석상 또한 입구에 자리하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지옥 같네

 

안나는 저택의 진입로로 검은 세단을 몰고 들어갔다. VIP 의전용으로 위장된 차량이었다. 전조등을 끄고 500야드 정도를 슬슬 미끄러져 들어가자, 정원사들이 ATV(*삽 달린 소형 사륜차/트랙터)로 정돈한 자갈길 위에 주차된 또 다른 위장차량이 보였다.

 

계기판의 디지털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8:30.
3번째 멤버를 만나 사전 계획을 논하기 딱 충분한 시간이었다.

 

안나는 주차시키고는 차에서 내려 걸으며 자갈길에 힐이 부러지지 않길 기도했다. 밴에서는 아직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하얀색 밴으로 쭈삣쭈삣 다가간 안나는 차량 옆 문에 두 번 노크를 했다. F1 경주 자동차보다도 빠르게 문이 스르륵 열렸고, 안나가 어찌 할 새도 없이 장갑낀 손이 안나를 차 안으로 끌어 당겼다.

 

차 안은 소름 끼칠 정도로 어둑어둑했다.

 

차량 내부를 보니 운전석 뒤 왼쪽 벽은 모니터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고, 카펫 깔린 바닥에는 슬림한 키보드, 플라스틱 리시버(*소형 권총), 구불구불한 전선들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감겨 있었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비추는 저택 내부 곳곳이 화면에 비춰지고 있었다. 또한 별도의 모니터 3대가 4분할 흑백 화면을 띄우고 있어서, 밴 안의 사람은 말 그대로 저택 내외를 모든 각도에서 볼 수 있었다

 

안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게 대체-“

 

“저택의 중앙 보안시스템을 해킹해서 금고 앞 감시카메라들이 세 각도에서 같은 화면만 반복 재생하도록 입력해 놨어. 모든 보안경보 해제야. 넌 보안요원들만 처리해주면 돼.”
 
목소리는 낮고 무심했지만, 안나를 끌어당기는 부드러운 무방비함이 담겨있었다. 적갈색 머리의 안나는 천재적인 모방꾼이었지만, 저런 목소리를 모사해서 사기에 써 먹을 수준이 되려면 백만 년은 걸릴 듯 했다. 안나는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여유롭게 터치스크린 타블렛을 두들기고 있는 여성임이 분명한 그 형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난… 그건… 나한테도 완전한 계획이 있었다고. 그리고 보안 해제는 내가 하는 줄 알았는데.”

 

“우린 내 방식대로 하게 될거야.”

 

“사람이랑 말할 때 쳐다보지도 않는 건 실례야.”

 

“난 되도록이면 사람들과 얘기하지 않으려고 해,” 여자가 말하며 의자를 빙그르르 돌리곤 안나를 마주 보았다.

 

여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타이트한 블랙 캣 슈트를(*배트맨에서 캣 우먼이 입는 복장과 유사) 입고 있었다. 넓고 곧은 이마를 가린 검은 비니 밑으로는 살짝 삐져나온 금발의 머리카락 그리고 얼음같이 푸른 두 눈이 빛나고 있었다. 여자는 예상외로 어렸다, 아니 그녀의 태도와 걱정에 찌든 눈가 주름만 아니었더라도 어리게 보였을 것이다.

 

안나는 이렇게 창백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한스가 뱀파이어 범죄단과 손을 잡은 건가?

 

“시계를 같은 시각으로 맞추지 않을래?” 표정 없는 얼굴로 여자가 물었다. 모니터의 반짝이는 빛이 여자의 두 볼에 반사 되자 흠 하나 없이 그대로 매끄럽게 빛났다.

 

여자에게서 막연한 익숙함을 느낀 안나는 날이 서는 기분이었다. 마치 다른 생에서 그 여자를 알았던 것만 같은 당황스럽고도 묘한 기시감이었다. 물론 안나는 마법에 걸린 고양이마냥 수 많은 인생을 살아왔다. 정말로 이 여자와 함께 일 한적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방대한 연줄과 연락처를 뒤지려면 몇 주일은 걸릴 터였다. 하지만 안나의 본능은 도망치라고 말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이 백금발의 여자는 위험한 인물이 아니었다, 단

지… 흥미로웠다.

 

“이 복장에 지금 디지털 시계가 가당키나 한가?”

 

안나가 일부러 검은색으로 맞춰 입고 온 심플한 진주 장식의 몸에 착 붙는 검정 벨벳가운을 가리켰다.

 

“난 오드리 햅번 역할이지, 라라 크로프트가 아니라고.” (*1)

 

“어… 그래. 그게 대체 뭔지 잘 모르겠는데… 내 말은, 내 여분의 시계를 가져가도 좋아. 벌써 동기화 되어 있거든.”

 

그녀가 안나의 무릎 위로 부피가 큰 손목시계를 던졌다.

 

“난 이 시계를 차지 않을거야. 바닥까지 끌리는 블랙 가운과 스위스 아미 시계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리고 어쨌든 딱 정해진 특정시간에 연회장을 지날 순 없을 테니 시계를 동기화하는 건 의미가 없어. 보안 순찰 시간을 입수할 만큼 충분히 준빌 하지 못했거든. 그냥 일단 가서 파티에 온 참석자들하고 인사도 하고 얘기도 하면서 분위기를 좀 살펴 볼거야.”

 

여자의 이맛살이 찌푸려졌고 두 볼은 미묘하게 떨렸다. 안나는 여자가 지금 느끼는 불편함을 단박에 읽을수 있었고, 열심히 변명을 해 나갔다. 이 쪼그마한 사기꾼은 콜드 리딩(*독심술 같이 상대방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속마음을 간파하는 수법)에 능했다.

 

“걱정하지마, 호스트가 나한테 완전 홀딱 넘어가게 할 수 있는 탄탄한 스토리를 꾸며 왔거든. 너의 In은 뭐야? 이따 만날 장소에서 정해도 되고.”

 

“’In’이 무슨 뜻인데?” 여자가 물었다.

 

“너의 커버? 너의 스토리? 파티에 어떻게 들어 갈 거지? 그런 복장으로는 벽이나 타야겠는데.”

 

그러자 안나가 마치 꾸중 받는 여섯 살 꼬마애처럼 느낄 정도로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오 하나님.

 

“벽을 기어 오르겠다고? 진심이야?” 안나가 물었다.

 

“보안이 있긴한데, 그 쪽이 훨씬 더 잠입하기 쉬워.” 여자가 말했다.

 

“그리고 난 대화는 안 해. 그런 사람들하고는. 나한텐 이 편이 나아.”

 

여자가 사슴처럼 크고 예쁜 눈을 감았다. 안나는 그녀의 눈꺼풀 밑으로 눈동자가 바삐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여자가 손을 들더니 손가락을 펴서 마치 허공에 타이핑하는 듯 섬세하게 움직였다. 여자가 검은 장갑을 낀 두 손을 맞대 비볐고 곧이어 지잉-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 그녀가 말했다. 안나를 위해 타블렛 키보드를 탁 치자, 갑자기 푸른 빛의 전자 3D 홀로그램 형상이 두 여자 사이에 투사되었다. 심하게 추잡스런 외관을 갖춘 그 무어 저택을 정확히 구현한 조감도였다.

금발의 여자가 장갑낀 손으로 홀로그램을 빙글 돌리더니 두 손가락을 벌려 저택의 남쪽동 3층 창문 부분을 줌인했다.

 

그 동작은 너무나도 숙련되보인 나머지 안나가 깨닫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이 여자는 홀로그램을 조종하고 있었어. 대체 지금 무슨 기술을 다루고 있는거지?

 

“이 부분이 금고가 있는 곳이야,” 그녀가 말했다. “카메라랑 동작감지 센서는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에 있어.”

 

능숙하고도 재빠른 손길로 그녀가 홀로그램을 조작하며, 기괴한 전자 쿠키통 뚜껑이라도 여는 마냥 저택의 상단부를 열었다.

 

“모두 처리 했어.”

 

“무슨 소리야?”

 

“감시카메라 피드를 변환시켰어.” (*피드: 카메라의 네트워크 서버/회선의 일종)

 

“그럼 의심하지 않을까?”

 

“아직은 변환하지 않았다고,” 그녀가 쏘아붙였다.

 

“와, 거 참 미안하네. 진정해.” 안나가 말했다.

 

“두 명의 보안요원이 있어, 여기하고 여기.” 여자는 마치 안나가 짜증나지만 참아내야만 하는 성가신 햇살 줄기에 불과하다는 듯 무뚝뚝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심각하게, 이 여자 혹시 비타민 D 결핍증 있는거 아냐?

 

“바로 여기가 네가 와서 어…” 여자가 따분한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안나를 살피며 말했다. “…뭐든 간에 니가 하는 그걸 하는 곳이지.”

 

“와우, 고맙네.”

 

여자는 대꾸도 않은 채 뒤를 돌아 검은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이스 퀸이라 불리는 게 당연하네.

 

안나는 이렇게 사교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여깄어, EP.”

 

그녀가 안나의 손바닥 위에 살색의 작은 플라스틱 모형을 올려 놓았다.

 

“뭐?”

 

“EP. 이어폰? 보통 공동 작업에서는 이용하지 않나?”

 

“아니. 보통 두 번째나 세 번째 멤버가 있으면 사전에 만나지. 서로를 알아가고 어떤 스타일인지 보기도하고.” 안나가 농담을 건넸다.

 

“저녁도 같이 먹고, 영화도 같이 보고,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뭐에요?’, ‘(사람을 기절 시킬 때) 클로로포름을 쓰나요 아님 철퇴를 휘두르는 타입인가요오오?’ 이런 질문들을 던져서 말이야.”

 

“경솔하게 시도해본 농담이라면, 무어라고 응대해줘야 할지 모르겠군. 지금 우리 대화 주제와 전혀 연관이 없는 거 같은데.”

 

헐 당연하지 병신아.

 

“이어폰이나 낄게.”

 

“여기, 이렇게 끼는거야.” 여자가 말하곤 자신의 귓구멍에 넣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안나가 똑같이 따라 했다.

 

“네 목소리의 특정 음역대를 인식하는 마이크가 부착되어 있어. 아무 이야기나 짧게 해보면 내가 세팅을 조정해볼게.” 여자가 밴 왼켠 벽에 자리한 키보드로 다가갔다.

 

“좋아, 이야기, 나의 가장 큰 재능이지… 어디 보자. 오! 나의 마지막 작업에 대해서 얘기해주면 되겠네. 난 보수가 있는 의뢰 작업은 부업으로만 해. 나는 내가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하거든. 예술과 그 작품들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사랑하기 때문이지. 아무튼, 오늘 오전에 메트(*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준말)에 있었는데-“

 

여자가 타이핑을 멈췄다. “메트에 있었다고?”

 

“방금 말했잖아, 끝까지 들어봐. 미술관에서는 이 어마어마한 명화의 복원 작업을 하고 있었어. 프랑스에서 약 1550년경에 만들어진 쟌 다르크의 가장 초기 작화 말이야. 아무튼 여학생 교복 차림으로 위장하고 갔는데, 이 수녀님들이 지겹게-“

 

“넌 양갈래로 땋은 머리를 하고 있었지.”

 

“맞아! 하지만 일단 교복을 벗고 나서는 – 잠깐, 뭐라고? 내가 머리를 땋고 있었는지 어떻게 알았어?”

 

금발의 여자는 계속 타이핑을 하며 시선을 돌려 안나를 바라 보았다. 웃음기가 없었다. 심지어 고개를 가볍게 까닥이지도 않았다. 그저… 차분했다.

 

“나도 메트에 있었어.”

 

안나는 양 볼이 확 붉어짐을 느꼈다. 첫째로, 감히 안나의 땋은 머리에 대해 논하다니! 안나는 그녀가 거기 있었는지 조차도 몰랐었다, 그리고, 그건 자존심에 금이 가는 일이었다. 여자가 알아챘다면 안나가 실수하고 있었다는 증거이니. 둘째로, 바로 이 여자가 황금시간대 CNN 뉴스방송에서 안나의 스포트라이트를 뺏어간 바로 그 작자였다.

 

물론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니가 룩셈부르크 전에서 그 보석 뭐시기를 훔쳤어?” 안나가 물었다.

 

“5면 세공 다이아몬드를 손으로 직접 수 놓은 보석으로 치장된 튜닉이야. 커다란 캐럿의 사파이어가 슬리브를 따라 장식 되어 있고. 매우 정교하고 아름다워.”


“오오오오! 그래서 보안요원은 어떻게 따돌렸는데?”

 

금발의 여자가 입술을 일자로 굳게 다물고는 나를-잊지-마세요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일에 대해서는 얘기 하지 않아. 사실 혼자 일하는 편을 선호해.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넘어가도록 하지. 그래도 될까?”

 

“좋아 뭐.” 안나가 파티용으로 스타일한 머리의 아랫부분을 만지며 말했다. 가운 치마의 구김살을 펴내고는 귀에 장착한 이어폰을 조정했다. 여자의 노골적인 눈빛은 마드리드 영사관에 보디가드들을 지나 잠입할 때 마주쳤던 로트와일러(*개의 일종) 무리들보다도 더 불쾌했다.

 

“테스트, 테스트.”

 

“그럴 필요 없어.” 금발의 여자가 딱딱 쏘아붙이며 밴의 문을 열었다. “내가 구축했어. 잘 작동해.”

 

“넌 이상해.”

 

그러자 여자가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더니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 모습은 매력적, 아니 심지어… 유혹적이기까지 했을 뻔했다 – 만약 안나가 여자와 이전의 이상한 산발적인 대화들을 나누지 않았었더라면 말이다.

 

“맞아, 그런 말 많이 들어.”

 

“날 사라라고 불러.” 안나가 말했다. “그게 이 작업에서의 내 이름이야. 너는?”

 

“나는 이라니?”

 

“널 뭐라고 불러야 해, 네 주의를 끌어야 할 일이 생기면?”

 

“오, 흠. 가명을 사용한 적은 없었는데. 말했듯이, 혼자 일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나도 그래,” 안나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지만 너를 에이전트99나 미스 머니페니나 제임스 본드 같은 이름으로 부를 순 없어.” (*2)

 

“이 작업에는 우리 두 명밖에 없어. 왜 그렇게 높은 수사나 기호들을 써야 하지?”

 

“한 번에 알아듣기 어렵잖아, 안 그래? 코코넛을 운반하는 아프리카 제비처럼!”(*3)

 

“우리의 대화가 또 다시 비유의 세계로 접어든 것 같군, 그리고 이 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이건- 비유가 아니라- 그냥 널 뭐라고 불러야 할지 말해줘!” 안나가 몹시 짜증난 투로 말했다.

 

“나를 부를 때… 음… 뭐, 나를 뭐라고 알고 있었어?”

 

“한스가 말하길 넌 아이스 퀸이래.”

 

“아이스 퀸?” 그녀가 머리를 불쑥 내밀며 물어왔다. 갸우뚱거리며 검은 셔츠의 팽팽한 터틀넥에 기댄 고개. 커진 눈과 살짝 벌려진 입 그리고 슬쩍 올라간 입꼬리까지.

 

안나는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여자의 얼굴에 드러난 숨길 수 없는 흥미와 관심의 표현을.

 

“어, 네 그 다이아몬트 페티쉬 때문에.” 안나가 설명했다.

 

“페티쉬가 아니야,” 여자가 소리 쳤다. “그리고 나한테 그런 타이틀이 있는지는 전혀 몰랐네…” 그녀가 자신의 슬림한 몸매만한 크기의 검정 더플 가방에 이은 끈을 조정하며 말했다.

 

안나는 어두운 밤 중 불어오는 시원한 가을바람이 메이크업 가루를 눈 속으로 날려대는 바람에 거의 여자를 볼 수 없었다. 여자는 바닥 쪽으로 조금만 몸을 돌린다면 아스라이 사라질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보였다. 마치 처음부터 그 곳에 존재하지 않았던듯이. 바람이 재차 불어왔고 안나는 몸을 으스스 떨었다. 바람에 눈이 따끔거려 안나는 눈을 깜빡이며 진한 메이크업을 망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날 퀸이라고 불러.”

 

안나는 눈을 굴리지 않고 미동도 없는 퀸의 얼굴 표정과 몸을 매치해보려 애썼다. 그 금발의 여자는 아무 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아마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무슨 부동성 테스트 같았다. 열정, 분노 그리고 기쁨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는 종류의 사람들은 파악하기도 쉽고 속여 넘기기도 쉬운 대상이었다. 안나는 이 사실을 너무도 어린 나이에 너무도 잘 간파했다. 하지만 퀸은 차가웠다. 퀸은 아무것도 드러내주지 않았다.

 

그리고 젠장 그건 오히려 그만큼 더 그녀에게 흥미를 느끼도록 만들었다.

 

“좋아, 행운을 빌어,” 안나가 손을 내밀었다.

 

퀸은 악어 이빨을 쳐다보는 사람이나 지을법한 표정으로 안나가 내민 손을 쳐다 보았다.

 

“행운이란 도박이나 미신 따위에 쉽게 현혹되는 사람들을 위한 그릇된 허상일 뿐이야.”

 

“아 시발 그냥 내 손 잡고 악수나 하라고! 만약 잡히면, 감금 당하기 전에 잡았던 손이 친구 같이 다정한 손길이었다 생각하고 싶단 말이야.”

 

“우리는 친구가 아니야.”

 

“그럼 범죄 동료라도. 내가 널 테이져건으로 기절시키거나 할 사이는 아니잖아.”

 

그리고 나서, 이 만남이 이제 더 이상은 이상해질 수 없는 지경이 되버린건지, 여자가 웃었다.

 

“하하! 사라, 좋아,” 퀸이 말했다. “나 또한 너의 그 그릇된 미신적인 믿음이 네가 행하는 노력에 도움이 되길 바라.”

 

그녀가 머뭇거리며 안나의 손에 다가가 손가락 끝을 잡고는 안나가 경험할 수 있는 생애 최악의 악수를 선사했다. 마치 일생 동안 다른 누군가와 전혀 손을 잡고 악수를 해 본적이 없는 듯했다.

 

그녀와의 죽은 물고기를 만진 것 같은 악수 직후에 안나는 발 끝까지 타고 내려오는 정전기 쇼크를 느꼈다.

 

“아우! 젠장, 젠장, 시발.”

 

“미안,” 퀸이 말했다. “전선들이랑, 테크 장갑들이랑. 아 그리고 모니터들 때문에-“

 

“뭐래,” 안나가 충격에서 손을 털어내며 말했다. “저택 3층에 빨리 도착하도록 해볼게. 그래도 최소한 25분, 아니 30분 정도는 줘.”

 

“좋아.”

 

어깨에 가방을 동여맨 퀸은 저택을 둘러싼 돌담의 측면으로 뛰어 오르더니 무슨 나무도마뱀마냥 돌담의 매끄러운 표면을 기어 올라 갔다.

 

퀸은 얼어 죽을. 시발 그냥 다람쥐구만.

 

안나는 하이힐을 신은 발걸음을 돌려 ‘사라’로 변신할 준비를 했다. 이 별난 여자에 대해서는 일단 이번 작업이 끝난 후에 실컷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퀸은 그저 안나가 택한 업계에서 흔히 마주치는 수수께끼로 점철된 또 하나의 난제였다. 그리고 단지 그녀가 유령처럼 창백하다고 해서, 허공으로 쉬이 사라져버릴 수 있는듯한 특별한 재능을 가졌다고 해서, 억 만년동안 그 누구와도 말한 적 없는 듯 보인다고 해서 – 안나를 이렇게까지나 자극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짜증이 났다. 여태껏 이 정도로 안나를 신경 쓰이게 한 사람은 없었다.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 누구도 그렇게 하도록 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안나가 퀸에 대해 모르는 점은 너무도 많았으나, 딱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안나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

 

 

 

============================================

1) 라라 크로프트: 영화 '툼 레이더'에서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하는 섹 시여전사의 극 중 이름

오드리 햅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2) 에이전트 99: 코믹첩보 영화 '겟 스마트'에서 앤 해서웨이가 연기하는 요원 별칭이 에이전트 99임
미스 머니페니: 007의 상관 M의 여비서 이름
제임스 본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3)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이 아니라 영화 '몬티 파이튼의 성배'에서 아더왕이 병사들과 + 죽음의 다리를 지키는 노친네와 영국에 코코넛이 어떻게 있냐 병맛 배틀을 펼치는 중에 영국으로 코코넛을 옮긴 제비가 아프리카 제비냐 유럽 제비냐 설전을... 그냥 한 마디로 알아듣기 어려운 농담
혹시 누가 이 농담을 던진다면 그 제비가 아프리카 제비인가요 유러피안 제비인가요? 라고 되물어보면 됨


IT/컴퓨터 관련 용어 Feedback loop이니 static build니 찾아보다가 걍 내맘대로 번역했는데 전공자 있음 수정 바람

그리고 원문의 영어 문장이 문법 구사가 정확하다거나 매끄러운 편은 아니다 ㅠ 트렌디하다고 할 순 있겠다.

캐럿(carat) 사파이어를 당근(carrot) 사파이어라고 쓰질 않나...

슬랭도 많이 나옴. 이젠 슬랭이라고도 할 수 없는 fugly(fucking + ugly 존나못생긴) 부터 No shit Sherlock까지(헐 당연하지 병신아로 번역함)

 

무튼 힘이 되는 댓추 ㄳ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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