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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é Liégeois 카페 리에주아 1챕 재번역함

잉ㅇ여(119.193) 2014.07.17 00:32:57
조회 2158 추천 59 댓글 19

 

 

  맨 처음 안나가 부모님께 대학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말했을 때, 부부는 흥미로워하며 선뜻 동의했다. 안나가 바리스타가 될 거라고 말했을 때, 그녀의 부모는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안나는 아주 합당한 이유로 부엌에 들어가는 걸 금지당했다; 안나가 매번 식사 준비를 도운다며 부엌에 들어갈 때마다 결과가 썩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무엇을 만지던지 그 날 저녁식사는 파국으로 치닫았다. 냄비는 끓어넘치고, 빵은 분명 처음에는 잘 구워지고 있었는데 어째선지 끝에 가서는 불에 활활 탔으며 치킨은 형체를 알 수 없는 숯검댕이가 되어버렸다. 고기는 오븐 속에서 얼마를 구워대든 결과는 늘 레어(rare)였고 케이크는 한 번 찌르기만 해도 작은 돌덩이같은 부스러기들로 무너져 내렸다. 안나의 아버지는 4년 전에 안나가 만든 '완전 대박 쩌는 과일 선데'를 먹고서는 트라우마에 시달려서, 아직도 파인애플과 코르크 따개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만약 안나의 어머니가 안나가 채소 써는 걸 금지시키지 않았다면, 지금쯤 사랑하는 딸내미의 손에는 손가락이 두어개 밖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런 화려한 과거 때문에, 그녀의 부모가 안나의 희망직종을 꺼려하는 것은 당연했다. 카페에는 부엌은 기본이요, 물과 우유가 팔팔 끓고 있는 수 많은 주전자들이 있어 세심하고 노련하게 움직여야 할테니까. 안나는 한 학기 내내 부모를 쫓아다니면서 졸라댔는데 그녀의 부모는 15번 정도 죄의식을 느끼고, 또 안나가 쓴 훌륭한 보고서를 읽고 나서야 그녀의 아르바이트를 허락했다. 부부는 안나가 부엌에 불 몇 번 내고나서 자기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기를 빌 뿐이었다.

 

  부부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상상을 뛰어넘은 서투른 솜씨와 경이로울 정도로 끔찍한 요리 실력에도 불구하고, 안나는 놀랍게도 바리스타로서의 일을 꽤 잘해냈다. 아마도 그건 그녀가 미술 수업에서 A+를 받아서였거나 직접 손님에게 커피를 나르지 않아도 됐기 때문일 것이다. 안나는 그녀의 원기왕성한 태도와 쾌활하고 사랑스러운 성격 때문인지 캠퍼스 안 스타벅스의 마스코트 격 존재가 되었다. 그로인해 매장 곳곳은 손님들이 남기고 간 쟁반들 때문에 지저분해졌지만 이미 안나의 포로가 된 그녀의 동료나 매니저 그 누구도 그녀에게 불평하지 않았다.

 

  대체로 안나는 행복했다. 그녀는 자기 직업을 사랑했고 자기 동료들과 일하는 것을 즐겼으며 때때로 라떼와 카푸치노 위에 꽃과 하트 따위를 그리며 다음 미술작품의 영감을 받기도 했다. 안나는 만족했고 평화로웠다. 그녀는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 때, 그녀가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

 

  그 젊은 여성이 문을 열었던 건 따뜻한 여름날이었다. 그녀가 들어오자 벨이 딸랑거렸고, 안나는 자기 점심이 온 것이길 빌며 갓 만든 카페 모카에서 시선을 떼고 문을 바라봤다. 줄리아는 점심 사러 간지 45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인지라 안나는 굉장히 굶주린 상태였다.

 

  안나의 시선은 방금 문을 열고 들어온 여신에게 멈췄고 동시에 그녀의 머리 속에 쌓여있던 잡생각들은 싸그리 날아가버렸다.

 

  그녀는 키가 크고 날씬했으며(안나는 머리 속으로 호리호리하다고 생각했다) 피부는 눈처럼 새햐앴다. 그녀는 밝은 청색 블라우스와 편안해보이는 반바지를 입고, 창백한 맨다리를 내놓고 있었다(안나는 절대 감탄하지 않았다). 그녀의 백금색 머리는 단정하게 땋인 채로 어깨 위를 덮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여자의 모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그녀의 얼굴을 덮고있는 크고 까만 선글라스와 조심스럽게 주변을 짚고있는 그녀의 지팡이였다.

 

  어마(Irma)는 눈이 보이지 않는 여성에게 빠르게 달려가 몸을 부축해주면서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고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금발머리는 웃으며 감사를 표하며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거렸고 창가자리로 안내받았다. 그녀의 머리는 햇빛을 받자 반짝거렸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아 옆 자리에 자기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어마는 펜과 노트를 꺼내 주문을 받았다. 여자는 엹게 웃으며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다.

 

  안나는 금발머리의 미소를 보고서는 말그대로 녹아내렸다. 금발머리는 그저 자기 입술을 아주 약간 위로 들은 것 뿐이었지만 안나 눈에는 그것이 그녀가 여태까지 본 모든 것보다 아름다웠다. 사실 안나는 황홀경에 빠져서는 동료 바리스타인 티아나가 주문 목록으로 뒷통수를 살짝 치기 전까지 그녀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안나는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동료의 시선을 피하고는 초콜렛을 덥히는데 집중했다. 그녀는 티아나가 자신을 보며 피식 웃는걸 보고서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맹인여성은 자기를 훔쳐보는 빨간머리를 인식하지 못한 채 그녀의 책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점자를 따라가며 침묵 속에서 책을 읽었다. 그녀는 어떤 바리스타가 자기한테 관심을 쏟고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

 

  그녀의 이름은 엘사고 막 아렌델 대학교로 편입했으며 건축학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녀는 태어났을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고 (가장 중요하게도) 솔로였다.

 

  이 정보들은 모두 안나가 광범위하게 조사한 것으로, 대화를 엿듣고 금발머리의 책에 붙어있는 이름표를 훔쳐보는 등의 행위를 통해 알아낸 것이다. 듣자하니 엘사는 건축공학과에서 유명인으로 보였다; 어찌됐건 간에, 누가 맹인 건축가에 대해 들어보기나 했을까?

 

  벨의 말에 의하면, 엘사는 침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강의실 맨 앞 자기 자리에 앉아 꽤 집중해서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그녀는 예의바르고 온화하나 한 번도 남들과 친하게 지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엘사는 다른 이들이 자신과 친구가 되려고 하는 것을 받아주지도 내치지도 않았고, 그녀 혼자있건 남들과 함께 있건 늘 평온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찾았다. 엘사는 아름답고 교양있고 똑똑하고 열정적이라서 금새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했으나 그런 관심들은 그녀 앞에서 모두 허사였다; 엘사는 한 번도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저 흘려넘길 뿐이었다.

 

  계속되는 팬들의 관심이 엘사가 스타벅스에서 오후 내내 지내는 이유라며 점심에 라푼젤이 안나에게 나초 접시를 넘기며 말했다. 그녀는 또 엘사가 사실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유진한테 들었다고 말했는데 이것을 유진은 에릭한테 들었고 에릭은 한스한테 들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라푼젤은 엘사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남자들한테서 나온 말인만큼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라푼젤은 안나가 무관심한 척한다고 납득할 친구가 아니란걸 알고는, 입 안 가득 할라피뇨를 쑤셔넣으며 미소를 가리려 애쓰는 안나를 흥미롭게 쳐다봤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화장실로 황급히 달려가는 안나를 보고 라푼젤은 눈물까지 흘리며 웃어재꼈다.

 

  이 모든건 안나가 엘사가 누군지 상상하는데 도움을 줬지만 그녀에게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녀는 엘사의 좀 더 자세하고 자잘하고 민감한 부분을 알고 싶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이나 알 법한 그런 부분을. 안나는 금발머리에게 완전히 푹 빠져서 이런 기본적인 정보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안나는 엘사의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안나의 첫 번째 시도는 꽤나 간단했다: 쉬는 시간에 그녀는 앞치마를 벗어놓고는 엘사가 늘 앉는 창가자리로 자신있게 걸어갔다. 엘사는 책 내용에 푹 빠져서 점자를 따라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순간 안나는 금발머리를 방해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잠시 망설였지만, 그런 걱정을 재빨리 날려버렸다. 엘사의 친구가 되길 원한다면, 어쨌거나 첫 발을 내디뎌야한다.

 

  "안녕하세요." 안나는 밝게 말했다. "혹시 여기 앉아도 될까요?" 

 

  엘사는 손을 멈추고는 안나를 올려다봤다. 정확히 말하자면, 안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서, 더 자세히는 그녀가 보려던 곳을 약간 지나쳐 안나의 오른쪽 어깨 위를.

 

  "네, 물론이요." 엘사는 상냥하게 말했다. "여기 앉으세요."

 

  안나는 속으로 기뻐하면서(1단계 성공!) 미소를 지으며 금발머리의 반대편에 앉았다. 엘사는 빨간머리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는 다시 책 읽기에 몰두햇다. 뭔가 확실히 어긋났다. 안나는 계속해서 자신의 방향을 '바라보며' 책 읽기에 집중하는 엘사를 보고는 굳게 결심했다.

 

  "성함이 엘사 맞으시죠?" 

 

  엘사의 손가락이 다시 한 번 멈췄다. 이번에 그녀는 책에서 손가락을 떼더니 읽고있던 페이지에 책갈피를 꽂고는 책을 덮어서 테이블 위 다른 책더미 위에 올려놨다. 그녀는 마치 격려하는 것처럼 안나를 향해 미소지었다.

 

  "네, 맞아요. 그러는 그쪽은요? 안나 맞죠?"

 

  "네!" 안나는 놀란 나머지 소리쳤다. "어떻게 아셨어요?" 

 

  "티아나가 스토브 제 때 끄라고 소리칠 때 당신이 대답하는걸 듣고 목소리를 기억했어요." 엘사는 키득대며 말했다.

 

  "티아나를 아세요?" 안나는 부끄러움에 붉어진 볼에 신경쓰며 말했다.

 

  "여기 처음 왔을 때 절 안내 해줬어요." 엘사가 대답했다. "이런 장소로 안내해줘서 그녀한테 정말 고마워요."

 

  "그럼 그쪽은 커피를 좋아하시는거에요?" 안나가 물었다. 

 

  엘사는 미소지었다.

 

  "그렇지는 않아요. 일반적으로 커피는 저한테 너무 쓰거든요. 그렇지만 여기 분위기가 좋아서요. 편안하기도 하고, 잘 모르겠네요, 그렇잖아요?"

 

  "네, 그렇죠." 안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동의했다. 카페는 따뜻하고 아늑해서 자기 랩탑에 집중하는 학생들이나 짜증날 정도로 달달한 커플들이 자주 찾았다.

 

  엘사는 자기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는 설탕을 찾으려는듯 테이블 위를 더듬었다. "그래서 그 쪽은요?"

 

  안나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전 바리스타에요. 그래서 제가 커피를 사랑하나봐요. 특히 향기요. 아침 수업 때문에 피곤할 때 이거만큰 좋은게 없죠!"

  

  엘사의 입술이 작은 미소를 그렸다.

 

  "제 말은, 어떻게 제 이름을 알았는지 물은거에요."

 

  안나는 뒤늦게 자신이 좀 더 계획적으로 접근해야 했다는걸 깨달았다. 안나는 그녀가 왜 엘사 뒤를 캤는지에 대해 납득이 가고 믿을만 하며 이상해보이지 않을 대답을 하기 위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질문을 받은 안나는 자기가 대답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것을 느꼈고 자기가 당황했을 때 늘 하는 행동을 했다 :떠들어대기, 엄청 많이.

 

  "어, 그쪽 이름이요? 저는 그게 당신 가방에 적혀있는걸 보고 알았어요. 전 당신 이름이 뭘까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어느 날 당신 이름을 확인했어요. 왜냐면 정말 알고싶었거든요. 제 말은, 스토커라서가 아니라 좀 더 '그녀는 누굴까?' 같은 생각에서요, 말이 된다면요. 제 말은 전혀 말같지가 않네요. 어, 제가 점점 엉망진창으로 만드네요, 그렇지 않나요? 당신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죠. 우리가 이상하다는게 아니라, 제 말은 당신이요, 아니 제 말은 당신이 이상하다는게 아니라 제가 이상하다구요. 당신은 멋지죠... wait, what?"

 

  그걸 끝으로 안나는 부끄러움과 엘사가 분명 자기를 스토커로 볼 거라는 확신 때문에 얼굴을 팔에 묻었다. 

 

  안나의 믿음과 달리, 엘사는 안나가 엄청나게 쏟아 낸 말들을 어떻게든 이해해냈다. 엘사의 눈을 가린 선글라스 때문에 그녀가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 중 입만이 홀로 적절한 반응을 찾아 움직였다. 엘사는 자기 커피에 설탕을 타면서 이 특이한 소녀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했다. 엘사는 희한하게도 이 변덕스럽고 귀여운 바리스타에게 끌리는 것을 느꼈다. 엘사에게는 이미 많은 팬이 있었고 방금 전 상황을 통해 안나 역시 그 팬들 중 하나인 것을 알았지만, 다른 팬 중 그 누구도 그녀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었다. 분명 어색한 일이지만, 엘사는 적어도 이 소녀더러 첫 만남을 망치지 않았으니 걱정말라고 납득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음, 그거 흥미롭네. 내가 듣기에는." 엘사가 말했다. 이 대답은 어색한 공기를 깨뜨리는데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조그만 소녀가 팔 아래에서 뭐라 조그맣게 중얼거리도록 만든 것 같았다. 엘사는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한 번 말했다.

 

  "보렴, 나는 네가 너의....그 '조사'에 얼마나 집중했는지에 대해...놀랐어, 이렇게 불러도 되는거지? 또 나는 네가 왜 그랬는지 충분히 이해는 하는데 너한테 거짓말 하고 싶지는 않아. 난 솔직히 지금 약간 혼란스러워. 너도 마찬가지지?"

 

  안나는 쑥스럽게 중얼거리는 것으로 대답했다. 엘사는 약간 화가 난듯이 한 숨을 쉬며 테이블 너머로 손을 뻗어 소녀의 어깨 위에 올렸다. 뭐, 그녀는 어깨를 조준했지만 : 대신에, 그녀 손은 바리스타의 등 위에 어색하게 머물렀다.

 

  "저기, 일어나 봐. 좋은 첫만남만 있는건 아니잖니?"

 

  "죄송해요." 안나는 팔꿈치 틈새에 대고 말했다. "아마 당신은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겠죠. 그렇지 않나요?" 

 

  "어, 그렇긴 하지," 엘사는 마지못해 인정했다. 그녀는 정말로 안나가 고개를 들어주길 바랐지만 그녀는 이미 안나의 어깨를 놓쳤다. 그렇다고 해서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 안나를 더듬으며 잘못된 의사를 전달하고 싶지도 않았다. 엘사는 안나의 등뼈를 다시 한 번 쓰다듬었다. "그렇지만 난 미친걸 좋아하는데."

 

  이 말을 듣더니 안나는 드디어 얼굴을 내밀었다.

 

  "정말요?"

 

  엘사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보통 대화에서 부끄러워하는 것은 그녀의 역할이었다. 그녀는 반대 역할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응, 정말로. 다른 사람들은 내가 무슨 유리같이 깨지기 쉬운 것처럼 다루거든. 내 말은, 그 사람들은 자기네들 말이 날 다치게라도 할까봐 너무 조심하면서 말해. 누가 나한테 자기 말을 전혀 다듬지도 않고서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건... 신선한데?"

 

  "죄송해요," 안나는 순하게 말했다. 그녀는 부끄러움에 허둥대며 자기 머리를 쓸어내렸다. "제가 일을 완전 어색하게 만들었네요. 그렇죠?"

 

  "괜찮아," 엘사는 안나가 원래대로 돌아온 것처럼 보이자 안심하며 대답했다. 그녀는 이런 식의 감정표현을 대하는 데에는 서툴렀다. "그냥 다시 거북이처럼 숨지만 않아주면 돼, 알겠지? 그리고 정말 나랑 대화하고 싶으면 그렇게 당황하지마."

 

  "죄송해요," 안나가 다시 말했다.

 

  어색한 침묵이 둘 사이에 깔리자 둘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했다. 안나는 금발머리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지 않기위해 노력했고, 엘사는 자기 앞의 바리스타를 당황시키지 않는 동시에 안나가 자신에 대해 얼마나 더 아는지 물을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침묵은 안나가 테이블 위에 쌓여있는 엘사의 공책을 발견하기 전까지 쭉 이어졌다.

 

  "이게 뭐에요?"

 

  엘사는 안나의 목소리에 생각에서 깨어나며 화들짝 놀랐다.

 

  "미안, 뭐라고?"

 

  안나는 좀 더 자세히 보기위해 몸을 기댔다.

 

  "당신 공책 뒤표지에 있는거요. 생긴게 꼭...낙서인가? 별? 육각형? 눈송-"

 

  엘사의 손이 공책을 내리쳤다. 아니, 그녀는 시도했다. 대신에 그녀의 손은 그녀의 잔을 쳤고 잔 안에 담겨있던 커피는 테이블 위로 쏟아졌다. 안나는 놀라서 뒤로 물러났지만 엘사는 커피는 무시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그녀의 모든 책들을 가방 안에 쓸어담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엘사는 당황한 나머지 신중하지 못한 팔놀림으로 세 권의 공책을 가방 안이 아니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엘사는 좌절하며 바닥에 가방을 내려놓고 필사적으로 공책을 찾아 헤맸다. 공황에 빠진 엘사의 행동은 안나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서서히 멈췄다. 안나는 정중하게 엘사의 공책을 집어 건네주었다.

 

  "죄송해요," 안나가 사과했다. "그렇게 개인적인 물건일 줄은 몰랐어요."

 

  엘사는 자기가 저지른 난장판 속에서 선글라스를 비뚤어지게 걸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엘사는 순순히 책을 건네받아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엘사는 일어나며 선글라스를 고쳐쓰고는 그녀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들키지 않으려 노력했다. 안나는 자신의 걱정과 두려움을 숨기려 노력하며 엘사를 부축하고 그녀에게 지팡이를 건네주었다. 엘사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미안해. 나는 그러던게 아닌데...너도 알겠지만. 나는 그저 다른 사람한테 이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미안해."

 

  "아니에요, 사과하지 않으셔도 되요." 안나는 금발머리를 안심시켰다. 그녀는 손을 들어 엘사의 손을 잡으려다가 다시 생각하더니 손을 놓고 그녀 뒤를 따라갔다. "제가 방해하지 말았어야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엘사는 고개를 저었다.

 

  "내 행동이 잘못된거야. 난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됐는데. 잘못된 행동에 대해 사과한 것 뿐이야."

 

  둘은 다시 한 번 어색하게 서있었다. 안나는 다른 발로 기대어 서면서 입술을 깨물었고 엘사는 자기 가방 끈을 꼭 쥐었다. 안나는 완벽하게 모순적인 상황을 보고는 빙그레 웃었다.

 

  "저희 둘 다 오늘 실수투성이인 것 같네요, 그렇죠?"

 

  그걸 듣고는 엘사 역시 작게 키득거릴 수 밖에 없었다.

 

  "내 생각엔 우리 둘 다 사람 대하는게 별로인 것 같아."

 

  "어, 그건 몰랐네요." 안나는 작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제 생각엔 저희 둘 다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낸 것 같아요. 첫 만남에서 이거 이상으로 뭘 알아내겠어요? 다음 번엔 좀 더 나아지겠죠."

 

  엘사는 안나의 말에 작게 웃었다.

 

  "음, 너 꽤 낙관적이네."

 

  "전 그래야만 해요," 안나는 미소가 더 짙어진 채 대답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전 당신에게 전화번호도 못 물어볼텐데요."

 

  엘사는 안나의 목소리가 쾌활한 것을 느끼며 미소지었다.

 

  "무엇 때문에 내가 너한테 번호를 줄거라고 생각했을까?" 엘사는 약간 놀리듯이 말했다.

 

  "오, 저도 모르죠," 안나는 엘사가 자기를 괴짜 취급하지 않는데에 안심하며 과장스럽게 말했다. "왜냐하면, 당신은 당신이 얼마나 멋진지 말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 사람이 자기를 얼마나 알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하기 때문 아닐까요?" 

 

  안나의 말에 엘사는 크게 웃었다.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녀는 미소지으며 가방을 뒤적거렸다. 엘사는 몇 번의 시도 끝에 수첩과 펜을 꺼냈다. 그녀는 느리고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숫자가 틀리지 않게 노력하며 수첩에 자기 전화번호를 적었다. 엘사는 페이지를 찢어 황홀한 미소를 감추려 애쓰는 안나에게 건네주었다.

 

  "전화해, 알겠지?" 엘사는 소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쁨에 덩달아 즐거워하며 말했다. 사실상 그녀는 안나가 기쁨에 차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히 전화해야죠!" 안나가 외쳤다. "그치만, 언제 전화 해요? 오늘 밤에 바쁘세요? 과제 언제하세요? 과제가 있긴 하세요? 제가 말하고 싶은건, 당신은 건축전공이잖아요, 그래서 할 과제가 많을 것 같아서요. 제가 방금 당신 건축전공이라고 말했나요? 아 세상에, 지금 분명히 당신 스토커처럼 보이겠죠. Wait, what?"

 

  엘사는 웃었다.

 

  "안나 진정해. 그냥 8시에 전화하면 돼. 내 생각에 우리 서로 할 말이 많은것 같은데." 엘사는 자신의 뻔뻔스러움에 놀라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정말로 내가 멋지다고 생각해?"

 

  "음," 안나는 말을 더듬었는데, 꼭 입 안에서 날뛰는 금붕어때문에 뇌가 시키지도 않은 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 "어, 글쎄요, 그건-"

 

  "농담이야, 안나." 엘사는 웃으며 말했다. 엘사는 다른 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선글라스를 똑바로 고쳐쓴 뒤 문을 향해 지팡이를 짚었다. 엘사는 안나가 정중하게 자기 팔꿈치를 잡고 문 쪽으로 인도하는걸 느끼고는 깜짝 놀랐다. 엘사는 안나가 자신을 하염없이 쳐다보는걸 느끼지 못한채 입에 그려지는 멍청한 미소를 숨기려 애썼다.

 

  안나가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자 엘사는 가슴에 손을 올리며 놀란 척을 했다.

 

  "이런, 제가 보기엔 저 만의 백마탄 왕자님을 찾아낸 것 같군요. 왕자님, 닫힌 문의 횡포로부터 제 인생을 구해주셔서 정말로 송구하옵니다."

 

  안나는 자기의 행동이 너무 뻔한게 아닌가 생각하며 얼굴을 물들였는데 엘사가 안나의 뺨을 찾으려 목을 더듬자 빨간 얼굴이 더 시뻘개졌다. 결국에 엘사는 안나의 뺨을 찾아냈고 안나를 끌어당겨 뺨에 가볍게 키스해줬다.

 

  "그럼, 이따 대화하자. 오늘 나랑 대화해줘서 고마워."

 

  그 말을 끝으로 금발머리는 지팡이로 자기 앞을 짚으며 느리게 걸어갔고 안나는 자기 머리만큼이나 빨갛게 뺨을 물들이고서는 문가에 서있었다.






ㅎㅇ 님들 죽지도 않고 살아있네염


나 2월에 리에주아 처음 번역할 때 교정이고 퇴고고 바로 번역해서 바로 올렸더니 맘에 안드는게 한두군데가 아니었음


이제 시간도 많겠다 천천히 재번역 할거임 


내가 손댔으니 내가 종결낸다 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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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613 구케엘 이제 디아블로4 하냐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2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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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603 정신 차리니까 벌써 금요일 ㅇㅇ(223.38) 05.31 1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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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99 하 혐퀘 [1] ㅇㅇ(211.234) 05.31 2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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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96 능력 혐오하는데 능력 없는건 싫은 엘사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70 5
1123595 아 맞다 쥬미들아 인스타펌글 올릴 때 조심해 [1] ㅇㅇ(110.47) 05.30 6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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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93 설갤만큼 엘산나에 진심인 커뮤가 있냐 [1] ㅇㅇ(223.38) 05.30 4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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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90 설갤 덕분에 글도 써보고 [1] ㅇㅇ(223.38) 05.30 3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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