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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매직썰] 하룻밤의 인연으로 서로에게 코 꿰인 엘산나썰 8.5

늦게인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8.16 01: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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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꿰인 썰 8


8.5. 멜리사 왓슨 번외.



두 사람이 방 밖으로 나가고멜리사는 몸을 일으켜 밖을 내다보았어어린 얼굴에 안 어울리게 에스코트 하는 걸 창으로 지켜보면서 멜리사는 살짝 미소지었지역시 제 사람 보는 눈은 아직 늙지 않았다 싶어.

 

엘사내 동생.

핸드폰을 열면 바로 보이는 배경화면의 주인공.

늘 그렇듯이 동생을 생각하면 애틋한 감정부터 드는 자신이야.

 

잠시 생각하다 불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려놓고 멜리사는 하늘 사진을 찍어그걸 배경화면으로 정하지오늘 같은 날은 기념할 만하다고 생각하며제 동생이 이제 임자를 만났다 싶기도 하고.

 

곧 불을 붙이고 참았던 흡연욕을 마음껏 분출해분명 냄새가 밖으로 새 나가면 캐롤라인이 들어와서 잔소리할 테지만 멜리사는 밖으로 나갈 힘조차 없었어기가 다 빨린 거 같아제법이네저 쥐방울 녀석.

 

사실 멜리사는 안나와 엘사가 상상하는 것보다 많이 알고 있었어이틀 전 밤두 사람이 들어오기 전에 고모로부터 전화를 받았거든부모님과 같은 고모야그런 고모가 대성통곡을 하면서 말해오는 사실들은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멜리사에게도 충격적이었어.

 

결혼 승낙을 위한 방문그 이유는 어린 제 동생의 임신.

 

멜리사와 엘사는 일곱 살 차이가 나는 자매야양친이 차사고로 비명횡사 하신 이후로 멜리사의 포커스는 오로지 동생에게로 맞춰졌어멜리사 스스로 그런 제가 엄청난 시스콤이란 걸 자각하고 있었어하지만 알면서도 늘 동생에 관한 건 노심초사하게 되었지그렇다고 해서 제 동생도 그리고 저도 자기 사람을 만나서 결혼할 거란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야서운은 하겠지만 그게 그리 충격은 아니야.

 

임신으로 인한 결혼... ‘무엇으로 인한 결혼’. 제 동생에게 이런 걸 바란 적이 없다는 게 문제였지게다가 알파에게 한 번 데여본 적이 있는 아이야.

 

저도 알파지만 알파라는 족속들은 별로라고 스스로 생각해엘사는 유독 저질인 알파들의 타깃이었어.그들의 속어를 빌어 얘기하자면떡고물이 많이 떨어지는 오메가였으니까특히나 엘사가 첫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그 알파는 완전히 악질이었어그 때 일을 생각만해도 소름이 돋아차라리 지금처럼 혐오수준으로 알파를 경계하는 게 나았는데 어떻게 임신을 한 건지 멜리사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믿고 싶지도 않았고.

 

사실 이미 2주 전부터 엘사의 변화를 인지하고 의심하고 있었으면서도 멜리사에겐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충격적인 소식이었어멜리사는 엘사에게서 희미하게 오메가 냄새를 맡을 수 있었어그걸 못 맡은 지 거의 3주쯤 되어가임신한 오메가는 체향을 내뿜지 않아본능적으로 체향을 안으로 감추지혹시라도 주변의 알파가 흥분해서 문제가 생기면 아이를 장담할 수 없게 되니까물론 주기가 끝난 직후에는 체향이 나오지 않지만 가임기의 오메가라면 지금은 다시 체향이 흘러나올 시기야.

 

그것보다도 더 확실하게 의심하게 된 건 입덧이었지.

정말로 역류성 식도염이었다면 저희 병원에 와서 진단을 받았을 거야매일 매일 당장 엘사를 몰아붙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저를 위해 사실을 감추고 있는 동생을 위해 참았었어.

 

그러다 결국 사실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지스물 네 살 밖에 먹지 않은 어린 알파 꼬맹이가 겁박을 했나제 동생이 혹시라도 금전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나,

등등...

엘사와 그 알파 녀석이 오기를 기다리며 멜리사는 티내지 않았지만 온갖 상상을 했어.

 

반쯤 죽여놓겠다는 생각을 했지정말로 죽여버리겠노라고문을 열고 오기만을 기다렸어오래지 않아 문이 열리며 두 인영이 들어왔지.

 

하지만 고모부의 전화를 받고 머릿속으로 그려낸 그 알파 녀석과 제 눈앞에 서있는 아이는 많이 달랐어제가 알파고 안나가 오메가였다면 첫눈에 반했다라는 말을 쓸 정도로멜리사는 안나를 보자마자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했지많이 맞은 얼굴로 웃고 있는데 녹색인지 파란색인지 알 수 없는 눈빛은 확고했어적어도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 아는 것 같은 눈이 멜리사를 묘하게 안심시켰어.

 

어떻게 해서든 달래서 지우게 하라는 고모부의 말씀 이상으로멜리사는 그 이상의 많은 걸 생각했지만 눈이 마주쳤을 때 그런 생각은 모두다 지워져버렸어.

 

그래서 안나를 최대한 시험했어원래 성격도 만만치 않게 지멋대로이긴 하지만안나의 성정을 시험해보고 싶어돌발상황특히나 화를 낼만한 상황을 만들어본 멜리사야첫인상이 마음에 든다해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거든고모에겐 교제했다고 했다지만 그랬다고 하기엔 제 동생의 행동이 너무 어색하니까그리고 엘사는 무얼하건 철저한 편이야그건 제가 제일 잘 알지하지만 두 사람의 나이 차만 일곱살이야게다가 온통 동생에게 자신의 안테나를 열어두고 있는 멜리사가 엘사가 연애한다는 걸 아무리 감춰도 모를 리가 없잖아?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쥐방울녀석의 그 푸른빛 눈동자는함께 있는 동안 내내 온통 제 동생만을 향해있었어엘사에게만 집중하고 있었지사소하게 묻어나는 배려와 결연한 눈빛사람으로서도 알파로서도 어려보이지만 눈빛은 결연해자기가 꼭 지키겠다는 게 언뜻 보기만해도 흘러나와.

그리고 그 끝에 은근하게 묻어나는 애정눈꼬리에 남아있는 애정에 멜리사는 사실 놀랐던 것도 사실이야아무리 봐도 둘이 안면이 있는 사이가 아닌데 임신 한 걸 보면 그건 불장난일테니까그 불장난 속 어딘가에서 사랑이란 이름의 불꽃이 피었는지아직 한 쪽만의 것인 거 같아서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안나를 보면 볼수록 안나는 멜리사에게 확신이 들게 해꼭 저 애는 동생을 잘 보듬어 줄 수 있을 거 같아안나를 보내놓고 사람을 시켜 뒷조사를 했을 때도 양심에 가책이 들만큼.

 

사실 뒷조사를 했음에도 별 게 없었어그저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도 성격이 유하다는 거주변인들 평판도 나쁘지 않고자신이 아렌델인 걸 부정하고 교류도 없지만 어쨌거나 아렌델의 아이라는 거어디 하나 빼 놓을 데가 없구만하면서 흐뭇한 마음이 드는 게 제가 엘사의 언니가 아니라 안나의 언니가 된 것만도 같았어.

 

그래서 오늘 좀 과하게 굴었나봐제발 내 시험을 통과해라이걸 버텨라 하면서.

화를 내길 바라면서 일부러 아픈 구석을 건드려도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해.

오히려 스스로가 이렇게까지 치사하게 굴어야 하나싶을 정도로.

사실 시험하면 시험할수록 제가 시험당하는 것 같아서 안나와의 대화에서 제가 엘사를 어떻게 보는 지 다시 헤아리게 된 멜리사지.

 

이 병원에서 교수가 되기 직전이었나그보다 훨씬 전이었나고모가 저와 엘사를 불러서 회사로 들어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어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들어보니까 후계 문제야둘다 당연히 전문 경영인을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모의 생각은 달랐어고모는 당연히 제 동생의 자식들인 저와 엘사 둘 중에 하나는 회사에서 일을 해야하고 물려 받아야한다는 생각이 드셨나봐보통은 멜리사와 엘사가 하지 않겠다 하면 알겠다고 넘기시는데 이번 일은 전혀 여유를 내주지 않으셨어.

 

멜리사는 삼일 동안 고민만 하면서 지냈어원체 공부를 잘 하기도 했지만 손도 제대로 못 써보고 허망하게 떠나버린 부모를 보며 하나 남은 동생은 그렇게 잃고 싶지 않아 선택한 의사의 길이었지만 멜리사는 하나 하나 술기를 익히고 환자들에게 배운 술기로 도움을 줄수록 스스로에 대해서 희열을 느끼고 있었어더 배우고 더 돕고 싶어졌지.

 

하지만 어린 동생이 문학쪽에 두각을 드러낸다는 걸 알고 있었던 멜리사야표지가 닳아있는 셰익스피어 소설 책을 보면서그 옆에 필사한 노트를 보면서 마지막으로 엘사의 습작을 보면서 멜리사는 결국 인정하고 말았어엘사가 문학을 좋아하고 재능이 있고 전공하고 싶어한다고.

 

저는 하고 싶은 거 몇 년이라도 해보았지만 동생은 그러지 못했으니까 아쉬운 마음이 있었음에도 멜리사는 제가 사직하고 입사하는 쪽으로 일이 마무리하려했지.

 

그날 저녁 식사 도중 엘사가 내민 무언가를 확인하기 전까지 멜리사는 평화로웠어저녁을 먹는데 엘사가 고모 부부와 저를 불러다 내밀었지입학서류였어하지만 멜리사가 당연히 메이저라고 생각한 문학은 없었어선명한 검정 볼드체로 경영이 적혀있었지전후 사정을 알리 없는 고모는 기뻐하셨지만 그 날 처음으로 멜리사가 고모를 원망했지.

 

넘어가지 않는 물을 벌컥 벌컥 삼켜대며 어영부영 식사를 마치고 엘사를 데리고 나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어아마 멜리사가 엘사를 그렇게까지 언성을 높여가며 다그친 건 처음일거야물론 그에 대한 엘사의 대답도 침착했던 것도 처음일테고.

 

언니가 모든 걸 희생할 필요는 없어내가 해보고 싶어서 선택한 거야.”

 

그 단호하고 확고한 어조에 멜리사는 깨달아버렸어.

동생은 너무나도 커버렸고 이제 더는 제 품 안에 두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회유도 하고 화도 내면서 엘사의 생각을 바꾸려 했지만 엘사는 결국 경영학도로 입학해서 졸업하고 회사로 들어갔어멜리사는 그제서야 제가 생각한 품에 두는 걸 조금 놓아주기로 했지일부로 거리를 두며 제가 소홀하게 굴어서 일까어느 순간부터 저를 실망시킬까봐제 걱정에 미쳐 고통스러워하며 살아가는 아이로 엘사는 변모해버렸어.

 

그렇게 늘 내가 자신에게 실망할까봐 두려워하는 동생이야.

똑똑한 아이인데그걸 모르지서로로 인해 기뻐도 하고 슬퍼도 하고 실망하고 기대할 수 있기에 우리는 가족인 건데그런 부담이 없기에 가족인 건데.

 

아렌델... 엘사 아렌델... 어감 좋네.”

 

그러니까쥐방울아알려줘.

 

쥐방울 녀석의 눈이 조금만 덜 애틋했더라도 끌고 나가서 지우게 했을거라고 합리화하며 엘사가 선물해 준 휴대용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는 멜리사야.

 

그래놓고 아직 차마 병원 근처를 떠나지 못한 두 사람을 보면서 미소짓지안나가 물론 먼저 잡은 것이겠지만서로의 손을 잡고 떠나는 두 사람햇빛이 비치는 창가가 비쳐내는 뒷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정말로 그 애라면 네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도와줄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네 옆에 있는 사람을 욕심낼 수 도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엘사-.

이젠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네 행복이 나의 행복이니까.



- 쉬어가기 겸 멜리사 왓슨 번외

- 정신병자라서 지 멋대로 구는 성격이 아닌 걸 보여주고 싶었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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