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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매직썰] 하룻밤의 인연으로 서로에게 코 꿰인 엘산나썰 13.(상)

늦게인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9.11 00:59:23
조회 3805 추천 80 댓글 14

전편 링크 12편 (상)



전편 링크 12편 (하)




13.(상)

 

 

Wait, What?!?!

안나가 멍해하고 있는 사이, 엘사가 먼저 마주댄 입술을 뗐어. 저도 모르게 올라간 손으로 방금 전까지 온기를 품었던 입술을 매만져봐. 진한 키스는 아니야. 그저 입술이 닿아만 있었음에도 얼굴이 붉어지고 짜릿해.

 

이 사람이 왜 나한테 키스를 한 거지? 안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이야. 물어보고 싶지만 모두가 저희를 쳐다보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 무엇도 물어볼 수 없어. 그저 얼굴을 붉힌 채로 침묵을 지켜.

 

 

 

“무슈 선배,,, 수염이 주황색? 선배에, 왜 수염이 세 개예요? 엘쨔? 머리가 회색이예요?”

 

그토록 궁금해하던 걸 물을 수 있는 시간은 다가오는데 안나는 이미 잔뜩 취해서 물어볼 것을 잊어버렸어. 원래 술을 잘 하지 못하는데 사람들이 주는 술을 다 사양하지 않고 마셔서 지금 제 앞에 뭐가 있는지 무슨 색인지 분간 못할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야.

 

안나의 프로포즈 이후로 오늘을 위해 특별히 칵테일 바(bar)형식을 취한 오리엔트에는 원래 팔던 술과 함께 온갖 종류의 술이 가득해. 처음부터 사람들이 안나를 취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어.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 중 하나인 안나에게서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 평소에는 과묵한 편이라 – 사람들은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취하게 하고자 머리를 썼지.

 

이런 쪽으로 머리가 비상한 무슈의 입에서 흘러나온 계획을 들은 사람들은 그것을 시행해. 사람들은, 특히 오리엔트 식구들은 킥킥대며 일부러 달면서도 도수가 높은 칵테일들을 엘사 손에 쥐어주는 식이지. 아이를 가진 엘사가 실수로라도 마시기 전에 안나가 잽싸게 엘사에게 놓여지는 칵테일들을 들이켜. 사람들은 벌써부터 알파가 제 오메가를 지키려 든다고 제 멋대로 생각해.

 

곧 그걸 안 엘사의 팀원들도 신나서 안나의 잔에 계속 술을 따라주거나 새로운 칵테일을 가져다 주지. 거절하지도 못하고 안나는 하나 하나 다 들이켜.

 

애초에 서로가 서로를 ‘약혼자(約婚者)’로 혹은 ‘약혼녀(約婚女)’로 소개한 터라 이렇게 대놓고 프로포즈 할 필요는 없었어. (*미국은 프로포즈 승낙 이후 서로가 약혼관계에 위치함. 결혼식 날을 잡고 프로포즈를 하는 한국과는 다른 편) 술이 들어가 판단이 약간 흐려진 사람들은 돈이 많으니 아니면 알파가 오메가를 더 사랑한다느니,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 대고도 절한다느니와 같은 가십성의 이야기를 하지. 엘사나 안나는 못 들은척하면서도 둘 다 속으로 안심해. 서로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으니까.

 

시간이 늦어지고 슬슬 사람들이 자신의 집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디 오리엔트의 분위기는 점점 차분해지려해. 방금 전 무슈가 던져준 특제 술 깨는 약 덕분인가. 혀는 꼬이지만 정신은 또렷해졌어. 그와 함께 아까만 해도 시루 속 콩나물 같던 사람들이 줄어 안나의 주변엔 사람들이 위치하지 않게 되자, 계속 밝은 미소를 유지하던 안나의 미소가 좀 가라앉아. 제가 실수하지 않는 이상 실패할 리 없었던 프로포즈 전, 안나의 마음을 짓누르는 문답이 제 사촌과 있었거든.

 

 

크리스토프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아. 술잔을 받아드는 손이 어쩐지 무거워. 사실 어깨가 무겁지. 마냥 취해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

 

"어릴땐 그렇게 드레스 입고 싶어하더니,,,"

"엘사가 상대방은 턱시도 입었으면 한다잖아."

"안나."

 

크리스토프가 어떻게 하면 최대한 부드럽게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가벼운 척 툭 내뱉어.

 

"이해를 하려고 최대한 노력은 하지만, 사실 좀 어렵다.

“…”

"네 태도가 너무 자기희생적이라... 꼭 호랑이 아가리에 들어가는 초식동물을 보는 기분이야."

"...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해."

"알아. 아니까 하는 얘기야. 하지만 나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게 마냥 그럴 수 없다는 건 오빠가 더 잘 알잖아."

"주제 넘는 거 알지만, 이젠 샤이너를 좀 놓아주면 안 돼?"

 

엄지손톱으로 검지손가락의 옆면을 긁적이던 안나가 꿀꺽. 두통약을 삼켜. 크리스토프는 그저 그런 안나를 바라만 보지.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고 위로해주고 싶지만 제가 그럴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곧 안정이 된 듯한 안나가 크리스토프의 눈에 익지 않은 엘사를 위해 사진을 보여주려 핸드폰을 열었어. 열자마자 비치는 그 하얀 얼굴, 엄지로 살살 쓸어보다 어쩐지 올라가있는 입꼬리를 내리지 못하고 계속 내려다보고 있더니 조금은 슬프게 덧붙여.

 

"예쁜 여자야, 능력도 있는 여자고. 무엇보다도 우성이지. 크리스. 내가 저 여자에게 얼마나 큰 자기 희생을 강요했는지 네가 몰라서 그래. 이건 단순히 아이를 낳는다는 개념이 아니야. 사랑하지 않는 나와 함께 살고, 함께 지내고. 오메가로 아이를 낳은 후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저 여자는 평생을 이번의 출산으로 인한 고통에 의해 살게 되겠지. 샤이너가 문제가 아니야. 내 스스로 엘사한테 미안해서 그래."

 

크리스토프는 제가 부정해왔지만 반복되는 레파토리에 어금니를 악물고 안나의 멱살을 잡아.

 

"그렇게 미안하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으면 됐잖아! 아니면 바로잡았으면 되잖아! 막말로 니가 강간했어? 두 사람 다 합의에 의해서 잔 거잖아. 니 이 죄책감들, 다 샤이너가 만들어낸거잖아!"

"... 바로잡으라고?"

 

가벼운 손길에 저를 놔주는 크리스를 보며 안나는 애써 샤이너의 이야기를 지워냈어. 아직은 언급하고 싶지 않고 할 수만 있다면 지금 심정으로는 평생을 피하고 싶은 이야기니까. 하지만 안나는 ‘샤이너’라는 말에 피가 뜨거워지면서 제가 흥분했다는 걸 알지 못해.

 

"얼굴도 모르는 부모님을 참 많이 생각 했었어. 가끔은 그런 생각도 했었지.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게 낫지 않았냐고. 세 살 박이 이나의 손을 잡고 앵벌이를 할 때 그랬고, 그 전날까지만 해도 하하호호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다 우성이 아니란 이유로 아렌델 집안에서 박해를 받았을 때도 그랬고, 병신 같은 나 때문에 샤이너가 죽었을 때도 그랬지만."

 

"저 사람을 만나고 알았어. 그래도 살아있으니까 이런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걸. 반절은 내 피가 흐르는 아이한테도 알려주고 싶어, 세상이 참 막막하더라도 살아 있어서 행복할 수 있다는 거."

 

"난 내 부모님과는 달라. 아이를 포기하지 않을거야. 버리지도 않을거고. 아이의 존재가 엘사를 위협하지 않는 이상은."

 

안나의 말을 들은 크리스토프는 단지 우연의 일치라 생각하지. 안나가 아렌델 집안을 쫓겨나 방황할 때  크리스토프가 차라리 친부모를 찾아줄까 싶어서 이리 저리 알아보았지만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것 같다 싶었지. 안나의 친부는 소위 제비라고 말하는, 도박꾼에 바람둥이였고, 안나의 친모는 그 남자의 피해자 중에 하나였어. 사실을 알았을 때 아이들을 지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낳고나선 그 남자를 너무나도 닮은 두 자매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먼 지역의 창고에 내려놓듯 버리고 떠났지. 어린 오메가임에도 당시의 개정되지 않는 법률 상 추적이 될 줄 알았는지 고아원에 보내지 않았어.

 

크리스토프가 안나가 얼마나 알고 있을 지, 안나가 모를 법한 사실들을 피해 조심스럽게 말을 정리하려는데 안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어.

 

"모든 걸 이나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

 

침묵.

 

갈게. 옷 갈아입어야 사람들을 맞지. 다음주 일요일에 오리엔트 빌려줘서 고마워.”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고 사장실 문을 닫았지만 안나는 그 앞에서 벗어나지 못해. 저만 부정하고

있을 뿐이지, 크리스토프의 말이 현실이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거든. 그럼에도 엘사에 대한 무한한 미안함과 샤이너에 대한 죄책감의 무게는 줄지 않아. 어린 시절의 무게는 어린 시절의 무게일 뿐이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제 발목에 묶인 그 날의 기억들에 휘둘리는 사람인걸.

샤이너가 보고 싶어. 이나도 보고 싶고. 술만 마시면 감상적으로 변하는 제가 마음에 안 든다는 생각을 하며 안나는 언젠가 제 주변으로부터 사람들이 사라져 자의적으로 연거푸 술잔을 들이키곤 씩 웃어. 엘사가 눈에 보였거든.


----------

15, 16이 1챕터 끝일듯. 

내가 챕터 1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지만.


그리고.

아니라오, 아니라오.

후반부는 달달하게 당뇨병 걸리도록 하겠다만 아직은 트루럽 시기가 아니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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