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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운전교육 -6-

화로불판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2.25 17:58:48
조회 623 추천 21 댓글 3


 “뭐? 운전교육?”



 “그렇게 놀란 표정 짓지말라고, 그냥 잠깐 하는거야. 돈도 없고 그래서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하는거지.”


 그는 연신 커피를 마시며 입을 축였다. 지금까지의 그녀의 말만 들어보자면 꽤나 이 바닥에선 이슈가 될만한 일이였다. 몇 년전 은퇴하고 운전대도 못 잡겠다던 사람이. 어느새 아이돌 운전강사라니. 아마 지금 연락이되는 동료들에게 이야기 해주면 금방 대스타가 될만한 가십거리였다. 엘사는 피에르의 복잡미묘한 표정과 자신을 바라보며 살짝식 올라가는 입꼬리에 불안함을 떨칠수가 없었다. ‘괜히 이야기했나..’. 호록, 조금은 식었지만 달달한 커피가 몸을 타고 들어갔다. 그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겠고, 부담스러운 그의 미소에 그저 창밖만 바라보고있었다. 그때 엘사는 방금 보았던 차들이 떠올랐다. 심하게 파손된 것, 분해된 것, 도색되어있던 것.



 “근데 있잖아”
 “응? 왜”


 그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사는 그 모습이 우스워 살짝 미소짓다가도 다시 특유의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밖에 있던 차, 도색되어있던거. 아직도 랠리머신 수리도 해주는거야?”
 “그렇지 뭐... 하, 말안하려고 했는데. 사실 한달뒤에 경기에 출전해”


 풉, 하마터면 입에 머금고 있던 커피를 뿜을뻔했다. 겨우내 삼키고는 연신 콜록거린다. 당황감과 놀라움에 빨개진 얼굴이 몹시 부끄러웠다. 그런 엘사를 피에르는 살짝 미소지으며 바라봤다. 그의 눈빛엔 다 안다는듯한 마음이 서려있었다.



 “왜 놀래. 새삼스럽게.. 아, 너도 운전교육 한다고 하지 않았어?. 이참에 같이 경기나갈래? 누구 강사 해주는거 보니까 이제는..”
 “안돼.”


 엘사가 정색하며 받아쳤다. 그녀의 말에 피에르는 열던 입을 닫고 시무룩해져서는, 창밖만 바라봤다. -까비.. 조용한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엘사는 침을 몇 번 삼키고는 똑바로 그를 쳐다봤다. 이제는 피에르가 그녀의 눈빛을 피하고있었다.



 “알잖아, 경기 안나가는거. 운전대도 잡은지 얼마 안됐어.”
 “그래도, 이번에는 예전 크루 동료들도 출전한단..”
 “안돼. 나 빨리 달리지도 못해. 진짜로 미안한데.. 지금은 예전의 내가 아니야. 구경은 갈게.”



 피에르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흔히 말하는 왕년의 슈퍼스타가 이젠 경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강히 거부하는 그녀를 강압적으로 대할수도 없었다. 실력으로만 보아도 엘사가 자신의 크루에 들어와준다면 우승은 따논것이나 마찬가지다. 아깝다. 피에르는 연신 아깝다는 말만 중얼거리며 창밖을 바라봤다. 그때 그 일만 아니였다면.

.

.

.


 “야 신입 준비됐냐?”
 “네.넵!”
 
 옛된 얼굴의 엘사는 꽤나 긴장한체 자신의 헬멧을 부둥켜안고 있다. 첫 드라이브. 주위의 많은 선배들은 모두 자신을 의식하고 있다는 생각에 목이 바짝바짝 말라갔다. 멀리선 메케닉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타이어를 굴리거나 이상한 기계들을 들고다니며 자동차들을 점검했다. 그 중에 자신의 유일한 동갑내기 피에르 몬타나 만이 중간 브리핑을 주도하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꽤나 머리도 좋고, 이 바닥에선 유망주로 떠오른 그는 사실 처음엔 드라이버로서 들어왔었다. 예상외로 운전을 못해서 주 전공이였던 자동차 정비 및 관리 쪽으로 빠진거라고 선배들은 말했었다. 그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긴장을 풀어주기위해 노력했다. 그녀도 자신은 괜찮다는 듯이 웃어보였지만 사실 인생에서 가장 떨리고 복잡한 순간이다. 몇 주전, 저 피에르라는 자식의 말만 듣고는 재미있어보여서 레이싱 크루에 가입하게되었다. 처음엔 그저 그런 대학동아리 카트머신이나 타며 놀줄알았건만, 사실 와보니 사정은 많이 달랐다. 공과대학 2학년생이였던 그녀가 보기에는 일반대학 동아리 수준이 아닌, 프로 레이싱 경기를 준비하는 ‘팀’ 에 가까웠다. 소문으로만 듣던 대선배들부터, 현재 직장을 가지고 있지만 열심히 서포트 해주는 대기업 기술자들. 다들 그녀가 다니고있는 대학교의 공과대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모두 열심히였다.



 그런데 거기에 자신이 속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순식간에. 피에르의 추천에 잠깐 머신을 타고 트랙을 한바퀴 돌아봤다. 지금껏 자신이 차량을 튜닝하고, 와인딩이니 드리프트니. 일반 폭주 동호회의 그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클러치는 굉장히 예민했고, 악셀은 조금 밟아도 튀어나갈 듯 엔진이 으르렁대었다. 처음 피트아웃을 해서 트랙위로 올라섰을땐 꽤나 애를 먹었다. 이리저리 튀거나 미끌리는등, 빙판위를 달리고 있는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정도 실수를 범하자 몸이 차량의 상태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확실히 고성능의 차량인지라 떨림과 진동, 차가 반응하는것들이 하나 하나 몸을 타고내렸다. 그리곤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과 몸에 머신이 익자 곧바로 풀악셀을 밟았다. 운전실력은 이바닥에서 미숙하더라도 지금껏 해본 폭주이력들이 남아있다. 그녀에게 남은건 깡 하나뿐이였다.



 트랙을 한바퀴 정도 돌고 피트인을 해서 가장먼저 반겨주는건 피에르였다.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하고선 어버버 거리는 것이 무언가 잘못된것만 같았다. 겁을 먹고 멀리서 손짓하는 팀장에게 다가서자 그는 씨익 웃으며 엘사를 모니터 앞으로 대려갔다. 랩타임 1분 42초. 프로와 맞먹는 수치라고했다. 그렇게 바로 크루에 영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첫 드라이브가 있는 날이다. 엘사의 실제 드라이빙 능력과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서 앞으로 경기에 출전할 때 써먹을 자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피에르가 언질해줬다.



 “기분이 어때?”


 깊은 상념에 빠져있던중. 누군가 엘사의 머리에 손을 올린다. 제이콥, 그를 보자 엘사는 두눈을 크게 떴다. 분명하다. 뉴스에서나 보았던 제이콥이 자신의 눈앞에있다. 그는 환하게 미소짓더니 주위에 있던 의자를 가져와 등받이를 앞에하고서 앉아 턱을 괴고는 그녀는 빤히 바라봤다. 그 눈빛에 엘사는 빨갛게 볼을 붉히고는 고개를 숙여 어찌해야할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 그런 귀여운 모습에 제이콥은 엘사의 앞머리를 쓸으며 좋아했다. 그럴수록 그녀는 부끄러워 고개만 푹푹 숙일뿐이였다. 그가 온다는 이야기는 못들었는데, 하물며 그가 이 팀에 속해있다는 것 조차 상상을 못했다. 제이콥, 그는 일반인 시절 그랑프리 우승전에서 무소속으로 출전해 우승컵을 거머쥐는 등 레이싱계에서는 실력이 출중하다고 소문난 인물이였다. 곧 f1 이나 르망쪽에서 출전하는 대기업들이 대려가려고 안달이라고 들었는데. 아직 이런 작은 팀에 있을줄은 상상도못했다.



 “엘사라고 했나?”
 “넵!”
 
 그의 중얼거림에 그녀는 긴장한체 크게소리쳤다. -하하, 긴장했나보네. 물론 주위의 공구소리와 사람들의 떠드는소리가 겹쳐 자신의 외침은 들리지도 않을테지만 머쓱한 기분은 들었다. 제이콥은 피식 웃었다.



 “어때, 와보니까. 은근 괜찮지 않아? 꽤나 잘나가는 팀이라고 여기.”
 “네.. 그런것같아요..근데 제이콥씨는 어쩐일로..?”
 “선배라고 불러. 뭐, 나야 이런 분위기가 좋으니까 다른팀 가서도 가끔 이쪽으로 출장오는거지. 옛날기억이 새록새록 난다고 해야하나. 초심을 다진다는 의미도 있고.”


 조금은 우수에 들어찬 그의 눈빛에 엘사는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매번매번 이런 활기찬 분위기에서 경기를 하다보면 그리울만도 할것만 같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 잠깐 온것이라고 했다. 그녀의 데이터를 측정함에 있어서 앞에서 선두로 빠르게 달리게 되면 뒤쪽의 선수는 본능적으로 추월하기위해서 속도를 더 내게되고, 그럼으로서 기록이 좋아진다거나, 혹은 운전중의 습관, 흥분상태에서의 문제점 등이 빠르게 노출된다고 했다.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고, 그러면서도 그는 마지막에 –잘 추월해보라고. 라며 장난스러운 도발을 던지고는 자신의 차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엘사는 꼭 이겨보겠다는 소녀같은 다짐을 하면서 자신의 경기복과 장갑, 헬멧을 어루만졌다.

.

.

.


 “자! 건배하자고!”
 “어예!”



 간만의 술자리에 엘사도 기분이좋았다. 기록은 팀 창단이후 전무후무한 수치였다. 현존하는 최고의 드라이버를 추월 가까이 밀어붙힌 것은 엘사의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앞에서 리드하던 제이콥의 도움이 컸다. 중간중간에 욕설을 내뱉어서 무전기를 찬 스텝들에게 적잖히 당혹감을 보여준 것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실수랄 것도 없었다. 코너에서 스핀 전까지 밀어붙이는 자신감과 깡. 주저하지 않는 브레이크 포인트. 다들 칭찬일색이였건만, 제이콥만은 엘사에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자신의 실력에 비등한 인물이 나타나서인건 아닐 것이다. 다들 그렇게 생각했고, 그저 자만심을 갖지말라는 무언의 충고로서 받아들이라고 조언해주었다. 엘사역시 제이콥이 그렇게 승부욕에 사로잡힌 사람은 아닐꺼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엘사도 그렇고 다들 술이 달아올라 취기가 만연해 있을 때, 피에르와 제이콥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제이콥이 술병을 들고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천천히 다가오는것에 긴장을 했다. 대선배에게 무슨 말을 들을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본 피에르가 피식, 웃으며 엘사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괜찮은거야?, 너무 많이 마시는거 같은데”
 “..이정도야 뭐”
 “어이! 신입!...잘 달리던걸?..딸꾹!”
 


 제이콥도 다가와서는 엘사의 술잔에 술을 들이부으러고 몸을 숙였지만,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그 모습에 엘사와 피에르 가 벌떡 일어나 부축했고, 제이콥은 연신 손사래 치며 괜찮다고 중얼거리다. 피에르의 몸에 이끌려 잠들었다.


 “...잘해..자래..잔난 아뉘였거덩...”
 “선배 많이 취하셨어요.. 들어가시죠”



 피에르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제이콥의 에이전트를 발견하고는 손짓했다. 에이전트도 조금은 술기운이 있는지 터덜터덜 걸어오더니 익숙한 듯이 그를 부축해 다른곳으로 옮겼다. 잠깐의 정적이 다가오고 피에르가 입을 열었다.



 “어때? 계속 해볼만 하지?”
 “뭐 그럭저럭. 여기서 내가 환영받다니, 인생에서 처음인걸”
 “이대로만 가면 완전 대스타인데. 나이도 어리고, 미래가 아주 밝아”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냐? 천재씨, 대학 수석입학에 벌써 교수의 총애를 받는 차량공학의 유망주. 그러다 대기업에서 스카웃해가면?”



 처음으로 그가 껄껄 박장대소 하며 병채로 입에 가져갔다. 몇모금 시원하게 들이키고는 초점잃은 눈동자로 엘사를 바라보기위해 노력하며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스카웃..안해!... 나 이미..임자있는 몸이야..크윽!..후..”
 


 이것도 술주정인가. 하고는 무시했다. 엘사는 그렇게 뻗어버린 피에르를 두고는 팀장에게 다가갔다.


 “팀장님 저 이제 가봐야될것같아요”
 “엥? 어 그래! 우리 대스타! 가서 푹쉬고 내가 연락할게~”
 “네, 고생많으셨습니다.”



 대충 자신의 짐을 챙긴뒤,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는 쭈뼛쭈뼛 자리를 떴다. 다행인지 다들 술에 골아떨어져 자신이 집에 가는지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코너를 돌고 돌아 큰 거리로 나와 택시를 잡고, 집으로 가는길. 언뜻언뜻 자신의 얼굴을 스쳐가는 가로등 불빛이 평소보다 환하게 느껴졌다. 폭주족으로서 이리저리 굴리며 살았건만, 어떻게든 대학이라는곳에 들어와서 남들 다 공부할적에 혼자 황량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는데. 이렇게 자신의 능력이 발휘되는 곳.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엘사의 마음은 복잡미묘 해졌다. 자신이 팀 이라는곳에 소속되어 경기에 출전한다. 말이라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언젠가는 분명 제이콥이라는 선배를 이길수 있기를 빌며, 엘사는 달리는 택시 안에서 눈을 감았다.



 창문 너머로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귀를 핥았다.


--------------------------


얘들아 미안하다 엘사이야기 쓰다보니까 너무 길어지는데 한편만 더쓰자 헤헷

그리고 설쥬미들이 좋아하는 엘산나 이야기 쓸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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