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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번역] A Crown amongst Peasants Ch.7

모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9.26 23:26:23
조회 655 추천 18 댓글 6

원작자 : Jaslyn





발밑의 투명한 얼음을 밟아 부수며 엘사가 회의실로 들어간다. 탁자의 한쪽에는 겨울옷을 걸친 아렌델 최고위 장군과 제독들이 채광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며 차렷 자세로 서 있다. 재무 부서의 안경 쓴 노인들은 구겨진 표정으로 탁자 반대편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탁자의 상석에 자리 잡는 엘사에게 경의를 담아 고개를 숙인다.


"각 부서는 오늘 아침 회의의 제안서를 받았겠지." 엘사는 관료들을 앉히고 회의의 첫마디를 뗀다.


"1년 전, 나는 얼음 골렘을 맨땅에서 만들어냈다. 어젯밤에는 의도치 않게 눈 드래곤을 만들어냈고. 이 생물들은 스스로 생각할 줄 알고, 스스로 내 명령을 따른다. 이들이 현재의 국방 체제를 완벽히 대체해 줄 테니, 나는 아렌델 군대의 대부분 병력을 전역시켜 조세를 절약하려 한다."


그 즉시 고함소리로 회의실이 울린다. 두 줄의 관료들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서로 언쟁한다. 양측은 서로 자신의 얘기를 들으라며 난동을 피운다.


"두 시간 내로 결론을 내거라." 엘사가 소리치지만, 국익을 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로 비난하며 탁자에다 주먹질해대는 소리에 엘사의 목소리는​ 묻히고 만다.


겔다는 머리에 쌓인 눈을 털어내며 엘사에게 커피를 따라준다. 눈폭풍은 왕좌에 퍼질러 앉아있는 엘사의 몸을 중심으로 회의실에 불어닥치고 있다. 엘사는 제 앞에서 벌어지는 소동에서 백만 마일은 멀어진 듯한 태도로 이마를 짚는다. 시종들이 거대한 칠판을 가져오자 방에는 일종의 질서 비슷한 게 돌아오면서 관료들은 회색 분필로 자기네들 말다툼을 번갈아 가며 적는다.


엘사는 세금 고문이 해군 원수에게 칠판지우개를 던지는 걸 손가락 틈새로 쳐다본다​. 엘사는 간신히 옅은 미소를 짓는다. 오늘 토론을 들을 기분이 아니어서 저들끼리 싸우게 놔둔 것이다. 엘사가 겔다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자 겔다는 엘사의 귀 옆으로 고개를 숙인다.


"겔다, 안나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던가요?"


"여왕 폐하, 5분 전 저와 함께 의무실에서 공주님을 보신 후로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아...그래요. 아까 봤었죠."


"공주님께서는 아직 주무시고 계실 테지만, 원하신다면 이 회의가 마무리된 후 만나러 가실 수 있습니다."


엘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쓴 블랙커피를 계속 마시며 토론의 주장을 빠르게 적고 또 적는다.





엘사는 10시 30분 전인 시계에 시선을 고정해두다, 토론이 끝나는 걸 기다리지 않고 의자에서 일어난다. 회의실에 아직도 울리는 시끄러운 말다툼 소리에 엘사가 헛기침한다. 방 전체가 침묵 속에서 엘사를 주시한다. 서기는 미완성된 회의록을 건네고, 엘사는 아래쪽에 서명한다.


"다들 이렇게 분열된 태도로 결론을 내긴 그른듯하니, 모두가 마음을 합칠 준비가 되면 다시 회의하는 것으로 하겠다." 엘사는 그렇게 선언하며 페이지마다 옥새를 쿵쿵 찍는다. "그때까지 모든 지휘관은 봉급 지급 정지다."


엘사는 불만 가득한 표정의 두 줄 사이에 있는 왕좌에서 내려와 서둘러 방을 빠져나가고, 시종들은 서류들을 녹이려고 벽난로 옆에 늘어놓는다.





왕실 의사가 의무실 밖에서 엘사 여왕을 맞이한다. 엘사는 차도가 있는지 애타게 묻는다.


"여왕 폐하, 공주님의 치료를 위해 봉합된 자리가 나을 때까지 클로로폼으로 재워두고 있습니다. 그나마 폐하께서 등의 상처를 얼려두셔서 다행입니다. 그 상처들은 자칫하면 감염될 위험이 있었거든요."


"안나는 언제 깨어날까요?"


"그건 확신할 수는 없지만, 공주님께선 회복 속도가 빠르신 편입니다. 전부 다 폐하의 마법 덕분입니다."


엘사는 의사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발끝으로 조용히 의무실에 ​들어간다. 콧속으로 퍼지는 알코올 냄새에 얼굴을 찡그리지만, 창가 침대에 누운 안나의 얼굴에 쏟아지는 햇살을 보고 엘사는 평안을 되찾는다.


"문 닫으세요." 그렇게 지시한 엘사는 여동생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안나의 얼굴에 옅게 색이 돌아왔다. 안나의 옷은 사라지고 대신 긴 붕대로 칭칭 감긴 채 민무늬 이불에 덮여 있다. 방은 우울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지만 잠자는 안나가 천천히 내뱉는 숨에 평온한 빛이 풍겨온다. 안나의 아름다움은 몸에 난 상처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안나의 가슴에 떨리는 손을 얹은 엘사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다. 느리지만, 확고한 심장 박동을 느낀 탓이다.


"안나." 엘사가 속삭이며 여동생의 옆에 앉는다. "내 말 들리니?"


엘사는 여동생의 감긴 눈을 응시하며 안나에게 의식을 되찾아 줄 미미한 움직임이라도 찾으려 한다. 시선이 안나의 얼굴에서 목에 난 흉한 봉합 자국을 거쳐 어깨에 뿌려진 주근깨로 향한다. 쇄골에 뿌려진 주근깨에 입이 벌어진 엘사는 장갑 낀 손가락으로 주근깨를 하나하나 쓸어본다.


넌 동생이 어깨에 주근깨가 있는 걸 여태 전혀 몰랐단 말이지? 대관식에서 안나가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를 입었었는데도 몰랐다니.


엘사는 논리적으로 반박할 거리를 속으로 찾지만, 사실인 걸 깨닫는다. 자신이 늘 시선을 피했으니까. 엘사는 여태 왜 그랬는지 의문스러워한다.


"안나는 아름다워." 엘사가 속삭인다. 장갑을 벗고 창문틀에 손가락을 대어 얼지 않는지 확인한 후 안나의 손가락을 잡는다. 수면 상태인데도 안나의 손가락은 엘사의 접촉에 온기를 내뿜는다. 엘사는 입술을 안나의 손가락에 지그시 누른다.


"나도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는지도 몰라." 엘사가 소곤대며 안나의 가슴에 머리를 눕힌다. 매 숨마다 안나의 가슴이 움직이자 시트에 손가락을 말아쥔다. 안나의 심장 박동은 엘사의 귀에 달콤한 노래로 울려 퍼진다. 엘사는 안나의 가슴에 귀를 댄 채로 안나의 모든 생각이 들리는 상상을 한다. 여동생은 언제나 마음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도망치고 있는 건지 네가 말해줘." 엘사가 속삭이자 입술이 안나의 귀를 스친다. "이런 건 언제나 네가 잘했잖아."


"안-안나." 제 뺨에 와닿는 여동생의 딸기향, 체리향 숨결을 마시며 엘사는 말을 더듬는다. "협곡에서 겨울이 끝나기 전에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엘사는 여동생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사-사랑해, 안나."


엘사의 심장이 가슴에 쿵쿵 부딪힌다. 땀 한 방울이 눈썹 아래로 미끄러지고, 엘사는 몸을 기울여 여동생에게 키스한다. 순간, 엘사는 안나에게서 움찔 물러나며 이마의 땀을 닦는다. 얼굴에서 열이 난다. 엘사는 입술을 건드려본다.


"미... 미안." 더듬는 엘사의 뺨이 사탕무처럼 붉어진다. "어제 일에 대한 사과야. 네 방에서 말야. 이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지만 그땐 순간적인 일이었고, 내가 워낙에 눈치도 많이 보고 조심스러워하니까...또..."


엘사는 자신이 첫 키스를 의식 없는 여동생에게 해버렸다는 것과, 안나는 제게 키스를 해 주지도 않았고, 해 줄 수도 없다는 걸 깨닫고 실망감이 차오르는 걸 느낀다. 그래도 안나는 딸기와 크림 맛이 났고, 그 달콤했던 순간이 떠오르자 엘사의 입술이 미소를 짓는다.


"나도 때론 바보가 된다니까." 엘사는 입술을 삐죽이며 천장을 응시한다. "우리가 아주 다르다는 내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르겠어."


노크 소리에 엘사는 자신이 홀린 마법에서 깨어난다. 다시 여왕이 될 시간이군, 엘사가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당겨 열자 카이가 토끼눈을 뜨고 쳐다본다. 카이는 십자가를 그으며 수없이 사과를 하고는 문을 쿵 닫는다.


"뭐야...?"


엘사가 아래를 내려보다 제 몸에 달랑 걸쳐진 슈미즈 속옷에 기겁한다. 얼음 드레스가 녹아 속옷이 온통 젖었다.





회의실에 시장과 위생 시설 관리자가 엘사의 왕좌에서 몇 칸 떨어진 의자에 앉는다. 엘사는 충격 속에 입을 닫고 있는 두 얼굴을 쳐다보며 그들이 똑똑히 알아듣도록 말을 반복한다.


"반메도에 있는 물을 어떻게 해결해 보거라. 더러워서 마실 수가 없는 물이잖느냐."


두 사람을 서로를 쳐다보다 다시 여왕에게 시선을 돌린다.


"여왕 폐하, 감히 질문을 드려 죄송하지만,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시장이 묻는다.


엘사가 시장에게 눈을 치켜뜬다. "뭐라고? 내가- 아니, 내가 어떻게 알았든 상관이 있나?"


"프레드릭이 그렇게 말했습니까?" 관리자가 묻는다.


"프레드릭은 대체 누구- 보거라, 정치 문제로 나갈 시간은 없다. 둘이서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


관리자가 헛기침을 하곤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잇는다. "여왕 폐하, 반메도에서 열심히 일하는 주민들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선왕 때부터 물은 늘 이랬고-"


"내가 왕궁에서 깨끗한 물을 쓰면 시골은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라도 있나?"


"저, 그게-"


서기에게 서류 두 묶음을 가져오라 손짓한 엘사는 두 사람을 향해 서류를 나란히 두고는 하나를 손으로 덮는다.


"선택권을 주겠다. 반메도의 식수 위생 문제를 바로잡으라는, 그대들 앞에 놓인 내 명령에 그대들이 서명하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내 손 아래 있는 이 서류에 내가 사인을 하는 방법도 있다."


엘사가 손가락을 치우자 영토 박탈, 재산 몰수라는 단어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엘사의 손가락 아래에서 틱틱거리며 얼어붙는 종이에 시선을 떨구고는, 떨리는 손으로 깃펜을 잡고 다른 포고문에 서명한다. 엘사가 어찌나 세게 옥새를 서류에 내려찍는지 엄청난 양의 눈송이가 탁자에 새겨진다. 엘사는 드레스에 달린 망토에서 불길한 태풍을 일으키며 회의실을 빠져나간다.





엘사는 노크 소리에 놀라 집무실 의자에서 펄쩍 일어난다. 왕실 의사의 모습에 심장이 뛴다.


"여왕 폐하, 안나 공주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진정제 때문에 아직 피곤하시긴 하나 원한다면 만나실 수 있습니다."


"드디어!" 엘사는 환호하며 의사의 손을 잡고 힘껏 흔든다. "정말 고마워요!"


단 몇 분 만에 엘사는 의무실에 도착한다. 옷에 주름 하나 내지 않았고, 뒤에 얼음 자국조차도 없다. 장갑을 만지작대며 문 앞에서 주저하던 엘사는 장갑을 끼었다 벗기를 반복한다. 마침내 장갑을 낀 채로 둔 엘사는 문을 삐걱거리며 연다. 촛불에서 나오는 흐린 빛이 여동생의 창백한 모습을 온기의 이불처럼 덮고 있지만 피 냄새와 알코올 냄새가 떠돈다.


엘사가 안나의 손가락을 잡자 안나가 잠에서 깬다. 눈이 뜨이자 푸른 눈이 반짝이고, 안나가 일어나려 하자 목구멍에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온다.


"아니야, 일어나지 마, 안나. 그냥 누워 있으렴." 놀란 엘사가 여동생을 침대에 도로 밀어 눕힌다.


"엘사." 안나가 웅얼거리며 제 손가락으로 엘사의 손가락을 말아쥔다. "미안해. 어제 일은 정말 미안해."


"쉬잇, 괜찮아." 엘사가 소근거리며 손가락을 안나의 입술에 갖다 댄다. "거의 이틀 전 일이야."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고, 잠시 두 자매는 깍지 낀 채 서로를 마주 본다. 안나는 울음을 삼키며 숨기려 최선을 다하지만, 엘사가 작게 숨을 삼키는 소리가 목에서 빠져나온다. 엘사는 여동생의 얼굴에 손을 뻗으려다 멈칫거리며 장갑을 벗고는 주근깨가 뿌려진 안나의 뺨을 따라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다.


"이틀이나?" 안나가 묻는다. "그래서 배가 고픈 거였군."


"별 건 아니지만, 뭘 좀 가져왔단다." 엘사는 그렇게 말하며 옷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초콜릿 바를 꺼낸다. 안나가 제 얼굴 앞에 들린 납작한 갈색 초콜릿에 미소를 짓자 영하로 유지되던 초콜릿도 빠르게 녹는다. 엘사가 한 조각을 부수어 여동생에게 먹인다.


"완벽한 맛이야." 엘사의 떨리는 손에서 초콜릿을 받아먹으려 애쓰던 안나가 말한다. 몇 번 받아먹다 안나의 입술이 엘사의 손가락을 스치자 언니의 손 떨림이 더욱 심해진다.


"엉니능 내아 무서어?" 안나가 초콜릿 덩어리를 씹으며 웅얼거린다. "엉니 소이 떠여."


"뭐 먹으면서 말하지 말렴." 엘사가 꾸짖으며 안나의 턱에 난 갈색 줄을 닦는다. "그리고 난 네가 무서운 게 아냐."


안나가 초콜릿을 네모나게 부순다. 수면으로 팔이 아직 안 풀린 탓에 거리를 잘못 판단한 안나가 언니의 입에 초콜릿을 짓누른다. 하지만 엘사가 여동생의 손가락을 잡고 키스하며 초콜릿을 먹는다.


"미안." 안나가 말한다. "그때 밤에 일 말고 이거. 아니, 그거도 미안한데, 방금 거 미안하다고."


엘사는 여동생의 뺨에 홍조가 번지는 광경에 키득거리며 웃는다. "네게 화난 게 아니란다, 안나."


"언니가 내 생명을 구했다고 의사가 말해줬어." 안나가 말한다. "언니가 내 상처를 막았다던데."


"그 정도까진 아니-"


"됐어, 무슨 상관이야. 이제 쌤쌤이잖아. 내가 언니 목숨을 구했고 언니도 내 목숨을 구했고. 됐지?" 안나가 재잘대며 혀를 쏙 내밀고 엘사를 향해 날름거린다.


"너무 충격적이었단 말야- 내 얼음 때문에 네가 많이 다친 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마, 엘사." 안나가 말하며 공중에서 손목을 흔들어 보인다. "전에 언니가 내 심장을 얼린 것에 비하면 이 정돈 아무것도 아냐."


"그... 그건 미안해. 난... 난- 넌 그때 어떤 느낌이었니?"


안나는 시선을 돌리고는 창문에 비친 제 모습을 바라본다.


"증오스러웠어." 안나가 말하며 언니에게서 시선을 멀리한다. "그 순간에 난 언니가 진심으로 미웠어. 마치 얼음이 내가 언니를 미워하게 만드는 것 같았어. 그리고 잠깐뿐이라 해도 내 몸 안에 들러붙은 더러운 느낌도 끔찍했고. 의지와는 상관없이 누군가가 미워진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언닌 모를 거야. 특히나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손을 쳐다보는 엘사의 숨결에 안개가 생긴다. 온도가 떨어진다. 안나는 제 뺨에 와닫는 한기를 느끼고는 언니의 손을 잡아 멍하니 있는 엘사를 깨운다.


"거기다 언닌 내 머리카락도 망쳐놨어." 그렇게 말하는 안나는 언니의 손에 온기가 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금발이 싫어?" 엘사는 물으며 가까이 몸을 기울여서 붉은 머리 사이에 있는 금발 한 가닥을 손으로 꼰다.


"금발 좋지." 안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목소리를 낮춘다. "언니 꺼만."


안나는 엘사의 왕관을 감싸는 울퉁불퉁한 땋은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는다. 손은 티아라 끝 주위를 만지며 내려가다 엘사의 귀를 건드린다. 안나가 히끅 억눌린 신음을 내뱉는다.


"안나? 왜 그러니?" 엘사가 묻는다.


"미안. 어깨에 봉합한 자리 때문에." 안나는 어깨를 붙잡으며 대답한다. "가끔 아프거든."


엘사는 여동생의 손을 내려놓고는 상처에 서리 바람을 불어 고통을 마비시킨다.


"맙소사." 안나가 신음을 내뱉는다. "대단해."


엘사가 서리에 입술을 대자 얼음은 고통을 달래는 차가움으로 녹아내린다.


"나아졌니?"


"응." 안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멈췄다가 소근댄다. "근데 이제 목이 아프네."


엘사가 입술을 안나의 귀에 댄다. "욕심쟁이." 엘사가 속삭이고는 입술을 목에 댄다. 서리가 입술에서 생겨나 목에 달라붙자 척추를 타고 오르는 한기에 등이 둥글게 휜다.


"에-엘사." 안나는 언니의 얼음 드레스를 손가락 사이로 꾹 쥐며 더듬거린다. "이런 거 좋아. 아주 많이."


엘사의 목소리는 관능적이고 느린 목소리로 깊어진다. "다른 상처에도 해 줄 수 있단다."


"그거 정말 좋은데." 안나가 엘사의 머리카락에 대고 속삭이고는, 잠시 멈췄다 말을 덧붙인다. "여왕 폐하."


엘사의 입술은 안나의 붉어진 뺨에 박힌 주근깨 하나하나를 훑고는 콧잔등 위를 맴돈다.


"날 그렇게 부를 필요는 없어." 엘사는 속삭이며 안나의 입술에 차가운 안개를 내쉰다. "우린 자매잖니."


잠시 두 자매는 서로의 어깨를 잡은 채로 있는다. 서로에게 이만큼 가까이 있다는 자극적인 기대감에 어깨가 떨린다. 엘사의 마지막 말이 서로의 마음으로 가라앉고, 서로의 얼굴에 상반된 감정이 피어난다. 둘에겐 서로의 눈에 비친 서로가 보인다. 순간, 안나는 언니의 마음 깊은 곳에 자신의 일부가 갇혀 있다는 걸 깨닫는다.


꿈결 같은 순간에 빠져있는 엘사를 시끄러운 노크 소리가 깨운다. "여왕 폐하!"


"미안-" 둘이 동시에 말을 꺼낸다.


"가 봐야겠어." 엘사는 안나의 얼굴에 퍼진 실망감을 보지 않으려 하며 말한다. "회의가 있거든."


안나는 단단히 잡아 오던 엘사의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 생긴 거대한 구멍을 엘사가 수습하는 것을 쳐다본다. 엘사가 손에 장갑을 끼는 모습이 안나의 심기를 건드린다. 안나는 짜증이 나는 이유를 안다. 엘사의 손가락, 어릴 적 제 손을 잡아 오던 길고 가느다란 저 손가락 때문이다.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저 징글맞은 장갑으로 매번 손가락을 가리는 탓에 죽을 맛이었다.


"엘사." 안나가 부르자 언니는 문손잡이를 잡은 채 멈춘다. "언니가 나한테 키스하는 꿈을 꿨어."


엘사의 심장이 순간 멎지만,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얼굴에 미소가 퍼진다. 머릿속에 할 말이 맴돌다 짧은 작별 인사를 만들어낸다. 그 때 엘사의 진심이 끼어들어 여태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어버린다.


"나-나도 네게 키-키스하는 꿈을 꿨어." 엘사는 문을 응시하며 더듬거린다. "잠은 안 자고 있었지만."


떨리는 입술에 미소를 띤 채, 엘사는 의무실 밖으로 도망친다. 말한 걸 후회하는지 알 수 없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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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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