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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번역] 한 발짝 옆에 6 (five feet apart)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28 23:26:42
조회 741 추천 27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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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2화


3화


4화


5화

한 발짝 옆에 6


15일차 - 이른 아침의 블루스


아침 6시 반이다.


한 번도 6시 반에 일어난 적이 없었다.


왜 아침 6시 반부터 일어난 거지?


아 맞다. 3일 전에 내가 엘사 방에 쳐들어가서 편지를 읽었지. 그리고 그 편지의 단어 하나하나가 내 머릿속에서 맴돌며 잠을 방해했다.


난 엘사에게 충분한 자신만의 공간을 줬지만 내 급한 성격상 지금 당장 엘사 머릿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아야만 할 거 같았다. 그래서 지금 일어났다. 겨우 몸만 일어나긴 했지만 엘사의 방문 앞에서 엘사를 기다렸다. 난 엘사가 아침형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지금부터 진을 치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일찍 일어날까? 아마 한 시간이나 두 시간 뒤에 일어날 것이다.


엘사가 나를 자꾸 피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을 벌일 필요는 없었다. 뭐 내가 엘사의 사생활을 엿보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겠지. 그리고 엘사가 나에게 '사랑해' 이 한마디만 했어도 이런 일은 애초에 없었다.


이러면 그냥 자꾸 변명에 변명을 낳게 된다. 일단은 내가 잘 못한 거 맞는데. 내 말도 한 번 들어주면 안 될까? 한 번만?


내가 엘사에게 용서를 구하려면 아마 그냥 얘기로 푸는 것이 최상의 답이다. 그러나 생활패턴이 너무나도 달라서 (엘사가 나를 피하기도 하고) 접점이 없었다. 그래서 대충 아침형 인간들이 일어나는 시간대에 알람을 맞춰 놓고 지금 엘사의 방문 앞에 있는 것이다. 적어도 커피랑 베이글을 먹었으니까 허기는 달랬다. 24시간 룸서비스에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난 지금 진짜로 엘사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 편지는 나에게 쓴 것이었지만 아직 나한테 안 줬으니 나도 읽을 권리가 있던 건 아니었다. 약간 크리스마스 선물 일찍 뜯는 거랑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나한테 올 것은 맞았지만, 그 선물을 주고받는 그 부분을 놓쳤으니 절반의 재미만 느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난 그런 심정을 잘 모른다. 내 새엄마는 항상 좆같은 5달러 스타벅스 상품권만 줬다.


뭐 선물처럼 주는 것은 아니어도, 사생활은 사생활이다. 그녀가 내가 원하는 답을 해주지 않는 것과 내가 그녀의 방에 쳐들어가서 답을 얻어내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그냥 한 마디로 내가 병신 짓을 한 거다.


그래도 다른 부분들은 여전히 내가 맞다고 생각한다.


아 얼마나 됐지? 헐. 이제는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내 폰을 내 방에 두고 왔는데 다시 가지러 가기가 귀찮다. 내 엉덩이는 장시간 바닥에 앉아있어서 감각이 없어져 가고 있었고 이미 커피는 절반가량 마셨다. 그래도 난 이 일을 꼭 하기로 나 자신과 약속을 했다. 반 쯤 자고있긴 했지만.


아니면 내가 방으로 돌아가서 문만 열어두면 그녀가 일어나는 소리에 맞춰서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룸서비스를 다시 전화해서 엘사에게 커피와 샌드위치를 갖다달라고 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삡 삐빕


집 문이다. 뭐지?


나는 문이 열리기 전에 내가 앉아 있던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엘사다. 다행히도 우리 집 키를 가지고 있는 외부인은 아니었다. 난 이 상황에 혼란이 왔다. 도대체 어떻게 이 시간에 일어나 있었던 거지? 언제 일어난거지? 아니 내가 일어났지만 그래도.


"엘사! 어- 내가…..." 내가 반쯤 마신 커피 컵을 건네며 말했다. "내가 커피를 좀 가져왔어."


엘사는 오래된 과잠을 입고 눈은 피곤 때문에 엄청 처져있었다. 얼굴만 보면 시험기간에 밤샘한 대학생과 같이 보였다. 아 예전에 엘사가 시험을 볼 때면 내가 엘사 집으로 커피랑 민트쿠키를 사가곤 했다.


엘사가 거의 속삭이다시피 조용히 말했다. "내 방문 앞에는 왜 있어?"


"아 그냥…..." 아 씨발 그냥 가자. "그때 니 방 쳐들어간 거 사과하려고. 내가 잘 못했어. 내가 기다렸어야 했는데."


"당연하지" 엘사가 차갑게 답했다.


그 외에 아무 말도 없었다. 엘사가 머리를 꼬고 눈을 둘 데를 못 찾겠는 걸 보니깐 지금은 얘기하고 싶지 않나 보다.


"아 지금 네 방에 들어가고 싶지?" 일단 물어봤다.


"어-어."


좀 안 좋게 흘러가고는 있지만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고작 이 지랄 하려고 아침 6시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왜 이리 일찍 일어났어?" 내가 물음과 동시에 엘사도 같은 질문을 하였다. 우리 둘 다 먼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엘사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어디 저녁 먹으러 가서 글 좀 쓰고 있었어."


"아 그래? 어땠어?" 엘사의 새로운 면이었다.


"괜찮았어."


"아 괜찮았어."


"그래"


"그래서 언제 일어났는데?"


"3시?"


"헐 내가 자고 2시간 후에 일어났네."


"아"


"그래"


"그래"


"나…..." 할 말이 없었다. 진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나 왜 이러지? 이미 한 번 예행연습했잖아. 그런데 이런 절호의 기회를 이렇게 놓친다고? 할 말이 없어서? 뭔가를 물어보려다가도 자꾸 말을 아꼈다. 내 머리가 정신줄을 놓은 것 같다. 근데 어차피 저런 단답으로 일관 할 거면 이 대화가 무슨 상관이지? 아니야 그래도 엘사는 아침형 인간이니깐 이건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근데도 어렵네.


엘사가 계속 내 눈을 안 보고 자기 발만 바라봤다. "이제 나 들어가도 될까? 진짜 피곤해서."


"난 너가 아침형 인간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아니야."


악.


이건 진짜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 대화는 내가 준비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일단 패배를 인정하고 의자를 다시 부엌에 가져다 놓았다. 엘사는 내가 아까 서 있던 곳에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서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슬픈 기색이 가득했다. 이건 엘사와 2년 만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고마워." 엘사가 가식적인 미소를 보여주며 작게 말했다.


나는 이것이 오늘 아니면 일주일간 엘사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을 알고 있다. 내가 무언가를 말하지 않는다면 그 사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엘사 잠깐."


너무 늦었다. 엘사의 방문이 닫혔다. 좆같네.


내가 한숨을 쉬었다. "잘한다 진짜" 남은 커피를 버리고 내 방으로 갔다. 내 방문을 열었을 때 엘사가 자기 방문을 열었다.


엘사가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 가방만 좀 내려 두려고." 그게 그렇게 오래 걸리나? 아무렴 어때. "그래서 뭐라고?"


엘사는 지금 진짜 피곤하다. 그래서 난 지금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려 한다. 엘사와 얘기를 나누고 싶다. 그런데 지금은 둘 다 이성적으로 얘기할 정신이 아니었다. 지금 엘사와 마주쳤을 때 뭐라도 해야했다.


"어-어. 오늘 뭐 할래? 너 충분히 자고 이따가."


엘사가 이미 반쯤 닫힌 눈을 찌푸렸다. "뭐 한다고?" 혼란스러움과 피곤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어. 뭐 어디 같이 간다든가. 장소는 너가 정해."


엘사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산 거 같았지만 바로 고개를 돌렸다. "아, 이따 약속 있어. 미안."


"아." 저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엘사만이 알겠지. 엘사는 거절할 때 항상 돌려 말했다. "그럼 내일은 어때?"


"그래."


"아 진짜?" 헐 씨발. 지금 당장 자야 했다. 내 뇌의 대화 필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 카페인은 무용지물이었다. 간다고 한 게 놀라운 건 맞지만 그렇다고 거기다가 의문을 던질 필요는 없었다. 왜 그랬을까? 이 수면부족에 사생활 침해나 하는 등신아.


엘사가 말했다. "어. 나도 내가 너를 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 잘 알아. 왜냐면…… 나도 진짜 너 피하는 거 그만하고 싶어. 나도 너한테 할 말도 있고. 너도 나한테 할 말 있을 거 아니야."


"아. 있지. 이번에는 맹세하건대 울리지 않을게." 마음속으로 내 뺨을 휘갈겼다. 왜 자꾸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는 건지.


엘사가 그냥 웃어넘겨 주기를 바랐지만, 대답이 오래 걸리는 걸로 봐서는 그것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대신에 엘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지키지도 못할 말은 하지도 마." 엘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잘했다. 또 울릴 뻔했다.


"미안." 내가 말했다. "아 이제 좀 들어가서 자야지? 새벽부터 일어나 있었는데. 나도 좀 자야겠다."


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 다시 얘기하자. 알겠지?"


엘사가 망설이다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내가 봤을 때는 그렇게 보였다. 뭐 착시현상 일 수도 있고.


"이따 보자"


"그래. 이따 봐."


내가 다시 침대에 누웠을 땐 잠드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작가의 말: 이번건 좀 짧은데 다른 화들도 다 이렇게 짧지는 않아.


항상 말하는 거지만 번역 읽어줘서 고맙고 뭐 개선 사항은 언제든지 댓글로 남기면 적극 반영함. 지금 9화까지 나왔는데 이제 6화네 거의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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